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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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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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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5.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1) | Isaac

DUMMY

큰뱀 신화는 커다란 강이 있는 지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생명과 순환을 상징하는 뱀을 식량의 주요 생산지인 강과 연결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 `신화를 찾아서`, 람 세이지 -


으어어. 힘들어. 눈을 뜨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백룡의 성체에 도착한 지 열흘째. 폭풍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지. 카슈라마즈와 윌턴에게.

자는 동안은 카슈라마즈에게 배우고, 깨어 있는 동안은 윌턴에게 붙잡힌다. 아. 공부하기 진짜 싫다.

방금 까지도 카슈라마즈에게 대륙의 역사를 배웠다. 테제아가 어쩌구, 란타 제국이 어쩌구. 기억나는 건 거의 없지만.

"아이작. 아침 식사 시간입니다."

"알았어."

에스나가 부르는 소리에 침대에서 일어난다. 공부라는 슬픔에 잠겨 있을 시간은 없다. 이제 공부는 내 운명에 가까운 일이니까.

우울한 상상에 한숨을 내쉰다. 천천히 문을 향해 걸어간다. 돌 바닥에 부딪히는 발소리만이 나를 위로한다.

"왜 이리 늦게 나오세요?"

문 앞에는 에스나 뿐만 아니라 글린다와 맥도 서 있다. 글 중 글린다는 팔짱을 끼고 불만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사람이 좀 늦게 나올 수도 있지. 왜 저럴까.

늦게 나오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공부 때문. 카슈라마즈가 나를 붙잡고 놓아줄 생각을 안 한다. 아. 공부하기 싫다.

"그렇게 우울한 표정 짓지 마십시오. 보기 좋지 않습니다."

에스나도 나한테 뭐라고 한다. 한숨을 쉬며 맥을 바라본다. 맥의 표정도 좋지 않다. 에스나랑 비슷한 생각이구나.

"그래. 기운 내야지."

하지만 나질 않는걸. 온종일 공부만 하고 있는데 어떻게 기운을 차리겠어.

"됐고. 빨리 아침이나 먹으러 가죠."

글린다는 몸을 휙 하니 돌려 복도를 걸어나간다. 어처구니가 없다.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리다니. 뭐 원래도 저러기는 했지만.

남은 나와 맥과 에스나는 멀어져 가는 글린다를 보며 한숨을 쉰다.

"글린다도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습니다."

맥도 에스나의 말에 동의하는 듯 끄덕인다. 나는 잘 모르겠다. 공부하느라 바빠서 주변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으니. 그래도 에스나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왜 저러는 걸까요?"

"저는 모릅니다. 직접 물어보는 게 더 빠르기는 할 겁니다."

"나중에 물어보는 거로 하고. 아침이나 먹으러 가자."

더 걱정해봤자 소용없다. 날 잡고 직접 질문을 던져야지. 그러므로 당장 할 일은 식사를 하는 거다.

맥과 에스나를 지나쳐 복도를 걷는다. 여기는 음식이 잘 나와서 참 좋단 말이지.

"마법사님. 같이 가요."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와 맥의 외침이 들린다. 에스나도 잘 따라오고 있는지 발소리가 이중주로 들린다.

길게 하품을 하며 글린다가 걸어갔을 계단을 내려간다. 내 발소리도 벽에 울려 이중주는 삼중주로 변화한다. 듣기 나쁜 소리는 아니다.

"이제 내려가는 건가?"

2층 계단에서 올라오는 사람을 만났다. 머리카락이 없는 중년 남성. 이틀 전에 도착한 바이산이다.

"벌써 아침 먹은 거야?"

내 질문에 바이산은 고개를 끄덕인다. 잠깐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나보다 한 살 어리다는 것이 밝혔다. 그 뒤로 계속 반말을 쓰는 중이다.

지금 백룡의 성채에는 속속들이 기사들이 도착 중이다. 하루에 서너 명꼴로. 밖에는 폭풍이 한창인데 어떻게 오는지 모르겠다.

"바이산. 혹시 더 도착한 사람 있습니까?"

"쿤카가 식당에 도착했다."

바이산의 대답을 들은 에스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또 새로운 사람이 도착했구나.

"이제 거의 다 모이고 있군요."

"내일쯤이면 백룡의 길을 오를 수 있을 거라 본다."

백룡의 길? 처음 듣는 단어다. 꽤 배우는 중인데 모르는 게 있다니. 하긴. 공부할 때 집중했어야 기억하든지 말든지 하지.

"아이작도 길을 걸을 예정인가?"

"나?"

갑자기 내 이름이 등장했다. 당황스럽다. 뭔지 몰라도 안 했으며 좋겠다.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출발하기 전에 통보해주지 않을까 합니다."

그게 뭐야. 출발하기 전에 통보라니. 최소한 마음의 준비라도 할 시간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저기···. 혹시 저도 가는 건 아니죠?"

계단에 서 있는 맥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질문을 던진다. 그래. 그것도 참 중요한 일이지.

