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지극히 평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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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명치! 명치! 명치!”
뭐 오른손에 흑염룡이 깃들어 있거나 하는 건 아니고.
“배때지에 라이트훅을 쳐맞고도 그렇게 나올 수 있나 한번 보자!”
눈깔에 별모양이나 쉼표 세 개가 그려진 것도 아니며.
“이 미친 저게 사람이야 터미네이터야?!”
마법이나 초능력 따위는 판타지소설 속 이야기임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막아! 안 막으면 너희들 다 감봉이야!”
그런 평범한 고등학생이란 말이다.
“저놈 저거 빨리 잡아서 고추를 따버리란 말이야!”
그런데 왜 하필.
“그러면 댁이 저 핵주먹에 맞아보시던가!”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대체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 뭔 개 난장판이냐고!”
울분을 담아 소리를 질러 봐도 내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왜냐면 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기 바쁘니까.
“난 대체 왜 여기까지 와 있는 거지.”
난 누군가. 대체 여긴 어딘가. 하지만 아무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왜긴 멍청아! 니가 마력돼지니까 그렇지!”
아무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너 거기 가만있어! 내가 가서 그 딸랑이를 슥삭 해줄 테니까!”
하. 어째서 나 같은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이런 시련이 닥친 걸까.
“평범하긴 니미!”
기억을 더듬어 보자. 내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더라?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의 이야기를.
그것은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 박카스에게 일어난 작은 사건.
이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한 나라에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의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있는 그대로 엮은 가슴 따뜻한 휴먼 스토리다.
진짜다. 믿어라. 나 궁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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