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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토
작품등록일 :
2016.12.2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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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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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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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외로운 산의 마법사

DUMMY

산 중턱까지 솟구쳐 올라온 플루토는 다리에 제동을 걸었다.하얀 장발이 속도를 못이겨내고 달리던 방향으로 펄럭였다.


그곳엔 놀란 눈이 크게 뜨인 한 소년이 서있었다. 경이의 속력에 벌어진 입이 살짝 벌려져 있다.


푸른 로브를 걸친 마법사 클래스의 소년이었다. 동글동글한 안경이 지적인 매력을 발산하면서도 호리호리한 체형에 날렵하게 생겼다.


"너냐? 우릴 공격한 게?"


문답무용으로 벼락이 갈래로 찢어져 왔다. 두 광휘의 뱀에 맞서 검은 호를 사선으로 긋자 파르르 전류가 나가떨어졌다. 플루토는 연달아 눈 앞을 선회하는 번개 폭풍을 모조리 쳐냈다.


화력을 힘으로 찍어 누르는 전술에 적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재밌다는 듯이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마법 세례에 되려 몸을 들이미는 녀석이 있을 줄이야. 너무 무모한 거 아니야?"


"겨우 그게 전부 일테니까. 방금 것만 다 막아내면 더 강한 기술이 나올 수가 없지. 접근을 허용하면 위험하니까 방금 마나를 총동원했을 게 뻔해. 너무 뻔하다고."


"한 번 뻔한지 확인해 보지 그래?"


플루토의 도발에 소년이 안경을 고쳐썼다. 유리 알이 예리한 빛을 머금었다. 쭉 뻗은 손바닥엔 파직 하고 전류가 튀고 있다.


플루토는 창을 수평으로 세우고 한 쪽 다리를 뒤로 뺐다. 돌격의 자세를 바로잡자, 소년의 손바닥에도 전류의 꽃이 사납게 울부짖었다.


일촉즉발 대치의 상황. 부딪히는 첨예한 시선이 서로의 허점을 쫓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소년은 손의 전기를 거뒀다. 천천히 팔을 내리는 그에게 플루토는 이상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너한텐 좀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을까?"


엉뚱한 질문에 플루토는 순간 멍해졌다. 긴장의 자세는 늦추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결투는 언제나 해줄 수 있어. 더 중요한 걸 까먹지 말라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좀 더 사려깊게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너의 좌충우돌 바보짓에 하마터면 그 쪽 동료가 다칠 뻔했어."


아차 싶어 이빨을 꽉 씹었다. 생각해보니 에버리스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안경잡이 소년의 훈수에도 아무 말 못했다.


"걱정마. 네가 여기로 달려오는 동안 굴러떨어뜨린 나무들은 전부 요격해 줬으니. 지금 헐레벌떡 이쪽으로 올라오고 있어."


"칫, 역시나 데려오는 게 아니었는데. 나랑 행동해서 그 녀석한테 이득되는 게 많을리도 없고..."


"그러지 말고 찾으러 갔다와. 동료 아니야? 제법 사이 좋아 보이던데 말이지."


"동료 같은 거 아니야! 그냥...그냥 어쩌다 보니까 따라오는 걸 허락한 것 뿐이지!"


그러면서도 플루토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자신에게 한 번, 상황에 한 번.


안경 소년은 곰곰히 플루토의 얼굴을 뜯어 봤다.


소년이 기가 막히다는 투로 말했다.


"그나저나 넌 뭐하는 녀석이냐? 산짐승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이 산 중턱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오냐? 지능이랑 바꾼 능력이냐?"


"맘대로 생각해라. 면전에 벼락이나 날리는 너한테 알려줄 생각 없으니까."


플루토는 날카롭게 돌아본 후 산을 내려갔다. 한참 낑낑대고 있을 에버리스를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안경 소년은 안경을 고쳐썼다. 그리고 손가락을 한 번 퉁겼다. 그러자 주변 나무마다 감추어져 있던 룬 문자들이 사라졌다. 둘러싼 수풀이 한 번 번쩍이는 가운데서 소년은 중얼거렸다.


"아깝다~. 큰 거 하나 준비했는데 말이지. 만약 동료를 버리는 놈이었다면 통구이로 만들어 줬을텐데..."


소년이 입맛을 다셨다.


"산 째로 날려버린다기에 맞붙으려 했는데 말이지...하하."




가파른 흙길을 내려가자 저 멀리 에버리스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모험가이기에 숨을 헐떡이지는 않았지만...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에버리스의 표정에 플루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내버려두고 간 것도 모자라 산사태까지 일으켰으니 말이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최대한 천천히 내려가려 했지만, 그녀의 앙칼진 메아리에 허겁지겁 내려갔다.


그리고 정작 같이 올라 갈 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 말하려 해도 그녀는 시선을 피했다. 사과의 의미로 적합한 걸 떠올리던 중,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난 왜 버리고 가는건데?"


"..."


"그리고 함정에 제 발로 뛰쳐 들어가는 건 또 뭐야?"


"미안..."


"겨우 그 정도로 끝? 난 너가 일으킨 산사태에 깔릴 뻔했는데? 오히려 함정 깐 사람이 날 도와줬거든?"


