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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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재미
작품등록일 :
2020.03.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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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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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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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펜타 마이뉴(Spenta Mainyu) (1)

DUMMY

스펜타 마이뉴(Spenta Mainyu).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페르시아어)는 조로아스터교(BC 630? ~ BC 553?)의 최고신을 아베스타어(고대 이란 언어)로 부르는 이름으로,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인 '자라투스트라'가 "불생불멸의 최고신"이라고 선언한 이름이다. 아후라Ahura는 '빛'을 뜻하고 마즈다Mazda는 '지혜'를 뜻한다.


-중략


자라투스트라에 따르면, 아후라 마즈다는 우주와 우주의 법칙과 질서를 창조하였고 그것을 유지하는 '최고신(제 1원인으로서의 신)'이라고 한다. 아후라 마즈다는 우주의 운행을 위해 대대(對對)의 쌍둥이 영(靈, spirit), 즉 선-진리-빛-생명의 영(spirit)인 스펜타 마이뉴(Spenta Mainyu)와 악-거짓-어둠-죽음-파괴의 영인 앙그라 마이뉴(Angra Mainyu)를 창조하였고, 이에 따라 우주의 역사는 이들 쌍둥이 영의 투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구출 작전 이후, 다음날 아침.

세하는 지하 83층 로비의 새하얀 벽 중 유일하게 매달려있는, 자신의 회사가 어떠한 연유로 '스펜타 마이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적혀있는 유래를 읽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느껴지는건 다음과 같았다.


1. 머나먼 과거에 조로아스터교라는 신학집단이 있었다.

2. 그 수장의 이름은 자라투스트라 라고 한다. 제법 멋지다.

3. 우주는 선함과 악함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고 한다.

4. 시간이 가지않는 아침, 읽기에 좋은 문헌이라 생각한다.


매일마다 이 유래가 적힌 플라스틱 판을 닦는 직원이 세하에게 귀뜸으로 얘기한다.


 "사실 이곳의 이름이 스펜타 마이뉴가 된 이유는 아무것도 없소. 하피킹이 옛날에 했던 게임에서 나온 세계관에서 따온 이름이라더군.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아무도 안믿소. 댁도 그렇게 생각하오?"


하피킹, 즉 그의 아버지가 게임에서 따와 지정한 이름이라니······.

세하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모처럼 떠올린 아버지의 이미지는 장난끼가 가득하고 매사에 집중하는 척하며, 항상 어떻게하면 더 재미있게 현재의 상황을 즐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긍정과 엉뚱함이 가득했던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장난끼에 세하도 여러모로 수모를 당했던 유년시절이 있다.


 '그건 분명 뭔가 멋있어보여서 따온걸거야. 확실해.'


세하도 왠지모르게 이 집단의 이름이 마음에 들게 되었다.

이제 두번째 할 일을 찾아나서야했다. 하운드를 찾아나섰지만 그녀는 잠이 많은 편이라 적어도 오후 시간대는 되어야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전화해봤더니 부상자들을 돌보는 메디컬 팩토리에서 환자들의 기억을 부분적으로 지우고 있다고 바쁘다고 한다. 기억도 지우다니, 잔인한 처사라 생각했지만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요즘 세상에 기억을 지우는 일은 허다하다. 개개인으로서 이불이 처참한 몰골로 찢어질 정도로 걷어찰만한 흑역사가 있다면 충분히 이해하리라.


어머니와 하운드 이후로 친분이 있는 사람은 괴짜 과학자 제이신 도슨 박사밖에 없다. 굳이 답답한 지하에만 있으라는 법도 없지만 아직 세하에게는 스펜타 마이뉴라는 단체의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여전히 플라스틱 판을 박박 닦고있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은 들으려면 듣고, 말려면 말아라는 식의 설명을 계속하고 있었다.


"여기, 이 부분인데 여긴 오타가 난거요. '아름다운'인데 '아릅다운'이라고 적혀있잖소? 이건 이 회사에서 나밖에 모를게요.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일단 엄청난 정보 하나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에일론으로 그의 어머니에게서 문자한통이 날아들었다. 어제 들렀던 인사과 여직원을 찾아가면 어제와 같은 작전 시 지켜야할 매뉴얼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가서 받아 읽어보기로 했다. 중간에 제이신 도슨 박사를 만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운이 좋은 날인 모양인지 박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매뉴얼이요? 잠깐만요, 출력해야 돼서요. 얼마 안걸려요."


달랑 A4크기의 용지 3장을 받아온 세하였다.


 '3장······.'


