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탄환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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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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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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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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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46화. 속임수 탄환 ③.

DUMMY

"온 지 꽤 됐는데?"


...하긴, 이블린은 그리펠로보다 한 달 이상은 더 빨리 갔으니 안 온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납득을 한 그리펠로는 중요한 건 역시 그게 아니라는 듯 손을 내밀며 요구했다.


"빨리 훔친 내 미니백이나 돌려줘. 총알 사야한단 말이야."


"흥, 어차피 총이나 잡는 그 손. 좋은 일에 쓰지도 않을 거, 내가 왜 돌려줘야 해?"


"그러는 넌 니 손을 좋은 일에 쓰고 있냐? 남들 지갑이나 훔치는데 사용하고 있잖아!"


버럭 소리치는 말이 적중한 탓일까. 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런 와중에도 눈에는 살며시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빨리 돌려줘라."


"저, 적어도 난 총잡이나 무법자, 부자들 돈만 훔친다고!"


"그래서? 훔치는 것 자체가 무슨 좋은 일인 줄 아냐?"


입술을 살며시 깨문 첸이 대꾸했다.


"그러는 총잡이들도 툭하면 남의 걸 훔치잖아!"


"적어도 난 훔친 적 없어, 네가 훔쳤지."


그리펠로의 말에 얼굴이 완전히 당혹감으로 물든 첸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그러자, 에휴. 하고 한숨을 쉰 그리펠로가 천천히 걸어가 아직 모자를 도로 쓰지 않은 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꼭 남의 걸 훔치는 총잡이들만 있는 건 아냐. 그리고 정작 훔치는 총잡이라 해도, 아직 훔친 적도 없는데 먼저 훔치는 놈은 그놈도 결국 그 훔치는 약탈자들과 별다를 바 없잖아?"


"나는...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첸이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항의하듯 소리친다.


"그런 녀석들은 도로 뺏겨도 싸!"


"그럼, 뺏겨도 싸지."


"으응...?"


돌연 자신의 말에 긍정을 해주자, 첸은 멍-한 얼굴로 그리펠로를 올려다봤다. 그리펠로가 어깨를 으쓱였다.


"똑같은 짓이 올바르지 못하면 뭐 어떠냐? 자신도 똑같은 일을 당해봐야 그나마 뼈저리게 그 사람이 어떤 기분이었을 지 깨닫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일이 아니어도 똑같이 해주는 방식 자체는 최고로 상대를 엿 먹일 수 있게 하는 방법 아니겠냐? 뭐, 그래도 정신 못 차리는 놈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거기까지 얘기한 그리펠로가 상체를 숙여 첸과 눈높이를 맞춘 후, 말을 이었다.


"그걸 당연한 거라 생각하진 마라."


"으, 응..."


얼결에 고갤 끄덕이며 대답한 첸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리펠로의 돈이 든 미니백이었다.


"훔쳐서 미안해 형."


"괜찮아."


웃으며 대답한 그리펠로가 냉큼 자신의 지갑을 챙기곤 일어서 드디어...! 하고 중얼거리면서 감격어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제 연발총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정확힌, 총알을 구해줄 사람을 얻었다는 생각에 절로 감동이 일었다.


"고마워 첸. 아 참, 그런데 그... 고양이랑 나무를 다른 걸로 착각했던 거... 비밀로 해줄래?"


제 볼을 검지로 긁적이며 부탁조로 말하는 그리펠로의 모습에 첸은 챠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착각 아니야 형. 빛 탄환으로 형의 눈을 속인 것뿐이야."


"내 눈을 속인 거라고...?"


"응, 간단하게 빛 탄환의 힘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그러면서 베시시- 하고 웃어 보이는 첸이었다. 그에 신기하다는 듯 첸을 응시한 것도 잠시, 이내 '그럼 내가 실제로 착각한 것으로 알게끔 얘가 놀린 거란 소리...?' 에 생각이 미쳤다. 자연히 얼굴이 다시금 붉어진 그리펠로가 재차 간절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오늘 있었던 일. 이블린에게 만큼은 말하지 말아줄래?"