"글린다와 당신은 본부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백룡의 길을 걸을 자격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에스나의 대답에 맥이 한숨을 내쉰다. 부럽다. 나도 아무나가 되고 싶어. 왜 난 아무에게나에 포함되지 않을까.

"그래서 백룡의 길이란 게 뭐야?"

"내려가면서 설명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에스나는 바이산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 계단을 내려간다. 바이산 또한 에스나의 인사를 받으며 나를 지나쳐 계단을 오른다.

백룡의 길이라니. 너무 불안하다. 불안하다 못해 설명을 듣고 싶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고 안 들을 수는 없지. 준비란 건 필요한 법이니까.

한숨을 쉬고 에스나를 따라간다. 맥은 얌전히 내 뒤를 따라온다.

"그래서. 백룡의 길은 뭐야?"

에스나의 뒤를 따라 걸으며 질문을 던진다.

"백룡 기사의 연례행사입니다. 본부의 모든 백룡 기사가 백룡을 만나러 올라가는 겁니다."

"인테아 정상으로?"

"예."

절망적인 상황에 다리 힘이 풀린다. 요즘 들어 자주 풀리는 기분인데. 간신히 벽에 몸을 기대 넘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서 있기가 힘들다. 그대로 계단에 주저앉는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아이작?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보여? 인테아 산을 올라야 하는데 괜찮을 거 같아?"

괜찮을 리가 없잖아. 정상까지 또 올라가야 한다니. 여기까지 올라오는 것도 엄청 힘들었는데. 아. 울고 싶다. 울면 안 갈 수 있을까?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래로 내려가기 싫다. 그냥 여기 이러고 있을래.

"글린다도 그렇고 아이작 당신도 그렇고.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에스나가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본다. 한심한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 그냥 한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라. 한심한 사람은 백룡의 길을 걸으면 안 될 거야.

"얼른 정신 차리시고 내려갑시다. 아침은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싫어. 안 먹을래. 그냥 굶어서 죽어버릴래. 등산하는 것보다 죽는 게 좋아. 아. 나 굶는다고 죽는 사람이 아니지.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고. 불쌍한 내 인생.

"맥. 아침을 먹고 싶다면 마법사를 옮깁시다."

"어떻게요?"

"한쪽 팔을 잡아 주십시오."

에스나가 내 팔 한쪽을 들어 올린다. 축 늘어진 몸이 에스나의 뜻대로 움직인다.

"해도 될까요?"

"그냥 하십시오."

불안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 맥도 반대쪽 팔을 들어 올린다. 나는 두 사람에 의해 들어 올려졌다.

"이대로 계단을 내려가겠습니다."

에스나와 맥이 나를 끌고 계단을 내려간다. 아무도 붙잡지 않은 다리는 계속 계단에 부딪힌다. 아프지만, 반응할 힘도 없다.

인테아를 올라야 한다는 미래가 나를 무겁게 짓누른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알고 있다. 내 운명은 나를 백룡의 길로 집어 던질 것이다.

"으으. 힘들어."

맥의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호흡도 거칠어져 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땀도 흘리고 있겠지.

"아이작. 왜 이렇게 무거우신 겁니까? 살을 빼셔야 할 거 같습니다."

무슨 소리. 나는 적정 체중이라고. 만들 때 그렇게 만들었단 말이야.

에스나의 투덜거림과 맥의 고통의 소리 속에 우리는 1층에 도착했다.

"더 이상은 못 해요."

지쳐 버린 맥은 그대로 내 팔을 놓는다. 당연히 중력에 의해 중심이 무너지고, 무게 변화를 못 버틴 에스나도 나를 놓친다.

그대로 돌 바닥에 얼굴부터 처박힌다. 아프다. 엄청 아프다. 얼굴에서 불이 나는 거 같다.

"어···. 괜찮으세요?"

맥이 걱정 서린 목소리로 물어온다. 이런 걸 보고 괜찮아 보인다면 안과에 가 보는 것을 추천하겠다. 여기에는 없겠지만.

한숨을 쉬면서 몸을 일으킨다. 차가운 돌 바닥을 짚으며 일어난다. 에스나와 맥이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뭘 그렇게 봐."

"아이작. 코피가 납니다."

에? 슬쩍 손가락으로 코 밑을 쓸어본다. 따뜻한 무언가가 손에 묻는다. 검붉은 색의 핏방울이 손가락에 맺혀 있다.

당황스럽다. 그렇게 부딪혔다고 코피가 나다니. 마법도 몇 개 걸려있는데.

"걱정하지 마. 이런 건 물약 하나로 해결되니까."

물품창에서 최하급 회복제를 꺼낸다. 코피 정도는 이걸로 되겠지. 코르크 마개를 따고 물약을 마신다. 딸기 맛이다.

"코피 멎었습니다."

"다행이네."

손가락을 튕겨 눈앞에 물방울을 만들어 낸다. 피가 묻어 있는 손을 씻어낸다. 아예 세수까지 해서 코피의 흔적을 지운다.

"지워졌어?"

"네. 지워졌어요."

다행이네. 다시 손가락을 튕겨 물방울을 없애버린다.

"이제 다시 아침 먹으러 가자."

