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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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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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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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떡 돌리기(4)

DUMMY

아랫집 동생의 말에 놀란, 바이올렛이란 엘프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나에게 단검을 들이댔다.


"흐익!"

"비열한 인간 녀석이 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전 음식 해준 것 말곤 없습니다!"

"음식? 설마 정신계 저주를 건 음식이냐? 역시 비열한 인간!"


보라색 머리의 엘프가 내 목에 단검을 대자 차가운 촉감이 살기어려 있는 것 같았다.


"살, 살려주십시오!"

"그만 둬, 바이올렛 언니! 이 인간은 이 세계 사람이 아니야!"

"무슨 소리야?"

"이 아저씨는 이세계인이야, 우리 세계랑은 전혀 상관없고, 그 때문에 난민 임시비자도 받은 상태라고. 의심되면 《마력 탐지》스킬로 확인해봐. 마력이 단 하나도 없다니까?"

"마력이 없으니 저주도 못 걸고 아무것도 못해요. 그러니 걱정 안 해도 되요. 바이올렛 언니."

"그래?"


바이올렛의 눈이 은은한 파란색으로 빛나더니 이내 엘프 자매 누님들의 말에 수긍했다.


"정말로 마력이 단 하나도 없네? 진짜 이세계인인가보군."

"알았으면, 이 흉기 좀 치워주렵니까?"


보라 머리의 암살자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더니 단검을 도로 허리춤 검집에 넣었다.


―매번 이웃에게 떡 돌릴 때마다 이런 수모를 겪어야하는 건가······. 누님들이 있을 땐 누님이 먼저 문을 열도록 하는 게 좋겠구먼.


나는 앞길이 걱정되었다.


"아마릴리스, 릴리. 어쩌다가 이 인간하고 지내는 거야?"


아마릴리스 누님이 자초지총 설명했다.


"그렇게 된 거였군. 그래서 이른 아침에 우리 집에 무슨 볼일이야?"

"갑작스레 이사를 온 셈이니 인사차 떡을 돌리려고 왔습니다."

"떡?"

"네, 이겁니다."


나는 감자꿀떡이 담긴 통 뚜껑을 열어 보여주었다.


"다른 집들에도 돌려야하니, 여기서 이 2개만 가져가 주십시오."


나는 나무꼬치에 떡을 2개 끼워서 건네주었다. 떡을 꼬치에 끼우니 마치 경단 같았다.


"이게 떡이란 거야? 신기하네."


보라머리 엘프는 처음 보는 음식에 흥미를 가졌다.


"네. 이세계의 후식이니 밥을 다 먹고 잡수면 좋습니다. 달달한 게 아주 맛있습니다. 하하."

"그럼, 이따가 식사를 끝내고 먹도록 할게. 고마워."

"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바이올렛은 감자꿀떡꼬치를 들고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살벌한 이웃이 집으로 들어가니, 온몸의 긴장이 쫙 풀렸다.


"후, 아까 언니가 아저씨 목에 단검을 들이댔을 땐, 어떻게 되나 싶었어."

"저도 조마조마 했어요, 언니."

"이 늙은이는 누님 만났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아, 그때? 그땐 뭐 상황이 상황이었으니······. 미안했어, 아저씨."


아마릴리스 누님은 그때 포박 및 발길질을 했던 사실에 머쓱하며 사과했다.


"아닙니다. 그나저나 이 나무 아파트엔 앞으로 몇 가구나 있죠?

"여덟 집정도···."


이 하늘로 쭉 뻗은, 덩치 큰 나무 아파트엔 누님 집 위로 6가구, 아래로 2가구가 있었다. 고향 세계 아파트 기준으로 2층마다 1가구가 사는 모양이었다.


"그럼 다음 집으로 갑시다."


그렇게 우리는 위로 떡을 돌리기 위해 계속 움직였다. 순서대로 돌리면서 아까와 같은 수모를 수차례 다시 겪어야했다. 인간으로서 이 나라에 정착하기엔 아직 험난하기만 했다.


