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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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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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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화

DUMMY

라이언이 접견실에 들어서자 시선들이 쏠렸다.

접견실에 먼저 도착한 손님들이었다.

창가에 걸터앉아 폼 잡고 있는 활 쟁이 하나.

부드러운 소파에 앉아 시선을 보내는 똑 닮은 사내 둘.

쌍검을 찬 여자 하나.

그리고.


“나 무시하는 거냐? 너 뭐냐고.”


라이언이 들어서자마자 시비를 거는 키 작은 남자.

그는 초장에 기를 죽일 목적으로 라이언을 위협했다.

나머지 놈들은 위협을 가한다고 쫄 상대들이 아니었다.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헤치고 은색패를 받은 용병들.

라이헨이라는 도시는 좁다고 하면 좁은 동네라 일면식 정도는 있다.

그러나 라이언은 다르다.

도시에서 의뢰를 수행하면서 마주친 적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물인 것이다.

카론이 물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인데?”

“도시에 온 지 하루밖에 안됐으니까 모를 만도 하지.”

“뭐? 혹시 다른 도시에서 굴러먹다 온 용병이냐?”

“용병이 된 지도 하루 밖에 안됐지.”

“그럼 초짜라는 말이잖아.”


카론은 어이가 없었다.

그건 다른 용병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의아한 기색을 띠었다.

이런 놈을 누가 추천한 거야?

무려 영주가 비밀리에 기사들을 보내 그들을 모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상한 놈이 튀어나왔다.


“벤자민 이라는 양반이 찾아오라고 했지. 아주 좋은 의뢰가 있다고 말이야.”

“그 양반이?”


카론은 더욱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라이언을 탐색했다.

비대한 덩치와 탄탄한 근육들은 싸움 좀 하게 생기긴 했다.

그러나 그뿐.

별다른 특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실력 하나만큼은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니까.

라이언이 귀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이제 그만 비키시지.”

“어이. 대머···”

“그리고.”


카론은 자신의 몸이 붕하고 뜨는 느낌을 받았다.

의아함을 느낄 새도 상하가 반전됐다.

천장이 아래로, 바닥이 위로.

그는 바닥에 쳐박혀 라이언의 다리를 보고 있는 꼴이 되었다.


“나는 대머리가 아니라 라이언이오. 기왕이면 이름으로 불러주면 좋겠군. 키 작은 양반.”


활 쟁이 사내가 휘파람을 불면서 손뼉을 쳤다.

작게 울려 펴진 박수 소리는 유난히 조용한 접견실 덕분에 크게 들렸다.


“이런 씨발!”


카론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한 가지 사실은 눈 깜짝할 새에 제압당해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고 있다는 것.

수치심으로 카론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용병들은 곧 벌어질 싸움 구경에 눈을 빛냈다.

라이언도 내심 기대하면서 사나운 미소를 표했지만.


“쯧쯧. 카론. 그 다혈질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았군.”


어느새 들어온 벤자민이 찬물을 끼얹으면서 대치 상태는 소각되었다.


“하지만 저놈이!”

“카론. 싸운다면 말리지는 않겠소. 하지만 여기가 트라하 영주님이 거주하는 장소라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군. 그분은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시지. 그 뒷감당은 가능하겠나?”


벤자민의 서슬 퍼런 기세에 카론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렇다.

이곳은 영주의 저택.

카론이 아무리 은색패를 가진 용병이지만 귀족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다.

날고 기어 봐야 용병은 용병.

신분 차이를 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불이익일 그에게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었다.

귀족의 명을 거스르면 피곤해지는 건 그였다.

벤자민은 카론에게 고하고 있었다.

네 주제를 파악하라고.

그 눈빛을 눈치챈 카론은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지금은 물러날 때였다.

그러면서도 라이언을 노려보는 눈동자는 살기등등했다.

상당히 뒤끝 있는 양반이다.


“다 모였군.”

“여기 있는 6명이 전부라고?”

“그렇지. 무슨 문제라도 있나?”

