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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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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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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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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2. 7막 막간 - 마법사는 어디 계신가 | Glinda

DUMMY

기다리는 자는

그저 가만히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가만히


- 시, `님은 어디에` 中 발췌 -


부유감. 몸이 둥둥 떠다닌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보이는 건 하얀 빛.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아. 생각하기 싫다.

아니. 생각해야 한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어떻게 된 일이지? 여긴 어디지?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무언가 몸을 끌어당긴다. 하얀 공간에서 추락한다.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떨어져 내린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다. 주변을 둘러본다. 이전에 보았던 내 방. 정확히 말하면 배의 방이지만.

머리가 아프다. 아까까지 누워있던 침대는 땀으로 축축하게 변했다. 배에서는 빨기도 힘든데 곤란하게 됐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기억이 혼란스럽다. 정리가 필요하다.

"망할. 에스나가 했구나."

기억이 대충 돌아왔다. 에스나가 나를 기절시켰다. 나쁜 년. 그런데 왜 기절 시켰지? 그 부분이 기억이 안 난다.

방문이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를 내며 열린다. 맥이 방안으로 들어온다. 손에는 물수건이 얹어진 쟁반이 들려있다.

아직 내가 깨어난 걸 눈치채지 못한 거 같다. 바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천천히 침대 근처로 걸어와 쟁반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야. 맥."

"으아아악!"

나랑 비슷하게 소리 지르네. 맥은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진다. 볼썽사납다.

"그렇게 놀라지 말고. 이리로 와봐."

넘어진 맥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침을 삼키고 천천히 일어난다. 우물쭈물하며 다가온다. 내 침대 옆에 양손을 모으고 서 있다.

"어떻게 된 거야?"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맥은 내 시선을 피한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다.

"이봐. 맥. 수건은 가져다 놨어?"

처음 듣는 목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린다. 들어온 것은 수염을 깨끗이 다듬은 젊은 남자. 저런 사람이 배에 있었나?

남자는 나를 보자마자 놀라서 걸음을 멈춘다. 표정에 당황과 놀람이 한가득. 맥과 비슷한 표정이다.

"......"

"......"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그 남자도 나도 뭔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는 상황. 가운데 끼어 있는 맥의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왜 거기서 그러고 있으십니까?"

에스나의 목소리가 방 밖에서 들려온다. 젊은 남자가 문 앞에서 살짝 비키자 하얀 갑옷을 입은 에스나가 들어온다.

나를 바라본 에스나는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몸을 멈칫한다.

"깨어나셨습니까?"

그 목소리에는 놀람과 당황이 담겨 있다. 내가 일어나면 안 되는 시간이었나?

"마법사님은?"

이런 일에 빠지지 않고 끼는 사람이 안 보인다. 아직 모르고 있는 건가?

"다들 왜 그래?"

내가 마법사의 이야기를 꺼내자 다들 내 시선을 피한다. 맥도 에스나도 이름 모를 남자도. 갑자기 불안해진다.

"무슨 일 있어?"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에스나가 대답해준다.

"아이작은 지금 이곳에 없습니다."

"없다고?"

왜? 그 인간이 나를 두고 어디 갈 인간이 아닌데?

"펠파트니스의 카이드리히 왕자를 도우러 갔습니다."

펠파트니스? 왕자? 도우러 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기억이 돌아온다.

기다리다 지쳐서 잠들었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깼다. 갑판에서 소리가 들려서 올라갔다. 거기에는 마법사와 펠파트니스의 둘째 왕자가 있었다.

그리고 난 뭘 했지? 왠지 엄청 부끄러운 일을 한 거 같은데? 떠올리기 싫다. 얼굴이 붉게 물든다.

"기억이 돌아온 모양이네."

젊은 남자가 하품하며 말한다.

"당신은 누구?"

대답은 에스나가 대신해준다.

"이 사람은 외로운 항해자의 선의입니다."

의사라고?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동시에 마법사지."

마법 의사라. 흔히 볼 수 있는 존재는 아니지. 오스왈츠 영지에도 한 명 있었다. 아버지의 주치의로 일하던 사람.

오스왈츠 생각을 떠올리자 기분이 안 좋아진다. 빨리 털어버리자.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줘. 맥."

다들 쉽게 설명해 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럼 가장 유약한 사람을 골라야지.