"그건 왜?"


왜긴 왜야... 그 녀석이 알면 보나마나 또 놀릴 게 뻔한데... 라는 속마음을 굳이 얘기하기 보단, 그리펠로는 "그냥 안 좋을 것 같으니까..." 하고 얼버무렸다. 그 모습에 찜찜하다는 듯 첸이 그리펠로를 응시했으나, 어려울 것도 없는 부탁이었기에 고갤 끄덕였다.


"뭐... 알았어."


"고마워!"


무심코 소리치며 저 자신도 모르게 첸을 꼭- 안아주는 그리펠로였다. 그런...데...


"어...?"


여성의 가슴에서나 느껴질 법한 특유의 느낌에 화들짝 놀란 그리펠로가 후다닥- 뒤로 떨어졌다. 첸의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었는데, 그리펠로가 그런 첸의 얼굴을 일그러뜨리게 만든 것은 순식간이었다.


"여, 여, 여여여여여여... 여자였어어어?"


퍼억-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첸이 잡고만 있던 모자를 쓰곤, 그리펠로의 얼굴에 냅다 박치기를 선사해주었다.


"악!"


비명을 지르는 그 와중에도 드는 생각. '역시 여자 애 같지 않잖아!!!'




그 시각, 다른 곳에서는 비슷한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 내 돈주머니! 돈주머니가 없어졌어!"


"쯧, 또 소매치긴가 보군."


"뭐야? 내 돈도 없잖아? 어디 있지?"


식당에서 돈주머니나 돈이 없어졌다는 사람, 거리에서도 뒤늦게 본인의 지갑이 없어졌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거리에서 뒤늦게 돈이 없어진 것을 인지한 한 청년이 난감하다는 듯 뒷머리로 손을 가져갔을 때, 남자에게 누군가 말을 건넸다.


"이봐 친구. 혹시 그 지갑이란 거 말이야, 작은 가방처럼 생겼나?"


뒤를 돌아본 청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남자치곤 제법 긴 적갈색 머리칼이었다.


"어어! 맞아! 혹시 본 적이 있나?"


냉큼 고갤 끄덕이며 제발, 이라는 표정으로 묻는 청년에게 남자가 뒷짐 진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손에는 청년의 지갑인 소형 가방이 자리해 있었다.


"혹시. 이거 말하는 건가?"


청년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맞아! 그거야! 히야~ 정말 고맙네! 고마워!"


청년이 가방을 받고는 감사 인사를 하면서 남자의 손을 잡아 흔들었다.


"별말씀을."


남자가 씨익- 웃고는 그대로 휙- 뒤돌아갔다. 무사히 돈을 되찾은 듯 보였지만, 얼마 안 있어 청년은 이상하게 가방이 가볍다는 것을 눈치 챘다. 혹시나 싶어 안을 확인해보았을 때, 그는 다급히 남자를 불렀다. 정작 안에 돈은 전혀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 잠깐만 기다리게!"


그러나 이미 남자는 모습을 감춘 뒤였다. 잠시 후, 인적 드문 골목길에서 예의 적갈색 머리의 남자가 발을 디뎠다. 모습을 확인한 회황색 머리칼의 남자가 말을 건넸다.


"아, 왔어?"


"어, 어때? 돈 좀 모아졌어?"


"킬킬, 두말하면 잔소리지. 커리스."


남자가 대꾸하면서 손에 든 주머니 안 가득 든 은화와 동화를 보여주었다. 드물게나마 금화도 보였다.


"킥킥, 퍼넌의 말대로더군. 그 녀석 내가 훔쳐갔을 거라 생각하지, 절대 제프 네가 훔쳐갔을 거란 생각은 안 하던데? 뭐, 하긴 나 같아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겠다만."


"호구를 잘 알아보는 거지 뭐. 킬킬."


