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함분축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기억하나
작품등록일 :
2012.04.24 01:05
최근연재일 :
2012.04.24 01:05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1,180,431
추천수 :
8,690
글자수 :
362,478

작성
11.11.19 13:28
조회
17,635
추천
130
글자
7쪽

2계 부저추신

DUMMY

병주자사의 명을 받은 효렴이 찾아왔으니 허투루 대접할 수 없는 승원은 작게나마 연회를 열었다. 연회에는 지역 유지와 현승을 비롯한 관리들이 초대되었다.

어느 정도 각오하고 왔던 순힐은 예상 외로 융숭한 대접을 받자 기분이 좋아서 만취해 버렸다. 그리고 이건 선우명이 원하는 일이었다.

만취해서 기절한 듯이 잠든 순힐의 짐과 그의 몸을 뒤진 선우명은 순자 한 권을 찾아내서 훑어봤다. 그러다가 곱게 접힌 종이 하나가 발견했다.

숨겨진 종이를 발견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선우명은 종이를 펼쳐서 읽어봤다.

“이건!”

종이는 현승에게 도적에게 협조한 승원을 토벌하라는 병주자사의 명령서였다.

이거 하나면 승원의 일가가 몰락하는 건 순식간으로 재물을 탕진하는 것하고는 비교되지 않는 급이었기에 지체할 시간이 없는 선우명은 곧장 승원에게로 달려갔다.

최근 세 번째 첩의 처소만 드나든다는 것을 아는 선우명은 승원의 세 번째 첩의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주인님! 주인님!”

바지만 겨우 추스르고 나온 승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그러느냐?”

“이걸 보십시오.”

“뭔데 그러…….”

명령서를 읽은 승원은 마른 침을 삼키고서 물었다.

“이게 어디서 났느냐?”

“효렴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알았다. 네 이놈을 당장 잡아 죽여야겠다.”

흥분한 승원이 일을 그르칠 것 같은 선우명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주인님! 진정하십시오. 아직 시간은 있습니다. 그리고.”

명령서를 승원에게서 받은 선우명은 그걸 찢어버렸다.

“이러면 더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명령서가 없으니 당장 효렴이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서 시간은 확실하게 벌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병주자사가 사라지진 않았다.

“이곳을 떠나야겠구나. 그리고 그전에 왜 나한테 이러는 건지 알아야겠다.”

방으로 들어간 승원은 옷을 제대로 입고 나오고서는 말했다.

“가자.”

“예.”

앞장서는 승원의 뒤를 선우명은 짧은 다리로 바삐 쫓아갔다.


재갈을 물린 순힐을 창고에 가둔 승원은 몽둥이를 들고서 후려 패기 시작했다.

한 대 맞았을 때 정신이 들긴 했으나 입에는 재갈이 물렸고, 몸은 밧줄로 꽁꽁 묶였기에 저항할 수가 없는 순힐은 만신창이가 되도록 얻어맞았다.

이만하면 말을 듣겠다 싶은 승원은 때리는 것을 멈추고서 숨을 고르며 말했다.

“조금이라도 소리 지르면 다시 팰 거다. 알았지?”

얼굴이 온통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라서 젊은 학자의 풍모가 사라져버린 순힐은 없는 힘을 쥐어짜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한 승원은 재갈을 풀어줬으나 그의 손에는 여전히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융숭하게 대접받은 그날 밤에 이렇게 잡혀서 얻어맞았으니 억울한 순힐은 울먹이며 물었다.

“대체 제게 왜 이러십니까?”

“질문은 내가 한다. 맞기 싫으면 질문에만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

“난 평생 살면서 병주자사를 본 적이 없는데 왜 그 사람이 나한테 이러는 것이냐? 넌 알고 있겠지?”

“압니다.”

“알면 말해 봐.”

“병주자사의 친우 중에 구당현이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아들이 말을 타다가 낙마해서 목이 부러져 죽었답니다.”

“그래서?”

“하필이면 그 말이 승원님이 판 말이라서 병주자사는 친우의 분을 달래주려고 재산을 빼앗은 겁니다.”

“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이유였기에 승원은 헛웃음이 나왔다.

따지고 볼 것도 없이 책임은 구당현의 아들에게 있지 말을 판 승원에게는 전혀 죄가 없었다. 어디가 문제가 있는 말을 판 것도 아닌데 말을 팔았다는 이유로 이렇게 하는 건 억지였으나 이 시대에서는 이유로는 충분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병주자사가 하는 일이라서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로 통해 버렸다.

후한이 굳건했다면 지엄한 법이 있기에 이 정도까지는 가지 않겠으나 환관이 권력을 잡은 지금에서는 힘이 곧 법이자 정의였다. 그리고 병주자사는 승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힘 있는 자였다.

“절대 이 일을 발설하지 않을 테니 제발 살려주십시오.”

