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는 여러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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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라이프
작품등록일 :
2018.05.18 18:48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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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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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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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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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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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8. 노아의 방주

DUMMY

“아버지에게 들었었던 신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아요.”

“날 의심하나?”

“어찌 제가 감히 의심하겠습니까! 나는 단지.”

“단지?”


나는 그를 쥐와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러나 그가 두려워하는 건 이런 게 아닙니다. 그는 그의 몸보다 긴 꼬리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싱겁게 웃어요.

“역시 당신은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가 아니에요. 그였다면······.”

“그였다면?”

“내게 준 것들을 하나둘씩 뺏어갔을 겁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내 아버지 하나님은 뺏기 위해 많은 것들을 주고는 하니까요.


“당신은 누구죠?”

“너도 노아 자손의 족속들은 아닌 것 같은데? 질문이 많은 걸 보니. 그리고 그 꼴로 있으면 결국에는 내가 뺐지 않아도 네 아들딸들한테 다 뺏기고 말 걸?”


그는 기분 나쁘게 웃다맙니다.


“돌아갈 시간 다 되지 않았나요?”

“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그가 내가 말하지도 않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꺼림칙하긴 하지만 ‘어떻게 알았냐고’물어볼 시간이 없습니다.


“요즘엔 자주 비가 오네요. 우산 있으세요?”

“비?”


안개가 껴있지만 비가 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가 장우산 하나를 건네네요.


“필요할 거예요. 거기는 지금 비바람이 장난 아니거든요.”

“그걸 네가 어떻게······.”

“늦겠네요. 가보세요. 이제.”


그가 제 눈앞까지 손목시계를 들이밉니다. 시간이야 얼마든지 필요하다면 거꾸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너무 가까운 과거는 제가 예측이 가능한 선에 있지 않습니다. 시간여행을 안전하게 하려면 시간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아야만 해요.


“너도 인간은 아니구나.”

“인간들을 죽이는 역할을 도맡아 하는 노아 자손의 족속들이 보통의 인간과 다른 건 당연하지 않겠어요? 오늘은 제가 좀 바빠서 마중은 나가지 않겠습니다.”


그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릅니다.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다 열리기 전에 그녀가 있는 동네 놀이터로 가요.

장우산을 손에 꼭 쥐고 말이죠.


*


비가 무섭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강풍이 불고 벼락이 쳐요. 우산을 미처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벼리가 들어간 그네 그림자위에 활짝 펼친 장우산을 내려놓아요. 시간 다 됐어. 그만자고 일어나. 더 자고 싶으면 더 자든가. 바람에 따라 그네가 삐걱 거리고 있습니다. 벼리는 우산 손잡이를 잡고 그림자 위로 올라옵니다.


“우산은 어디서 가지고 왔어요?”

“비 맞을까봐. 감기라도 걸리면 내가 골치 아파지기도 하고.”

“늦은 건 아니죠?”

“뭘 어떻게 해볼 생각이라면 안하는 게 좋아. 그가 하는 일들은 내 아버지 하나님을 대신해서 하는 것이니까.”


셋째 형은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꽂고 촛불을 붙이고 촛불을 켜고 케이크를 잘라서 접시에 담고 그리고 도미노를 쓰러뜨릴 처음의 조각이 될 회사원의 아내와 딸을 살해할 겁니다. 잔인하게 말이죠.


“옆으로 좀 더 붙어요.”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어깨 다 젖었잖아요.”

“괜찮다니까, 그러네.”


벼리가 팔짱을 낍니다.

살해될 사람들을 보러 가는 길인데도 한 우산을 같이 쓰고 걷는 것만으로 기분이 좀 묘한 게 좋기만 합니다. 이것이 사랑일까요?


셋째 형은 망치를 손에 쥔 채 소파에 앉아있습니다. 그는 비 내리는 베란다 쪽을 바라보고 있어요. 문이 살짝 열려있습니다. 베란다에 둔 화분들이 들썩여요.


“늦었네.”


우리는 벽시계를 올려다봅니다. 새벽 2시 29분 15초, 16초, 17초, 18초······.


“아직 남았는데?”

“곧 끝나.”


셋째 형은 망치를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고 베란다로 향합니다. 베란다 문을 다 열자 센 바람이 화분을 넘어뜨립니다. 우리는 흙이 다 쏟아진 베란다 바닥을 내려다보고 셋째 형은 베란다 밖으로 몸을 내던져요. ‘쿵’하는 소리와 동시에 2시 30분입니다. 회사원의 가족들이 있던 집은 순간 아래로 푹 꺼지고 주변은 어두컴컴해졌다가 다시 밝아집니다. 회사원과 그의 가족들과 연결된 사람들도 모두 사라져요.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하는 일도 서서히 없어집니다. 봄눈이 녹듯, 빨리, 감쪽같이 말이죠.


몇 명이나 끌고 갔을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깊은 고민에 빠져있어요. 아마도 무언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아직은 역부족입니다.


“솔직히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신은 나보다 강해요.”

“괜찮아, 우리는 싸움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니까.”


물론, 죽이고 싶어 하는 것과 실제로 죽이는 일은 천지 차이일겁니다. 게다가 그 대상이 내 아버지 하나님이니까요. 유일무이하고 절대적인.


“살해하려고 하는 거지.”


한 명은 약하지만 여러 명은 강합니다.

도구를 손에 쥔 인간은 지구상의 최고 포식자에요. 인간은 맨 손을 사자의 입을 찢어버리고 성문 문짝을 옮기고 나귀 턱뼈 하나로 수천의 적들을 때려잡는 삼손이 아니더라도, 폭력과 용기의 화신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누구든 죽일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상대가 의식이 있는 다른 생명체라면 말이죠.


“나는 그가 하는 일을 훼방 놓고 싶어요.”

“그래.”

“언제는 죽이겠다며?”

“그거야 차차.”


사람의 마음은 아니 여자의 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돌리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기는 하네요. 그녀는 조금 지쳐 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내 아버지 하나님이 하는 일을 훼방 놓겠다, 라. 뭐, 그것도 좋지. 그런데 그거 알아?”

“뭔데요?”

“그는 그가 하는 일을 훼방 놓는 일을 가장 싫어해.”

“그래서요?”

“아니, 뭐, 그렇다고.”


나는 그녀의 툭 불거진, 입술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계속 궁금합니다.


“응?”

“저 아무 말도 안했는데요?”


그녀의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굴러가고 있는지 알 바 없습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이 그리 많은지 집으로 가는 내내 말이 없어요.

그녀가 집 앞에 서서 천천히 입술을 뗍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그도 알까요?”

“그가 우리에 대해 모르는 건 없어.”


그녀는 내 아버지 하나님이 있는 곳을 말없이 쳐다봅니다.


“걱정할 건 없어. 그는 오만하고 도도한 자만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니까.”


그녀는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말고 되묻습니다.


“당신은 안 그런가요?”

“그거야.”

“됐어요. 곤란하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돌리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를 맞이합니다.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시고 추천도 주시고 해주시면 

정말 너무너무 고마울 것 같아요. 물론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원래 계획은 총 

300화 정도의 연재물이나 현실이 어렵다보니...... 장마철 감기 조심하세요. 그럼 이만 다음에 

또 뵈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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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4 k6******..
    작성일
    18.05.18 22:30
    No. 1

    와. 순식간에 다읽었습니다.ㅎㅎ 작가님 자주 연재해주세용ㅜㅜ 뒷 내용이 궁금하네용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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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카니발니즘 +1 18.05.18 67 1 9쪽
4 2.카니발니즘 +1 18.05.18 75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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