“딱히 별문제는 없지.”


벤자민의 의문에 어깨를 으쓱거린 활 쟁이는 다시 침묵을 지켰다.

다음 차례는 카론이었다.


“그래서 그건 사실이오?”

“무슨 사실?”

“완수하면 금화 20닢을 준다는 것.”

“물론이지.”


용병들이 짧은 탄성을 터트렸다.

금화 20닢.

잘 나가는 금색패 용병들도 쉽게 만져볼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아주 간단해. 사람 하나만 죽이면 되는 일이니까.”

“고작 한 놈 죽이는데 금화 20닢을 준다고?”

“물론. 그리고 놈이 아니라 년일세. 그녀의 목을 따와서 나에게 가져오면 되는 일이지.”

“누구를 죽이면 되는데?”

“마녀.”


벤자민이 그리 말하자 싸한 분위기가 접견실을 훑었다.

라이언을 제외한 모든 용병이 미쳤냐는 듯이 벤자민을 쳐다봤다.

카론은 미친 듯이 어깨를 털고 바닥에 침을 뱉었다.


“우리 보고 마녀를 잡으라고?”

“왜? 무섭나?”

“씨발. 당연히 무섭지. 우리 보고 사지로 들어가라는 거 아니야?”


그는 광분한 상태로 벤자민에게 따졌다.

마녀.

그년들이 어떤 존재인가.

절대로 상종해서는 안 되는 종자들이다.

보는 것만으로 눈을 잃고, 대화하는 것만으로 귀가 들리지 않으며 가까이할수록 저주를 불러일으킨다.

마녀에 대해 떠돌고 있는 무성한 소문들은 모두 가짜가 아닌 진실이었다.

그런데 그런 마녀를 죽여 목을 가져오라고?

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상태.

라이언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용병들이 깜짝 놀랐다.


“그래서 그 마녀는 어디에 살지?”

“자, 잠깐! 이 의뢰는 하겠다는 거냐?”


카론이 되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이봐. 저 멀리 어디 촌 동네에서 와서 잘 모르나 본데···”

“겁쟁이는 빠지시지. 금화 20닢은 내가 차지하면 되겠군.”


라이언은 진심이었다.

마녀들은 이상한 요술을 부린다고 책에서 보았다.

마녀라는 생물체가 라이언의 지적 호기심과 모험심을 자극했다.

한 번 싸워보고 싶었다.


‘저주? 내 알바인가? 뒤지면 뒤지는 거지.’


싸울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라이언의 패기 넘치는 대답에 벤자민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중을 훑으면서 마지막으로 권유했다.


“만약 마녀 토벌에 불참하고 싶다면 조용히 손만 드시오. 그러면 조용히 보내주도록 하지. 누구나 목숨은 소중한 법이니까.”


그 말에 손을 드는 이는 없었다.

모두가 은색패를 지닌 용병들이라 자부심도 대단했다.

의뢰를 거부하고 도망친다면 체면이 말이 아닐 수가 있었다.

또한 거절하기에는 금화 20닢의 유혹이 너무나도 컸다.

용병들은 돈에 살고 돈에 죽는 이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결정됐군. 마녀의 목을 가져온 이에게는 금화 20닢을 보상으로 주겠소. 팀을 짜든 혼자 움직이든 마음대로 하시오. 마녀가 사는 곳은 여기 지도에 표시되어 있으니까.”


그것으로 끝이었다.

벤자민은 용병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


벤자민은 용병들이 저택 밖으로 사라질 때까지 확인했다.

그들이 모습을 감추자 어딘가로 바쁘게 걸어갔다.

도착한 곳은 영주실이었다.

영주실에 들어서자 그의 주인이 창문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되었지?”

“네. 모든 용병들이 참여하기로 했고, 지금 막 마녀의 숲으로 떠난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트라하가 몸을 돌렸다.

그는 멋들어진 수염을 기른 배불뚝이 사내였다.

