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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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겨레
작품등록일 :
2013.06.26 09:52
최근연재일 :
2013.07.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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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2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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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술01

DUMMY

유가인은 평소와 다름없이 이른 아침에 일어나 무공수련에 열중했다. 늘 해오던 일이라 식상할 법도 하지만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한 동작 한 동작 움직였다.

앞과 뒤, 좌우를 모두 공격하고 방어할 수 있는 약선문의 무공은 빠름과 무거움에 비중을 두는 무공이었다.

쾌와 중은 일견 생각하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약선문은 쾌속에서 중을 발견하고, 반대로 중에서 쾌를 발견하는 무공이었다.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추구하는 조화의 무공인 것이다.

유가인은 권각술에 이어 검법을 펼쳤다. 십년을 넘게 펼쳐 온 동작이라 막힘이 없었고 빠르고 깔끔했다.

초식을 가볍게 펼친 그녀는 이번에는 단전을 자극해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검에서 흘러나오는 힘의 무게가 달라졌다.

‘휘리릭’, ‘휘릭’ 하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가 하면 ‘후웅’, ‘훙’하는 묵직한 소리도 만들어냈다.

시간이 갈수록 검에 더욱 힘이 실렸다. 종래에는 검에서 빛이 나더니 검기까지 형성되었다.

그녀는 십구세의 나이에,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일류 중에서도 상급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수련은 점점 무르익어가더니 서서히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 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허허, 녀석. 그 나이에 적수가 없을 정도로 발전했는데도 아쉬움이 남느냐?”

“할아버지!”

그녀는 하던 동작을 멈추고 자신의 할아버지인 유자소에게 달려가 안겼다.

“요녀석. 다 큰 처자가 이렇게 덥석덥석 안겨서야 쓰겠느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자소는 더없이 기분이 좋았다.

“피, 뭐 어때요. 할아버진데.”

“허허, 암, 그렇지.”

유자소는 유독 자신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손녀가 더욱 이뻐보였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항상 바쁘셔서 시간 내기가 힘드셨잖아요.”

“아무리 바빠도 우리 손녀가 답답해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 볼 수가 있겠느냐. 조언이나 좀 해 줄까 하고 찾은 게지.”

“정말요?”

“그럼.”

“뭔가가 앞을 가로 막고 있는데 아무리 수련을 해도 길이 잘 보이지 않아요.”

“알고 있다. 이미 육개월 전부터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느냐.”

“할아버지가 어떻게.”

“녀석, 단지 혼자 고민할 시간을 준게다. 지금 네 상태는 스스로가 깨달아야 앞으로 더 크게 발전 할 수 있으니. 허나,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도 좋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나선 것이고.”

“그럼?”

“녀석, 이 할아비가 해답을 가르쳐 줄 수는 없다. 그건 오히려 널 망치게 될 테니.”

유가인은 기대감으로 부풀었다가 다시 어깨가 축쳐졌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말거라. 넌 지금 잘 하고 있다. 그리니 네 자신을 믿어라. 그저 검에 집중하고 검이 가고자 하는 대로 네 몸을 맡기거라. 지금은 그거면 충분하다.”

“네. 할아버지.”

유가인은 유자소의 말이 마음으로 온전히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말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 동안은 항상 스스로에게 ‘지금 나는 잘 하고 있는 건가.’, ‘이렇게 하면 벽을 깰 수가 있을까.’와 같은 의문을 수없이 했었다. 헌데, 이미 벽을 깬 경험이 있는 할아버지에게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안심이 되는 것이다.

“그래, 언제나 자신감을 갖고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노력하거라. 그래서 말인데-”

“할아버지!”

“인석아, 아직 말도 꺼내지 않았다.”

“또 혼인 얘기 하려고 그러시는 거잖아요. 누가 모를까봐. 아직은 시집 갈 생각이 없다니까요.”

유가인은 최근 들어 틈만 나면 혼인 이야기로 대화를 이끌어가려해서 그런 낌새만 보여도 자리를 피하곤 했었다.

