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선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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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경澤鏡
작품등록일 :
2019.07.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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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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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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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선재림 - 14 교차하는 목적(3)

DUMMY

검선재림 - 14 교차하는 목적(3)


어느 야산, 십수 명의 사내들이 땀을 쏟고 숨을 몰아쉬며 단 한 명의 거한과 대치하고 있었다.

여러 명 쪽은 부서진 무기를 들고 태반이 엎어져 있었으며, 거한 한 명 쪽은 굳건히 서서 그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네, 네놈은 누구고, 대체 왜 우리를 공격한 것이냐!”

“어허, 참···. 뭐 싸우는데 이유를 찾고 그래? 너희 무인 아니냐?”


힘들고 지쳐서 말하는 사내들에게 거한은 어이가 없다는 듯 반문했다.

그에게 있어 싸움이란 당연한 것, 무인으로서 평생을 옆에 끼고 살아야 하는 동반자였다.

물론 이유가 없지는 않으나, 어떤 이유로 싸우든 당장 마주한 전투에 집중해야 하거늘, 마치 연유를 듣고 협상이라도 계획하려는 듯 말하는 상대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양손으로 쥔 대부(大斧)를 꺼떡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서 덤비기나 해라. 이길 생각에만 몰두해도 힘들 텐데, 다른 데에 신경 쓸 여유가 있나?”

“크윽!”


사내들과 거한 하나, 그러니까 무림맹 소속 토벌대와 사파 철견문(鐵犬門)의 일대제자이자 차기 장문 후보 은소소(銀小小)의 대치를 보며, 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큰일이라고 할 만하군. 철견괴협(鐵犬怪俠)이 왜 여기에 있는 건지···.’


대개 절정에서 초절정으로 구성된 토벌대가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은소소는 일찍이 극의경에서 화경으로 오르는 계단에 발을 걸친 젊은 고수, 즉 인간에서 재앙으로 진화하는 단계에 있는 무인이었다.

그는 큰 게 좋은 것이라는 괴상한 신념을 가져, 온몸에 무거운 철갑을 두르고 무겁디무겁고 너비가 제 어깨만 한 묵철대부(墨鐵大斧)를 사용했다.

또한 사파인이지만 도리를 논하며 악행을 하지 않는다. 민간에 피해를 주지 않고, 악인의 재산을 빼앗아 나누어주니 괴협(怪俠)이라 불리는 이였다.

그리고 유성이 두 번째 삶에서 꽤나 마음에 들어 했던 인물 중 하나였다.

그는 전쟁에서 호교십대의 대주 셋과 동귀어진한 전력이 있었으니, 유성의 마음 속에 큰 빚이 있었다.


‘투귀(鬪鬼)에 제멋대로이지만, 호협하고 유쾌한 자였지. 괴팍한 성격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없었던 것만 빼면 아주 완벽한 동료감이다. 참사도 막고 저 자와 안면도 트는 것이 좋겠구나.’


유성은 그리 정하고는 다리를 놀려 대치 중인 이들 가까이로 이동했다.

때가 맞았는지 막 싸움이 시작되려 할 때 그가 도착해, 사이를 가로막았다.


“멈추시오.”

“뭐야, 이건?”


은소소는 뜬금없이 등장한 유성 탓에 끓던 분위기가 식어 확 기분이 나빠졌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유성에게 도끼를 겨누자, 대적하던 토벌대원들이 외쳤다.


“소협! 물러나시게!”

“함부로 끼어들 것이 아니야!”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이들이 할 말은 아니었으나, 유성이 누구인지 모르는 그들의 입장에선 당연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외침들은 은소소의 성질만 돋우었다.


“이봐! 물러난다면 보내줄 것 같으냐! 싸움판에 끼어들었으면 그 대가도 치러야지!”


은소소가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유성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를 직시하며 답했다.


“당연하지. 그 정도 생각도 없이 내가 이렇게 행차했을까. 너를 상대하는 것을 피하진 않을 테니 잠시 기다리지그래.”

“음? 하하. 당당하군. 그래, 그래야 무인이지!”


유성의 말에 은소소가 껄껄 웃었다.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유성은 그를 뒤로하고 현장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선배님들은 몸을 일으켜 물러나주시지요. 이 자는 제가 상대하겠으니 회복에 전념하십시오.”

“나이 어린 자네가 열세 무사가 당해내지 못한 저 치를 어찌 이기겠단 말인가?”

