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순정에 반하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로맨스

봄결
작품등록일 :
2016.03.31 08:14
최근연재일 :
2016.04.03 12:1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123
추천수 :
2
글자수 :
129,573

작성
16.03.31 08:53
조회
86
추천
0
글자
12쪽

[프롤로그] #1-2 늑대 선비.

DUMMY

그는 매일 뜸 들이는 일을 빼먹지 않고 하루도 빠짐없이 벗인 현에게로 향했다.

장작, 그 기간은 그믐달이 다가오기 하루 전날까지 이루어졌다. 이제, 하룻밤만 보내면 그믐에 접어든다.


그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그믐달이 뜨는 그 밤. 방안에 누워 있던 경은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처음 개에 물리고 한시도 그 생각을 떨쳐버리지를 못 했다. 개에 물린 상처는 말끔히 나았지만 그래도 잠복기간까지는 뜸을 떠야 했다. 바닥에 누워 있던 경은 제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 사이, 헌은 제 친구를 위해 구할 수 있는 약초와 약제들을 구하다가 정성 들여 탕약을 달이고 있었다.


이윽고 매운 연기가 그의 얼굴에 닿자 기침소리를 냈다.


“콜록, 콜록.”


헌은 매운 연기에 기침을 연발하며 눈을 찡그렸다. 그 소리를 들은 경이 밖으로 모습을 비췄다.


“이리 정성 들여 탕약을 준비하니. 혹, 자네가 여인이었다면 내 아마도 자네와 혼례를 치렀을 것이네.”


“천만 다행이군. 자네 같은 사내와 혼례를 치르지 않게 되어서.”


“무슨 말을 그리 하나.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덤비는 것인가?”


“농담을 하는 걸 보니 조금은 안정을 되찾았나 보군.”


“곧, 있으면 그믐달이 다가오겠지.”


“그래도 보기보다 진행 속도가 더디는 걸 보니 필시 차도가 있는 게 틀림없네. 그리고

아직 다가오지 않는 미래를 너무 걱정부터 하지 말게.”


경은 벗인 헌의 걱정해주는 말에도 좀처럼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 했다.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정신이 팔린 사람처럼 먼 곳을 응시했다. 왜 이리 시간은 하루가 멀다 하고 덧없이 흘러가는지.


남의 속도 모르고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이 야속했다. 잠시나마 멈추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두루 있었다. 가는 세월을 붙잡는다고 무슨 소용 있을까 싶지만.

그에게는 남달랐다. 앞으로 그믐달. 다가오는 그믐달이 고비였다.

어느덧. 또다시 시간은 물 흐르듯 흘러갔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가 그토록 염려했던 그믐달 밤이 찾아오고 금세 해가 저물었다.


그는 그대로 앓아누웠다. 그는 이제야 올 것이 왔다는 듯 모든 걸 내려놓았다. 그는 사경(死境)을 헤매는 사람처럼 몸을 여기저기 뒤척였다. 몸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사지가 뒤틀리고 갑자기 무섭게 경련이 일어났다. 이대로 죽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정신을 내려놓았다. 깊은 잠에 취한 듯이 꿈을 꾸었다. 온통 새까만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고양이 마냥 주위를 살폈다. 한참을 뒤돌아보지 않고 걷는 그때, 고여 있는 우물 안을 발견했다.


그는 얼굴을 내밀었다. 둥근 달을 비추던 우물은 그의 얼굴이 아닌 짐승의 모습으로 뒤바뀌었다.


그 순간, 그의 두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헉.”


뒤숭숭한 꿈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마치, 실제로 겪은 일처럼 느껴졌다. 분명, 사람의 현상이 아니었다.


온몸에 털이 나 있고 네 발 달린 짐승... 그러니까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그것은...... 늑대였다.


못 볼 걸 본 사람 마냥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상투를 튼 머리에 갓을 쓰고 몰래 대문 밖을 나온 경은 이대로 자신의 벗인 현에게로 향했다. 갓을 쓴 채 고개를 들어 올리자 유난히도 밝은 보름달이 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분명, 몸 어딘가에 이상신호가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 어찌 그런 요망스러운 꿈을 꾸게 된 것인지. 그는 어두운 밤길을 서둘러 걸었다.

그 사이, 불길한 징조가 엄습해 오듯 먹물처럼 검은 구름이 달을 숨겼다. 한참을 걷고 있는 그때.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악.”


어금니를 '꽉' 깨물며 알 수 없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점점 몸의 변화를 느끼게 되었다. 어딘가 모르게 형체가 바뀐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랬다. 분명 그는 변해 있었다. 하지만 제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자 물웅덩이를 찾아 헤맸다.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대체 자신에게 또다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흙탕물이 고인 물웅덩이를 발견했다.