"미안...합니다?"


"문장만 길어진다고 진실성이 들어나는 건 아니거든? 고개라도 숙이든가."


플루토는 듣자마자 곧바로 고개를 수그렸다. 그러면서 눈을 살짝 들어 에버리스의 눈치를 살폈다. 여전히 뚱한 표정에 다시 땅바닥을 쳐다봤다.


"큭, 이런 장관은 사진으로 담아놔야 하는건데. 아깝네~."


능글맞은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들으라는 듯이 크게 말하는 것에 플루토는 이빨을 부르르 떨었다.


"저기, 그쪽도 잘한 거 하나도 없거든? 먼저 공격한 쪽은 그쪽이잖아."


"맞아, 너도 고개 숙여, 임마!"


앙칼진 일침에 힘입어 플루토가 이를 갈았다. 그러면서 어물쩡 고개를 들려 했으나, 내려다보는 음산한 눈빛에 조용히 고개를 내렸다.


"미안하군. 난 사이먼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혼자 거주하다 보니 경계심이 생기더라고. 아까 말했듯이 지켜야 할 것도 많고."


"난 에버리스. 혼자 거주하다니? 이 넓은 산에 너 혼자 사는거야?"


"그런 셈이지...이 넓디 넓은 산에서...혼자..."


사이먼은 울적해졌는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있지도 않는 눈물을 훔치자, 에버리스는 갑자기 동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갑자기 불쌍한 척하는 사이먼에 플루토는 기가 찼다. 거기에


"속지마! 저 놈 내 안면에 벼락 날린..."


"...누가 고개 들라 했어?"


플루토는 아무 말 못하고 다시 고개를 수그렸다.


음흉한 미소가 사이먼의 얼굴에 반짝였다. 찰나의 포착이었기에 에버리스는 눈치채지 못했다. 플루토만 속으로 부르르 떨 뿐이었다.


사이먼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어디서 왔는지 물어도 될까? 아무래도 이쪽에선 하는 일이 하는 일이다 보니 말이야. 이 산에 들른 목적이 있다면 꼭 알고 싶네."


"무슨 일인데? 하는 일이?"


"방문 조사라고 해야겠지? 그저 제국인 녀석들이 남겨두고 간 걸 몇가지 알아보려는 일이야. 물론...장본인들은 탐탁치 않아 하는 것 같지만. 그래서 함정도 설치한 거고."


"그렇다면 제국인들의 무엇을 조사하는 거지?"


이번엔 플루토의 질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사이먼은 휘파람으로 찬사를 보내왔다.


"아까 봤듯이 제국 녀석들의 기술엔 도움이 되는 게 많아. 예를 들어 우리 세계로 치면 스피커겠지. 녹음기이기도 하고. 실제론 형체 없는 마법에 불과하지만."


영문 모를 사이먼의 말들에 갸우뚱하던 플루토와 달리, 에버리스는 호기심에 찬 눈을 번뜩였다.


"아까 그 목소리도 너였어? 정말 다르던데."


"당연히 아니지~. 내 목소리가 그렇게 걸쭉하게 들려? 다 여기 살던 녀석들이 만든 걸 응용 좀 한 것 뿐이야."


사이먼의 말에 에버리스는 감탄하듯 손뼉을 쳤다. 제국인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니 놀란 모양이다.


한편, 플루토는 어두워지는 낮빛을 감출 수 없었다.


'제국인에 대해 조사하는 것도 모자라 기술까지 운용한다고?


그렇다면 제국인과 모험가를 구별하는 법도 아는 걸까? 그걸 안다면 낭패였다. 자신이 던전을 파괴하는 걸 필사적으로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 땀 흘리며 잡념에 사로잡힐 무렵. 고개를 숙이던 플루토에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뭔가 문제라도?"


바람 불듯 귓가에 속삭여진 말에 몸이 경직됬다. 크게 뜨여진 눈으로 에버리스를 상관않고 사이먼을 올려다 봤다. 사이먼의 표정으로부터 감정을 읽어낼 수 없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냐, 네 놈.


사이먼이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그럼 이쪽도 사과의 의미로 내가 사는 곳을 보여주도록 하지. 어짜피 언젠가는 공개될 예정이었으니까."


"정말? 비밀인데 괜찮아?"


"괜찮아. 대신 저 녀석도 같이."


에버리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당연히 같이 가는 줄 알았는데 어째서 묻는가 했다.


그러나 사이먼의 미소에는 알 길 없는 의도만이 묻어 있었다.


"물론 나도 가야지. 이 녀석만 보내면 불안해서 어떡해."


플루토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 에버리스도 이젠 화가 풀린 모양인지 아무 말도 안했다.


하지만 아직 자신이 왜 필요한지는 묻지 않았다. 괜스레 자신의 정체를 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한 차례 피식 웃었다. 플루토와 에버리스는 그의 가벼운 발걸음을 따라갔다.


작가의말

오늘은 새로운 표지의 힘을 빌려 연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놀랍고 기쁜 날은 처음이네요.ㅎ 

 (물론 방콕 총생산력에도 놀랐습니다. 기쁘진 않았지만요.ㅠ 비축분은 언제쯤 만들 수 있을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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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역전 +5 17.01.10 586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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