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평선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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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없어
작품등록일 :
2019.01.0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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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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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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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다가오는 위협

DUMMY

나는 ‘캐슬 더 퍼펙트’ 도시의 광장 중앙에서, 이번 경비대장 임명식을 진행할 연단인 나무상자 위로 올라갔다. 주위에는 임명식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도시민들이 있었고, 곧 경비대장이 될 정만득 씨가 바이커 무리 사이에서 나와 나무상자 앞으로 다가왔다.


“정만득 씨, 당신은 이 도시 밖에서 생존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남의 생명을 해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있습니까?”


“예, 정말 사죄드립니다!”


“원래는 중형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김포의 식량공급 중단으로 일어난 수십 만명의 소요사태는 그 누가 왔더라도 범죄의 손길을 뿌리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무기를 들지 않으면 그대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그런 멍청이가 되는 시기였습니다.”


대형 소요사태 소식을 최근에야 접한 ‘캐슬 더 퍼펙트’ 도시민들은 이런 사건을 겪은 바이커를 보면서 오히려 안타까워하고 불쌍히 바라봤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안전하게 지킬 책임이 있는 저, 정지협 시장은 이분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드리려고 합니다. 다수의 전투경험이 있는 정만득 씨의 바이커 집단 여러분들을 제 1경비대로 임명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소리가 들려야 할 나름 중요한 임명식은 몇 명이 쳐주는 박수 소리와 함께 끝이 났다. 그들은 자신들을 통제할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게 불편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경비대장이 된 정만득 씨와 그 휘하의 경비대원들은 별로 상관 안한다는 듯이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상태였다.


임명식이 끝나고 새 경비대원들을 둘러보았다. 경찰처럼 우리의 도시경비대도 제복을 입혀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들도 나름의 옷을 입고 있었다. 바이커들이 입는 전형적인 거칠고 두꺼운 검은색 가죽 재킷이었는데, 나중에 옷이 다 비슷한 이유를 물어보니 어느 한 상점에서 털어서 다들 비슷한 차림의 옷을 입게 된 것이라 했다.


[도시상태창이 갱신되었습니다.]


「- 도시민 인구 (유입 수) : 9102 (+32)


- 이벤트

● (최신) 경비대 창설 : 도시의 치안을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 정부의 생필품 지원이 정기적으로 도착합니다. 하지만 부족합니다!

● 식량 공장 건설 중


* 안전 욕구를 일정량 해소시켰습니다. 욕구 단계 3단계 임박!」


욕구 단계가 3단계라니. 단계가 바뀔 때마다 도시민들이 요구하는 게 달라졌다. 나는 다음 단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그보다는 경비대의 규율을 바로잡는 게 먼저라 생각했다.


“다삼이가 경비대에게 도시 생활에 필요한 규율같은 것을 그때그때 잘 알려줘. 처음이라 많이 고생할 것 같은데. 사람들이 말을 잘 따라줄지도 모르고 말야.”


---


주차장 한구석에서 그릇과 냄비에서 새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 가스버너를 이용한 수프가 그 안에 담겨있었는데, 그 수프를 먹어본 도시민들은 한결같이 ‘맛있다’라는 평을 내렸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도시 최초의 식당 겸 가정집이었다.

그곳에 사는 한미수 씨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자신의 집에서 요리를 하고, 사람들에게 맛좋은 음식을 내어 매출을 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별 거지 같은 손님들도 오기 마련이었고, 오늘도 그런 날 중 예외는 아니었다.


“이보세요! 정해진 가격대로 돈을 내셔야죠!”

“이번엔 별로 맛없었는데. 돈 다 주긴 좀 그래.”

“그러면 어제 오고 오질 말았어야지. 오늘도 와놓고선 그런 말 하세요?”

“아니. 재료비 타령하면서 이렇게 비싸게 받아놓고선. 이것도 다 단골 늘리는 방법이야. 서로 힘들게 사는 거 알면서, 좀 깎아주지도 못하나?”

“뭐, 뭐라고요?”


한미수 씨 또한 가격이 상당한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싼 재료들을 상인에게 주문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 정도로 이윤을 최대한 적게 내면서 식당을 운영하는지라 조금이라도 매출을 뜯긴다면 그대로 손해가 직접적인 타격이 되었다.


<부아아아앙>


그때, 저 멀리서 검은색 재킷을 입은 경비대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순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한 미수는 바로 손을 흔들어서 그를 불렀다.


“경비대! 경비대! 여기요.”


오토바이가 끼이익 소리를 내며 식당 앞에 멈추고, 헬멧을 벗자 그윽한 턱수염을 가진 얼굴을 드러냈다.


“왜요..가 아니라 무슨 일입니까.”


자칫 평소 말투대로 말한 뻔하다가 선글라스에 경고 문구가 뜨자, 그는 허겁지겁 말투를 고쳤다. 시장이 나눠준 선글라스에는 ‘다삼이의 경비대 교육 프로그램’이 탑재되어 있었기에, 경비대로서의 자세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진다면 바로 경고를 받아 나중에 한 소리를 듣게 된다.