손에 묻은 물을 털어내며 복도를 걸어간다. 이미 몇 번 왔다 갔던 길이기에 위치는 알고 있다.

"같이 갑시다."

에스나와 맥도 내 뒤를 따라온다. 우리들의 발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진다. 저 모퉁이만 돌면 식당이 나타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시끄럽지? 살짝 고개를 돌려 에스나를 바라본다. 에스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에스나도 모르는 일인 건가.

불안하다. 입안이 바싹 마른다. 호흡을 가다듬고 걸음을 빠르게 옮긴다.

모퉁이를 돌아 문을 바라본다. 커다란 나무문은 굳게 닫혀 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봐. 에스나."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윌턴이 빠른 걸음으로 우리를 향해 걸어온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아마 식당에서 일어나는 소란에 관한 질문일 거다.

"저희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직접 확인해봐야 하는 건가."

윌턴은 한숨을 내쉬며 우리를 지나친다. 순식간에 식당 문 앞에 서서 문을 바라본다.

"아이작. 에스나. 다른 사람들을 제압해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준비하도록."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윌턴의 목소리는 심각하기 그지없다. 뭔가 알고 있는 모양인데.

일단 윌턴의 말대로 준비한다. 준비라고 해봤자 별건 없지만. 그냥 윌턴의 옆에 서서 마법을 사용할 마음을 준비한다.

에스나도 상황은 비슷하다. 윌턴의 옆에서 움켜쥔 주먹을 들어 올린다. 검도 없으니 저게 최선일 수밖에.

"그럼. 열겠네."

윌턴이 문의 손잡이를 잡는다. 그대로 앞으로 밀어젖힌다. 커다란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싸워라! 부숴라! 이겨라!"

"오오! 잘한다!"

도대체 저게 뭔 소란이지. 살짝 열린 문틈으로 온갖 잡음이 들려온다. 뭔가 깨지는 소리. 사람의 비명.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소리.

"으하하하! 다 덤벼라!"

잠깐만. 방금 그거 글린다 목소리 아니야? 왜 저런 소리를 지르는 거지?

"자네들 지금 뭐하는 건가!"

문을 완전히 열어젖힌 윌턴이 노성을 내지른다. 식당 안의 모든 사람이 하던 일을 멈추고 윌턴을 바라본다. 글린다만 빼고.

식탁 위에 올라가 있는 글린다는 자기 앞에 서 있는 남자 하나의 턱을 후려친다.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도대체 저게 뭐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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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4. 11막 3장 - 백룡의 길 (6) | Isaac +2 19.11.11 375 10 11쪽
193 193. 11막 3장 - 백룡의 길 (5) | Isaac +6 19.11.09 415 10 11쪽
192 192. 11막 3장 - 백룡의 길 (4) | Glinda +3 19.11.08 411 10 11쪽
191 191. 11막 3장 - 백룡의 길 (3) | Isaac +3 19.11.07 395 11 11쪽
190 190. 11막 3장 - 백룡의 길 (2) | Isaac +2 19.11.06 428 10 11쪽
189 189. 11막 3장 - 백룡의 길 (1) | Glinda +2 19.11.05 446 10 11쪽
188 188.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4) | Glinda +2 19.11.04 468 10 12쪽
187 187.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3) | Isaac +4 19.11.02 551 9 12쪽
186 186.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2) | Glinda +4 19.11.01 468 9 11쪽
» 185.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1) | Isaac +6 19.10.31 500 12 12쪽
184 184.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6) | Isaac +3 19.10.30 498 9 11쪽
183 183.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5) | Glinda +5 19.10.29 491 11 12쪽
182 182.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4) | Isaac +3 19.10.28 515 11 11쪽
181 181.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3) | Isaac +3 19.10.26 553 11 12쪽
180 180.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2) | Isaac +3 19.10.25 555 11 11쪽
179 179.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1) | Glinda +4 19.10.24 578 10 11쪽
178 178. 11막 서장 - 백룡의 기사들 | Isaac +6 19.10.23 577 14 12쪽
177 177. 10막 종장 - 백룡의 성채 | Isaac +3 19.10.22 618 12 12쪽
176 176. 10막 4장 - 겨울 산행 (4) | Glinda +7 19.10.21 625 13 11쪽
175 175. 10막 4장 - 겨울 산행 (3) | Isaac +4 19.10.19 677 12 12쪽
174 174. 10막 4장 - 겨울 산행 (2) | Isaac +4 19.10.18 649 13 11쪽
173 173. 10막 4장 - 겨울 산행 (1) | Glinda +4 19.10.17 659 14 11쪽
172 172.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5) | Isaac +2 19.10.16 666 12 11쪽
171 171.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4) | Isaac +6 19.10.15 677 12 12쪽
170 170.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3) | Isaac +4 19.10.14 693 12 11쪽
169 169.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2) | Isaac +4 19.10.12 725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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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166. 10막 2장 - Missing (3) | Isaac +3 19.10.09 753 11 11쪽
165 165. 10막 2장 - Missing (2) | Isaac +5 19.10.08 76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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