글씨 크기도 작은 편은 아니다. 그는 굉장히 많은 글자로 가득찬 매뉴얼을 예상했다. 어떤 직장이든 기본은 '지켜야 할 엄청나게 많은 사항을 지키면서 혼나지 않을 때 까지 외우는 것'인데, 훑어보나 자세히 들여다보나 글씨 크기는 분명히 18pt 이상이었다.


 '매뉴얼.'


일단 제목부터 초 경량화가 이루어져있었다.


하나,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서번트의 신변을 보호해야한다.

하나,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개개인의 안전을 조성해야한다.

하나,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범인을 무력화하는데 기본을 둔다.

하나,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살해,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

(부득이한 경우는 제외한다.)

하나,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여직원 앞에서 정독을 마친 세하는 흘러간 시간을 들여다보았다. 약 2분이면 충분히 보람찬 시간이었음을 느낀다.


 '그렇게 매뉴얼, 매뉴얼하더니 고작 이게 다야······.'


오히려 매뉴얼이 간단해서 장점이 보였다. 확실히 지켜야 할 것만 지킨다면 아무도 무어라하는 사람 없을 것이고, 머리도 덜 아플테니 여러모로 긍정적인 면은 많았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천소연에게 연락이 오기를 에드워드가 어제 있었던 일에 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너 납치됐었잖아!' 라 말하니 '산책'을 다녀온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확실히 말이 되지 않았지만, 그때 머리를 스치는 하운드의 설명이 생각났다.


 '하데스는 서번트들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보이지않게 보호해줄거에요.'


아마 그때 기억을 지운 것 일수도 있다. 서번트의 기억까지 조작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도 스스로들이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마당이니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세하는 돌아간 것 만으로도 잘 된 일이지, 하며 이야기를 넘겼다. 천소연도 세하의 말에 강한 긍정을 표하며 찾아주어서 고맙다고 한다.

이런식으로 스펜타 마이뉴는 비밀이 유지된 상태로 활동했다.

들키면 기억을 지우면 되고, 안들키면 이대로 살아가면 된다. 간단하면서도 쉬운 직종이다.


 "여기서 뭐하세요?"


등 뒤에서 낯이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난지 얼마 안된 듯, 물기어린 머릿결을 사방에 물이 튀도록 털어대며 걸어오는 하운드가 시야에 들어온다. 상당히 편안한 트레이닝 복장을 착용한(검은색) 그녀는 세하의 매뉴얼에 시선을 둔다. 그 바람에 제법 큰 물방울이 매뉴얼을 적셨다.


 "아, 매뉴얼 읽고 계셨구나. 외워야 될게 좀 많죠?"


천진난만하게 물어보는 그녀의 얼굴은 그야말로 순수함 그 자체였다.


 "매뉴얼도 매뉴얼이지만, 나이트가 되셨으니 몇가지 검사를 하셔야해요. 딱히 순서가 정해진건 아니지만, 차근차근 해나가면 충분히 다 할 수 있을거에요. 수연씨, 신입 체크리스트도 한장 뽑아줄래?"


여직원은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알겟습니다!'를 외치더니 잽싸게 용지 한장을 뽑아냈다. 그곳에는 여러가지로 기필코 해야만하는 검사목록이 적혀있고, 적성검사란에는 각각의 무기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거, 적성검사는 웨펀 팩토리로 가시면 받을 수 있어요. 지하 80층이에요. 보통 거기서 무기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운동을 하러 가는 나이트들이 많은데, 딱히 신경 안쓰셔도 될 것 같아요. 심리진단은 제이신 도슨 박사에게 가시면 되구요, 전투력 측정도 마찬가지에요. 또······."


여러가지 설명들을 듣고 난 세하는 가장 먼저 제이신 도슨 박사를 찾아갔다. 거리도 가장 가깝거니와, 검진표에 적혀진 이름이 가장 많은 박사가 제이신 도슨 박사였다. 마주하기는 싫은 기분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저번 근력측정 검사에서도 다시한번 들려달라 했기에 세하는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며 메디컬 센터로 찾아갔다.

그는 용접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파지직거리는 소리와 튀어대는 불똥이 그의 가운에 새까만 점을 만들었다. 알 수 없는 말로 단말마를 내뱉었는데, 타국어 욕설이 분명하다.


 "저기··· 다음에 올까요······?"


들릴듯 말듯 말하는 소심한 세하의 목소리에 드디어 반응하는 제이신 도슨 박사였다.


 "음? 누가 왔나?"


기가막히게 멋드러진 가리개를 착용한 제이신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무슨 용도로 만들어낸 6개의 쇠막대기들인지 사방으로 나뒹굴고있다. 그는 세하를 발견하고 반색했다.


 "오오, 오셨군요! 혹시 검진때문에 온 건가요?"


 "네, 여러가지 검사를 받아야한다고 해서······."