“그래. 그대의 의협심은 잘 알겠지만, 차라리 어서 도주하시게. 우리가 길을 터줄 터이니···.”

“괜찮습니다.”


토벌대 무사들은 유성을 걱정해 말리려 하였으나, 유성은 되려 그들을 들어 옮겨 뉘었다.

그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차올랐고, 유성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군. 무림맹에 적을 둔 무인들의 성품이 이렇게 좋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그 성취가 아쉽구나.’


유성은 그들이 어려 보이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선한 마음씨를 가졌다는 것에 기뻤으나, 열셋이 상대했음에도 단 한 명의 고수를 당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분명 정의를 위해 싸우는 데에는 도움이 될 테지만, 그만한 실력이 없으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자. 정리는 되었으니 한판 붙으면 되겠군, 철견괴협.”

“날 아나?”

“알지. 딱 보니 개보다는 소처럼 생기기는 했지만, 그 특이한 차림새를 못 알아보면 그것도 이상하지.”

“크흐흐흐. 어린놈이 입 좀 털 줄 아는구나. 긴 말은 됐다. 일단 놀아보자꾸나!”


-파아아앗!


말을 마치자마자 은소소가 유성에게 덤벼들었다.


“타아앗!”


그는 무공에 능한 것은 물론, 큰 키와 덩치에서 오는 이점을 활용할 줄 알았다.

거력이 실린 도끼가 유성의 머리로 떨어졌다.


-후우웅!


‘이런···. 쉽지는 않겠군.’


은소소는 화경 초입의 무인이다. 내공의 양부터 시작해 무공의 성취며 공부의 깊이까지, 쉬울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 유성을 긴장하게 한 것은 은소소의 지능이었다.


‘주변을 활용할 줄 안다. 사파인답게 약은 수도 잘 쓰고, 지형의 이점을 살리고 적의 때와 노림수를 뺏는 정파 특유의 수법 역시 수준급이야.’


산지였기 때문에 조금 평탄할지라도 디딘 땅의 고저가 분명 있었다.

은소소는 그것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이야압!”


-부웅!


절대 높은 위치를 양보하지 않으며, 유성이 뒤로 물러나야 할 공격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더 낮은 곳으로만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경사진 곳에서의 퇴보는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그저 장애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넘어 무게중심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하며, 디디고 떼는 적기를 잡는 것이 평지에서보다 더욱 귀찮아진다.

때문에 공격과 방어, 회피, 반격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으하하! 피하기만 하려는 것이냐, 꼬맹아! 허리춤의 그건 장식인가?”


-부우웅! 부웅!


은소소가 유성을 도발하며 계속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무식한 외모랑 달리 머리도 굴릴 줄 아는군.”

“푸하하! 겉으로만 판단하면 안 되는 것 알지 않나!”


-부웅!


연속해서 날아드는 도끼를 피해내며, 유성이 말했다.


“흣! 그렇지. 아무래도 대강은 안 될 것 같아. 조심해.”


-스르릉!


유성은 봉황대 임무 시작과 동시에 지급받은 철검을 꺼내들었다.

명품이라 부를 정도의 물건은 아니었으나, 상당히 질이 좋은 양산형 검이었다.


‘마인을 상대하는 게 아니니 벽조목검은 쓰지 않는다.’


딱 만족스러운 검의 무게감을 느끼며 유성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능제강이다. 이 자는 특히나 잘 먹혀들 유형 같으니 더욱 세심하게 간다.’


그는 사군자검의 난형(蘭形)을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펼쳐냈다.

유성이 선보이는 검로에, 날아들던 도끼가 부딪쳐 튕겨나갔다.


-챙! 채앵!


“제길! 뭐 이런···. 이야아압!”


-채앵!


“끼야앗!”


-챙!


은소소가 더욱더 강한 공격을 시도해댔고, 그 뜻은 유성에게 명백하게 읽혔다.


‘강한 공격으로 부드러운 방어를 뚫어내겠다는 셈이겠지. 잘 생각했다. 내가 아니었다면 제대로 먹혔겠지.’


유성이 눈을 반짝였다.


‘빈틈이다.’


더 세고 더 무거운 공격을 하기 위해 양손을 치켜든 은소소의 빈틈을 포착한 것이다.

그가 무섭도록 빠르게 움직였다.


-스스슷, 파앗!


“컥!”


은소소가 별안간 숨을 들이쉬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어느새 뒤로 돌아간 유성이 그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대었기 때문이다.


