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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향
작품등록일 :
2016.03.15 14:52
최근연재일 :
2016.05.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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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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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생령의 씨앗 (1)

DUMMY

“뭐? 30분 이내에 철수한다고? 그건 지금 바로 철수하라는 말 아닌가?”


지금부터 각종 중요한 장비만 챙기고 떠난다면 대충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즉 당장 철수하라는 말에 웅찬은 어이없는 얼굴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그게 아니라 재정비를 하고 오신다고…’


“그게 그 말 아닌가 지금! 그럼 능력자들에게 소식을 전하긴 한 건가?”


“그…그건 저도 잘…”


격앙된 웅찬의 말에 찬휘의 말을 전달하러 온 임상원 대리는 조용히 말을 아꼈다. 형사였던 웅찬의 직속 후배이기도 한 상원은 이럴 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웅찬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상원 자신도 이번 명령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능력자라고 해도 그들은 민간인, 힘이 있다고 나라에서 그들을 지켜주지 않는다면 누가 살고 싶어 하겠는가! 그 때문에 아무리 힘 있는 능력자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군과 경찰이 그들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자신들을 대신에 일종의 공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그들을 버리고 가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찬휘에 태도는 뼛속까지 형사였던 상원에겐 이번 작전에서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부하의 태도에 웅찬은 이찬휘의 결정에 자신이 흥분했다는 걸 깨닫고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한층 차분해진 말투로 웅찬은 입을 열었다.


“사실대로 말해봐. 능력자들한테 전달하지 말라고 했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찬휘는 자신의 상관 상원은 자신의 상관을 욕할 수 없기에 말을 돌렸지만, 오랫동안 그를 알고 있던 웅찬은 그의 분위기만으로도 자신의 짐작이 사실인 것을 깨달았다.


“하필 이럴 때 이런 짓이라니… 이건 적보다 더한 아군이지 않은가!”


이찬휘 부장이 능력자를 싫어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건 개인의 성향이니깐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희생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 모을 수 있는 병력이 얼마나 되지?”


“항명하실 셈입니까?”


“… 보고할 텐가?”


웅찬의 말에 임상원 대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묘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묘안이 생각난 듯 웅찬에게 말을 꺼냈다. 그들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찬휘는 자신들의 상관이다. 백 퍼센트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지는 피하려면 최소한 눈 가리고 아웅이더라도 명령 불복종이 아니라는 변명거리는 만들어야 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병력을 모으겠습니다.”


“괜찮겠나? 잘못하면 명령 불복종으로…”


자신은 각오를 다지며 말했지만 사실 이런 상황에서 명령 불복종은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일이었다.


“저희는 퇴각하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방금전엔 병력을 모으겠다고…”


“퇴각을 하다가 퇴각로가 끊겨 어쩔 수 없이 능력자 쪽으로 합류한 것으로 하죠. 어차피 현장은 선조치 후보고 아니겠습니까?”


“호오…”


상원의 말을 알아들은 웅찬은 어느새 상원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웅찬과 급히 완전 무장을 끝낸 채 능력자들을 도우러 온 5백여 명의 병력은 적들의 후방에서 능력자들이 싸우는 것을 바라보았다. 쇠처럼 변한 거대한 주먹을 휘두르는가 하며 물이 없는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익사하거나 심지어 알 수 없는 공격에 온몸이 갈갈이 찢기는 괴수들까지 능력자들은 온갖 이적을 발휘하며 괴수들에게 맞서고 있었지만 많은 수를 감당할 수 없던 그들은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부상자만 몇 명 보이고 사망자가 보이지 않고 아무런 소식을 전달받지 않은 것 치고는 그래도 꽤 진영이 구축되어있는 것을 보며 웅찬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솔직히 거의 전멸할 줄 알았는데.’


전쟁은 개개인의 무력보다는 기세 싸움이 중요하다. 그래서 솔직히 못 버틸 줄 알았는데 버티고 있는 진영을 보니 새삼 마사무네가 다르게 보였다.


“우리는 후방에서 공격한다. 당분간 괴수들이 오지 않을 테니 마음껏 갈겨!!”


“네!!”


능력자들도 그들을 보며 힘을 내기 시작했고 페로몬에 중독된 괴수들은 오로지 포이즌아이비의 곁으로 가야 한다는 본능만 남았기에 뒤에서 공격을 가했다고 쉽사리 뒤돌아보지 않았다.


때문에 오로지 앞으로 나가는 괴수들을 상대로 비교적 웅찬의 병력은 안전하게 공격할 수 있었고 말 그대로 양쪽을 싸먹는 공격에 괴수들의 숫자는 빠르게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포이즌아이비를 사냥하기 위한 처음에 수월했던 전투는 점점 중앙으로 다가가자 아현의 기척을 느끼는지 줄기의 반응속도가 조금씩 빨라졌다.


‘1.2초… 우리를 인지했다는 건가.’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는 일, 아현에게 쇄도하는 줄기를 피하며 기관단총으로 줄기를 끊어내고 태현의 발화능력으로 길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략 100m 정도 남은 시점에서 두 사람의 케미는 무너졌다.


“큭…!”


포이즌 아이비가 쏟아낸 가시를 이미 많이 지친 태현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의 허벅지를 관통했다.


‘태현…!’


태현은 재빨리 들고 있던 권총으로 가시를 끊고 뒤로 피했지만, 거동에 어려움이 생겼다.