 "잘오셨습니다! 아직 샌드백들은 다 고치지 못해서 파괴력 검사는 차일로 미루어야 될 것 같구요. 일단 검진표좀 줘보시겠어요? 파괴력 검사는 그냥 제일 높은걸로 체크하면 되거든요."


제이신은 세하에게 검진표를 받아 유연성과 파괴력, 근력 수치 및 혈액 검사란에 정상과 최대치를 의미하는 부분에 빠르게 볼펜으로 표시했다. 검사를 하지도 않은 유산소 근력 측정 부분도 제이신의 마음대로 모두 최대치를 체크한다.


 "저······. 그건 아직 검사 못해봤는데요."


 "운동 꾸준히 하셨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아, 그것도 그렇지만 일단 나이트가 되었다고 함은 이런 자잘한 부분 따위, 모두 최대치를 뛰어넘는건 당연합니다. 괜히 시간만 오래 잡아먹는 검사이니 그냥 넘겨도 무방해요. 요즘 우울하다거나 싶은건 없나요? 자신이 너무도 작아져서 이대로 가면 사라져 버릴 것 같다던가, 세상 모두가 나를 미워한다는 것 같다던가."


 "그런건 전혀 없습니다."


 "그럼 심리진단도 이걸로 마무리하죠. 건강하시네요."


 '뭘했다고!?'


제이신은 벌써 검진표의 3분지 2이상을 최대치, 정상, 특이사항 없음에 체크했다. 그는 그의 슈퍼컴퓨터로 가 저번 인바디 체크로 나온 표를 불러와 키와 몸무게, 거기다 시력까지 자동으로 검사가 된 모양인지 양쪽 눈의 시력까지 표시된 차트를 불러와 하나하나 받아적었다. 귀도 다행히 별 이상 없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관할도 아닌 검사표에도 마음대로 체크해버린다.


 "어, 잘 못 체크했다."


반성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별 문제 없을테니 골강도 검사와 피부조직강도 검사는 넘어가시지요. 샌드백을 그렇게 때리고도 주먹이 멀쩡하면 말 다 한거니까요. 다음에 혹여나 뼈의 단단함이나 피부의 단단함까지도 한계돌파가 이루어졌을수도 있으니 받아보시는것도 좋구요."


제이신은 빼먹은 칸이 없는지 한참 들여다보다가 마침내 세하에게 다시 넘겨주었다.


 "이제 웨펀 팩토리로 가셔서 적성 검사만 하시면 끝납니다. 가시면 성윤정 박사가 도와줄겁니다. 제가 미리 연락해놓죠."


검진표를 20분도 안돼서 거의 다 채워버린 세하는 제이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메디컬 센터를 빠져나왔다. 제이신의 엉뚱한 성격때문에 너무 성의없게 체크를 한 건 아닌지에 대해 강한 의심이 들었지만, 메디컬 센터장으로 전문성이 강한 분야에서 살아가고있는 사람이니 그렇게까지 대충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넘어가기로 했다.

그것보다도 검진표에서 드러난 자신의 건강한 몸에 뿌듯하기도 했다. 이대로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웨펀 팩토리로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80층으로 가야했다. 로비로 나가니 아침 이후로부터 사람들이 조금 늘어난 듯 했다. 지나다니는 연구원들, 후줄근한 검은 나시티를 걸친 무서운 인상의 나이트들, 청소와 정리를 돕고있는 환경원들. 하나같이 커피를 한잔 씩 하고 있다. 로비에 커피의 진한 향이 가득 찬 기분이다.

목숨을 위협하는, 총알이 빗발치던 장소와 커피한잔의 여유가 지배하는 장소. 아이러니한 평화에 생전 느껴보지도 못한 괴상한 느낌이 세하를 잠식했다. 그러고는 얼른 어깨를 으쓱였다.


 '적응해야겠지. 이왕이면 두 곳 다 평화롭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80층으로 도착해 문이 열리니 달라진 공기와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엘리베이터에서 걸어나가자마자 정신이 산만해지는 듯 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많은 나이트들이 갖가지 무기를 들고 갖가지 모양으로 생긴 샌드백을 후려치는 소리 때문이었다. 샌드백들은 아프다고 '펑펑' 울고, 나이트들은 힘내자고 '악악' 소리친다. 거대한 체육관을 연상시키는 장소였다.


더더욱 놀라운건 천장이었다. 세하는 저곳을 천장이라고 부르는게 맞는지를 고민한다. 천장에는 마치 도서관에나 있을법한, 책이 가득 들어찬 책장들처럼 깔끔하게 진열된 갖가지 병장기들이 있다. 여기저기서 빛을 반사하니 마치 밤하늘의 별 빛 같기도 했다. 생김새도 쓰임새도 다양한, 그야말로 만물창고가 따로 없었다.


