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여우 판타지 단편집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녹색여우
작품등록일 :
2019.10.29 20:37
최근연재일 :
2019.10.31 02:48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4,895
추천수 :
135
글자수 :
81,500

작성
19.10.31 02:23
조회
123
추천
5
글자
16쪽

바람이 태어난 곳

DUMMY

風 - 바람이 태어난 곳



◇ ◇ ◇




바람은 어디에서 오는 거야?


모든 것의 시작은 동생의 호기심 가득한 물음이었다. 그래. 내 여행의 시작 말이다. 벌써 이십 년이 넘도록 이어지는 내 기나긴 여정의 출발점.


내게 그 물음을 던졌던 동생은 벌써 차디찬 땅 속으로 들어갔다. 마을에 역병이 돌아 살아남은 자가 없다는 소식을 들은 내 표정은 말로 형용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죽음으로부터 도망간 것에 대한 안도감. 나 혼자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아버지를 모시지 못했다는 후회. 동생에게 수많은 짐을 떠넘긴 미안함. 죽는 순간에 나를 원망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소식을 전해준 여행자가 떠나간 뒤에도 한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내가 크나큰 슬픔에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은 것은 오직 목적 때문이었다.


그래. 목적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여행을 이끌어온 단 하나의 목적. 이제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어린 동생의, 이제는 죽고 없는 동생의 물음에서 시작된 나의 삶. 나의 목표. 나의 이유.


바람이 태어난 곳.


그 끝이 보이지도 않는 여행은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앞으로 몇 년, 아니 몇 십 년은 더 찾아야 할까. 어쩌면 내가 늙어서,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감이 나를 붙들었지만 나는 매정하게 그 손을 쳐내고 다시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발을 내딛었다.


이것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다. 전염병으로 고향과 가족을 잃어버린 내게, 남은 것은 오직 이것뿐이지 않는가. 만약 그것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망신이자 거짓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찾을 것이다. 존재할지도,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바람의 고향.


허공을 유영하는 바람을 잡기 위해서 손을 움켜쥐었지만, 마치 나를 놀리기라도 하는 듯이 바람은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결코 쫓을 수 없는 것을 쫓는 자. 바람의 고향을 찾는 자. 내 꿈은 아직 깨지 않았다.




◇ ◇ ◇




처음 여행을 하게 될 때 즈음까지만 해도 나는 아무 계획도, 목적도 없이 그저 내일은 뭘 하며 시간을 때울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의욕 없는 인간의 표상 같은 존재였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반쯤 풀린 썩은 생선 같은 눈동자로 목적 없이 마을을 거니는 삶. 일은커녕 매일 끼니나 축내며, 아버지의 속을 새까맣게 태우는 줄도 모르고 철없이 살아가던 그때의 나는 그 누가 봐도 한심해 보였으리라.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도, 나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헛된 시간으로 덧칠하는 것 이외에는 하는 일이 없었다. 아버지가 이웃에게 일감을 얻어 열심히 밭을 갈고 있을 때도 나는 마을 한가운데 있는 나무 밑에서 게으름을 피울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나에게 짐을 꾸리고 집을 떠나는 계기를 준 것은 한 남자였다. 성년이 된 지 이 년 정도 지난 어느 열일곱의 여름. 천둥이 치고, 쏴아아 하는 굵은 빗줄기 소리가 귓가를 끊임없이 두드리던 밤에 들렸던 문 두드리는 소리를 나는 아직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탕탕. 탕탕. 규칙적으로 울리는 문소리와 함께 이보시오- 하는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을에서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도적일까? 아니면 여행자? 문가에 천천히 걸어간 아버지는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십니까.


길 가던 길손이온데, 비가 너무 거세어 하루 묵을 곳을 찾고 있습니다. 이 불행한 길손에게 자비를 베풀어 비를 피해 몸을 뉘일 곳과 함께 빵 한 조각과 포도주 한 잔을 베풀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때 나는 직감적으로 문 건너편에서 비를 맞고 있는 남자가 여행자임을 알았다. 마을의 아이들은 모두 여행자에 대해서 일종의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괴물을 물리치고 보물을 찾아다니는 여행자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에 한껏 기대가 된 나는 아버지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힐끗 보고는, 이내 몇 분의 순례자가 함께 계시오. 라고 물었다. 건너편의 남자는 그 혼자뿐이라 대답했고, 아버지는 문에 달린 작은 나무창을 열어 상대의 모습을 확인한 뒤에서야 문을 열어 남자를 환영했다.