웃음을 흘린 제프는 곧 다른 이가 보기 전에 얼른 주머니를 닫았다.


"자, 그럼 다음 타겟은 누구지 퍼넌?"


커리스가 새들 브라운 색의 망토를 입은 퍼넌에게 물음을 건넸다. 후드를 푹 눌러쓴 퍼넌은 딱 잘라 얘기했다.


"없어. 이제부턴 함부로 훔치지 마.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니까..."



   ‡   ‡   ‡   ‡   ‡



네이슨과 우나가 있는 여관에서, 우나는 울상을 짓고 있었다. 우나의 어깨에는 축- 늘어져 있는 사막 여우 샤피가 있었고 말이다. 힐끗, 그런 우나를 응시한 네이슨의 입에선 한숨이 새어나왔다.


"제길... 이게 뭐냐고..."


어떻게든 이기려고 노력해봤건만,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자신이 애지중지 갖고 다니던 두꺼운 종이가 든 판때기와 목재 팔레트, 그리고 붓을 건넸다.


"흐흐흐. 좋아, 좋아."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상대는 푸른 중절모를 쓴 사내였다. 턱수염 없이 콧수염만이 좌, 우 각기 옆으로 둔각을 그리면서 나 있는 사내는 네이슨에게서 받은 것들을 모두 한 곳에 두었다. 그 옆에 있던 황갈색 중절모를 쓴 남자는 재차 카드를 섞었다. 이미 게임은 끝났건만 또 다시 하는 거였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우나가 창피를 당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암만 그래도 이건 뭔가 이상했다. 6연속 모두 저쪽이 이기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아니, 이번까지 합치면 7연속이었다. 탁! 결국 탁자를 치며 일어선 네이슨이 외쳤다.


"대체 어떤 속임수를 쓴 겁니까?"


"속임수라니? 당최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시치미 뚝 때는 푸른 중절모 사내의 말에 으득- 이를 간 네이슨이 또박또박 얘기했다.


"어떻게 좋은 패는 그쪽에서만 다 나오는 겁니까! 이건 분명 속임수라고! 속임수! 우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러면서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 우나를 바라보자, 우나는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러자, 황갈색 중절모를 쓴 남자가 대꾸한다.


"꼭, 실력 없어서 패한 것들이 저렇게 난리를 치지."


속을 박박 긁는 말에 제아무리 네이슨이라도 열이 뻗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펠로가 무구점에 갔다가 첸과 만나는 그 시간에, 네이슨 쪽도 이미 사건 하나가 터져 카드 도박을 함께 진행 중인 두 총잡이와 입씨름하고 있었다. 한편, 다시 그리펠로 쪽으로 돌아와서 그는 손으로 제 코를 부여잡고 아그그그극! 하고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아그그극... 무슨 여자 애 머리가..."


피가 그대로 손에 묻어 나오는 것을 보니, 박치기 한 방에 코피가 난 게 틀림없었다.


"형은 그 입 좀 조심해야겠어. 안 그럼 여자들한테 미움 받을걸?"


팔짱을 낀 채, 삐딱하게 말하는 첸.


"너처럼 폭력적인 여자애한테만 미움 사겠지."


"폭력적으로 만든 게 누군데?"


찌릿- 그리펠로와 첸의 눈 사이로 파직- 스파크가 인 것은 착각이 아니리라. 곧 에휴, 하고 다시 한숨을 쉰 그리펠로가 중얼거렸다.


"뭐, 됐어. 난 빨리 무구점에 가봐야 하니까..."


그러면서 손가락 중 검지를 까딱여 가까이 와보라는 손짓에, 첸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뭔데?"


"글쎄 가까이 좀 와보라니까?"


하지만 뚱-한 얼굴로 여전히 가까이 올 생각을 안 하는 첸의 모습에 재차 한숨을 쉰 그리펠로는 이내 직접 그녀에게 다가가 조그맣게 얘기했다.


