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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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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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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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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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Meets Girl(5)

DUMMY

극한으로 응축된 열기는 심지어 차갑기까지 했다.


온통 뜨거운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이 살을 태우고 뼈를 녹였다.

전신이 세포 단위로 갈라져 타오르는 지옥불 속에서, 괴물은 자신에게 남아 있는 단 일점一點에 집중했다.

관념마저 눌어붙는 듯한 불길 속에서 괴물은 끝내 잊지 않았다. 사고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생각에 모든 의식을 쏟아 부었다.

정신의 실을 불탈지언정 끊어지지 않게 이어주는 것은 단 하나.


한 존재에 대한 격렬한 증오와 원념뿐.

분노, 살의, 식탐, 파괴, 혼돈······.

그 모든 마이너스적 감정들이 휘몰아치며 괴물의 뇌 속에서 익어갔다.

괴물의 근육, 신경, 혈액, 세포···그 모든 것들이 열기에 쪼개지고 또 쪼개지며 폭발적인 속도로 변화했다.


1초에 수천, 수만 번씩 유전자 단계에서부터 생체 구조가 변이한다.

전신을 휘감은 오염된 마력의 의지에 발맞추어,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더 튼튼하게.

적을 죽일 수 있는 신체 구조로 진화한다.


이전까지는 버틸 수 없었던 열기를 이겨내고, 새 살이 돋아났다.

어느새 신체가 파괴되는 속도보다 재생되는 속도가 훨씬 빨라져 있었다.

나약했던 이전의 육체는 전부 담금질하듯 타들어가고 오직 현재의 강한 육신만 남는다.


두 번째 생체 변이變異를 마친 변종 괴물은 눈을 떴다.

이제 괴물은 그 무엇이든 죽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첫 번째로 찢어죽일 대상은 정해져 있었다.




* * *




유논은 무언가 모호한 예감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옅다.’


분명 머리를 정확히 노리고 쏘았는데, 제대로 맞췄다는 느낌이 없었다.


살을 찢고 두개골 속을 파고드는 감각이 전무했다.

남은 것은 퍽 하고 총알이 허물을 뚫는 듯한 푸석한 소리뿐.

확인사살을 위해 수차례나 더 핸드캐논을 갈겼으나 결과는 그대로였다.


아무런 반응도 없이, 이미 죽은 것에다가 쏘는 듯한 밋밋한 느낌뿐이다.


‘분명 손끝을 움직였었는데. 불길 때문에 근육이 수축돼서 이미 죽은 몸이 멋대로 움직인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아까운 총알만 낭비한 셈이다.

유논은 그리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불길한 느낌에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구덩이로 다가갔다.


운석이 떨어지기라도 한 듯, 화산의 분화구라도 된 것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초고열의 구덩이 가장 깊은 곳.

새카맣게 탄 채 굳은 오크 부족장의 육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유논은 장검의 형태로 변한 지팡이를 쥐고 그리로 다가섰다.


미동도 없는 탄 것의 잔해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정확히 목을 노린 그 검격이 수직으로 떨어지기 직전-

허물을 뚫고 나온 괴물의 팔이 검날을 잡았다.


치지직-


고온의 마력열을 두른 검신이 고기 굽는 소리와 함께 부르르 떨린다.

하지만 그뿐,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지옥에서 올라온 구릿빛의 손아귀에 꽉 붙잡혀 분한 검명을 토해낼 뿐이다.


“뜨거운 건 이제 지긋지긋하다, 마법사.”

“······!”


유논은 기민하게 반응하여 검신을 비틀어 괴물의 손아귀를 베어올렸지만, 겉가죽에 작은 상처 하나만 남겼을 뿐이다.

그 종이에 베인 듯한 옅은 상흔마저 순식간에 새 살로 뒤덮이며 재생되는 모습에, 괴물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너, 약하군.”