왜 이런 순간엔 몸이 말을 듣지 않는지. 다소 천천히 걸음을 내디디며 얼굴을 내밀었다. 일순간. 그는 놀라운 관경에 정체성을 잃은 듯 잠시 혼란에 빠져들었다. 잠깐. 이 장면은...... 방금 전, 꿈에서 본 현상과 비슷했다. 아니, 같았다.


한데, 어째서...... 죽지 않고 늑대로 변한 것인지..... 누가 속 시원하게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 했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 것인지. 그는 직접 두 눈으로 보고도 여전히 못 미더웠다.


누군가 장난을 치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꿈속을 현실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후자 쪽은 더더욱 아닐 것이라는 건 확신했다. 깊게 생각해 봤자 의미 없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현실을 부정한 다고 해도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오직 그 방법 밖에 없었다. 현실에 수긍해야 한다.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하고 불신이 생기고 복합적이었다.


하루빨리 늑대의 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익숙지 않는 탓에 몸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유연한 몸놀림을 하며 끝없이 펼쳐진 거리를 질주했다. 그렇게 얼마쯤 지나자 그는 늑대의 모습을 한 채 벗에게로 향하며 문 앞에 다가섰다. 불이 꺼져 있지 않은 걸 보니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다소 나직한 목소리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나일세. 경. 문 좀 열어 줄 수 있나?”


방 안에 있던 헌은 웬일로 경이 이 야심한 밤에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궁금해하며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허걱.”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헌은 제 눈을 의심했다. 대체 자신이 무엇과 대면하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안 섰다. 방금 전 그가 들었던 음성은 분명, 벗인 경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앞에 서 있는 건 늑대였다.


“에이, 설마. 어떻게 사람이 한낱 미물인 짐승으로 변한단 말인가? 하하하.”


헌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손사래를 치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웃어넘겼다.


“그게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헌은 또다시 놀라며 이 번엔 덥석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니, 어... 어떻게... 늑... 늑대가...... 말을 하지?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헌은 두 눈으로 두 귀로 확인까지 했는데도 못 미더운 표정을 내비쳤다. 그는 곧 제 볼을 꼬집으며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했다.


“아앗.”


아픈 것을 보니 꿈은 아닌 듯했다. 맞은편 늑대로 변한 경은 네발을 움직이며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 그만 좀 놀라지.”


그리고는 잽싸게 툇마루 위로 올라가며 그의 곁에 비스듬히 앉았다. 헌은 늑대가 자신의 바로 곁에 있자 경악을 금치 못 했다.


헌은 한 쪽 손으로 휘휘 저으며 저항했다.


“어휴, 내 이럴 줄 알고 준비 하길 잘 했지.”


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는 물고 있던 반쪽 자리 옥패 하나를 제 벗의 발 밑에 떨어트렸다. 헌은 그대로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집어 들었다. 그는 유심히 바라보며 이내 제 몸 안에서 똑같이 생긴 옥패를 들어 보이며 양쪽 손으로 짝을 맞추었다. 단 번에 반달 모양을 띠던 두 옥패 가 둥근 모양이 되었다.


“아니, 이럴수가!”


“이제, 믿겠는가?”


헌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 왔다.


“정말, 경 자네가 확실한 건가? 한데, 어째서 사람의 말을 하는 겐가?”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 하였네.”


“그렇군. 근데, 어느 순간에 늑대로 변모(變貌)하였는가?”


“그것 또한 의문투성이라네. 왜 죽지 않고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자네라면 혹, 알지 않을까 해서 답을 듣고자 이 모습을 한 채로 온 것이네.”


“흠...... 한데, 나 역시 그 이유를...... 솔직히 나도 이 일에 대해 전문분야가 아니라 모르겠네. 뭐, 오래된 문헌을 한 번 찾아보기는 하겠지만....... 나와 있을지 장담은 못 하네.”


“그렇군.”


“한데, 언제까지 늑대의 모습으로 하고 있어야 하는 건가? 하긴, 물어봐서 무엇하리. 그것도 아직 답을 찾지 못 하였겠지? 오늘 처음 변모(變貌) 한 것이니.”


경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경은 오늘 밤은 벗인 헌의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 꼴로 집으로 갔다가 혹, 몸종이라도 보는 날엔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랐다. 그리고 야심한 시각에 늑대인 모습을 한 채 배회했다가 사람들에게 들킬까 염려가 되었다.