살려 달라는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는 승원에게 선우명은 충고했다.

“주인님,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나도 안다.”

죽일 생각이 없어서 손에 사정을 둬서 머리는 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사정을 두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승원은 몽둥이로 들고 순힐의 머리를 후려쳤다.

비명 지를 시간도 주지 않고 순힐을 때려죽인 승원은 몽둥이를 손에서 놓으며 말했다.

“아침이 되면 이곳을 떠난다.”

“예.”

이제 이곳에 있으면 죽기에 승원은 떠나기 싫어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죽은 사람을 봤어도 죽이는 것은 처음 본 선우명은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침상에 누워 멍하니 있었다.

“떠날 때가 있다면 바로 지금인데.”

도망자 신세일 때 먹는 입이 하나 줄면 그만큼 편해서 굳이 떠날 때를 찾자면 지금이었다. 그러나 은혜만 입은 채 떠날 순 없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고민하던 선우명은 벌떡 일어났다. 떠날 때 떠나더라도 이대로 떠날 순 없었다.

한걸음에 달려가던 선우명은 자지 않고 밖에서 서성거리는 승원을 보게 됐다.

“안 주무십니까?”

“그러는 너는?”

선우명이 걱정하는 것처럼 승원 또한 걱정이 태산이었다. 오히려 부양할 가족이 많은 승원이 더 걱정할 것이 많아서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어색하게 웃던 선우명은 말했다.

“병주자사가 어느 정도 무게를 두는지 몰라도 토벌하라는 명령서를 만들었을 정도라면 이곳을 떠나야 하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도망칠 때 도망치더라도 범죄자가 돼서는 곤란합니다.”

“이미 범죄자라고 낙인찍힌 거 같은데 무슨 소리냐. 게다가 이미 순힐을 죽였다.”

“아닙니다. 주인님. 확실한 건 없습니다. 그러니 수를 써야지요.”

“어떤 수를 말이냐?”

“효렴이 명령서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정황을 보면 아직 공식적으로 내려진 명령이 아닙니다. 공식적으로 내려온 명령이었다면 이곳을 들리지 않고 바로 현승에게로 가서 부대를 움직였겠지요.”

“그렇겠구나.”

“아까 물어봤어야 하는데 제 생각이 짧아서 물어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주인님이 재물을 내놓지 않으면 명령서를 쓰라고 했을 겁니다.”

선우명의 말이 그럴듯해서 승원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병주자사에게 주인님은 아마 신발에 들어간 작은 돌 부스러기 같은 존재일 겁니다. 그러니 그걸 신경 쓰지 못하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됩니다.”

“어떤 식으로 말이냐?”

“해가 뜨면 마차 한 대에 재물이 들었던 상자를 실은 다음에 믿을 만한 하인을 시켜 순힐과 같이 떠나게 하십시오. 만약에 떠날 때 사람들이 순힐이 왜 그러냐고 물으면 급히 떠나야 하는데 어제 만취해서 잠이 덜 깨서 그런다고 둘러대면 될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함분축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5계 욕금고종 +15 11.12.08 12,819 94 7쪽
23 5계 욕금고종 +6 11.12.06 13,139 97 7쪽
22 5계 욕금고종 +17 11.12.05 13,384 91 7쪽
21 4계 혼수모어 +13 11.12.01 13,809 88 7쪽
20 4계 혼수모어 +3 11.12.01 13,206 81 6쪽
19 4계 혼수모어 +16 11.11.30 13,746 84 7쪽
18 4계 혼수모어 +18 11.11.29 14,437 106 6쪽
17 4계 혼수모어 +26 11.11.28 15,291 103 7쪽
16 3계 진화타겁 +14 11.11.24 16,592 115 8쪽
15 3계 진화타겁 +8 11.11.24 15,496 102 7쪽
14 3계 진화타겁 +15 11.11.23 16,075 113 8쪽
13 3계 진화타겁 +14 11.11.22 16,446 116 7쪽
12 3계 진화타겁 +12 11.11.21 17,405 123 8쪽
11 2계 부저추신 +10 11.11.19 17,743 119 5쪽
» 2계 부저추신 +7 11.11.19 17,636 130 7쪽
9 2계 부저추신 +11 11.11.19 17,962 119 6쪽
8 2계 부저추신 +18 11.11.18 19,209 124 7쪽
7 2계 부저추신 +18 11.11.17 20,513 131 7쪽
6 1계 만천과해 +16 11.11.16 21,081 134 9쪽
5 1계 만천과해 +12 11.11.16 22,086 123 7쪽
4 1계 만천과해 +27 11.11.15 23,482 112 7쪽
3 1계 만천과해 +8 11.11.15 26,518 145 8쪽
2 1계 만천과해 +17 11.11.15 36,080 157 7쪽
1 서장 +10 11.11.15 35,301 114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