우르릉 거리는 천둥소리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붓는 어두운 빗속을 배경으로 나타난 남자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여행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봐 왔던 여행자들은 킨 칼을 차거나 활을 들고, 때 묻었지만 은연중에 번쩍거리는 갑옷과 멋진 망토를 두른 모습이었다. 그들은 마을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도적에게 맞서 싸우거나, 숲 속의 괴물들과 싸운 일화를 들려주곤 했다.


반면 그의 모습은 낡고 커다란 로브를 뒤집어쓴 채 제대로 씻지 못해 꾀죄죄한 모습과 정리하지 않아 듬성듬성 난 턱수염. 마치 가난한 거지같은 행색이었다. 나는 살짝 실망해서 부루퉁한 얼굴로 그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알아차렸기 때문일까. 막 물기를 털어낸 그는 불쾌한 표정도 짓지 않고 나를 향해 씩 웃어보였다. 서른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이었다. 그 웃음에 어째선지 방금 전 실망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져서, 나는 그를 피해 천둥소리 때문에 겁에 질린 동생을 가볍게 토닥이며 방으로 향했다.


방에 동생을 재운 뒤 바깥으로 나온 나는, 포도주 한 잔을 들고 이야기를 안주 삼아 아버지와 즐겁게 웃고 있는 남자를 보고 다시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나는 슬그머니 아버지의 옆자리에 앉아,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자는 저 멀리, 서쪽의 푸른 바다에서 온 사람이라고 했다. 소금을 탄 것처럼 짭짤한 물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는 푸른 바다. 잘 상상되지는 않았지만 남자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재미있었다. 심지어 그 전에 내가 들었던 여행자들의 생생한 경험담보다도 말이다.


그런 내 반응이 재밌었는지, 남자는 그 특유의 짙은 콧수염을 매만지며 다른 이야기들도 해주기 시작했다.


손님에게 너무 무례하게 굴지 말거라.


아버지는 중간에 피곤하다시며 방으로 들어갔지만 나는 그 남자의 이야기에 빠져서 계속 남자에게 이야기를 졸랐다. 난생 처음 보는 남자였지만 어째선지 전혀 무섭지 않았고, 묘한 친근감마저 느껴졌다.


너는 나하고 닮았구나.


이야기를 하던 중 남자는 나를 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요?


그래. 네 눈을 보니 옛날의 내가 생각나.


나는 어쩐지 그런 남자의 말이 퍽 기분 좋게 들렸다. 어쩌면 단순히 동경의 대상과 자신이 닮았다는 이유일 지도 모르지만, 처음 보는 남자에게 느껴지는 친근감의 이유가 동류이기 때문이라니. 꽤 기분 좋은 소리였다.


저도 여행자가 될 수 있을까요?


나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여행자라······. 남자는 내 말을 듣고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곱씹는 듯하더니, 이내 내 이마를 검지로 툭 밀며 장난스럽게 넌 아직 이르단다. 라고 말했다. 놀림 받았다는 생각에 다시 심통이 난 나는 나도 모르게 가시 돋친 목소리로 왜요? 하고 물었다가 스스로도 조금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급히 입을 막았다. 하지만 남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미소 띈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왜 여행을 하고 싶니?


그 말에 나는 당장 대답할 말이 없어 우물쭈물하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런 나를 보고 피식 웃은 그는 고개를 젖혀서 천장을 보며 독백하듯 중얼거렸다.


여행자는······. 각자가 찾는 것이 있단다.


찾는 것?


그래. 찾는 것. 너는 찾는 게 있니?


남자는 그렇게 말하곤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찾는 것. 나는 뭔가를 찾고 싶은 걸까? 문득, 얼마 전에 동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바람이 오는 곳을 찾고 싶어요.


남자는 내 말에 한 대 맞은 것 같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뭔가 잘못했던 걸까.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는 나의 표정은 아마 꽤나 우스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내 표정에는 아랑곳 않고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나랑······. 똑같구나.


그 말에 나도 눈을 크게 떴다.


나와 함께 가지 않을래?


남자는 눈물이 흐를 것 같은 눈으로, 흥분과 감동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어디선가 불어온,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내 뺨을 간질였다.


