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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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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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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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0.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3) | Isaac

DUMMY

거리에 흐르는 강이 발목을 감싼다. 차갑다. 옆에서 물이 첨벙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보지 않아도 에스나다.

[지금부터 정신 대화로만 할게.]

[알겠습니다.]

약간 긴장한 듯한 목소리. 주변을 둘러본다.

각자의 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근처로 다가온다. 깔린 사람들을 구하려는 듯 잔해를 들추기 시작한다.

[기다렸다가 나오면 공격할까?]

[직접 찾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에스나가 앞으로 걸어나간다. 직접 찾는 건 문제가 안 된다. 검과 방패를 들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문제지.

역시나. 에스나가 다가오자 사람들이 뒤로 물러선다. 에스나는 그런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잔해 위에 발을 올린다.

[아이작. 안 오실 겁니까?]

에스나의 부름에 한숨을 쉬고 앞으로 걸어간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우니 빠르게 처리하고 떠나자.

잔해에 다가가서 염동 마법으로 잔해를 들어 올린다. 그렇게 생겨난 공간으로 에스나가 들어간다. 다른 평범한 사람들도 그 공간으로 들어간다.

쏟아지는 폭우가 잔해를 적신다. 사람을 구하려는 사람들도 비에 젖는다.

[아이작. 찾았습니다. 여기로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에스나의 목소리가 그다지 좋지 않다. 무슨 일이기에 이런 목소리일까.

"공간 이동. 목표 지점. 에스나."

일그러진 공간을 넘어 도착한 곳은 에스나의 옆. 그리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다. 언제 이런 곳까지 온 걸까.

[여긴 어디야?]

빛 한점 없는 곳은 아닌가 보다. 시간이 지나자 주변이 흐릿하게 보인다.

[무너진 건물의 지하입니다.]

그건 알고 있지.

[악마는 저기 있습니다.]

에스나가 저쪽 구석을 가리킨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거대한 잔해에 깔렸다.

[저게 악마가 맞아?]

[안 느껴지십니까?]

느껴지긴 한다. 모든 본능이 외친다. 저 남자를 죽이라고. 저 남자는 위험하다고. 저것은 인간이 아니라고. 그래도 너무 평범하게 생겼는걸.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에스나는 검을 들고 악마에게 다가간다. 갑옷을 철컥거리며 다가간다. 머리 위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하얀 검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 번개처럼 내리꽂힌다. 공간을 채우던 불길한 기운인 일순 사라진다.

몸에서 분리된 남자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힌다. 데굴데굴 굴러 내 발 앞까지 다가온다.

노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바라본다? 머리통을 자세히 살핀다. 눈동자가 나를 행해 있다.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그저 죽은 자의 눈이 나를 향할 뿐.

그런데 왜 바라본다고 느꼈지? 바라본다는 건 살아있는 존재한테나 쓰는 말인데.

악마의 머리를 빤히 바라본다. 그저 착각이라고 넘기기에는 이상하다. 악마의 노란 눈동자를 바라본다.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눈꺼풀이 깜빡인다. 불길한 기운이 공간을 가득히 채운다.

"!!!"

놀라서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악마의 머리통이 자기의 몸을 향해 굴러간다. 에스나도 멈춰 서서 반응하지 않는다.

바닥을 구른 머리는 다시 몸통에 붙어 버린다. 악마가 몸을 움직인다. 잔해가 들썩인다.

"에스나!"

에스나가 검을 휘두른다. 번개처럼 내리쳐진 검은 악마의 목에 부딪히고 튕겨 나간다. 뭐가 저리 단단한 거지.

"제기랄!"

욕지거리를 내뱉은 에스나가 다시 검을 휘두른다. 이전보다 빠르고 강하게. 당연하게도 검은 다시 튕겨 나온다.

"화염구."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는 에스나를 피해 화염구를 던진다. 어둠을 가르고 날아간 불덩이는 악마의 머리에 적중한다.

먼지와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른다. 에스나는 시야를 가리는 연기를 손으로 휘젓는다.

"아직도 안 죽네."

불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에스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내 옆으로 다가온다.

[악마라는 거 원래 이리 안 죽는 거야?]

[직접 상대하는 건 처음입니다.]

제기랄. 이런 인간을 믿고 악마를 잡겠다고 했다니. 나의 멍청함이 너무나 후회된다. 이럴 거면 도을을 이쪽으로 데리고 오는 건데.

먼지가 가라앉는다. 악마가 잔해를 완전히 벗어난 모습으로 서 있다. 어둠 속에 오도카니.

검은 천으로 만든 치렁치렁한 옷. 딱 잘라 어떤 옷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겠다.

"그대들은 사신이구나."

악마가 입을 벌리지 않고 이야기한다. 분명 공기 중으로 전달되어 귀로 들어오는 목소리다. 그런데도 뇌와 몸을 진동시키는 기이한 힘이 존재한다.

