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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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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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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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개인방송 (1)

DUMMY

“승아, 유라시아 안다고 했지?”

“네.”

“뭐하는 건진 알어?”

“뭐.. 인터넷으로 방송하는거 아니에요? 인튜브가 동영상이라면 유라시아는 실시간 방송. 개인이 전에 라디오 방송하던거에 영상까지 해주는 거잖아요.”

“그래. 잘 알고 있네.”

“근데 지금 가는데는 어디에요?”

“지금.. 음.. 흑기사 라고 알어?”

“그게 뭐에요?”


리나가 포함된 그룹 CIVA가 가는 곳은 최근 인터넷 개인 방송으로 조금씩 떠오르고 있는 ‘유라시아’의 한 방송이었다. 이 당시에는 CIVA와 같은 유명 연예인이 개인 방송에 나오는 것이 거의 있지 않았지만,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중 한사람이 리나와는 고등학교 친구였기에 인연이 닿아 출연을 해 주러 가고 있는 중이었다.


리나가 나온 고등학교는 연예종합 고등학교였기에 연기나 연극, 또는 방송 쪽의 일을 많이 했었는데, 리나와 친해서 같이 몰려다녔던 친구들 중 끼가 넘쳤음에도 게임에 빠져서 그쪽일을 전혀 하지 않았던 녀석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연락이 닿았는데 유라시아에서 개인 방송을 한다는 말을 듣고서 리나가 지원차 가게 된 것이었다.


그 친구의 아이디는 [흑기사]


라니지 라는 인기 게임의 직업중 하나를 아이디로 삼을 정도로 게임안에서는 거의 지존급의 능력을 자랑했다. 그도 그럴것이 학생때, 라니지가 생기고 나서부터 계속 해왔으니 말이다. 지금 리나들과 승아는 이 흑기사가 하는 개인방송에 가고 있는 거였다.


리나의 설명을 들은 승아는 리나에게 질문했다.


“언니.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요. 흑기사라는 라니지 게이머가 하는 개인 방송의 방송국을 지금 간다는 거잖아요?”

“응.”

“근데 그게 사람 만나고 친구 사귀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승아는 지금 가는 곳에 대해 듣자마자 얼굴이 살짝 찌뿌려지며 무표정한 얼굴에 살짝 금이 갔다. 온라인 게임이라니. 자신이 했던 신들의 황혼은 아니지만 라니지는 더 심한 중독성이 있는 게임 아닌가? 그런 온라인 게임에서 사람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다. 게다가 계속 하던게 게임이라 사람을 좀 만나려는데 다시 게임이라니? 승아의 얼굴은 당연히 찌뿌려질 수밖에 없었다.


“얘는, 일단 여러 사람을 만나보려는거야. 너보고 라니지를 하라는게 아니구. 오늘 만날 사람이 게임에 관한 방송을 하는 사람인 거지 네가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니까? 이렇게 이사람 저사람 만나보는 거지.. 안 그래?”

“에.....”


리나의 말을 들어보니 또 그런것도 같았다. 왠지 말리는 것 같기는 했지만 말이다.


**


어느덧 차는 달려 한 빌라에 도착했다. 빌라는 낡고 오래되어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도 깨끗하거나 한 것과는 거리가 먼 상황. 건물안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안의 모습을 유추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매번 깔끔한 곳에서 화보 촬영이나 광고 촬영, 예능 촬영 등만을 해 온 민아는 기분이 좋지 않아졌다. 주변을 보고 눈살을 찌뿌린 민아가 말했다.


“봉춘오빠. 우리 여기 들어가야 해요?”

“그러니까. 아.. 나도 리나가 가자는데가 이런덴줄 몰랐지. 리나야. 이거.. 여기 맞아?”

“맞아요. 보기엔 그래도 안에는 깔끔해요.”

“여기 막 범죄자 소굴이나 이런데 아니야?”

“아니야. 무슨.. 내 친구가 범죄자니? 얘는 말을 해도..”

“아니.. 그렇잖아. 이런 낡은 빌라에...”