유논은 시커먼 허물을 찢고 걸어 나온 오크 부족장이 주먹을 휘두를 때까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산을 부술 듯한 거력이 담긴 권골이 유논의 가슴팍에 작렬했다.


“---------------!”


의식이 암전한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그는 수백 미터 바깥에 쓰러져 있었다.


“···아저씨?!”


어째서인지 꼬맹이가 바로 옆에 있었다.

유논은 피를 토했다.

신체 내부의 마력회로나 기관들이 전부 묵사발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중요한 급소부위마다 약식 충격 감소 마법을 걸어 두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즉사할 수도 있었을 일격이다.


‘갈비뼈가 아주 아작이 났군. 숨을 쉬지 않아도 되는 몸이라 다행이지······.’


어차피 신체 손상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아무리 몸이 박살나도 명줄과 마력만 남아있다면 끝까지 싸울 수 있다.

문제는 적이다.


“···2차 변이인가?”

“뭐, 무슨 변이?”

“너는······빨리 도망치기나 해라. 왜 여기 있는 거냐?”

“난 가만히 숨어 있었는데 아저씨가 내 바로 앞까지 날아와서 떨어졌잖아! 피까지 토하고 말이야. 어떻게 된 거야?”


유논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소녀의 말소리를 한 귀로 듣고 흘려내며 입술을 깨물었다.

사람의 말을 하던 괴물의 모습이 뇌리에 진하게 남아있었다.


‘인간과 소통할 수 있을 지성을 갖출 정도의 괴물이라면 최소한 두 번째 변이까지는 겪어야 한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봤을 때 저 괴물은 규격 외로 강하기는 해도,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변이만 경험한 변종이었다.’


설마 그 마력 수류탄들이 연달아 폭발하던 불길 속에서 각성하고 2차 변이를 겪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소설이나 만화 속 주인공에 어울리는 드라마틱한 성장이다.

유논은 고개를 휘휘 내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차피 이미 일어난 일.

개연성이나 원인 따위를 따지기보다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솔직히······.


‘힘들다.’


2차 변이까지 겪은 변종 괴물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유논조차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소문으로나마, 그리고 부족한 경험으로나마 파악한 공통점은 하나같이 강력하고 교활하며, 거대한 지역 일대를 다스리는 지배자 격의 괴수들이라는 것 정도.

큰 도움은 되지 않는 정보였다.


‘좀 전의 교전을 통해서 알아낸 점은 놈의 지능이 언어를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이전에 비해 월등히 발전했고, 재생력이나 근력, 내구까지 함께 성장했다는 것.’


어떻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이전에도 그보다 강한 적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약점조차 보이지 않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괴물이 되어버렸다.

더 이상 남은 마력 폭발물도 없었다.

적합한 환경 요소가 갖춰지지 않은 탓에 흑마법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것도 불가능했다.

유논은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쩐지 골치 아픈 의뢰가 될 것 같더라니······.’


유논은 고개를 들었다.

태산이 밀려오는 듯한 압박감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놈이 오고 있었다.

오크 부족장이 황야를 걸어온다.


유논은 그가 걱정되는지 여전히 뭐라 말하고 있는 소녀를 등 떠밀어 도망치라고 보낸 뒤, 떨어뜨렸던 지팡이를 재차 소환했다.

은빛 광휘의 장검을 손에 꼬나쥐자 이제야 안정감이 들었다.


유논은 아주 오랜만에 생사경生死境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더 이상 죽음에 실감을 느끼지 못할 지경으로 오래 살아온 마법사 앞에, 호적수가 그림자를 드리운다.

죽음의 위기가 그에게 불쑥 말을 걸었다.


“너, 마법사. 몹시 강했다. 나한테 상처 입혔다. 나, 너 먹어서 더 강해지려 했다.”

“그것 참 고마운 제안이군.”

“이제는 필요 없다.”


유논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지?