“이 사람이 우리 식당에서 ‘치킨 갈릭 수프’를 먹고서는 돈을 다 안냈어요!”

“뭐요? 이거 무전취식이네!”

“그, 그게 아니라. 돈을 안 낸 게 아닌데. 서로 살기 힘든 세상인데, 조금 깎아주는 게 뭐 어떻겠냐고 물어본..”


그때, 다른 경비대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그 옆을 지나가다가, 실랑이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돌아와 근처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야, 여기서 뭐 하냐? 사건 난 거야?”

“지금 이 자식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돈을 안 냈어.”

“뭐? 이 자식 안 되겠네.”


우락부락한 두 몸집의 경비대원들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다가오자, 점점 뒤로 물러난 무전취식범은 여기서 돈을 안 내면 어디 하나는 부러질 것 같다는 공포심을 느꼈다. 그는 허겁지겁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테이블에 짤그랑 소리를 내며 원래 가격의 에너지 코인을 내려놓았다.


“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응? 반항 안 해?”

“무, 무슨 말씀을.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식당 주인이 돈을 다 받았다고 말하자, 무전취식범은 밖으로 허겁지겁 도망쳤다.


“어유, 감사해요. 사람들은 궁시렁 궁시렁 거리지만, 난 경비대가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정말 감사해요.”

“하하, 뭘 이런 걸 다.”

“그런데.. 저 바깥세상에서 살다 오셨다는 게 사실이에요? 우린 가스 공습 오고 여기서만 살아서 잘 몰라요.”

“사실입니다. 아이고, 참. 뭔 지나가는 사람마다 다 물어보려고 그래.”


옆에 있던 다른 경비대원이 킥킥 웃으면서 그 말을 받아쳤다.


“여기 사람들은 바깥에 비하면 진짜 다 착해, 아주.”


---


가스가 잠시 지나가면서, 지상로가 열렸다. 사람들은 각자 살 길을 찾기 위해 넓게 퍼지기 시작했고, 무법지대는 점차 늘어나는 중이었다.


“헉, 헉, 헉.”


노란색 방호복을 입은 한 사람이 도로를 따라 열심히 뛰고 있었다. 그 뒤로는 먹잇감을 쫓아가는 10명 정도의 무리가 보였다.


“야! 신선한 고기가 뛴다! 먼저 잡는 놈이 제일 맛있는 부위 차지하는 거다!”

“와아아아아아!!!”

“끼얏 호우!”


그들은 한 손에는 못 박힌 나무 방망이와 철 파이프 등 사람을 가격할 만한 무기들을 들고서는 열심히 도망치는 방호복 남자를 쫓고 있었다.


<탕!>


그들 중 한 명이 권총을 쏘았지만 빗맞혔고, 다시 총구를 위를 향하고는 계속 쫓아갔다.



“헉, 이 미친. 헉. 식인종 놈들.”


그들과 만나기 1시간 전, 그 방호복 남자는 방공호에서 잠시 나왔었다. 이유는 가족들을 위해 약을 찾기 위함. 최근엔 가스가 많이 사라져 지상이 보였기에 주변 상가에서 탐색하는 게 수월했다. 하지만 사라진 가스가 다시 바람이 불어 돌아올 수도 있었기 때문에 재빨리 다녀오는 것이 이득이었다. 그는 방호복을 입고 나와 약국이 있는 상가로 들어갔었다.


약국에서 약을 가지고 나왔을 때까지는 좋았는데, 저 멀리 보이는 모닥불 주위로 몸을 녹이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이 자기를 바라보자, 손에 들고 있던 ‘그것’을 볼 수 있었고, 그 즉시 뒤로 돌아 도망쳤다. 식인종들이 쫓아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우리 착해! 잠시 얘기하자. 멈춰!”

‘정신도 나갔어.’


그는 멈추라는 말을 무시하고, 한 건물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놓여있는 카펫를 치웠다. 그 다음, 바닥에 설치된 방공호 출입구를 열고 바로 들어가 잠금장치를 걸었다. 외부 에어락 도어를 닫고, 중화제가 살포되자, 내부 에어락 도어가 열리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가족을 볼 수 있었다.


“아빠. 왔어?”

“일단 모두 안으로 들어가.”


<투왕! 탕! 촤왕!>


몇 초 후, 입구에서 강철같은 물건으로 거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여보, 밖에 무슨 일이야?”

“밖은 망했어. 몇 주 동안은 여기서 버텨야 해.”


그는 아내에게 약을 건네주고, 외부의 위험을 이웃들에게 알리기 위해 비상연락용 통신기기의 키보드 앞으로 다가갔다.


- 용호아빠 : 지상에 식인종이 있습니다. 모든 방공호 거주 여러분은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모여살자 : 헐, 좀 있다 나가려고 했는데 취소해야겠네요. 다치신 데는 없나요?

- 용호아빠 : 겨우 도망쳐서 살았습니다. 식인종 녀석들입니다.