"가기 전에 잠깐... 그거... 네 빛 탄환... 어떤 빛 탄환인지 알려줄 수 있을까?"


진지하고도 매우 간절한 부탁이었다. 이에 첸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왜? 다른 사람에게 알리려고? 아니면, 훔치려고?"


훔치려고? 하는 부분에서 첸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아니, 알리지 않을 거고, 훔치지도 않을 거야. 약속해. 나만 알고 있을게. 네가 가진 빛 탄환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 지 궁금해서 그래."


무척 진지한 표정이었다. 첸은 그런 그리펠로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곧 눈에서 실제로 궁금증을 읽은 첸이 살짝 고갤 끄덕였다.


"좋아. 그럼 직접 보여줄게."


그러면서 홀스터에서 총을 꺼냈다. 곧 뒤에 있던 나무로 총을 겨누곤, 방아쇠를 당겼다. 총에서 노란 빛을 내는 탄환이 날아간 듯했다. 노란 빛 탄환을 맞은 나무는 박히기보단,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나무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곧 탄환이 완전히 나무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무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펠로가 보았었던 각종 총기가 하나의 총에 다닥다닥 붙여진 모습으로 변해갔다.


몸체는 대포만한 총구 혹은 총의 몸체가 되고, 나뭇가지 하나 하나는 저마다 총구로 변하는 그 모습에 그리펠로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 모습에 눈을 빛낸 첸이 곧장 그리펠로의 입 속을 향해 재차 총을 쐈다.


"읍!"


저도 모르게 입 안으로 들어온 탄환을 삼켜버린 그리펠로는 배부터 시작해서 차츰 피부가 갈색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종래에는 나무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다리는 나무 기둥으로, 팔과 손가락은 나뭇가지로 변하고, 머리카락이 나뭇잎으로 변하면서 나무 특유의 피부로 뒤덮인 그의 얼굴 하나만이 본래 인간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흡사 얼굴만 나무껍질 속에 갇힌 듯한 모양새.


"으아아아! 이게 무슨 짓이야!"


"설마 내가 속임수 탄환을 안 상대를 가만히 놔둘 줄 알았어?"


"소, 속임수 탄환이라고?"


생물을 마음대로 바꾸는 탄환이 아니고? 그런 의문을 풀어주듯 첸이 입을 열었다.


"그래, 속임수 탄환이야. 물론, 이 탄환은 그냥 생물을 속이는 탄환이 아니야. 굳이 얘기하자면, '세상을 속이는' 탄환이랄까? 그 중 나는 '변형'과 '덮어씌우기'고."


"벼, 변형? 덮어씌우기? 뭔 소리야! 그, 그리고 네가 알려주겠다고 했으면서 이러기냐?!"


거기까지 말한 그리펠로는 우선 몸을 움직이려 해봤다. 나무가 되었음에도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몸도 혹시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마치 나무는 나무라는 듯, 몸은 일체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모습에 그리펠로의 말을 무시하던 첸이 키득- 웃고는 말을 꺼냈다.


"생각보다 빨리 바뀌네? 뇌가 받아들이는 시간이 빠른가 봐?"


"뭐, 뭐가 말이야!"


와락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묻는 말에 첸이 선선히 대답한다.


"본인이 나무라는 걸 받아들이는 시간."


"아, 내 인지 능력이 원래 좀..."


"칭찬한 거 아닌데..."


말을 끊으며 대꾸한 첸은 힐끗 무기로 변형되었던 진짜 나무였던 것을 바라봤다. 그건 이미 원래의 나무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첸은 천천히 그리펠로에게 다가가 나뭇가지를 확 꺾듯이 아래로 잡아당기더니, 말을 이었다.


"아악, 악! 야, 야, 뭐하는 짓이야! 아프잖아!"


"형이 내 맘에 들어서 특별히 알려주는 거야. 원래 직접 경험해보는 것만큼 잘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그딴 특별 취급은 안 해줘도 되거든!!"