“너, 이제 약하다. 나, 너 때문에 훨씬 강해졌다. 잊었던 기억도 돌아왔다.”

“고맙단 소리라도 하려고 그러나?”

“맞다. 고맙다.”


뜬금없는 소리에 유논은 당황했다.

빈정대려고 꺼낸 소리였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예상 외였다.


“고맙다. 나, 강해져서 너 먹을 필요 없게 되었다.”

“그래서 안 먹겠다고?”

“그렇다.”


변종 오크 부족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안 먹고 죽일 거다.”

“······.”

“너, 마법사. 나한테 큰 상처 입혔다. 그리고 나는 상처 주는 놈들 죽인다.”


괴물은 송곳니를 드러냈다.


“너, 나보다 약하다. 죽는다.”


오염된 마력의 아우라를 내뿜으며 그리 말하는 괴물의 어설픈 어휘가, 소녀의 경고와 겹쳐보였다.


‘아저씨, 죽을 거야.’


유논은 그 환상을 떨쳐내며 검을 들었다.


이윽고 날아오는 강맹한 주먹과 검날이 맞붙었다.

방사능과 결합된 마력의 폭포수가 쏟아지듯 검을 두들겼다.

드워프들이 두들기고 대마법사와 용이 축복을 건 지팡이는 부러지거나 휘지 않았지만, 그 사용자인 유논은 달랐다.

그의 팔에서 뼈가 으스러지고 근육이 터져 나갔다. 관절이 부서져 나가 팔이 고장 난 것처럼 튀어 올랐다.

다리는 이미 괴물의 근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 꿇은 채다.


대비되듯, 오크 부족장은 날카로운 날 부분과 정면으로 부딪었는데도 겉가죽에만 검상 한 줄기가 일었을 뿐이다.

그마저도 금방 재생되었다.


유논은 부러진 팔을 마력 운용을 통해 억지로 들어올렸다.

여전히 검을 놓치지 않은 손이 신묘한 검술을 펼치며 거대 오크를 베어 넘긴다.

바위를 두부 가르듯 하는 예기銳氣와 만물을 녹이는 열기熱氣가 부족장을 휘감았다.

그러나 괴물은 그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발길질했다.


“나 말했다, 뜨거운 거 지긋지긋하다.”


유논은 걷어차여 하늘을 날았다.

다음 순간 그는 황야의 대지 위에 널브러진 채 구르고 있었다.

세상이 위아래로 반전되고 온통 울긋불긋하게 물들어 버린 시야.

유논은 눈가의 핏물을 닦아내며 일어섰다.

이곳저곳 망가지고 끊긴 마력회로들을 섬세하게 조정하며 걸었다.


“나, 궁금하다.”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부족장이 물었다.


“너, 약하다. 근데 안 죽는다. 무엇 때문일까.”


무언가를 떠올리듯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내뱉는다.


“인간의 의지? 그런 것인가. 너 숨기는 계집아이와 연관 있나.”


유논은 불편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그 꼬맹이는 나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데?”

“그럼 죽여도, 되나?”


사악한, 악마적인 발상을 두뇌에 품은 괴물이 이를 드러낸 채 웃었다.

유논도 그에 화답하듯 껄껄 웃었다.


마법사는 일순간 표정을 굳히며 허공에 손을 내밀었다.

황야와 하늘을 잇던 지평선이 일그러지며 공간의 틈 사이에서 갓난아기 크기만 한 붉은 보석이 빠져나왔다.


달튼의 가보, ‘불의 심장Heart of Fire’이다.

세상에 몇 없는 특급 마정석이 전직 대마법사의 손 위에 놓인다.

그와 동시에 유논의 마력적 기감은 주위를 살폈다.

근처에 있는 것은 오크 부족장뿐. 소녀는 그 짧은 새에 멀리도 도망갔는지, 500미터 바깥의 거리에서 감지되었다.

이러면 적어도 휘말릴 일은 없겠다.