뒤뚱뒤뚱 몸을 움직여 매일같이 지긋지긋한 업무를 보던 책상 쪽으로 다가갔다.

뱃살이 푹신한 의자 안쪽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의 머리는 반쯤 없었는데, 동부와 서부의 눈치를 보느라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진 탓이다.

트라하가 벤자민을 쳐다봤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충실한 개는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준비는 되었나?”

“모든 준비를 끝냈습니다.”

“용병들이 마녀를 토벌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번과 같은 실수가 있어서는 안되네.”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트라하에게 있어 의뢰를 맡긴 용병들의 안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건 벤자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버림 패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마녀의 전력을 어느 정도 소비시키는 게 그들이 할 임무였다.


“2시간 뒤에 움직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부탁하네.”


벤자민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영주실을 빠져나갔다.

그는 책상 위에 놓여진 양주를 들이 마셨다.

알싸한 알코올 향이 들이닥쳤다.

업무 중에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를 퍼붓던 사랑스러운 아내는 지금 없다.

트라하와 아내는 금실 같은 부부였지만.

그것도 반 년 전의 일이다.

지금의 아내는 침실에 누워 6개월 동안 창백한 얼굴로 잠들어 있다.

용한 의사를 수소문하며 알아낸 것은 단 하나.

저주에 걸렸다는 것.


“주치의”

“예. 영주님.”


모든 것이 하얗게 센 늙은 노인이 대답했다.


“정말 마녀의 혀만 있으면 아내를 깨어나게 할 수 있는가?”

“물론입니다. 마녀의 혀는 세상에 신비를 전달하거나 전파하는 힘이 깃들어 있죠. 그 간사한 혀로 저주를 내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풀기까지 하죠.”

“확실한가?”

“제가 어디 감히 영주님 앞에서 거짓말을 고하겠습니까. 마녀의 혀를 약재로 달여 아내분께 먹이면 저주도 금방 풀릴 겁니다.”


트라하가 고개를 틀어 창밖을 내다봤다.

태양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새까만 구름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비가 오겠군.”


그는 고개를 숙여 모든 일이 잘 풀리기 만을 기도했다.


**


“곧 비가 오겠군.”


라이언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도 이런 날씨였지.’


라이언은 과거를 회상했다.

비들이 쉴 틈 없이 쏟아지고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번개가 내려쳤다.

크라켄과의 혈투 끝에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을 살아 있었다.

이세계에서 말이다.


“여기가 마녀의 숲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한참 지도와 싸움을 벌이던 카론이 물었고, 저만치 떨어져 걸어오던 여자가 대답했다.

용병들 사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있었다.

모두가 마녀의 목을 두고 경쟁하는 자들.

동료애 따위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어이. 이보쇼. 형씨 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이게 뭐 하는 짓거리요?”


그걸 쌍둥이 중 한 사내가 지적했다.


“당신네들도 마녀가 얼마나 무서운 족속인지 알 거 아니요? 차라리 토벌을 위해 힘을 합치는 건 어떻소?”

“일리 있는 말이군.”

“마녀한테 혼자 덤비면 개죽음 당할 뿐이오. 차리리 한꺼번에 덮쳐서 마녀를 죽입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목숨이 가장 중요한 법이지. 보상은 깔끔하게 나누고.”

“나쁘지 않네요.”

“그럼 우선 통성명부터 합시다. 내 이름은 퍼스트고, 저기 있는 저 친구는 세콘드요. 보시는 바와 같이 쌍둥이지. 거기 당신은?”

퍼스트의 시선이 활 쟁이를 향했다.


“로빈.”

“보아하니 활을 쓰나 보지? 다른 사람들 이름은···”


퍼스트는 참으로 수다스러운 사내였다.


“그쪽은 라이언 형 씨고, 당신은 카론이지? 당신의 단검 솜씨는 내가 익히 알고 있다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일점인 여성분은 이름이 어떻게 되시오?”


죽을 때까지도 말이다.

퍼억!

퍼스트의 뒤통수에 화살이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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