빽- 소릴 지른 그리펠로였지만, 더 식물 화 진행될 것이 남아있기라도 했던 것인지 이제는 목소리까지 특이하게 나갔다. 웅웅- 울리는 것이, 어째 소리쳤음에도 작게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첸의 반응을 보면 자신에게만 웅웅 울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속임수 탄환은 보통 기만의 탄환이라고도 하고 환상의 탄환 중 하나라고도 하거든?. 보통 생성과 변형이 있는데, 내 건 변형이지. 아, 걱정하지 마. 누군가 건드린다면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긴 할 거야. 또 최면의 탄환이랑 비슷한 거란 소리도 듣는 모양이긴 한데... 뭐, 최면도 결국 속이는 거니, 최면 탄환이 속임수의 하위에 들어가는 거 아니겠어?"


"으으으으..."


몸은 꼼짝도 할 수 없고, 생전 처음 겪어보는 나뭇가지를 잡아당기면서 드는 고통에 울상을 짓는 그리펠로였다. 그래도 이제 다 끝난 것인지 배시시- 웃은 첸이 잡아당기던 나뭇가지를 놔 주며 얘기했다.


"나도 사람한테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어떻게 잘 됐네. 오늘 재미있었어. 형."


그러면서 어디론가 걸어가는데, 그리펠로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야! 어디 가! 원래대로 되돌려놓고 가란 말이야! 으아아아아아악!"


분노로 고함을 지른 그리펠로가 순간 쿵- 하는 충격을 받았을 때였다.


"아이씨, 앞 좀 똑바로 보고 다녀!"


턱에만 수염을 기른 웬 남자가 짜증어린 음성으로 소리쳤다. 덩달아 엉덩방아를 찧은 그리펠로가 무심코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어, 어라?"


어느덧 골목길로 속속 들어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부딪혔으리라 예상되는 남자는 욕지거릴 한 번 내뱉고는 성큼성큼 갈 길을 갔고, 골목길로 들어온 사람들은 그리펠로를 보며 수군거렸다. 재차 얼굴이 붉어짐을 느낀 그리펠로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머리 뒤로 옮기다가, 뚝- 멈추었다.


정확히 사람의 손이 자신의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제 서야 자신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는 걸 깨닫곤 멍청한 소릴 내뱉었다.


"뭐, 뭐야? 돌아왔잖아?"


"저 놈 이상해..."


"갑자기 소린 왜 지른데?"


"혹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젊은 나이에 안 됐군. 쯧쯧..."


그리펠로의 얼굴이 또 붉어졌다. 자꾸 창피 당하는 것같은 느낌에 그는 진짜로 울고 싶어졌다.


"그, 그럼 이만..."


어색하게나마 그렇게 얘기하곤 후다닥 그 자리를 빠져나온 그리펠로. 부끄러움의 연속에 미처 총기 무구점에 도로 가야한다는 생각조차 못한 채, 냅다 빠르게 뛰었다.


"하아, 하아..."


10 여분을 더 달린 후에서야 걸음을 멈추고 숨을 몰아쉰 그리펠로는 문득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지?"


주변을 휘휘, 둘러보자, 곧 왜 사람들이 웃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리펠로 역시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려야만 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거나 저마다 배를 부여잡고 웃고 있는 곳의 중심에는 옷이란 옷은 하나도 입지 않고 무언가를 찾듯 두리번거리고 있는 한 남성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옷을 하나 입긴 입었다. 신문지로 급조하여 남자의 '그곳'만 겨우 가리는 속옷을 말이다. 이 때 그리펠로는 미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뒷모습은 전혀 가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도 함께 웃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마침 그런 남성과 눈이 딱 마주친 그리펠로는 고갤 갸웃거렸다.


잔뜩 붉어진 얼굴의 남성이 냅다 자신에게로 달려왔기 때문이었는데, 점점 자신에게 가까이 올수록 드러나는 생김새에 그리펠로는 경악했다.