‘신명나게 두들겨 맞은 보람이 있군.’


소녀가 충분히 멀리 도망칠 때까지 버텨낸 시점에서, 이미 이 싸움은 유논의 승리였다.


마법사는 검의 형태를 하던 지팡이를 바로 세웠다.

은빛 광채를 발하는 기다란 스태프Staff 위에 불의 마정석을 올려놓는다.


순간 적색의 마나와 순수한 마력이 진동하며 불의 향기가 주변을 휩쓸었다.

유논은 불을 휘감은 적색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비릿한 오존의 냄새와 불꽃의 아우라가 그를 감쌌다.


“새파랗게 젊은 것이······벌써부터 애를 건드리면 쓰나.”


유논은 오크 부족장보다 약하다.

마법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오크 부족장에게 죽는다.

마법을 쓰지 못한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면 그가 마법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력이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마나가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용의 것을 계승한 주문세계가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법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달리 말하면.

순수한 마력과, 충분한 마나와, 온전한 주문이 있다면 마법을 다시 부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유논은 입을 열었다.


“나보고 마법사라 했나?”

“그렇다.”

“그리 판단한 이유가 뭐지? 네 앞에서 딱히 마법을 사용한 적은 없는데.”


유논이 보이는 기세에 짓눌린 탓일까, 오크 부족장은 자기도 모르게 더듬더듬 말을 내뱉었다.


“너, 멀리서 나를 빛나는 화살로 공격했다. 이상한 것들로 폭발시켰다. 그런 거, 마법사들만 할 줄 안다.”


변종 오크의 콩알만 한 두뇌가 품고 있던 과거의 지식인가.

유논은 차갑게 웃었다.


“그런 건 마법이 아니다.”


유논은 스태프의 중앙을 잡고 둥글게 휘둘렀다.


부족한 마력은 여타 마정석들을 차용한다.

마나는 불의 심장에서 발산되는 적색마나를 추출해서 적용한다.

그리고 붉은 빛을 띠는 그 원형의 마력원 위에, 편법으로 위조한 용의 주문을 뒤집어씌운다.


유논은 지팡이로 원을 그렸다.


“이런 게 마법이지.”


이것이 멸망 전의 마법, 서클 원(一).

허공에 뜬 붉은색의 반투명한 고리가 유논이 가리키는 대로 움직였다.


물론 온전한 마법은 아니었다.

핵전쟁 이전 그의 신위에 비하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1서클의 마법이다.

편법으로 만든 주문과 자기 것이 아닌 마나를 사용한 마법의 한계였다.


하지만 고작해야 1서클의 마법임과 동시에, 대마법사가 구사한 마법이기도 했다.

이거면 충분하다.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불을 상징하는 적색마나가 일렁이는 마력원이 꿈틀대며 오크를 향했다.

마법사는 그 사이로 괴물을 겨냥하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파이어볼Fire Ball.]


가볍게 내뱉은 시동어에 불의 정수를 담은 서클이 꿈틀했다.

음식물을 토해내듯 구부러지는 마법의 고리 바깥으로 거대한 화구火球가 빠져나왔다.

태양을 닮은 그것이 유논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재롱을 부렸다.


유논은 농구공을 올려놓듯 그 거대한 용암과 불의 구체Orb를 손가락 끄트머리에 대고 움직였다.


“뜨거운 건 지긋지긋하다고?”


그렇다면 진짜 뜨거운 게 뭔지 보여주지.


“가라.”


마법사는 자전하는 불의 공을 손끝으로 툭 밀었다.

그러자,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크 부족장 쪽으로 천천히 허공을 구르던 태양에 점점 속도가 붙었다.


더 커지고, 더 강렬해지고, 더 빨라진 열기와 푸른 불길이 구체 속에서 폭발했다.