"정말 오늘만 몇 번 죽을 위기인 건지 원······."

"대신에 나머지 층들은 그 동안 너무 위험해서 우리가 먼저 인사하고 설명해서 큰 탈은 없었잖아."

"포박당하고, 주먹이 날아오고, 화살 쏘고······. 일이 너무 많았네요. 한 시간도 안 지났는데 피곤해요."


정말 아파트 하나만 돌았을 뿐인데도 이렇게 피곤한데, 앞으로의 고생길이 훤했다.


"어찌 됐든, 아저씨."

"예?"

"우린 이제 말했던 대로 퀘스트하러 갈 거니까 나머지 일은 알아서 해."

"아, 정말 가시는 겁니까, 누님?


나는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가는 게 매우 아쉬웠다. 있어도 이 정도 인데, 없으면 어떨지 걱정된 건 사실이니까.


"그래. 돈 벌어야지. 그럼, 가볼게. 시간이 지체되었어."

"도시락 맛있게 잘 먹을게요, 아저씨."


그렇게 누님들은 퀘스트를 하러 떠났다. 근데, 엘프는 보통 활을 쏜다고 들었는데, 왜 누님들은 활을 안 들고 가는 걸까? 활이 필요 없는 간단한 퀘스트를 하러 가는 걸까? 그리고 왼손에만 찬 저 장갑은 패션이었을까? 나에겐 그저 의문 투성이었다.


나는 누님들을 보내고 시장으로 향했다. 무료로 떡을 하나씩 나눠주면서 함께 사는 인간이 있음을 어필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민의 신고로 오랜만에 순찰관 아저씨와 재회하게 되었다.


"아, 류금수 씨 아닙니까? 신고 받고 왔더니 역시나 당신이었군요."

"오랜만이군요, 크리샌스 씨.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출소한지 나흘만 아닌가요? 여긴 어쩐 일입니까?"

"이 마을 사람들에게 안면 좀 틀 겸, 떡 돌리러 왔습니다."


―그리고 '출소'가 아니라 '석방'이다 이 양반아!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기에 그냥 넘어갔다.


"떡?"

"이겁니다."


나는 들고 있던 통 속의 감자꿀떡을 보여주었다.


"오오. 이건 처음 보는 음식이네요!"

"아니, 아니, 경찰 아저씨.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크리샌스가 감탄하고 있는 사이 신고했던 주민이 다가왔다. 앞머리에 한 줄기로 뭉텅이 새치가 있는 갈색 머리의 아줌마였다.


"아, 아이비 아줌마."

"빨리 이 인간을 체포해야지 뭘 꾸물거리고 있는 거예요?"

"이 인간을 체포할 권리가 지금은 없어서 말이죠."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이비라는 엘프는 제 뜻대로 되지 않아 짜증이 난 것 같았다. 말싸움이 나자 주변 주민들이 수군거리며 일대를 에워싸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인간은 이세계인입니다. 우리 세계 사람이 아니에요. 그래서 난민 신청을 마쳤죠."

"이세계? 난민?"

"의심 되신다면 《마력 탐지》 스킬로 확인해보시던가요. 마력이 전~혀 없는 인간이라, 동대륙의 인간들하곤 다른 부류예요."


갈색 머리의 아줌마는 은은한 푸른색 눈동자로 날 확인했다.


"진짜네···."

"그쵸?"


엘프 아이비는 자신의 행동이 부끄럽다는 듯 나에게 사과했다.


"미, 미안하게 됐어요. 사과할게요."

"이런 일은 이젠 익숙하니 괜찮아요."

"그나저나 류금수 씨, 전에 말을 못해서 미안했는데, '감자채전'을 류금수 씨가 만든 거라면서요? 정말 맛있었어요."

"하하, 고맙습니다."

"이것도 그것만큼 맛있으려나요?"


순찰관 양반은 내 떡을 보고 군침을 흘렸다.


