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션-rvolution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9.01.30 01:35
최근연재일 :
2019.01.30 01:50
연재수 :
1 회
조회수 :
112
추천수 :
0
글자수 :
2,423

작성
19.01.30 01:50
조회
112
추천
0
글자
6쪽

나는 한낮 깨끗한 깃발을 흔들던 한줄기 빛에 불과했다.

DUMMY

그는 난처해하고 있었고 모든 일이 최악과 배신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거짓으로 덮을 수도 없었을 뿐더러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는 작은 희망마저 계속 꺼져만 갔다.


아아······ 상처를 받는 게 문제가 아니다. 아버지가 남기신 이 전란에 치가 떨리지도 않는다. 이건 운명이다. 타국의 침범을 허하는 건 우리가 약해서이다. 내가 약해서였다. 간사한 네놈들의 욕심이 타인의 존엄과 생명을 짓밟는다. 그걸 모르겠지.


어머니라는 작자는 이국의 왕과 혈연관계라는 이유로 떠나버렸고 친누나는 타국의 왕과 결혼해 임신까지 하여 조카를 낳았다. 이 어찌 할 일이란 말인가. 아버지의 섭정으로 국가의 위기는 잘 알고 있었다. 공작 장의 공격으로 도망을 갈 때조차 잊지 않았다. 아르마냐크파의 수장이 되어, 그들이 일을 그르칠 때 까지 나는 최선을 다했다. 조르주 드 라 트레무아유의 자금을 빌려서라도 왕이 된 나는 어떻게든 버티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 연합군은 전쟁을 재개하고, 아르투르 드 리슈몽, 훗날 4인의 기사로 이름을 올린 그가 총사령관을 맡아 저항했지만 평화는 손을 뻗지 못해 절망했다.


결국 헨리 6세가 커서 자라면 이곳에 왕이 되리라.


그때까지 저들을 밀지 않으면 ‘오를레앙’이 무너지게 되면 무능한 왕으로 남아 역사에 치욕을 기록한 뒤 죽게 되는 운명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건 너무 최악이다. 어째서 이런 결말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방법이 있는가? 사기는 있는대로 금세 바닥나고 식량도 비축한 량을 점차 소모시켜 만가는, 불 꺼진 지하실에 희망의 빛은 한 줄기마저도 안보였다.


국가를 구하고 싶다. 저런 녀석에게 많은 이들이 죽게 방치할 수 도 없다. 그러나, 가족은 등을 돌렸다.


나는 포기해야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의 첫 마디는 그랬다. 엄숙히 모인 궁정에서 하얀 머리에 아직 앳된 소녀가 허름한 옷차림으로 신하들 속에 숨어있던 ‘그’를 찾아내었다. 두 눈 똑바로 마주하며 강인한 희망을 외친 그 소녀가 말이다.


“샤를 7세여. 저는 대천사장 미카엘님과 성녀이신 카탈리나님의 계시를 얻고 이곳에 왔습니다. 소녀는 잔 다르크. 조국을 구하고자 미천한 모습으로라도 이곳 시농에 로렌에서 당도하였나이다.”


예의를 갖추었다.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시골소녀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는 아직 어색한 몸짓이 배어 있어 순수히 귀족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날 발견하다니. 나를 알고 있는가. 소녀여.”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전 처음 보는 시골소녀다. 조국 프랑스는 궤멸직전까지 운명이 비참해질 만큼 여위었다. 한줄기 빛이 필요했고, 샤를은 간절히 그걸 원하였다. 그녀의 정신과 신념을 시험해보았고 큰 이상은 없는, 다시 말해 정상 판정을 당당히 받았다.


자, 만인의 시선을 고쳐 놓을 지장을 얻은 셈이다.


“가거라. 오를레앙으로.”


이 한 마디가 부디 기적으로 이어지기를.


당시 백색의 갑옷과 부츠, 검과 백합문양이 수놓인 깃발을 높이 들며, 잔 다르크는 생애 첫 전장으로 주저를 떨친 채 나아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샤를 7세는 믿지 않았다. 조국 프랑스는 궤멸직전까지 패배만을 겪었고 그저 도박이다, 신의 계시를 받은 소녀 따위.


한번쯤 사용해볼만한 수라고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시기는 한참 종교와 신과 인간의 조화를 노래하는 세상. 신의 계시를 부여받은 소녀는 사기가 한껏 떨어져 바닥을 치는 군세를 일으켜 세우고 앞장서 죽음이 빗발치는 곳으로 향했다.


소문의 소녀와 그에 준하는 믿음직함은 군사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녀는 성녀고 동시에 악마였다. 희고 고운 깃발은 깨끗할지언정 손에 든 그 순간부터 피로 물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샤를 7세여······.”


이념이 태초부터 달랐던 것이다. 끝까지 전쟁으로 프랑스를 구하고자 깃발을 든 소녀와 어느 정도 진정된 프랑스에 더 이상의 전투와 위험한 작전을 무릅쓰고 싶기를 거부한 샤를은 협상과 타협, 그리고 정교한 외교 전략으로 부르고뉴와 화평을 통해 잉글랜드를 완전히 몰아내려고 하였다.


더군다나 그녀는 왕권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커져버렸다.


그날 랭스 대성당에서 열린 황제 대관식은 수많은 프랑스인을 하나로 묶고, 강인한 정신력을 일으키고 성처녀로서 동상으로 세워진 그 날. 부르고뉴에 잡혀 영국으로 넘겨진 그녀는 이단 취급 마녀로 선동당해 순결한 이슬로 활활 타올랐다. 분할만큼 왕에게 분노가 치밀러 올랐다. 콩피에뉴를 수호하고 진격하는 와중에 잔 다르크의 죽음이, 각각 반란과 단결의 형태로 부활해 영국군을 몰아내었다. 반란은 오를레앙과 랭스에서 잔여세력이 일으켰다.


그것을 나, 프리단스테 리레아 다르크가 반란을 제압했다.


1461년, 노르망디의 수도 루앙을 포함하여 북부도시탈환 이후 전쟁의지가 상실된 승리왕-Victorieux 샤를 7세는 사망하였고 군을 떠난 나는 성인이 되어서 새로운 세계와 마주해야 했다. 한 때 순수히 마법사와 마녀를 사냥, 처형을 집행하던 종교집행소가 서서히 무고한 자들까지 도구로 이용하는 더러운 세계를.


작가의말

 1800년대 프랑스 혁명을 일군 선도자 중 한 사람인 슈발리에-오를레앙 드 샤를의 선조로서 1453년 백년전쟁을 성공적으로 종결시키고 이후 원만한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프리단스테 리레아 다르크의 이야기다.

 

최후의 중세, 몰락했던 성전기사단이 차즘 부활하며 정체성인 ‘윤리’ 를 바로잡아가던 시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레볼루션-rvolutio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나는 한낮 깨끗한 깃발을 흔들던 한줄기 빛에 불과했다. 19.01.30 113 0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