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귀 (1)
1부-생존게임
***
1. 회귀
2019년, 한강 난지공원
무엇보다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마지막으로 태운 게 언제더라, 6개월? 아니 넉넉잡아 8개월은 지난 기분이었다.
“죽기 직전에 한다는 생각이 고작 담배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뜯긴 어깨에서 흘러내린 피가 상의를 넉넉하게 적셨다. 고통이 익숙하지 않아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던 빌어먹을 세상에서 얻은 처음이자 마지막 좀비에 의한 상처.
요한은 손등으로 이마를 닦으며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앉아 있는 주변의 풍경이 눈에 띄었다.
완벽한 지옥이었다.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몰살. 또다시 파티 전원의 몰살이었다. 두 자릿수가 된 이후부터는 더 이상 세지도 않았던.
그동안 죽어 나갔던 동료들이 수백이었고, 심지어 처음 동료였던 사람들은 이름, 얼굴조차 희미하다.
요한은 시선을 우측으로 옮겼다.
그의 옆에는 그가 죽인 마지막 좀비가 있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의 가장 오래된 동료였던, 그리고 자신을 감염시킨 사람이었다.
“후우······.”
그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좀비가 나타난 지 3년. 오래 버텼고, 오래 살아남았지만 결국 여기까지였다.
살아 있는 사람은 있을까? 어쩌면 이 팀을 마지막으로 인류는 종점을 찍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강하고, 그만큼 오래 살아남은 팀이었으니.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살아남았어. 이제는 진짜 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요한은 눈을 감았다.
***
눈을 뜨는 느낌이 생경하다.
푹신한 이불이 몸을 덮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불?
요한은 번쩍 눈을 떴고, 믿기지 않는 풍경에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
“여긴······.”
희미한 기억 속 올올히 떠오르는 장소다.
그가 눈을 뜬 곳은 그가 24살 때부터 살았던 자취방이었다.
“이게 무슨······.”
요한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컴퓨터, 에어컨, 세탁기. 쓸 일이 전혀 없을 것 같던 물건들. 모두 그가 기억하던 그의 방 모습이었다.
- 픽미 픽미 픽미 업
한참 동안이나 혼란에 빠져 있던 그를 깨운 것은 휴대폰 벨소리였다. 요한은 얼떨결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야!”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고함에 요한은 인상을 찡그렸다.
“누구세요?”
- 너 미쳤어? 지금이 몇 신데 아직도 회사를 안 와!”
“어······.”
- 당장 튀어와!
남성은 한 번 더 소리를 지르고는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은 문대리.
하지만 그보다 요한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휴대폰에 적힌 날짜였다.
2016년 9월. 좀비 시대가 창궐하기 6개월 전, 아직은 세상이 평화로웠던 그때.
꿈은 확실히 아니었다. 3년이 넘는 시간을 꿈으로 꿀 리도 없거니와 그러기에는 사건 하나하나 인물 하나하나가 너무나 생생히 기억났다.
돌아온 것이다. 과거로.
요한은 머리에 손을 올리며 다시 이불에 드러누웠다.
돌아왔다.
단 한 번도 원한 적은 없었지만 어쨌든 그는 되살아났고 되돌아왔다. 느껴지는 감정은 다시 또 그 짓을 해야 한다는 억울함보다는 그저 안도감이었다. 한숨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으리라는 안도감.
요한은 휴대폰을 들어 천천히 문자를 써나갔다.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쉬겠습니다.
어차피 6개월이면 흔적도 없어질 회사다. 그보다는 지금의 편안함을 즐기고 싶었다.
쉬고 싶었다.
요한은 눈을 감았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보드라운 면의 감촉이 너무나 포근해 당장에라도 잠에 빠져들 것 같았다.
정말로 오랜만에 느끼는 안락함이었다. 지독하게 현실감이 없어 더욱 그랬다.
잠이 쏟아졌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초보 글쟁이 연우솔입니다.
모든 비판과 지적도 달게 받습니다.
어떤 댓글도 삭제하지 않으니, 더 좋은 글을 위해 가감없이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독자님과 소통하며 함께 좋은 글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고, 감사합니다.
Comment '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