경은 그대로 방안까지 들어와 몸을 축 늘어트린 모습을 한 채 있었다. 여전히 헌은 자신도 모르게 힐끗 바라보다가 깜짝 놀라곤 했다. 그렇게 또 얼마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어느덧 깊은 산꼭대기 아래에서 모습을 감췄던 해가 반쯤 모습을 드러냈다. 새벽을 알리며 울던 암탉이 울음을 멈추자. 어느새 해는 서서히 중천으로 향했다. 그제야 경은 마법에 풀린 사람처럼 본래의 제 모습을 되찾았다.


그는 언제 또 자신의 몸이 늑대로 변하고 바뀌었는지 대충 감이 왔다. 해시(亥時)가 될 무렵 늑대의 모습으로 변모(變貌) 하였다가 해가 뜨는 시각인 묘시(卯時) 가 되어서야 몸은 원래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목숨은 부지했지만...... 그리 기쁘지만은 않았다. 인간의 모습을 한 늑대라니. 늑대의 모습으로 변한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할지 먹먹해왔다. 그런데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모습은 늑대로 변했을 뿐 말은 할 수 있었다.


또, 보름을 기점으로 그믐달. 즉 두 번 의지와 상관없이 늑대로 변한 다는 점이다.

하나, 자유자재로 늑대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은 있었지만 부득이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예를 들면. 자신에게 불길한 기운이 느껴질 땐 언제든지 늑대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다.


처음 늑대의 모습으로 변하고 다시 날이 저물자 보름달이 떠올랐다.


“어째서 하필이면 늑대의 모습으로 변한 것인지?”


“아마도. 개와 비슷한 짐승이 늑대라서 그럴 것이네.”


“그게 무슨 말인가?”


“보통 개고라고 하면 늑대나 너구리, 여우, 승냥이를 말하네.”


“그런 것이었군. 한데, 날 공격한 그 개는 어떻게 되었는지 심히 궁금하군?”


“분명, 보나 마나 죽었을 것이네.”


“흠......“


“개들은 사람을 공격한 다음 며칠 못 가서 목숨을 내놓지.”


“그렇군. 한데, 자네는 두렵지 않은가? 자네 곁에 늑대로 변한 채 앉아 있는데.”


“두려울 것이 뭐가 있는가. 우리의 우정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사이는 아니지 않나? 어차피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변할 터인데. 뭐가 무섭고 두렵겠는가. 나는 지금의 자네도 좋다네. 하하하.”


헌은 그에게 환한 미소를 보여주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깊은 밤. 툇마루 위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은 날이 저물 때까지 함께 했다.


오늘도 어두운 하늘을 환하게 비춰주는 달과 그 사이에 수많은 빛을 내뿜고 있는 별들은 촘촘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작가의말

처음 늑대인간의 모티브를 정하면서 네이버에 늑대인관에 관련된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중 미친개에 물려서 늑대로 변한다는 설이 있더군요. 그리고 말을 하는 늑대는 트와일라잇을 모티브로 했구요. 이제, 늑대의 모습으로 변모한 늑대선비 박경의 이야기와 우리 남장여자 허초희의 로맨스 기대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늑대의 순정에 반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14. 닿을 수 없는 그대. +1 16.04.03 92 0 21쪽
15 #13. 돌연변이의 탄생(2) +1 16.04.03 33 0 15쪽
14 12화 돌연변이의 탄생(1) +1 16.04.02 77 0 29쪽
13 #11. 수수께끼의 선비(2) +1 16.04.02 46 0 21쪽
12 #10. 수수께끼의 선비. +1 16.04.01 58 0 21쪽
11 #9. 비와 당신...... 그리고 +1 16.04.01 39 1 21쪽
10 #8. 천명(天命) +1 16.03.31 64 0 16쪽
9 #7. 달 밝은 밤. 두 사내의 은밀한 조우. +1 16.03.31 31 0 19쪽
8 #6. 님과 함께...... 달 밤을 거닐며. +1 16.03.31 66 0 21쪽
7 #5. 화려함 속에서 살아가는 외로운 부용화 꽃 한 송이. +1 16.03.31 103 0 11쪽
6 #4. 흩날리는 벚꽃 잎이 떨어지는 어느 멋진 봄날. +1 16.03.31 28 0 17쪽
5 #3. 앙칼진 새끼 고양이 +1 16.03.31 22 0 10쪽
4 #2. 한 여인과 두 사내 +1 16.03.31 93 0 21쪽
3 #1. 남장여자 & 묘(妙) 한 선비 +1 16.03.31 86 0 13쪽
» [프롤로그] #1-2 늑대 선비. +3 16.03.31 87 0 12쪽
1 [프롤로그#1. 만월(滿月)의 밤] +3 16.03.31 199 1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