 "프린스께서 오셨군요!"


어린소녀의 음성이 세하의 앞쪽에서 들려온다. 세하는 누가 자신을 발견했는지를 알기 위해 연신 두리번거렸지만 목소리의 진원지를 찾기가 쉽지않다.


 "여기에요, 여기!"


세하를 중심으로하여 전방 우측 대각선 위치에 유독 홀로그램들이 가득 떠올라있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에서 홀로그램 너머로 자신을 부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한 여인이 손을 흔들며 이리저리 방방 뛰어다니고 있었다. 자신의 시야에 들기 위한 혼신의 몸부림인 듯 하다.


 "아, 예. 안녕하세요."


세하는 서둘러 걸어가며 엉거주춤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뭐지, 목소리는 완전 아기 목소리인데.'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미모의 여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남자로서 어쩔 수 없이 자꾸자꾸 눈이 갔지만 그녀가 입만 열면 세하는 다시한번 생각을 가다듬어 자신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제이신한테 연락 받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전 성윤정 박사입니다. 적성검사만 하시면 된다고 했죠?"


적응이 잘 안된다. 신비로운 여자였다.


 "저기 위를 보시면 여러가지 무기들이 있어요. 마음에 드는 무기가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아, 예······. 그런데 저는 딱히 다뤄본 무기가 없어서요. 그냥 맨주먹이 편한데······."


 "어머, 그래요? 모처럼 특이한 케이스가 나타났네······. 그럼 너클이나 장갑같은게 좋겠어요. 그런데 맨주먹이니까, 무기를 사용하시지 않으시는 거라면 적성 검사를 딱히 하실 필요는 없어요. 하피킹 이후로는 맨주먹과 맨발을 잘 다루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혹시 모르니까 최상급으로 너클과 각반을 준비해볼게요. 아마 하피가 어디있는지 알고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녀는 세하에게서 검진표를 받아 적성검사표에 '완료'라고 큼지막하게 적은 후 세하에게 다시 건넸다.


 "보시다시피 여기서는 개인적으로 수련을 하실 수 있어요. 수련이라고 해봤자 강도를 높인 샌드백을 때리는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연습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저야 뭐, 무엇이든지 휘두르는 사람은 아니다보니 잘 모르겠어요. 저기 나이트들처럼 그냥 아무 샌드백이나 가서 연습하시면 돼요. 간단한 웨이트 운동기구들도 많구요. 마실 것도 저기 세워놓은 자판기에서 뽑아드시면 되요. 가장 메리트있는건 모두 무료라는거죠."


여전히 외모와 매치되지않는 앳된 목소리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성윤정 박사였다. 세하도 그녀의 목소리에 어느정도 적응이 된 상태라,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어쨌든 검진표는 이대로 인사과에 제출하면 되는건가요?"


 "네! 더 하실 건 없으니까요. 혹시 궁금한게 있으시면 저한테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친절하기도 해라. 하지만 세하는 딱히 궁금해하는 상태는 아니었다. 무언가를 하고 싶지도, 무언가를 알고 싶지도 않은 무념무상의 상태. 그에겐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다. 목줄이라도 채워서 어딘가로 끌고다니며 설명해주어야 할 만한 도움.


 '일단 샌드백이라도 때려야······.'


눈 앞에 뭔가를 두드릴만한 것이 있으니 쉽게 지나칠 수는 없었다. 샌드백으로 걸어가고 있으려니, 어젯 밤 적들을 제압할 때 선보였던 스스로의 움직임들을 떠올리게 된다. 측면과 전방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스텝에서 조금 힘든 감을 느꼈었다. 몸을 풀지 않고 시작한 탓도 있었겠지만 아직도 동작의 완성도가 모자른 듯 했다.


 '뭐, 온김에 땀이나 빼지 뭐.'


세하는 무작위로 고른 샌드백 근처에 검진표를 놓아두고 그 위에 에일론으로 날아가지않게 올려두었다. 몸을 이리저리 풀고나서, 막 샌드백을 한 대 때려보려고 하고 있는데 누군가 자신에게 묵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이봐, 그건 내 샌드백이야."


 "네? 아······."


분명 성윤정 박사는 모든 샌드백을 자유롭게 써도 된다고 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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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스펜타 마이뉴(Spenta Mainyu) (1) +1 20.03.26 43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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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3. 첫번째 구출 작전 (1) +1 20.03.23 42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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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 달라진 일상 (1) +1 20.03.21 43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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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곧 만나게 될거에요! (1) +2 20.03.20 60 2 14쪽
1 Prolog - 신인류 출현 +3 20.03.20 92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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