나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나는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나는 아버지에게 남자를 따라가겠노라 말했다. 처음에 불같이 화를 내던 아버지는 나와 남자의 눈을 한 차례 노려보더니, 갑자기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방에서 나온 아버지가 들고 온 것은 낡았지만 튼튼하고 두꺼운 로브와, 매일 손질한 듯 날카로운 단검. 그리고 은화 다섯 개였다.


아버지는 항상 차고 다니던, 어머니의 목걸이를 풀어 직접 내 목에 걸어주시며 말했다. 이 로브와 단검은 아버지가 나랑 비슷한 나이었을 적에, 세상을 여행할 때 가지고 다니던 것들이라고. 그리고는 나를 한 차례 꽉 끌어안았다.


너는 내 아들이다. 그것만큼은 잊지 말아라.


그 목소리만큼은 내가 아버지에게 들었던 그 어느 목소리보다도 크고, 또렷했다. 이것도 운명이라며, 벌써 네가 여행자의 꿈을 꿀 때가 되었구나. 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눈이 잠깐이지만 반짝 빛났다.


꿈이 깨면 꼭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입을 꽉 틀어쥐고 남자와 함께 마을을 나서는 나의 뒤에서, 아버지의 외침소리가 메아리쳤다.


바람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내 귓가에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 ◇ ◇




남자는 죽었다. 불타오를 것 같은 열사의 사막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는 이 땅을 떠났다. 내가 남자와 함께한 지 이십 삼 년 만의 일이었다.


물은 충분했다. 하지만 신이 그의 열정을 시험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꿈을 쫓기에 너무 지쳤기 때문일까. 아주 작은 황금색 전갈 한 마리는 그의 텅 빈 가슴을 찔렀고, 그는 마지막으로 긁어모은 열정을 진혼의 불꽃으로 삼아. 찬란하게 죽음을 맞았다.


나, 는. 나는. 결국 찾지 못하는가.


감싸 쥔 내 손을 부서질 듯 꽉 쥐며 남자는 분하다는 듯이 울었다.


내 여행의 꿈은, 피지 못하고, 끝나는가.


독 때문에 파랗게 질린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이 내 무릎을 적셨다. 남자는 진심으로, 원통하다는 듯이, 분해서 어쩔 수가 없다는 듯이 흐느껴 울었다. 정말로 서럽게. 마치 짐승의 울음처럼 낮고, 긴 울음이었다.


바람은, 바람은 어디 있는가. 나의 바람. 나의 바람은, 어디서 오는가.


갑자기, 반쯤 풀린 채 눈물을 흘리며 소리치던 남자의 눈이 갑자기 또렷하게 변했다. 반대쪽 손을 들어, 마치 무엇인가를 잡으려는 듯이 허공에 휘저으며 남자는 말했다.


보여. 보인다. 세상의 끝이, 바람의 둥지가!


남자는 죽기 직전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며 환희에 차 소리쳤다. 그 모습은 광기에 찬 모습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순수했고,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보이니? 풍차가! 거인이! 바람을 만들고 있어! 아아! 보여! 보인다고!


남자는 내 손을 놓지 않으려는 듯 꼭 잡았다. 그는 마치 정말로 바람의 고향을 본 것처럼, 세상의 끝을 담은 두 눈으로 나를 또렷하게 쳐다봤다.


나는 갈 수 없지만. 너는 갈 수 있어.


너무 놀라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의 가슴 위에, 남자는 손을 올렸다.


내가 알려주마. 내가 네 가슴 속에 남아서, 이끌어주마.


남자의 말은 마치 주술처럼 내 귀 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황망히 남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감싸 쥔 손이 천천히 무거워졌다. 남자의 콧수염이 마지막으로 한 번 바르르 떨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의 고개가 텅 빈 열사의 모래 위로 한없이 떨어졌다.




◇ ◇ ◇




벌써 사십 년이 지났다. 내가 집을 떠나온 지 사십 년이 지났고, 고향이 없어졌다고 들은 지 이십 년이 지났으며, 남자가 죽은 지 십칠 년이 지났다.


나는 그 이후로 바람을 쫓아 끊임없이 걸었다. 더는 사람들에게 바람이 오는 곳을 묻지도 않았다.


동쪽으로 간다. 동쪽으로.


나의 뜨거운 심장 속. 남자가 내 발걸음을 이끌어주고 있었다.


동쪽의 끝으로 가자. 세상의 끝으로 가자.


나는 아무런 주저 없이, 그저 가슴이 시키는 대로 걸었다. 단지 내 한 몸 건사할 식량과 함께, 바람을 쫓아서.