"네, 네이슨?"


옷은 다 벗고, 신문지로 급조한 속옷만 입은 채 나와 있는 남성은 너무나 잘 아는 얼굴인 네이슨이었던 것이다. 그는 황당하단 얼굴로 어느 새 가까이 다가온 네이슨을 바라봤다. 잔뜩 새빨개진 얼굴로 잠시 헉헉 대던 네이슨은 다짜고짜 그리펠로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말을 꺼냈다.


"그, 그리펠로! 큰일이야!"


"크, 큰일이라니? 그보다 너 대체 옷은..."


옷은 어쩌고 그런 모습으로 밖에 나와 있는 거냐? 는 물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건만, 그의 말을 끊고 얘기하는 네이슨의 말에 자연히 물음은 나오지 못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우나가...! 우나가...!"


너무나 심각한 얼굴로 얘기하는 네이슨의 말에 그리펠로의 얼굴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왜? 무슨 일인데?"


차마 말을 못하겠는지 입을 떠는 네이슨. 그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그리펠로가 대답을 촉구했다.


"얘길 해 봐! 무슨 일 터진 거지? 대체 무슨 일인데?"


"그게..."


말끝을 흐리는 네이슨의 입을 빤-히 주시하며 그리펠로가 침을 꿀꺽- 삼켰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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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47화. 무시무시한 신고식 ①. 19.05.27 56 1 13쪽
50 [외전] 브렛과 휴니. 19.05.26 43 2 14쪽
» 46화. 속임수 탄환 ③. 19.05.24 45 2 19쪽
48 45화. 속임수 탄환 ②. 19.05.23 51 2 17쪽
47 44화. 속임수 탄환. +2 19.05.22 77 2 21쪽
46 43화. 총을 다시 잡은 이유 ②. 19.05.21 50 2 22쪽
45 42화. 총을 다시 잡은 이유. 19.05.20 42 2 14쪽
44 41화. 그리펠로의 과거. 심경의 변화 ②. 19.05.19 44 1 16쪽
43 40화. 그리펠로의 과거. 심경의 변화. 19.05.17 28 1 15쪽
42 39화. 아크루의 비극. 19.05.16 29 1 20쪽
41 38화. 프림 로젠으로 가는 길 ③. 19.05.15 25 1 21쪽
40 37화. 프림 로젠으로 가는 길 ②. 19.05.13 68 1 21쪽
39 36화. 프림 로젠으로 가는 길 ①. 19.05.10 41 2 20쪽
38 35화. 신문지 영웅 ③. 19.05.09 50 1 16쪽
37 [외전] 전갈 변태. 19.05.09 26 2 17쪽
36 34화. 신문지 영웅 ②. 19.05.08 44 2 13쪽
35 33화. 신문지 영웅. 19.05.07 42 2 21쪽
34 32화. 반격. 그리고 해방 ②. 19.05.06 36 2 20쪽
33 31화. 반격, 그리고 해방. 19.05.03 55 2 18쪽
32 30화. 달려라 제니! 19.05.02 37 2 13쪽
31 29화. 무기를 훔쳐라! ②. 19.05.01 23 2 20쪽
30 28화. 무기를 훔쳐라! 19.04.30 30 2 15쪽
29 27화. 반격을 위해 ②. 19.04.29 33 2 16쪽
28 26화. 반격을 위해. 19.04.28 37 2 17쪽
27 25화. 오드와 제니&플린&더크 3인방 ②. 19.04.26 23 2 16쪽
26 24화. 오드와 제니&플린&더크 3인방. 19.04.25 31 2 17쪽
25 23화. 억압받는 브레본 ③. 19.04.24 28 2 15쪽
24 22화. 억압받는 브레본 ②. 19.04.23 28 2 13쪽
23 21화. 억압받는 브레본. 19.04.23 52 2 14쪽
22 20화. 여행의 시작 ③. 19.04.22 2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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