"이쪽은 사신이 맞는데. 난 그냥 평범하게 지나가던 사람이야."

에스나를 가리키며 말을 한다. 에스나는 그저 악마에게 검을 겨눌 뿐이다.

[아이작. 악마에게 말을 거는 것은 좋은 행동이 아닙니다.]

걱정 마라. 나도 말을 건 다음 후회하고 있다. 내가 말을 건 순간 악마의 크기가 커져 버렸다. 원리 따위는 모른다. 그냥 말을 걸면 안 되겠다는 것만 깨달았다.

[여기서 싸워야 하나?]

[방법만 있다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거대해진 악마를 바라본다. 거대해졌다고 해봤자 나보다 머리 하나 큰 정도. 그런데도 그 크기가 너무나 거대하게 느껴진다.

저걸 어떻게 옮긴담. 강제 순간이동으로 될까? 그러면 접촉해야 하는데. 어떻게 가까이 가지?

[뭔가 생각난 게 있습니까?]

[가까이 붙으면 도시 근처의 언덕으로 옮길 수 있을 거야. 성공은 장담 못 해.]

[그래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겠군요.]

에스나가 방패를 앞으로 내밀며 한걸음 걸어간다.

[엄호하겠습니다.]

한마디를 내뱉은 에스나가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 뒤를 이어 나도 달려나간다.

간단한 방법이다. 에스나가 시선을 끌고 공간 이동시킨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커다란 마법을 난사해서 악마를 잡는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지.

악마는 가만히 우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몸을 돌려 잔해를 해치우고 위로 올라간다.

"어?"

달려가던 에스나가 멈춰 선다. 나도 그 뒤에 멈춰 선다. 당황스럽다. 우리를 상대할 줄 알았는데.

"지금 저 악마가 도망가는 겁니까?"

에스나가 천장을 파헤치며 조금씩 모습이 사라지는 악마를 바라본다.

"그런 거 같은데?"

약간 멍청하게 악마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본다.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빗물과 흙먼지가 떨어진다.

"아이작! 위에 사람들!"

"젠장!"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사람들을 구출하려던 모습이.

"에스나 손잡아!"

에스나가 내 손을 잡기 전에 내가 에스나의 손을 잡는다.

"공간 이동. 목표 지점. 저 위."

일렁이던 공간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는 지금 무너진 건물 옆의 옥상에 서 있다.

"저쪽입니다!"

에스나가 내가 무너트린 건물을 가리킨다. 잔해가 들썩이더니 악마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은 당황한 듯 뒷걸음질 친다. 그러더니 반가운 표정으로 악마에게 다가간다. 악마에게 뿜어져 나오는 살기와 불길함을 못 느끼는 건가.

가만히 두면 죽을 거다. 그리고 그건 조금 그렇지.

"에스나 공격."

"너무 부하다우듯 하시는 거 아닙니까?"

한 마디 불만을 내뱉은 에스나는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악마는 사람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듯 몸을 웅크리고 있다.

"하늘을 꿰뚫는 화살."

푸른빛 화살을 만들어내 악마에게 쏘아낸다. 화살은 파란 궤적을 그리며 악마에게 날아간다.

명중. 화살은 악마의 머리에 박힌다. 사람들 사이에 동요가 퍼져나간다.

"모두 대피하십시오!"

밑으로 내려간 에스나가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갑옷을 입고 검을 든 사람이 대피하라고 외친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혼란에 빠진 표정으로 사방으로 달아난다.

악마는 자기 머리에 박힌 화살을 빼낸다. 웅크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화살을 잡고 부러트린다. 저 화살이 부러지기도 하는구나. 처음 보네.

[아이작! 계속 마법을!]

에스나의 외침이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에스나는 무너진 건물 위에 서 있는 악마에게 달려간다.

"화염창."

타오르는 불꽃으로 이루어진 창을 내던진다. 불꽃의 궤적을 그리며 밤하늘을 가르고 날아가는 창. 악마는 그런 창을 고갯짓만으로 피해낸다.

젠장. 잘 맞지도 않네. 마법으로 보조해줘야 하는 건가.

"하압!"

에스나의 외침이 여기까지 들려온다. 악마에게 달려든 에스나는 잔해를 밟고 뛰어올라 검을 휘두른다.

하얀 검이 검은 어둠을 가른다. 악마는 팔을 들어 올려 에스나의 검을 손쉽게 막아낸다.

[에스나. 뒤로 물러서.]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에스나는 건물 잔해에서 뛰어내린다. 에스나가 착지한 자리에서 물보라가 피어오른다.

"천벌."

폭풍우로 가득한 하늘이 번쩍인다. 검은 하늘이 하얀 섬광으로 번뜩인다. 천지가 하얀빛으로 물든다.

시야가 온통 하얀색이다. 눈을 몇 번 깜빡이자 다시 어두워진다.