“어허, 가인아. 혼기가 찬 아이가 어찌 그리 혼인을 피하는 것이냐. 무슨 일이든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니라.”

“전 제가 원하는 사람과 혼인하고 싶어요. 이해해 주시기로 하셨잖아요.”

“그러기야 했지. 하지만 시일이 계속 미뤄지고 있지 않느냐. 몇 달 지나면 약관이 되는데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지 않느냐.”

“하지만 무림맹에서 절 필요로 하잖아요. 전 아직도 세상을 너무 모르는 걸요. 시집가면 모든 게 다 물거품이 되는데 어떻게 지금 당장 혼인을 올려요. 할아버지,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네?”

유가인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유자소도 어쩔 수 없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무가에서 태어난 그녀에게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고민이지만 유자소는 그저 아쉽기만 했다.

“내가 어찌 너를 당하겠느냐. 하지만 무작정 미룰 수만은 없으니 그리 알아라.”

“알았어요 할아버지. 역시 할아버지가 최고!”

“허허, 녀석. 이럴 때만 최고인 게냐.”

“설마요!”

“거참 녀석도. 아, 참. 그리고 무상이에게 연락이 왔다. 이틀 뒤면 이곳에 도착한다는 구나.”

“그 녀석은 기어이 오는군요. 그렇게 오지말라고 했는데.”

“이왕 가는 거 같이 가면 좋지 않으냐. 사파 놈들이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있다고 해도 항상 경계를 늦추면 안되는 곳이 무림이다.”

“네. 알고 있어요.”

“그래. 그럼 그리 알고 있거라.”

“네.”

유가인은 남궁무상이 썩 반갑지는 않았지만 유자소의 뜻을 더 이상 거역할 수가 없었다.

“그럼 수련 마저하거라.”

“네. 할아버지.”

유자소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유자소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누구냐!”

유자소는 검을 뽑아들며 다급히 유가인의 앞으로 나섰다. 아무리 손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 하지만 그는 초절정의 고수였다. 이제 막 절정의 문턱을 넘어 초절정에 들었다고는 해도 그 차이는 엄청났다. 그런 그가 사람이 지척에 올 때까지 몰랐다는 것은 상대를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어찌 저런. 약관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청년이.’

그는 나타난 사내를 보며 더욱 크게 놀랐다. 5척 9촌의 작지 않은 신장에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많이 쳐줘도 약관 정도로 보이는 나이였다. 그처럼 어린 나이에 자신을 긴장하게 만들다니.

하지만 풍기는 기세와는 달리 외형은 형편없었다. 옷이 너덜너덜하고 지저분한 것이 딱 봐도 거지꼴이었다.

외형은 볼품이 없었지만 유자소는 눈앞에 있는 청년이 진짜라는 것을 느꼈다.

진짜를 상대하려면 자신도 진짜 실력을 내보여야 한다. 유자소는 청년에게서 느껴지는 막강한 기운에 대항하기 위해 내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상대가 어떤 공격을 펼칠지 몰라 대비를 하려는 것이다. 먼저 공격 하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지켜야 할 손녀가 있었다.

의문의 청년이 유자소의 기에 반응이라도 한 것인지 한 발짝 다가왔다.

오른발이 땅에 닿자 ‘쿵’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단단한 땅이 미세하지만 흔들리고 있었다.

“누가 보낸 것이냐?”

유자소가 내공을 실어 말했지만 사내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한 발짝 내디디며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유자소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검에 내력을 불어넣어 강기를 형성시켰다. 눈앞에 보이는 사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는 손녀를 반드시 지켜야했다.

유자소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아니 유가인이 도망갈 틈을 만들기 위해서는 첫수에 모든 것을 걸어야만 했다.

한편, 청년은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이 유자소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다른 곳은 찾으러 갈 필요도 없었다. 약선문 내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기운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청년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 장 앞까지 다가갔을 때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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