"애당초 돌리려고 나온 거니까 하나 잡숴보실래요? 조청으로 끈적끈적하니 이 나무꼬치로 찍어 먹으세요."

"그럼, 잘 먹을게요. 암."


크리샌스 씨가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으으으음?! 와, 이거 뭡니까 되게 달달하고 맛있네!"

"그쵸? 감자꿀떡입니다. 물론 꿀이 아니라 곡물로 만든 조청을 썼지요."

"아, 그래요? 햐. 겉면의 이게 조청이구나. 팥의 달달한 맛과 조청의 꿀맛이 이중으로 달콤해져서 너무 맛있네요. 쫀득쫀득한 식감으로 단맛을 오래 음미할 수 있고. 후식으로 딱인데요?"

"원래 후식이나 간식으로 먹는 겁니다."

"와, 너무 맛있다."


경찰관의 평이 좋자 옆에 있던 아줌마도 먹으려고 거들었다.


"네? 저기요. 나도 하나 줘 봐요."

"네. 여기요."


아줌마도 꼬치에 떡을 꽂아 입에 넣었더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와, 이게 무슨 맛이야? 어떻게 인간이 이런 음식을 만들어냈지?"

"입맛에 맞나요?"


아줌마는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어갔다.


"흐흠. 인정하긴 싫지만, 지금까지 먹은 후식 중에 가장 맛있네요. 텁텁한 맛이 없는 달달한 팥앙금과 쫀득쫀득한 떡의 식감이 어우러져서 달달한 맛을 입안에서 오래 즐길 수 있어요. 거기에 겉면에 바른 이 조청인가 뭐시긴가가 중간 중간에 단맛의 높낮이를 바꿔줘서 또 먹고 싶게 만드네요."


반응이 이렇자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주민들도 저게 맛있냐며 수군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저도 하나 주세요."

"저도요."

"모두 하나씩 드리려고 온 거니 하나씩 드릴게요. 하하하."


그렇게 나는 수중에 있던 떡을 시장에 있던 마을주민들에게 모두 돌리는 데 성공했고, 이곳저곳에서 떡이 맛있다고 감탄사가 나왔다.


"어쩜 이렇게 쫀득쫀득 하고 맛있지?"

"말린 과일칩보다 맛있다야."

"달달하니 또 먹고 싶다."

"이거 어떻게 만들어요?"

"또 줄 수 없나요?"


그야말로 감자꿀떡의 인기는 대폭발이었다! 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변에 있던 모든 주민들에게 말했다.


"이 음식은 내일부터 제가 이 시장에서 팔 겁니다. 많이 찾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의말

늦어져서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그리고 이제 5만자 돌파했습니다! (짝짝짝)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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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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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떡 돌리기(4) +9 19.09.07 1,701 36 9쪽
13 12화. 떡 돌리기(3) +8 19.09.06 1,705 36 8쪽
12 11화. 떡 돌리기(2) +6 19.09.05 1,732 36 9쪽
11 10화. 떡 돌리기(1) +7 19.09.04 1,825 35 8쪽
10 9화. 촉박한 시간 +7 19.09.03 1,944 38 7쪽
9 8화. 밥과 백김치 +8 19.09.02 1,960 40 8쪽
8 7화. 콩비지전과 콩비지찌개 +7 19.08.30 2,013 42 8쪽
7 6화. 감자껍질칩과 두부 +8 19.08.29 2,130 45 9쪽
6 5화. 난민신청(3) +10 19.08.28 2,138 43 8쪽
5 4화. 난민신청(2) (수정) +10 19.08.27 2,280 45 10쪽
4 3화. 난민신청(1) (수정2) +12 19.08.26 2,539 44 12쪽
3 2화. 감자채전 (수정2) +14 19.08.24 2,835 50 14쪽
2 1화. 엘프세계에 떨어지다. (수정2) +13 19.08.24 3,145 53 8쪽
1 프롤로그. (수정2) +21 19.08.24 3,753 4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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