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 운명을 구부리는 산
어둠이 고요함으로 내려앉은 신전. 솟은 푸른 산림 위에 세워진 웅장한 건축물 안이었다.
한 소년이 안경을 고쳐썼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양 손으로 헤집었다.
"조금만 더...조금만...더."
넓은 공간에 덩그러니 있는 소년이 신음했다. 답답한 메아리가 흰 대리석 벽에서 튕겨나와 그를 괴롭혔다. 오직 작은 등불에 의존해야 했기에 눈도 침침했다.
벽에 쓰인 글귀를 두루마리에 옮겨 적고 있었다. 글귀라고 정의 내리기엔 문자 회화에 가까운 것들에 골머리가 썩었지만.
손이 저절로 움직이던 중, 어느새 따라 읽고 있었다.
"으음...이 문자 둘이 신비를 뜻하는 거였나. 이건 금지라는 뜻이고. 이건...유일함?"
갈수록 아리송해져가는 글귀였다. 소년은 몬스터 한 마리 안 남은 던전에서 뭘 하고 있나 생각되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잖아? 젠장, 이 자식들 말은 배우라고 만들어 놓은 거 맞아?"
벽의 갈라진 틈새가 문장을 한 차례 끊었다. 먼지 투성이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 또한 한 차례 휴식하기로 결정했다. 오늘로 50가지 문장을 번역하려 하니 눈앞이 침침했다.
멋대로 신전을 비운 제국인들의 흔적을 조사한 것도 이젠 1년이 되어 간다. 끊으려도 차츰 매료되어 버린 것이 여기까지 와 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산악 지역이기에 괴수조차 없다. 약해 빠진 하수 몬스터들이 대공황 전 시절 그대로 남았다. 손쉬운 생존에 힘입어 연구는 끝을 몰랐다.
그러면서도 가끔 떠오른 것들에 가슴 한가운데가 뭉클했다. 지금도 그렇고.
"그 녀석들은 어찌 지낼라나..."
튜토리얼 동기들. 시작의 마을에서 만난 친구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뿔뿔히 흩어지지 않았을 그들에 씁쓸히 웃었다.
으쌰. 다리에 힘을 줘 단번에 일어났다. 눈앞에 떠오른 기억들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렇게 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고하듯이 소리쳤다.
"내가 뭘 찾았는지 알면 놀랄거다! 다 내가 틀렸다는 놈들 가만 두나 봐라. 아주 그냥..."
그러나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고함치려 세운 목 덕분에 이질적인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 순간, 거대한 신전의 공터가 낯설게 느껴졌다. 천장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그는 주변을 두리번 살폈다.
이질감이 신경을 파고들었다. 이젠 긴장감이라 부를 무언가에 그는 들고 있던 두루마리 종이를 내팽겨치고 벽에 달려갔다.
어째서 읽히는 거지?
단어들의 조합이 엮여 문장으로 뇌리를 흘러갔다. 홀리듯 입이 달싹였다.
"우리가 떠나는 것은...우리들의 뜻이 아니다...?"
문장이 아닌 단어들 간의 끼워맞추기 였지만, 분명히 맥락이 이해가 갔다.
"세상엔...하나의 신만이 남겨져야 한다...이 땅의 신비를 모조리 사냥해 멸할지라도."
그러나 범람하는 의미에 침이 말라버렸다.
"철의 나라는 영원할 것이다......"
- 작가의말
내일 올라올 본편의 예고편 격 화입니다. (분량 자비 좀 ㅠ) 본 편에 대한 예고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올립니다. 이번엔 새로운 인물이 나올 예정이네요.ㅎ 한 일에 덕심 가득한 안경 호리호리 남캐입니다. (해리X터?, 명사신 코X?) 아, 아무튼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헤헤!
Commen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