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등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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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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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01,430

작성
20.12.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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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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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Episode160_울이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1)

DUMMY

이것은 옛날 이야기이다. 이미 역사가들에겐 유명할 한 커다란 역사의 장이며 무수한 피바람을 몰고온 그 사건은 깨나 배운 사람이면 누구나 알만한 이 시대의 비극이다.


그러나 글귀로밖에 접할 수 없었을 이들은 알지 못하는 내막이란게 있다. 이는 단순히 국가에 의해 숨겨진 음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뒤늦은 자가 역사를 평가할 때 쉽게 범하는 오류란 역사를 이끄는 자 역시 인간임을 망각하는 것이다.


하긴 누군들 알겠는가. 그 참상이 있기 전까지 이해당사자 사이에 켜켜이 쌓여온 그 해묵고 부르튼 감정이란 그 중심에 있던 자가 아니고서야 결코 알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이야기는 바로 그 당사자가 제 입으로 직접 이야기하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정확할지도 모르는 한 역사의 증언이다.


물론 그가 일체의 숨김 없이 모든 것을 말했을지는, 듣는 이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



이 세계의 질서를 수호하는 막중한 책임을 진 존재, 나라님이라는 하나의 이름이 장자 상속제로 세습되어진다는 그 사실은 언뜻 보면 그럴듯 해 뵈면서도, 또 한편으론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문제다.


제 피를 잇는 적통에게 왕좌가 전해지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제 자식에게야 뭐든 물려주려는게 사람 마음이기도 하고, 새로운 지배자를 옹립해 그 명분을 세우는데 있어 적통이라는 사실은 유난히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


단지 꼭 그렇게 하면서까지 권력이란게 영원을 이어갈만한 가치가 있는지가 그에게는 고민거리였다.


선황의 세번째 아이이자 나라님의 차남인, 어렸던 시절의 울은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진심이었다. 그깟거 나라 다스리는 일이 뭐 그리 즐겁다고 사람들이 목을 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괜히 갖은 고생하며 정치판 생활을 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남 착취해서 내 배 불리는 일도 싫었으며, 그냥 이 왕궁 아래의 비호를 받아 지금처럼 평온한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울의 소원이었다.


그렇기에 울은 늘 온화하고 쾌활했으며, 그 덕에 다른 두 형제들에 비해 인망도 적당히 있고 따르는 이들도 많았다. 아마 이 사실 역시 이후 선황의 그 끔찍한 판단에 어느정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반면 다른 두 자식은 그만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중 가장 나이 많은 이의 이름이 리체. 울의 큰형 되는 자였지만, 실제로 큰형 대접을 받은 적은 없었다.


앞에서 울이 선황의 셋째이자 차남이라는 앞뒤 안맞는 표현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런 기이한 설명이 말이 되는 이유가 바로 리체의 존재였다.


그는 서자였다. 본처의 뱃속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천한 어미를 두고 뻔뻔스럽게 기어나온 한낱 눈엣가시. 심지어 세상빛을 본 대가로 자길 낳은 여인의 목숨까지 앗아가고 말았으니, 이처럼 저주받은 자식이 또 있을까.


애당초 권력의 티끌만큼도 이어받을 가능성이 없는 아이다. 당연히 그에게 관심을 두는 이는 지극히 적었고, 따르는 자는 더더욱 적었다. 아니, 아예 없다고 봐도 좋았다. 오직 황실의 저명한 예언자 바그나만이 부모 없는 리체의 대모를 자청해 그를 돌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만일 사람들이 이 아이를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곧 알았을 것이다. 한낱 서자가 가슴에 품은 비수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그 안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괴수가 잠들어있는지. 어째선지 본인은 그 자질을 적극적으로 감추려고 더욱 입을 꾹 닫아왔지만 말이다.


본디 재능은 유식한 자의 눈에는 더 튀는 법. 리체의 그 엄청난 깊이는 곧 다른 신하 몇 명의 눈에 띄게 되었고, 심지어 그 중 한명은 나라님의 오른팔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자인 최고대신 주노였다.


주노는 그 신하중에서도 가장 리체를 귀하게 아꼈고, 당장 나라님께 그의 재능을 알리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의 한마디면 어쩌면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어 곧바로 높은 관직에서 기용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리체는 한사코 눈에 띄는 것을 거부했다. 그 완강한 반대에는 주노 역시 별다른 수가 없었고, 그의 재주에 대해 함구할 것을 약속했다.


그 뒤로도 리체의 취급은 바뀌지 않았다. 허나 그는 사람들 앞에서는 짐짓 겁먹은 척을 하며 무해함을 내비치다가도, 그들의 관심이 끊기는 순간부터 매섭게 눈동자를 움직이며 주변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대모 바그나가, 어떠한 두렵기 그지없는 예언을 몰래 일러준 그 순간부터.


