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계 욕금고종
이 시대에 여행하는 사람의 대표적인 유형은 상인인데 이마저도 물자 교류가 활발하질 못해서 많지가 않았다. 가끔 상단이 들어왔을 때 그때만 이렇게 활기차고 보통은 작은 도시일 뿐이었다.
도시 중앙에 떡하니 버티고 선 관청에 도착한 선우명은 말에서 내렸다.
“으악!”
말이 내려가는 거지 말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진배없어서 말에서 버티느라 다리 힘이 풀린 선우명은 착지가 불안정해서 넘어질 뻔했다가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말고삐를 쥔 채로 병사 앞으로 간 선우명은 그들에게 말했다.
“난 계휴현 유질로 임명된 선우명이다. 현승님께 전해라.”
“현승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이 어린 유질이 온다는 연락이 이미 와 있었기에 선우명이 어리다고 해서 무시하지 않은 병사는 안으로 달려갔다.
다른 병사에게 말고삐를 넘긴 선우명은 마당을 지나쳐 관청 안으로 걸어 들어 갔다.
관청의 대전에는 이미 계휴현의 관리가 모두 모여 있었는데 그 수는 현승, 유질, 색부, 유요 이렇게 네 명이었다.
오늘내일 할 것 같은 노인인 현승 주융은 대전 끝에 위치한 책상에 앉아서 잘 떠지지 않는 눈을 가늘게 뜨며 선우명을 보았다. 시선을 느낀 선우명은 먼저 읍을 하며 자길 소개했다.
“계휴현 유질로 임명된 선우명입니다. 아직 어린 몸이나 잘 부탁합니다.”
“현승인 주용이다. 옆에서부터 유질인 우령, 색부 제정, 유요 융민이니 각자 알아서 인사 나누고 오늘은 피곤할 테니 관사에서 쉬고 내일부터 일해라.”
“예.”
주융의 말이 끝나자 유질이라고 소개한 우령이 선우명에게로 다가갔다.
장연이 흑산군을 이끌면서 병주와 기주 일대를 습격했을 때 살해되서 공석이던 유질 자리를 오랫동안 비워둘 수가 없어서 임시로 맡게 된 것이 우령이었다. 선우명이 오게 되면서 졸지에 자리에서 쫓겨 나게 된 우령은 신경질적으로 생긴 것답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어린놈이 뒷배가 좋구나.”
일곱이란 나이는 천자문을 떼기도 버거운 나이라서 선우명의 부모나 친척이 권력자라고 생각한 우령은 빈정거리고는 지나쳐갔다.
근엄하게 생긴 색부 제정이 다가와서 말했다.
“거참 사람하고는 쯧쯧! 난 색부를 맡은 제정이니까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하렴.”
“예.”
제정까지 밖으로 나가자 남은 관리인 유요 융민하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려 했으나 그는 주융을 부축하며 나가서 미처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운신하지 못할 정도라면 낙향해서 유유자적하며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이 보통인데 끝까지 현승을 하는 건 의아했으나 그것보다 더 의아한 것이 있었다.
“관사가 어디야?”
별수 없이 밖으로 나온 선우명은 병사를 붙잡고서 물어봤다.
“난 새로운 유질인데 여기 관사가 어디냐?”
“뒤쪽으로 가면 있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알았다.”
선우명에게 잘 보일 생각인 병사는 직접 안내해준다고 말하면서 한 걸음 앞장서서 걸었다.
앞장서서 걷는 병사는 선우명에게 말을 걸었다.
“전투에서 공을 세우셨다고 하는데 무슨 공을 세우셨습니까?”
“알 것 없다.”
“예…….”
관사는 관청 바로 뒤여서 뒷문을 통해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관사입니다.”
부임한 관리를 위한 관사는 작은 저택으로 마당이 거의 없어서 좁았으나 전각은 관사답게 웅장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관사 안으로 들어간 병사는 관사의 구석진 방문 앞에서 말했다.
“관사 영감.”
“무슨 일이야?”
병사의 말을 들은 관사 영감이라는 노인이 밖으로 나왔는데 노인이라는 말과 달리 중년의 남자가 나왔다.
“인사드려라. 이번에 유질로 부임하신 선우명님이시다.”
“인사 올리겠습니다. 관사를 관리하는 영감입니다. 관사 영감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알았다. 내 방을 안내해라.”
“예. 이쪽으로 오십시오.”
관사 영감은 자기 방의 반대쪽 끝으로 가서 손으로 알려줬다.
“이 방입니다. 이미 청소는 다 해봤으니 쓰시는 데는 불편하지 않을 겁니다. 안에서 잠시만 기다리시면 제가 이곳에서 일하는 하인을 데려오겠습니다.”
“알았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선우명은 문을 닫고서 한숨을 쉬었다.
“후~ 어렵다.”
얕보이지 않으려고 평소 하지 않던 근엄한 척을 하느라 몸보다는 정신적으로 피곤한 선우명은 숨을 돌리고서 방을 살펴봤다.
이곳은 관사라서 관리의 방이어도 그리 크지는 않았으나 있을 건 다 있었다.
푹신해 보이는 침대가 있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큰 서랍장과 작은 서랍장이 있어서 수납할 공간이 부족하지가 않았다.
“장식이 없는 것이 흠인가?”
삭막해 보일 정도로 장식이 없는 것이 걸리긴 했으나 처음부터 이곳에 오래 있을 생각이 없는 선우명은 잠시 거쳐 가는 단계에서 쓰기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유질님. 하인을 데려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라.”
문밖에서 허락을 구하는 관사 영감의 목소리에 선우명은 의자에 앉은 다음에 들어오도록 허가했다. 그러자 관사 영감이 하인을 데리고 들어왔는데 그 수가 넷이었다.
“인사들 해라. 유질로 오신 분이시다.”
남자 둘에 여자 둘인 하인은 선우명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관사 영감이 말했다.
“언제든 필요한 것이 있으니 이들을 시키거나 절 부르시면 됩니다.”
“알았다. 관사 영감은 남고 나머지는 나가 봐라.”
“예.”
하인이 나가자 남게 된 관사 영감은 물었다.
“시키실 일이 있으십니까?”
“옷이 있어야겠는데 이곳에 옷 만드는 사람이 없나?”
이 시대에는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직접 지어 입었다. 그래서 요즘 먹는 걸 잘 먹어서 그런지 무척 커졌기에 옷이 몸에 맞지 않았다.
“옷 짓는 아낙이 있는데 오라고 할까요?”
“그래.”
“예, 그럼 지금 당장 부르겠습니다.”
“그렇게 하고 또 시킬 것이 있다.”
“분부만 하십시오.”
이 유질은 시키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 관사 영감은 선우명이 뭘 시킬지 궁금해하며 말하기를 기다렸다.
꽤 곤란한 일이 될 수 있어서 머뭇거리던 선우명은 결국 말했다.
“계휴현의 상권을 쥔 사람이 누구냐?
“골가의 골이입니다.”
“그 사람을 데려와라.”
“예. 더 시키실 것이 없으면 나가 보겠습니다.”
“그래라.”
이 유질은 나이도 어린 주제에 벌써부터 뭔가 해먹으려고 한다고 생각한 관사 영감은 썩은 관리가 왔다고 생각해서 벌레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나 오랫동안 관사에서 일해 온 연륜으로 표정으로 내색하지 않으며 밖으로 나갔다.
- 작가의말
장연 빼고 삼국지에서 유명한 인물과 만나게 됩니다. 누군지 맞춰보세요
힌트1, 태원군
힌트2, 위
힌트3, 남자???
힌트4, 대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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