“너···, 처음부터 함정을···.”

“후후. 당신처럼 적당히 똑똑한 사람들이 상대하기 가장 쉽지.”

“한참 동안 유검을 쓰며 방어에만 치중하더니, 어느 순간 쾌검으로 전환한다고? 그렇게 자유자재로?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놈이냐. 푸하핫! 졌다!”


그는 충격 따위는 없다는 듯, 껄껄거리며 패배를 시인하고 웃어댔다.


-찰카닥.


유성이 납검하고는 은소소에게 물었다.


“자. 이제 무림맹 토벌대 선배들에게 싸움을 건 이유를 들어볼까?”

“음? 저들이 형북녹림채 놈들을 모두 죽이려 했고, 그들이 수색하는 영역에 도적질은 일절 해본 적 없는 녹림도의 가족들이 있었으니까. 가만히 두면 모두 목을 칠 것 같았지.”

“흠, 그런가···. 기다려 봐라. 선배님, 혹시 이 자의 이야기로는···.”


연유를 들은 유성은 토벌대 대원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은소소는 제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얼마간 토벌대의 대장과 이야기한 유성은 은소소에게 돌아와 말했다.


“산적들의 가솔들을 철견문에서 구제할 수 있다면 건드리지 않겠다고 한다. 물론 개중 산적들이 섞여 있을 수 있으니, 구제 대상은 아이와 노인, 그리고 단전이 파괴된 자에 한한다. 또한 그들이 추후에라도 문제를 일으킨다면 철견문은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럴 수 있겠나?”

“흠···. 아문(我門)에서 그들을 맡으라?”

“책임지지 않겠다면 그들 역시 척살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허. 졸렬한 사람들 같으니. 그 사람들에게는 나름 가장이었던 이들은 다 모가지 따버리고, 남은 똥만 우리에게 퍼주겠다는 것 아니냐?”

“그래서, 싫다고?”

“아니. 어쩔 수 없지. 대신 사람들 검사하는 자리에 나도 가야겠어. 혹시나 누굴 버리고, 죽이고, 끼워 넣을지 모르니.”

“좋아.”


그렇게 유성은 결투 중재에 성공했다.

그가 은소소보다 강했고, 은소소가 토벌대 인원들을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은 덕분이었다.


“이 정도 중재 능력이면 언젠가 어느 거대 문파 호법이라도 될 수 있겠군.”

“중재는 무슨, 힘으로 찍어누른 주제에.”

“그것도 중재지.”


시시껄렁한 담화를 나누며, 모두가 현장을 정리했고, 곧 야산이 금방보다 깨끗해졌다.

그들은 곧 사람의 흔적을 추적해 녹림도의 가솔들을 찾아낼 수 있었고, 모두 포박했다.


“이제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은소소가 대강 눈을 굴리고는 바로 뒤로 돌았다.


“음? 검사에 참여한다지 않았나?”

“얼굴을 다 외웠으니 됐어. 모르는 인물이 끼어들거나, 아는 얼굴이 사라지면 너희 소행이겠지 뭐.”

“허. 대단하군.”


유성은 그의 기억력에 감탄하며 제안했다.


“그럼 나랑 같이 가지. 할 말도 있고.”

“그러지. 밥만 사준다면.”

“하하. 그래.”


그들은 산에서 내려가 작은 주점으로 향했다.

탁주 한 잔씩을 시킨 후, 은소소가 유성에게 말했다.


“그래서, 할 말은?”

“철견문이 육왕파(六王派)를 삼켜줬으면 해.”

“헛소리.”


-벌컥벌컥.


유성이 털어놓은 용건에 은소소가 한 마디로 일축하고는 술을 들이켰다.


“크으. 백중세의 두 조직이 왜 맞붙지 않고 있겠어?”

“이겨도 얻을 게 많이 없기 때문이겠지.”

“그래. 서로 힘만 빠져서 아랫동네 놈들에게 밟히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그건 너희가 감당할 문제고.”

“하!”


냉정하게 말하는 유성의 모습에 은소소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부탁하는 주제에 당당한 것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래. 그 요청을 들어주면 우리가 얻는 것은? 뭐 방금 싸우면서 마음을 나눴다만, 그런 뜬금없는 요구를 덥석 받아줄 정도의 의리는 없다.”

“너희 말고 너에게 선물을 주지.”

“선물?”

“당금 천하에서 가장 강한 이와 싸우게 해주지.”


작가의말

부족한 글 아껴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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