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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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복이아빠
그림/삽화
내복이아빠
작품등록일 :
2011.05.26 12:44
최근연재일 :
2019.01.29 07:06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9,354
추천수 :
90
글자수 :
250,466

작성
17.10.14 12:56
조회
138
추천
1
글자
8쪽

제3장 도망 - 9

DUMMY

"희아양, 몸조심 해요. 어디 다치지 말고."


"응. 나래 언니도 건강해야 해요. 다음에 만날 땐 남자친구랑 같이 나오기."


"아.......음."


이른 아침, 하나암 내성의 대문 앞에서 몇 명의 말탄 싸홀아치들과 긴나래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희아와 긴나래는 그 사이 정이 많이 든 모양이었다. 서로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다음을 기약했다. 희아와 인사를 나눈 긴나래는 이리에게도 경례를 하며 인사를 건네었다.


"저한테는 경례 안 해도 된다카니까는."


이리가 핀잔을 주자 긴나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이상하게 이리님께는 자꾸 경례를 하게 됩니다."


"다음에는 님이라 붙이지도 말고. 우리 나이 차도 얼마 안 날낀데 무슨 님입니꺼."


"몇 살이시기에......."


"스물 일곱. 긴나래씨는?"


"스물 다섯.......입니다."


긴나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리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챘지만 짐짓 모른채 하곤 말을 이었다.


"뭐 두 살 밖에 차이 안 나는 구마-. 다음에 볼 땐 친구 하자 친구. 몸조심하고, 위험한 임무니까."


하나암의 싸홀아치들이 몇몇 같이 간다고는 하지만, 최악의 경우 이리가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포위망을 뚫고 성 안으로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긴나래가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하며 조금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오빠도. 고생하세요."


므사이는 따로 배웅을 나오지 않았다. 하나암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이런 작은 일에 일일이 배웅을 나올 필요는 없었다.

이윽고 긴나래와 싸홀아치 일행들이 말을 움직였다. 긴나래는 마음이 급했던지 출발하자마자 박차를 가했다. 그들은 금방 희아와 이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리와 희아는 다시 내성으로 들어갔다. 드나들면서 느끼는 거지만, 저 호수와 배는 몇 번을 봐도 쉽게 적응하지 못 할 것 같았다. 특히 배와 호수를 처음 보는 희아가 그랬다. 하지만 호수 위를 한적하게 떠다니는 오리배는 무척 좋아했다.


"귀여워. 둘이서 타면 운치 있기도 하고. 그리고 뭣보다도 진짜 오리 배에 들어가는 기분이야."


오리배에 올라타며 희아가 한 말이다.

그들의 선실로 돌아오자마자 이리는 요대와 두루마기를 벗어 던지고선 침대에 몸을 뉘었고, 희아는 침대 맡에 앉아 이리의 배를 콕콕 찔러대며 장난을 쳤다. 이리가 아프다고 역정을 부려도 이리의 표정이 재미있다며 쿡쿡 눌려대었다.

한동안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오."


희아가 여전히 이리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고, 곧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희아가 한번 본 얼굴인 듯 인사를 건넸고, 여자는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고는 이리에게 말했다.


"큰쥬진께서 찾으십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리는 몸을 일으켜 벗어두었던 두루마기를 걸치고 하녀를 따라나섰다. 희아 역시 종종걸음으로 이리의 뒤에 바싹 붙었다.

전의 그 방이 아닌 다른 방에서 이리를 맞이한 므사이는 깔끔한 복장으로 책상에 앉아 있었다. 빽빽한 책들과 책상 위에 늘어져 있는 서류들을 보니 아마 집무실인 듯 했다. 므사이는 희아와 함께 들어오는 이리를 보고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던졌다.


"왔는가. 아가씨도 오셨구려. 거기 의자에 앉으시게."


이리는 고개를 살짝 숙여보이고는 책상의 맞은편, 방의 가운데에 있는 탁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의자를 빼려했는데, 눈가를 살짝 찌푸리는 게 아직 힘을 주면 배가 아픈 모양이었다. 옆에 앉으려던 희아가 의자를 대신 빼주고 칭찬해달라는 듯 머리를 내밀었다. 이리는 헛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모서리에 걸터앉은 채 그 모습을 보던 므사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둘은 항상 깨가 쏟아지는구먼."


"부러우시면 마님께 잘하세요."


희아는 혀를 쏙 내밀었고, 므사이는 호탕한 웃음을 내었다.