“돈으로 사람 평가하지 말라고 했다?”


리나는 민아에게 쏘아준 뒤 성큼성큼 지하를 향해 내려갔다.


빌라같은 곳은 보통 반지하가 지하층을 이루고 있게 마련인데, 이곳은 반지하가 아니라 그냥 지하였다. 1층은 1.5층이 아니라 그냥 1층. 덕분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길었다. 계단에는 때가 덕지덕지 껴 있어 청소하는 사람이나 있는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고, 각종 전단지가 세월에 풍화되어 쓰레기처럼 널려있었다. 벽에는 전단지가 붙었던 테이프 자국과 전단지가 찢어진 것들이 이리저리 껌딱지처럼 붙어있었고 말이다.


성큼성큼 아래로 내려가는 리나와 달리 민아는 벽에 옷 가장자리라도 닿을까 질색하며 내려갔다. 그 뒤를 웨이와 승아, 그리고 매니저 봉춘이 따라갔다.


띵동!


벨리 울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띵동띵동!!


여러번 리나가 벨을 울렸지만 안에서 나오지 않자 리나는 전화를 걸었다.

라니지 키나즈의 메인 오프닝 음악이 전화기 컬러링으로 깔리는 것이 옆에서 들리는 것으로 보아 정말 팬인가 보다고 승아는 생각했다.


딸칵.


- 여보세요.

“야! 나야. 리나. 문 안열어?”

- 어. 집 앞이야? 잠시만. 아! 여러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조금뒤 깜짝 놀랄만한 손님들이 저희 방에 찾아오십니다.

“정규, 방송 이따하고 얼른 문 열어라. 나 화나기 전에.”

- 아. 으응. 여러분. 방송 5분만 잠시 노점 모드로 돌리겠습니다. 5분 뒤에 찾아뵙겠습니다.


흑기사, 정규는 학창시절 친구로서 리나의 성격을 알기에 얼른 방송을 잠시 중단한다고 멘트를 치고는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정규는 잠금쇠가 여러개 걸려있는 문을 풀고 육중한 문을 밀어젖혔다.


끼이익..


짧은 통화가 지나고 던전 끝의 보스방과도 같은 낡은 자태를 자랑하던 녹슨 빌라 문이 열렸다. 빌라 문이 분명히 페인트칠을 했을 텐데 끼긱거리고 낡은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정말 관리를 하지 않은 듯했다.


매니저인 봉춘은 들어가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런거 경첩에 WD40 좀만 바르면 소리 안나는데..”


잡일까지 하는 매니저의 본능은 이런 자잘한 곳에서 발휘되고 있었다.


문을 열어준 정규라는 청년은 리나와 나이가 같아보이는 20대로 보였다. 뿔테안경을 쓰고 샤프한 기럭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외모도 말끔한 편이었다. 폐허속의 반지하같은 건물 외관과는 달리 흑기사, 정규의 개인방송국이자 집 겸용으로 쓰이는 공간도 제법 깔끔했다. 안에는 싸구려 집 같지 않게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었고, 공기 정화기와 제습기, 그리고 주방 기구들까지 거의 모두 새것에 외제였다. 국산이 일부 보이기는 했지만 전부 고가 제품들. 거실의 쇼파 또한 상표명은 알 수 없지만 제법 고급스러워 보였다.


민아는 거실에 있는 엔티크한 느낌이 나는 3인용 쇼파를 쓰다듬고 그 감촉에 놀랐다. 이건.. 천연 소가죽?


“이.. 이게 반지하 집의 가구라고?”

“아.. 뭐. 그렇죠.”

“뭐하시는 분이에요? 이거 쇼파 천연 소가죽 아니에요?”

“아.. 그걸 알아보는 분이 있.. 어라? 윤승아 선수 아니에요?”

“아.. 네.”


쇼파를 만져보고 인조가죽이 아니라 천연 소가죽인 것을 알아채고 놀란 민아가 흑기사에게 물었지만, 흑기사라고 불린 청년은 민아의 질문을 무시한채 바로 옆에 따라온 승아에게 눈길을 돌렸다. 게임의 장르가 틀리다고는 하지만, 승아는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를 수 없는 존재였다. 민아나 웨이같은 걸그룹 가수보다도 더욱.