맥은 내 말을 듣고 흠칫 놀란다. 눈을 이리저리 돌린다. 역시 상대를 잘 골랐다.

"어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남자와 에스나가 맥을 노려본다. 나도 맥을 노려본다. 맥은 세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침을 삼킨다.

불쌍해 보이지만, 나는 대답을 들어야겠다.

"으어어어."

맥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긴장을 이기지 못한 거다. 이제 쓰러질 때가 되었다.

"맥!"

놀란 에스나가 소리를 지른다. 다행히 쓰러지는 맥은 남자가 잡았다. 빠른 반응 속도다.

"이 아이. 정말 심약하네. 긴장을 느껴서 기절이라니."

선의가 한숨을 쉰다. 확실히 심약하기는 하지.

"방에 눕히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 맥을 안은 채로 방을 나선다. 이제 남은 것은 나와 에스나 뿐.

아무 말도 없이 에스나를 바라본다. 에스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나를 마주한다.

"말해줄 생각은 없는 거야?"

한참의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에스나는 대답하지 않고 한숨을 쉰다.

"상태가 괜찮아지신 것 같으니 설명하겠습니다."

에스나다 바닥에 주저앉는다.

"우선 글린다. 당신은 열흘간 잠들어 있었습니다.

"켁."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정도로 놀랐다. 열흘 동안 잠들어 있었다니.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지?

표정을 숨기지 않고 에스나를 바라본다. 에스나는 다시 한숨을 쉰다.

"쿠로가 수면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아서 계속 재워뒀습니다."

아마 그 선의를 말하는 거겠지.

"그런 게 가능한 거야?"

"가능하더군요. 사용할 때마다 잠드는 시간이 짧아지는 게 흠이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깨어난 거군. 마법의 남용으로 내가 깨어나는 시간을 예측하지 못한 거야.

"그런데 왜 재워 뒀어? 그냥 깨어있어도 되는 거 아닌가?"

"기억이 안 나십니까?`

대부분은 기억나는데. 뭘 말하는 걸까. 설마 내가 기억 못 하는 그 부분인가.

몸이 떨린다. 그건 왠지 기억해서는 안 될 거 같다. 떠올리고 싶지 않다.

"그럼 제가 말씀해드리겠습니다. 글린다 당신 아이작한테."

"안돼에에에!!!"

비명을 지르며 에스나의 말을 막는다. 저건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모든 본능이 그렇게 외치고 있다.

"다시 말하겠습니다."

"싫어! 말하지 마!"

에스나가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나오시면 선의를 불러서 진정 마법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으윽. 그건 싫은데. 마법사한테 당해본 결과 진정 마법은 별로 좋은 게 아니다. 머릿속이 꽃밭이 되어버린다.

"알았어. 얌전히 들을게."

어쩔 수 없다. 그냥 들어야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될 거다.

"당신 갑판에 올라오자마자 아이작에게 붙었습니다."

떠오른다.

"아이작이 떠나려고 하자 가지 말라고 붙잡았고요."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른다.

"괜찮습니다. 타인을 원하는 마음은 상당히 정상적입니다."

"으아아! 나 이제 시집 다 갔어!"

망할! 떠올랐어! 내가 뭔 일을 했는지! 으아아아아! 왜 그랬을까! 내가 미쳤지!

"조금 진정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절대 진정 못 한다. 어떻게 그런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지? 내가 미쳤던 게 분명하다.

뒤로 쓰러져서 이불로 얼굴을 가린다. 눈물을 흘러나올 거 같다.

"괜찮습니다. 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에는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웃기고 있네! 나보다 나이도 어리면서!"

"그건 그렇군요."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아 제기랄. 마법사 얼굴은 어떻게 보지. 빨리 기억에서 지워 버려야지.

"뭐야 뭐 하고 있어."

켁. 망할. 어떻게 이 순간에 들어오지? 마법사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일은 잘 처리되었습니까?"

"그냥 마법 몇 개 써주고 왔어."

마법사가 바닥에 주저앉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마법을 쓰셨습니까?"

에스나가 궁금한지 물어본다.

"소용돌이도 만들고. 커다란 불덩이도 던지고. 부서진 배도 좀 고쳐주고. 떨어진 선원도 구출하고."

"많은 일을 하셨군요."