어느 샌가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끝에서 본 노인은 십 년 전에 이렇게 말했다. 이 거대한 산의 뒤에는 괴물이 있다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괴물이 울부짖고 있다고 말이다.


나는 산을 넘었다.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산은 거대했다. 거대하고 거대하고 또 거대했다. 아니, 그것을 과연 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 앞에선 세상의 끝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초라하게 보였다. 두께? 짐작조치 되지 않았다. 높이? 태양을 가리고 하늘을 덮었다. 넓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건 마치 다른 이의 침입을 거부하는 신의 손바닥 같았다.


하지만 나는 세상의 끝을 넘었다.


오오오오 하는 커다란 괴물의 울부짖음이 들렸고, 수백 번이나 나를 날려버리려 하는 강풍이 있었지만, 내 여행자의 꿈을 깨트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세상의 끝을 넘어선 내가 본 것은, 끝없이 늘어서 있는 거대한 산맥이었다.


하나하나가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산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산맥. 하지만 나는 십 년에 걸쳐서 그 모든 산을 넘었다. 내 심장은 벌써부터 나에게 거인과 풍차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를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있는 산의 정상을 밟았다.


지금가지 본 그 어떤 바람보다 크고 웅장한 바람이 나를 감싸 안았다.


바람의 고향에 도착했다.




◇ ◇ ◇




그것은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수많은 강철의 풍차가, 제각기 돌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커다란 산의 다섯 배는 될 크기였다. 제멋대로 도는 수천, 수만, 수억 개의 풍차는 영혼을 날려버리는 굉음과 함께 바람을 만들고 있었다.


고막은 이미 한참 전에 터졌는지, 귓가에 피가 흘러나왔지만, 아프지도 않았고, 소리도 들렸다. 내 온 몸을 울리는 웅장한 거인의 소리가 말이다.


거인은 수많은 풍차의 가운데에 오롯이 서있었다. 모든 풍차는 거인의 몸에 붙어있었다. 그의 몸에 다닥다닥 붙은 풍차 하나가 돌아갈 때마다 태풍처럼 커다란 바람이 불었다. 크기를 잰다는 생각이 바보 같을 정도로 거대한 강철의 거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남자는 틀리지 않았다. 풍차가. 거인이. 이 세상의 바람을 만들고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나는 달려왔던 것이다. 이 심장과, 이 다리와, 이 몸을 이끌고.


온 몸에서 힘이 빠졌다. 나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오직 이것만을 위해서 달려온 몸이다. 제 역할을 다 한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정상의 바위에 기대어 누웠다. 가쁘게 뛰던 심장이 천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여행자의 꿈이, 피어났다.



.


작가의말

이전의 ‘불꽃을 빚는 노인’과 함께 2011년도 쯤에 쓴 글입니다. 風 이라는 글자를 주제로 썼었죠. 土를 주제로 쓴 글도 있긴 하지만 수준이 조악해서 그 글은 올릴 생각은 없습니다 X(


이 글과 앞의 ‘불꽃을 빚는 노인’을 합쳐서 순례자 시리즈로 연작을 써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이후 天을 주제로 단편글을 쓰다가 엎었습니다. 당시에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했었고, 쓰다보니 의욕이 사라졌었거든요 :S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녹색여우 판타지 단편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끝) 후기 19.10.31 257 8 2쪽
14 혁명의 열쇠 19.10.31 175 8 32쪽
» 바람이 태어난 곳 19.10.31 124 5 16쪽
12 인간,악마,인간,괴물 19.10.31 162 5 17쪽
11 우상과 향수의 굴레 19.10.31 95 5 3쪽
10 도를 아십니까? 19.10.31 133 5 15쪽
9 당신에게 향하는 편지 19.10.31 98 5 9쪽
8 나를 이끌어 주었던 그 손의 온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19.10.31 108 4 9쪽
7 산 중턱 산장에서 만난 어떤 남자의 이야기 19.10.31 117 5 7쪽
6 휴머노이드 테러 19.10.31 122 5 6쪽
5 시선 가득히 19.10.29 140 5 12쪽
4 마법은 위대해! +3 19.10.29 363 10 32쪽
3 불꽃을 빚는 노인 +2 19.10.29 625 19 14쪽
2 고양이는 민들레에게서 무엇을 보았나 +3 19.10.29 1,168 28 4쪽
1 (시작) 소개 +1 19.10.29 1,209 18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