“야. 우리 걸그룹이다. CIVA가 다 왔는데 윤승아 밖에 안보이지?”

“쳇. 니가 무슨 걸그룹이냐. 너도 이제 늙었.. 케켁..”

“어디 한번 간만에 헤드락에 죽어볼텨? 이게 죽을라고 묫자리를 팠나..”

“항복! 항복!!”


입을 평소처럼 가볍게 놀린 흑기사는 학교시절처럼 뒤에서 목을 강하게 감아오는 리나에게 헤드락을 걸리자 바로 리나의 팔을 탭하듯 치며 항복을 외쳤다. 하지만 윤승아 밖에 보이지 않는걸 어떻게 하란 말인가!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는 솔직히 걸그룹도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사람을 꼽자면 프로게이머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윤승아가 여기 와 주다니..


항복하고 리나의 마수에서 벗어난 흑기사, 정규는 이게 꿈이냐 생시냐는 눈빛으로 승아를 바라보았다. 승아는 화면에서 볼 때보다 확실히 성장해 있어서 리나들의 사이에 있자 4인조 걸그룹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옷도 팀복이 아니라 평상복이었는데, 이게 특별한 화장이 없이 기초화장만 했는데도 옆의 리나나 민아보다 빛나보였다. 적어도 정규의 눈에는 말이다.


“아. 이럴때가 아니지. 나 방송중이었어.”

“그 방송이란 걸 오래 하시나 봐요?”

“네. 뭐. 한번하면 3시간은 기본이고 12시간도 하고 18시간도 하고 그러죠.”

“그렇게나 오래요?”

“네. 한번.. 보실래요?”

“좋아요!”

“잠깐. 웨이. 흑기사님.. 정규씨라고 했나요?”

“네. 매니저님.”


방송이란 것에 좋아서 따라가 보려는 웨이, 그리고 무표정하지만 이 시가의 개인방송에 대해 실제로는 처음 보는 승아가 약간 기대감을 가진 얼굴로 흑기사를 쳐다보고 있을 때, 태클을 건 것은 CIVA의 매니저인 봉춘이었다.


“그.. 개인방송이면 방송이 전국적으로 나가는 거 맞나요?”

“네. 뭐. 그렇긴 하죠. 제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에 한해서지만요.”

“제가 이번 출연에 대해서 사장님께 들은 바가 없는데요. 그저 여기 같이 가라고만 했고..”


매니저인 봉춘이 난색을 표하자 승아를 볼 때의 팬과 같은 눈빛이나 리나를 볼 때의 친구를 보던 평범한 모습과는 달리 안경을 고쳐 쓴 정규는 진지하게 말했다.


“매니저님.. 이시라고 했죠?”

“그렇습니다만?”

“지금 리나의 개인 행동이라면 매니저님이 여기 오시지 않았겠죠. 그렇죠?”

“그렇죠.”

“그런데 매니저님이 여기 오셨다는 것은 사장님께 보고된 내용이고 팀 단위로 움직이는 내용이겠지요?”

“그렇죠. 그건 왜 물으시죠?”

“그런데 그게 왜라니요. 매니저님. 매니저님이 여기 따라오셨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매니저님의 소속사, 그러니까 리나의 소속사에서 CIVA의 활동으로 이미 이야기가 다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건...”

“그런데 그걸 여기 와서 출연에 대해 들은바가 없다고 하시면 곤란하죠. 이미 이야기는 다 된 상태입니다. 매니저님이 같이 왔다는 것 자체가 여기 출연하시는 거죠.”

“으음...”


그랬다. 사실 리나가 승아에게 개인적으로 놀러가자고 한 것이라면 웨이나 민아는 같이 오더라도 매니저인 봉춘이 같이 갈 이유는 없었다. 아무리 인기 가수라지만 매니저가 같이 갈 이유가 있나. 이미 리나의 회사와 다 이야기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승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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