"또 물기둥으로 배도 좀 부수고. 바다를 불로 뒤덮기도 했지."

".... 많은 일을 하셨군요."

에스나의 말에는 당혹감이 섞여 있다.

"아무튼, 엄청 귀찮았다. 대포나 펑펑 쏴대질 않나. 포위 작전을 펼치지 않나."

"고생하셨습니다."

마법사가 작게 한숨을 쉰다. 정말 귀찮은 일이었나 보다.

"솔직히 마법을 쓰는 것보다 배를 타고 가는 게 더 힘들었어. 거기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장난 아니더라."

그렇겠지. 그 해적들은 이미 마법사의 힘을 본 상태니까. 심지어 적으로 힘을 느꼈지. 그런 인간이 자기 배에 있다면 끔찍한 경험이 될 거다.

"그런데 글린다는 왜 저런데?"

대화 주제가 나로 넘어와 버렸다. 아 그냥 기절하고 싶다. 별로 듣고 싶지 않아.

"부끄러워서 그렇습니다.`

"아니야!"

소리 지르며 일어나 버렸다. 에스나가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작은 소리였지만 분명히 들었다.

에스나의 도발에 넘어가 버린 건가!

"일어나 계셨군요."

마법사가 나를 바라본다. 으윽. 부담스러워. 마법사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린다. 똑바로 보기 힘들다.

"저기요. 마법사님."

"말씀하시죠."

잠시 헛기침을 한다.

"모든 일은 잊어 주세요."

"네?"

마법사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저건 모르는 척을 하는 게 아니다. 정말로 잊어버린다.

갑자기 열이 오른다. 나는 부끄러워서 제대로 기억도 못 하는데 혼자서 싹 잊고 있다니. 원래 저런 인간이기는 했지만.

"에휴."

한숨이 나온다. 마법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모르시면 됐어요."

그래. 그냥 이렇게 넘어가자. 그게 나에게 좋은 거다.

"글린다는 이전에 아이작의 코트를 붙잡았던 걸 말하는 겁니다."

"아아. 기억났다."

"너 진짜!!!"

에스나가 다 말했어! 마법사도 기억을 떠올렸고! 망했어!

"으아아! 진짜로 나가서 죽어야지!"

뒤로 넘어지며 이불로 얼굴을 가린다. 마법사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진짜 내가 왜 그랬을까.

"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내가 신경을 씁니다! 망할! 제기랄! 그냥 얼른 나가줬으면 좋겠다. 혼자 있고 싶다.

"글린다가 혼자 있고 싶은 모양이니 우리는 물러납시다."

이럴 때는 눈치가 빨라요.

"그러지 뭐. 그론을 만날 일도 있고."

마법사와 에스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발걸음 소리도 멀어져 간다.

덮고 있던 이불을 내린다. 나무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아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자고 일어나면 조금 생각이 정리되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눈을 꼭 감는다. 호흡을 가다듬고 몸의 긴장을 푼다. 잠의 손길이 나에게 다가온다. 조금씩 정신이 몽롱해진다.


작가의말

그림자마저

온데간데없고

진한 향기마저

사라졌네

흔적조차 없이

연기처럼 사라진

님은 어디에

​기다리는 자는

그저 가만히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가만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가만히

도대체 님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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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5. 8막 1장 - 푹풍이 지나간 후 (2)| Isaac +4 19.08.22 1,357 16 11쪽
124 124. 8막 1장 - 푹풍이 지나간 후 (1)| Isaac +2 19.08.21 1,393 15 11쪽
123 123. 8막 서장 - Tempest | Isaac +4 19.08.20 1,376 17 11쪽
» 122. 7막 막간 - 마법사는 어디 계신가 | Glinda +4 19.08.19 1,443 14 11쪽
121 121. 7막 5장 - 해적왕 (4) | Isaac +6 19.08.17 1,434 14 11쪽
120 120. 7막 5장 - 해적왕 (3) | Isaac +2 19.08.16 1,428 15 12쪽
119 119. 7막 5장 - 해적왕 (2) | Isaac +2 19.08.15 1,446 13 11쪽
118 118. 7막 5장 - 해적왕 (1) | Glinda +2 19.08.14 1,47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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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115. 7막 3장 - 외로운 항해자 (3) | Isaac +2 19.08.10 1,486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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