꼼짝도 못하는 오크 괴물을 집어삼킨 작은 태양이 게걸스럽게 괴물의 재생하는 살갗과 그 속의 모든 유기물들을 불살랐다.


뭐라 포효하고 비명 지르는 괴물의 괴성은 구체 속에 갇혔다.

수많은 불꽃들이 터지고, 분열하고, 융합하고, 또 터지는 과정 속에서 오크의 육체는 점점 가라앉았다.


한때 시라센을 지배하고 대마법사를 궁지에 몰았던 괴물의 육신이 여기, 불길 속에 잠든다.

무한히 불타는 구체의 양분이 되어 잡아먹힌다.


유논은 무표정한 낯으로 불의 구체를 고리로 불러와 역소환했다.

한때 괴물이 있던 자리는 지우개로 지운 듯 깔끔한 공허만 남아있을 뿐.

완전한 연소燃燒는 탄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유논은 오랜만에 바깥세상에 나와 신나서 통통 튀어 다니는 적색 마법의 고리Circle를 흩어 버리며 바닥에 걸터앉았다.

오래 유지하기에는 너무 마력이 많이 드는 마법이었다.

빨리 끝났기에 다행망정이지······.


지팡이를 붉게 물들이며 아까운 적색마나를 펑펑 내뿜던 ‘불의 심장’도 다시 저장 공간으로 보내고, 손에 쥔 지팡이의 감촉을 느낀다.

마법사는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다시 경험해 보는 마법 부릴 때의 그 그리운 느낌을 잊지 않으려 눈을 감았다.

뭔가가 떠오르려던 찰나였다.


“······아저씨-!”


펑펑 울면서 넘어졌다 일어났다가를 반복하는 검은 단발의 소녀가 엉망이 된 꼴로 뛰어왔다.


‘아, 그래.’


저 꼬맹이가 있었다.

유논은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자 그로 하여금 오크 부족장에게 쥐포가 되도록 얻어터지며 시간을 끌게 만든 원흉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 꼬맹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일단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자잘한 것들은 다 내버려두고 휴식이 절실했다.


“그래, 나 멀쩡하다.”

“%$#@!&$#^%@······.”


유논은 무어라 쫑알대는 소녀의 말소리를 배경 삼아 황야를 베고 누웠다.

하늘은 맑았고, 괴물은 없었다.


잠깐 쉬었다 가기에는 딱 좋은 날씨다.





Ep.1 포트 시라센(Fort Sirasen)


End.


작가의말

드디어 첫 번째 에피소드, 포트 시라센이 끝났습니다. 참 길었네요. 저는 내일, 막간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슈뢰딩거2님, 보내주신 의뢰 보수 잘 받았습니다!

성실한 소설 연재를 의뢰하신 것으로 알고 열심히 글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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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막간-불사조(不死鳥, Phoenix) +18 20.05.27 3,241 12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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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Man Meets Girl(3) +8 20.05.25 3,439 135 22쪽
12 Man Meets Girl(2) +9 20.05.24 3,429 152 17쪽
11 Man Meets Girl(1) +12 20.05.23 3,530 157 14쪽
10 황야에서 피를 봐서는 안 된다(5) +19 20.05.22 3,580 160 14쪽
9 황야에서 피를 봐서는 안 된다(4) +16 20.05.21 3,646 135 19쪽
8 황야에서 피를 봐서는 안 된다(3) +4 20.05.20 3,702 138 12쪽
7 황야에서 피를 봐서는 안 된다(2) +6 20.05.19 3,908 143 17쪽
6 황야에서 피를 봐서는 안 된다(1) +5 20.05.18 4,258 14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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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국주의자들(1) +22 20.05.17 5,320 181 20쪽
3 비정상들의 세상(2) +18 20.05.16 6,305 183 23쪽
2 비정상들의 세상(1) +51 20.05.16 7,831 218 19쪽
1 프롤로그-멸망한 세계의 마법사 +29 20.05.16 13,148 29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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