한편 그저 나이만 많았던 큰형 리체와는 달리, 울의 작은형은 그 근본부터가 달랐다. 정실 아래서 무탈히 태어난 둘째 아들 메로스는 그 핏줄의 진정한 장남이자, 나라님의 뒤를 이을 귀중한 적통 후계자였다.


그러나 메로스는 결코 나라님이란 자리에 어울리는 재목은 아니었다. 이전엔 그랬을지 몰라도, 결국 결과는 처참했다.


황태자라는 어마어마한 칭호를 가지고서도 곁에는 그저 아양떠는 인간만 곁에 있었을 뿐, 진심으로 따르는 자는 거의 없었다. 막내인 울이 되려 실질적인 인망은 훨씬 컸으니 짐작이 갈 것이다.


원래부터 그가 이런 더러운 성격이었던 것은 아니다. 울은 어린 시절의 메로스를 기억한다.


그 때의 메로스는 비록 아이다운 오만함과 허영심이 가득하긴 했었지만, 그 한켠에는 또한 아이다운 여린 감성과 미숙함이 혼재되어 있었다.


신하에게 막말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미안함을 느껴 남몰래 질 좋은 고기를 내어주기도 했고, 나름 제 형제를 챙길 줄도 알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한달음에 달려가 장남으로써의 권위를 내세워 동생을 보호했다. 완전하지는 못했지만 사악하지도 않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던 그런 평이한 어린애였다.


하지만 몸이 커질수록 그의 불안정 역시 커져갔다. 그는 점차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같은 존재로 변해갔다.


한창 때의 그의 성질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것이어서, 어떤 때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성인군자처럼 굴면서 조금만 싫증이 나면 금방 폭군으로 돌아섰다.


조울증 증세를 보이면서, 전혀 예상 못한 상황에서 화를 내고 예민하게 굴었다. 하인들 모두가 그를 두려워했고 몇몇은 그의 손에 죽기까지 했다.


심지어 울이 실수로 그의 옷에 컵을 엎질렀을 때는, 형이자 황태자로써의 권위를 무시했다면서 죽도록 때려패기도 했었다. 막대기까지 들고 수십번을 내리쳐대서 보다못한 하인들이 달려들어 그를 막아야만 했다.


이딴 기억이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이유는, 정작 몽둥이를 휘두르던 메로스가 저 혼자 아주 울고불고 난리를 떨었다는 점에서다. 정작 울고싶은건 울 본인이었는데 말이다.


그런 폭력이 남몰래 며칠이나 더 계속된 후에는, 울도 그를 형님이라 생각치 않았고 메로스도 동생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이 없었다.


무수한 신하들은 나라님의 권위가 강할대로 강해진 지금, 황태자인 그가 자리에 올랐다간 어떤 폭정을 시작할지 덜덜 떨기 시작했다. 메로스는 그런 남자였다.


작가의말

예 저는 망했습니다.

본래 군대 가기 전이니 시간 많이 남겠지 싶어 세이브 원고를 만들어두고자 했는데, 예상치 못한 가족과의 스케줄과 더불어 연약한 멘탈의 붕괴로 인한 시간 흘려보내기의 여파로 세이브를 별로 만들어두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그마저 쓴것도 중간중간이 비어서 그대로 올릴 수가 없는지라... 아마 곧 한달간 휴재에 들어갈 듯 합니다

죄송합니다...

최소한 다음 화까지는 올라갈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달 뒤를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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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Episode162_울이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3) +2 21.02.08 70 4 12쪽
161 Episode161_울이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2) +3 20.12.21 78 3 9쪽
» Episode160_울이란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1) +4 20.12.18 48 3 7쪽
159 Episode159_분실물 주의보(2) +1 20.12.16 81 3 8쪽
158 Episode158_분실물 주의보(1) +2 20.12.14 62 2 9쪽
157 Episode157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14) +2 20.12.11 61 3 7쪽
156 Episode156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13) +2 20.12.10 50 3 7쪽
155 Episode155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12) +3 20.12.07 57 3 10쪽
154 Episode154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11) +2 20.12.05 64 3 8쪽
153 Episode153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10) +4 20.12.02 62 3 14쪽
152 Episode152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9) +3 20.11.27 54 2 7쪽
151 Episode151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8) +2 20.11.25 51 3 10쪽
150 Episode150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7) +3 20.11.19 49 3 8쪽
149 Episode149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6) +1 20.11.16 70 3 11쪽
148 Episode148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5) 20.11.12 79 3 13쪽
147 Episode147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4) 20.11.11 66 3 12쪽
146 Episode146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3) +1 20.11.09 51 3 12쪽
145 Episode145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2) +2 20.11.08 48 3 13쪽
144 Episode144_묻어둔 것을 파낸다는 것(1) +1 20.11.06 46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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