[이게 뭡니까!!!]

머리가 깨질뻔했다. 정신대화로 이렇게 큰 목소리를 내지르다니.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아까 그 번개는 뭡니까? 방금 제가 죽을 뻔한 거 아십니까? 제가 번개에 감전되어 죽었으면 좋겠습니까?]

머릿속이 에스나의 목소리로 시끄럽다. 어차피 쉽게 죽지도 않으면서.

[조금 진정하고 악마의 상태나 말 해봐.]

에스나의 심호흡 소리가 들려온다. 화가 많이 나기는 했나 보다.

[악마가 서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잔해들도 시꺼멓게 타버렸습니다.]

역시 천벌. 효과는 끝내주는군.

[그래도 불길한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게. 왜 안 사라질까. 설마 그걸 맞고 살아난 걸까?

천벌이라는 게 맞고 나서 살아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물론 나는 다섯 번 정도 버틸 수 있지.

한숨을 쉬며 악마가 서 있던 곳을 바라본다. 타버리고 녹아내려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잔해더미를.

사방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들으며. 옷자락을 휘날리는 바람을 느끼며. 잔해 속에서 꿈틀거리는 검은 덩어리를 바라본다.

[아이작. 보이십니까?]

[보인다.]

에스나의 질문에 바로 대답한다. 저거 아마 악마겠지. 목숨 한 번 진짜 질기다. 어떻게 저렇게 반죽같이 됐으면서 살아있을까.

한숨을 쉬며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거리에 내려앉는다. 거리는 종아리 높이의 강으로 변해버렸다.

이미 젖어버린 옷이 더 젖는 것을 느끼며 건물 잔해로 다가간다. 에스나는 나를 바라보며 제 자리에 서 있다.

[저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에스나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나도 답을 모르거든.

그러는 동안 검은 덩어리는 한 곳에 모여들어 형체를 이룬다. 이번에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아니. 분명 사람의 모습이다.

팔과 다리 얼굴이 존재한다. 하지만 얼굴에는 이목구비가 존재하지 않는다. 팔다리도 인간의 것과는 뭔가 다르다.

[저게 악마의 본 모습입니다.]

[마법이 효과가 없는 건 아니네.]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럼 천벌 수준의 마법 서너 번이면 죽지 않을까? 귀찮지만 조금만 더 힘내자.

[제기랄. 아이작! 놈이 도망칩니다!]

우리랑 싸우는 게 아니고? 악마가 서 있던 장소를 바라본다. 형체를 이룬 검은 덩어리가 잔해에서 내려가 거리를 내달린다.

"잡아!!!"

크게 소리를 치며 폭풍 속을 내달린다. 제기랄. 이런 날씨에 추격전이라니.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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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91. 11막 3장 - 백룡의 길 (3) | Isaac +3 19.11.07 395 11 11쪽
190 190. 11막 3장 - 백룡의 길 (2) | Isaac +2 19.11.06 428 10 11쪽
189 189. 11막 3장 - 백룡의 길 (1) | Glinda +2 19.11.05 446 10 11쪽
188 188.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4) | Glinda +2 19.11.04 468 10 12쪽
187 187.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3) | Isaac +4 19.11.02 551 9 12쪽
186 186.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2) | Glinda +4 19.11.01 468 9 11쪽
185 185. 11막 2장 - 큰뱀의 아이 (1) | Isaac +6 19.10.31 499 12 12쪽
184 184.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6) | Isaac +3 19.10.30 498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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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182.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4) | Isaac +3 19.10.28 515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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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180.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2) | Isaac +3 19.10.25 555 11 11쪽
179 179. 11막 1장 - 겨울의 품 속에서(1) | Glinda +4 19.10.24 578 10 11쪽
178 178. 11막 서장 - 백룡의 기사들 | Isaac +6 19.10.23 576 14 12쪽
177 177. 10막 종장 - 백룡의 성채 | Isaac +3 19.10.22 618 12 12쪽
176 176. 10막 4장 - 겨울 산행 (4) | Glinda +7 19.10.21 625 13 11쪽
175 175. 10막 4장 - 겨울 산행 (3) | Isaac +4 19.10.19 677 12 12쪽
174 174. 10막 4장 - 겨울 산행 (2) | Isaac +4 19.10.18 649 13 11쪽
173 173. 10막 4장 - 겨울 산행 (1) | Glinda +4 19.10.17 659 14 11쪽
172 172.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5) | Isaac +2 19.10.16 666 12 11쪽
171 171.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4) | Isaac +6 19.10.15 677 12 12쪽
» 170.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3) | Isaac +4 19.10.14 693 12 11쪽
169 169.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2) | Isaac +4 19.10.12 725 11 12쪽
168 168. 10막 3장 - 폭풍 속의 추적자 (1) | Isaac +3 19.10.11 744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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