“시발!!”


깨끗하게 뚫린 허벅지를 보며 태현은 고통이 섞인 욕을 내뱉으며 주저앉자 아현이 얼른 다가가 상처를 살폈다. 가시는 빼지 않아 출혈은 없지만 이대로 움직이기엔 어려움이 많아 보였다.


‘돌아가야 하나 목적지까지 거의 100m가 남은 시점 하지만 여기서 태현을 잃을 수는 없었다.


“나 신경 쓰지 말고 가”


“… 그럴 수 없어.”


태현은 아현이 부축하려는 걸 뿌리치고 고통 속에서 애써 웃었다.


“제기랄… 쪽팔리게 할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깐 어서 가. 빨리 끝낼수록 내가 산다.”


돌아갈 마음이 없는 태현을 보며 아현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더는 이곳에서 시간을 끄는 건 둘 다 자살하는 일!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다.


‘믿는다…’


“여기 무기 좀 두고 갈게. 어떻게든 버텨라.”


태현의 뒤에서 잡아끌어 조금이라도 줄기가 없는 곳으로 옮긴 아현은 레밍턴 모델 870과 가지고 있던 산탄 총알 100여 발을 태현 옆에 놔두었다.


“걱정하지 마. 어떻게든 버티니깐. 얼른 저 망할 자식이나 없애버려.”


아현은 억지로 짓는 태현의 미소를 보고 얼굴이 굳은 채 앞으로 나아갔다.


‘최대 10분! 그 안에 끝내야 한다.’


다시 포이즌아이비 앞에선 아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더는 태현이 있을 때처럼 하나하나 없앨 순 없었다.


‘일일이 제거하기엔 시간이 모자라다 최대한 피하며 가야 한다.’


결심이 굳은 품에서 하나의 주사기를 꺼냈다.


‘드리머를 쓰게 될 줄…’


주사 안에 들어있는 초록색의 액체를 보며 아현은 착잡한 듯 혀를 찼다. 드리머는 괴수의 체액과 코카인을 일정 비율로 섞어 만든 일종의 마약인데 단시간이었지만 집중력이 높아지고 사고의 폭이 넓어지지만, 중독성이 보통의 코카인보다 훨씬 강했다.


‘이곳을 뚫고 갈려면 어쩔 수 없다.’


준비 기간이 길었거나 태현이 조금만 더 버텼으면 쓸 일이 없겠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팔에 찌르는 게 빠르지만, 정맥을 찾기엔 시간이 없기에 급하게 아현은 그대로 자신의 허벅지에 찔러 주입했다.


드리머가 들어오는 순간 순식간에 기분이 고양됨이 느껴지며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은 순간적으로나마 주위 풍경이 정지한듯한 느낌을 들며 마치 자신이 신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였다.


‘신은 무슨 뇌를 불태우는 거겠지’


압도적인 정보가 머릿속에 흘러들어오자 잠깐 머리가 깨질 듯 아팠지만, 다시금 마약의 기운에 취해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졌다. 그 기분을 느끼며 아현은 조금 더 시간을 잘 쪼갤 수 있었고 거의 미래를 보는듯한 움직임으로 포이즌아이비의 줄기들을 피하거나 없앴다.


일반인이지만 극한까지 자신을 단련했었던 회귀 전에는 이런 순간이 몇 번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 순간에 빠진 아현을 보며 마치 미래를 보는 것처럼 간결한 움직임으로 적들의 공격을 피한다며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그의 움직임을 보고 그 깊이를 알고 있는 자들은 전율이 일만큼 대단했다.


넓어진 시야에 아현은 포이즌아이비의 잎의 문양까지 또렷하게 각인되어 보였다. 그의 뇌 속은 지금 신경세포들이 축제하듯 엄청난 호르몬들을 뿜어내면서 극도로 민감해진 오감이 보내지는 정보는 말 그대로 공기의 흐름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포이즌아이비의 움직임을 토대로 공격을 판단,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아현은 현충원 탑으로 달려갔다. 즉 드리머를 주사하기 전과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는 아현이지만 이미 포이즌 아이비의 공격 루트를 파악이 되어 가시와 채찍은 이미 아현이 지나간 자리만을 베어내거나 혹은 미리 돌격소총을 갈겨버려 아예 자라나지 못하도록 해버렸다.


‘앞으로 5분!’


드리머의 지속효과는 그리 길지 않았다. 아니 아현이 쓰기 때문에 보통 괴수의 용액을 섞기에 하루 정도 가는 반감기가 길게 잡아야 10분을 못 버텼다. 그리고 그 후에는 머릿속에 남아있는 온갖 호르몬과 화학작용에 며칠은 요양해야 했다.


과부하가 걸린 뇌가 요동을 치듯이 아현의 눈은 붉게 충열되어있었고 코에는 코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긴 것만 같던 100m를 돌파한 아현은 재빨리 돌격소총의 탄창을 마력 탄으로 바꿨다. 포이즌아이비의 중심부는 버스터즈의 총탄 정도로는 통하지 않았다. 순도가 높은 마력 탄으로 갈겨야 여자의 은밀한 곳처럼 깊숙이 숨겨놓은 씨방이 보일 것이다.





안녕하세요 수미향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보시지도 않으시고 회마다 댓글을 남기는 분은 제가 보는 즉시 신고겸 삭제 처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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