- 양소은 : ㅜㅜ 세상이 어떻게 바뀐 건지.. 살자님, 태양전지 수리는 나중에 해드리겠습니다.

- 모여살자 : 네.. 내일 한번 상황보고 만나요.

- 다삼 : 그들이 총을 가지고 있었습니까? 몇 명이나 있었습니까?

- 용호아빠 : 총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하지만 총알은 아까운지 딱 한발 쏘고는 다음에는 안 쏘던데요. 인원은 10명 내외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처음 모닥불에서 봤을 땐 서른 명이 넘었던 것 같았습니다.

- 소원이 : 강도부터 방화범, 식인종들이 몰려들다니. 말세야 말세.

- 다삼 : 항상 밖으로 나설 때는 주변에 발자국이나 사람 소리가 들리는지 항상 확인해야 합니다. 주변의 세세한 소리를 탐지하는 제품이 근처 전자상가에 있습니다. 나중에 근처에 지나가시면 가져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 모여살자 : 역시 저희 정신적 지주 다삼님! 다심님 없으셨다면 저희는 벌써 끝났을 거예요.

- 체커붐 : 발전기를 이용한 배리어 생성법도 알려주시고. 다삼님은 정말 천재세요.

- 용호아빠 : 맞습니다. 제 아이도 진찰해주시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 모두 힘내서 방공호 생활을 이겨내도록 합시다!

- 체커붐 : 그래요. 화이팅!


아직 밖은 무법천지였지만, 이렇게라도 서로 안심하고 얘기할 수 있는 이웃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그였다.


---


[데브일 님. 중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무슨 정보인데?”


[지상로가 열렸습니다. 중화제를 살포하던 김포 지역 가장자리로 많이 생겼으며, 그곳에서 살던 피난민들이 넓게 퍼지는 중입니다. 아직은 ‘캐슬 더 퍼펙트’ 도시까지는 연결되진 않았지만, 이 추세라면 근시일 내로 지상로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어우, 문 활짝 열고 도와줘야 할까?”


[그들 중 대부분이 폭력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고 합니다. 방금 알아낸 사실로는 식인종도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 설마설마했는데 식인종까지 있었을 줄이야.”


[지상로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희 도시가 그들에게 발각된다면 심각한 외부침입이 예상됩니다. ‘캐슬 더 퍼펙트’ 도시의 벽을 강화시키고, 출입문을 더 튼튼하게 지어야 합니다.]


“알겠어. 공항 쪽과는 못해도 5시간 거리야. 연장, 야간, 비상 근무를 언제 쓰지 생각했는데, 지금이 딱 적당하겠네.”


쓸 땐 써야지 라고 생각한 지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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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변경된 회차 알림 (2019.02.06 업데이트) 19.01.31 121 0 -
35 [34] 1부 외전 및 후기 +3 19.02.20 114 3 3쪽
34 [33] 캐슬, 성 (2) - 1부 완결 +4 19.02.20 76 3 15쪽
33 [32] 캐슬, 성 (1) +1 19.02.20 78 3 11쪽
32 [31]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1 19.02.19 75 4 12쪽
» [30] 다가오는 위협 +2 19.02.18 87 3 12쪽
30 [29] 격리 (2) +4 19.02.15 96 3 10쪽
29 [28] 격리 (1) +2 19.02.15 97 2 12쪽
28 [27] 무법지대 (4) +2 19.02.13 219 5 11쪽
27 [26] 무법지대 (3) +2 19.02.12 110 4 9쪽
26 [25] 무법지대 (2) +2 19.02.11 121 5 10쪽
25 [24] 무법지대 (1) +1 19.02.08 124 4 12쪽
24 [23] 밖은 엉망이었다 +1 19.02.07 128 5 12쪽
23 [22] 힘드십니까? +1 19.02.06 143 5 12쪽
22 [21] 도시의 손님들 +1 19.02.04 147 4 9쪽
21 [20] 자연의 보고, 아크 (3) +1 19.02.02 142 3 10쪽
20 [19] 자연의 보고, 아크 (2) +1 19.02.01 141 3 10쪽
19 [18] 자연의 보고, 아크 (1) 19.01.31 173 2 11쪽
18 [17] 한계 직전의 음욕 19.01.29 173 4 12쪽
17 [16] 그들의 교만 밑에서 19.01.27 146 3 11쪽
16 [15] 위기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1 19.01.25 165 3 10쪽
15 [14] 나태 장치 19.01.24 174 4 10쪽
14 [13] 터져버린 식탐 (3) 19.01.23 200 3 10쪽
13 [12] 터져버린 식탐 (2) 19.01.22 169 3 12쪽
12 [11] 터져버린 식탐 (1) 19.01.21 168 4 12쪽
11 [10] 첫 비행선이 주는 무게 +1 19.01.19 212 5 11쪽
10 [9] 탐욕의 집단, 쉘터러 (2) 19.01.18 188 6 13쪽
9 [8] 탐욕의 집단, 쉘터러 (1) 19.01.17 217 6 10쪽
8 [7] 영장이라고요? +2 19.01.16 213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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