웃음이 잦아들고, 이윽고 므사이가 입을 열었다.


"한울이의 행방을 찾은 것 같네."


이리의 얼굴이 아주 잠깐 동안 밝아졌다가 다시 평소의 빈정대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살아는 있답니꺼."


"글쎄. 그거야 나도 잘 모르지."


"그나저나 겁나 빠르네예."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이 어제였는데, 오늘 그 행방을 찾았다는 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하나암 안에 있다고 해도 그렇게 빨리 찾지는 못할 텐데. 이리가 의문을 표하자 므사이는 시원하게 시인했다.


"찾으려고 찾은 건 아니고, 하늬바다(서해)의 바다일벗치(해적)들을 주기적으로 살피는 바다살피아치들에게서 오는 알리미 비둘기가 가져온 글월의 내용 중에 있더군. 도착한지는 며칠 됐네만 이제야 확인을 해서. 뭍을 신경 쓰다 보니 바다 쪽에 좀 소홀해지더라고."


"무슨 내용입니꺼?"


"하늬바다에서 활동하는 바다도적들 중 붉은 바탕에 여섯 개의 별을 표식으로 사용하는 일벗치무리개(도적단)가 있다고 하네. 본래는 장수무리(상회)라는데, 그 이름도 여섯별 장수무리라는 모양이야. 그 놈들이 노예매매를 하는데, 그 <물건>들 중에 비어랑 한울이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야."


"한울? 혹시 비어랑 햐근쥬진 얘기하는 거야?"


희아가 말했지만 이리도, 므사이도 무시한 채 계속 말을 이었다.


"정보가 지나치게 구체적인 거 아입니꺼."


이리가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므사이가 지도를 펼쳐 보이며 설명했다.


"여기가 하나......."


"우와아-. 이게 가우리 지도구나."


희아가 므사이와 이리의 사이에 자꾸 얼굴을 들이밀며 끼어들자 이리가 그녀의 머리를 감싸 안아 자신의 가슴팍에 갖다 대며 입을 막았다.


"읍, 읍!"


므사이는 감사의 의미로 한쪽 눈을 찡긋했다.


"-암이고, 그 위쪽으로 마을들이 몇 개 보이는가? 하나암에 속해있는 마을들이네. 여기 이 바닷가 마을에서 어쩌다 붙잡힌 변변찮은 폭력범를 조사했는데, 여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자기네 장수무리에서 이번에 사들인 노예들의 명단이 나왔다는 거야. 거기에 자신이 비어랑 한울이라고 주장하는 갈빛머리 청년이 있었다는군. 알다시피 한울이는 지금 죽은 걸로 알려져 있지."


"정보의 신뢰도는?"


“셋 중 하나....... 정도일까.”


셋 중 하나라면 '아님 말고' 정도의 신뢰도였다.


“뭐, 살피아치의 보고서로 올라온 정보니까, 그 놈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면 그런 주장을 하는 청년이 있다는 것 자체는 사실일 걸세. 거짓말 치고 너무 구체적이기도 하고, 또 굳이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리는 지도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언제까지고 하나암에서 머물 수는 없다. 그리고, 지금이야 므사이의 마음에 들어 편히 지낸다고는 하지만 여러 상황이 뒤바뀌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이아 스마허!"


아사달과 그 뒤에 있는 천한번째밤이 희아를 원하다는 걸 므사이가 알게 되면 분명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리는, 최대한 어디에 소속되지 않은 채 희아를 데리고 가우리 땅을 뜨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다일벗치(해적)라면....... 어쩌면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제가 조사 해 보지예. 준비되는 대로 가겠습니더."


"부탁하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게."


이리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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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5장 붉은 머리의 여자 - 4 17.11.22 123 1 9쪽
46 제5장 붉은 머리의 여자 - 3 17.11.22 11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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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5장 붉은 머리의 여자 - 1 17.11.21 164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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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4장 지난날의 그림자 - 9 17.10.20 121 1 12쪽
41 제4장 지난날의 그림자 - 8 17.10.18 13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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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제4장 지난날의 그림자 - 3 17.10.15 244 1 8쪽
35 제4장 지난날의 그림자 - 2 17.10.14 123 1 9쪽
34 제4장 지난날의 그림자 - 1 17.10.14 114 1 10쪽
» 제3장 도망 - 9 17.10.14 139 1 8쪽
32 제3장 도망 - 8 17.10.13 15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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