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고 천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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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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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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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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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수강 신청.

DUMMY

재벌고는 일반 고등학교와 많은 것들이 달랐는데, 그중 가장 다른 것을 꼽으라고 하면 ‘반과 수업’이었다.

이곳은 반(組, Class)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 대신 학생들이 직접 수강신청을 해서 자신이 수업을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대학과 비슷하지만, 딱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수업이 많고 널널해서 대학처럼 수강 신청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호진아. 수업은 어떻게 할 거야?”

“아직 고민 중이야.”

“호진아 수업 나랑 맞추자. 혼자 듣느니 같이 듣는 게 좋잖아. 게다가 고명하신 윤선생님께 수업도 들을 수 있고.”


세오의 말에 호진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고명하신 윤선생님은 생각지도 못한 호칭이었다.


“하긴 시간이 맞아야 어플리케이션 제작도 되겠네.”

“바로 그거지!”


그렇게 생각하면 세오와 함께 수업을 맞추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기본 과목은 맞출 수 있는데, 다른 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왜? 어떤 과목 선택하게?”


기본 과목인 국, 영, 수, 사, 과.

다섯 가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일단 체육과목은 승마를 생각하고 있어.”

“승마? 그거 재벌 애들이 선택하는 과목 아니야?”


맞다. 재벌가 애들이 반드시 선택하는 과목중에 하나가 바로 승마였다.


‘최성문도 1학년때 승마를 선택했었으니까.’


복수 때문에 무턱대고 승마를 선택한 건 아니었다. 이번에 새로 배우려는 ‘업’을 시험해보기에 최적의 과목이라 선택한 것이었다.


‘물론, 복수할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호진의 계획을 모르는 세오는 완전 헛다리를 짚었다.


“호진아. 너 설마!”

“왜?”

“재, 재벌!?”


세오는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는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호진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호진은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야. 그런거 저번에 말했잖아. 우리 엄마 분식집 하신다고.”

“아들과딸 떡볶이 본사 운영하고 계시는 그런 거 아니시지?”


이때쯤 꽤 유명했던 떡볶이 프렌차이즈 이름이 세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아니야. 테이블 6개밖에 안 되는 작은 분식점 운영하셔. 게다가 나 외동이야. 애초에 분식집 이름이 아들과 딸이 될 수가 없어.”


호진의 말에 세오 녀석의 표정이 다시 한번 변했다.


“놀래라. 갑자기 승마라고 하니까 헷갈렸잖아.”


세오는 뻘쭘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냥 재벌고 아니면 우리가 언제 승마를 배워보겠어. 그래서 약간 도전? 그런 느낌이지.”

“그것도 그렇네?”


세오는 혹한 얼굴로 잠시 고민했지만, 승마를 선택하진 않았다


“아 그래도 안 되겠어. 난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 분위기가 감당이 안 될거 같아.”


이게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재벌가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수업을 듣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럼 일반 과목이라도 시간 맞춰 볼까? 너 프로그래밍 수업 들을 꺼지?”

“어. 당연하지. 이쪽에서 진짜 유명하신 분이 강사로 오셔. 확실히 재벌고가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프로그래밍 같이 들을래?”


재벌고 선생님들은 임용고시를 보고 온 사람들은 당연히 아니었다. 당연히 최고의 강사진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니. 난 괜찮아. 프로그래밍은 세오 너한테 맡길게. 내가 그쪽에 문외한이라 수업 진도도 안 맞을거야.”

“하긴 그것도 그렇네. 알겠어. 그럼 이쪽은 빼면 진짜 일반 과목만 맞출 수 있겠는데?”


그렇게 세오와 함께 수업 시간표를 짜고 있을 때.

똑똑.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손님?”


세오는 깜짝 놀라 호진을 쳐다봤고, 호진은 당황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


호진의 입에서 유창한 영어가 흘러나왔다.


“(료타.)”


방 밖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호진아. 아는 사람이야?”

“어. 입학식에서 일본 대표 봤지? 그 아이야.”

“설마 료타님!?”


세오는 료타님이란 기묘한 호칭을 사용했다. 호진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료타 안녕?)”

“(근처 지나가다 들렀어.)”


거짓말이었다.

료타는 무표정으로 호진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의외로 표정이 잘 읽히는 아이였다.

녀석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잘왔어. 안으로 들어와.)”


료타는 쭈뼛쭈뼛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잰 또 왜 저러고 있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오는 긴장하고 있엇다.


“세오야. 여긴 료타 알지?”

“응! 알아. 반갑습니다!”


세오는 잔뜩 긴장한채 대답했다.


“영어로 해. 료타 한국말 몰라.”

“아! 알겠어.”


세오가 영어로 다시 대답하려고 할 때.


“나 알아. 한국말.”


료타가 한국어로 대답했다.


“원래 한국어 알았어?”

“금방. 배웠어.”


말투가 딱딱 끊어지고 어딘가 미묘하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외국인 인걸 고려하면 훌륭했다.

더 놀라운 건, 금방 배웠다는 저 말이었다.


“금방?”

“금방. 어제. 공부했어.”


괜히 세기의 천재로 불리는 게 아니었다. 료타는 하룻밤 사이에 한국어를 배워왔다.

굳이 한국어를 배운 이유는 멀리서 찾을 필요 없었다. 료타는 호진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역시!”


세오는 옆에서 료타를 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료타 알아?”

“알지. 프로그래밍을 수학적으로 접근한 칼럼을 올리신 적이 있는데, 그게 진짜 센세이셔널 했다니까.”

“······뭐?”


대체 무슨말인가 싶었는데, 대답은 료타에게서 나왔다.


“예전에. 취미. 프로그래밍 재밌었어.”

“그게 취미셨습니까? 전 그걸 보고 영감을 얻었었습니다.”


세오가 눈을 반짝이며 다가가자, 료타는 겁먹은 듯 주춤주춤 물러났다.

호진은 세오의 어깨를 붙잡았다.


“야. 료타 놀랜다. 진정하고 앉아.”

“죄송합니다!”


녀석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리에 앉았다.


“안 놀랬어.”


료타는 그 말을 한 뒤 세오와 최대한 떨어진 곳에 앉았다. 덩치가 산만한 세오는 눈을 빛내며 료타를 바라봤고, 료타는 애써 그 시선을 피했다.

이 기묘한 대치 상황에 호진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세오야. 그만해 료타가 부담되서 다음부터 안 오면 어떻게 할려고?”

“그, 그렇지! 료타님! 죄송합니다!”

“아냐.”


료타는 쿨하게 대답했지만, 호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고마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호진은 료타가 왜 온지 대충 감이 왔다.


“료타. 우리 수강 신청하고 있는데, 수업 같이 들을래?”

“수강 신청?”


료타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수강 신청 때문에 온게 맞는 것 같았다.


“응. 수강 신청. 수업 같이 들으면 좋잖아. 어때? 난 료타랑 같이 듣고 싶은데.”

“그래? 호진이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료타는 마지못해서 수락한다는 듯 대답했다. 료타의 입꼬리가 씰룩이는 모습에 호진은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세오야 넌 어때?”

“난 무조건 찬성! 료타님 업고 다닐 수도 있어. 업어 드릴까요?”


세오의 적극적인 태도는 료타에게는 역효과만 나고 있었다.


“괘, 괜찮아.”


이미 가장 먼 자리에 앉아 있는 료타는 더 멀리 떨어지지 못하자, 호진의 옆으로 바짝 붙었다.


“자. 그럼, 시간표 짜볼까?”

“응.”

“좋지!”


셋은 이내 시간표를 짜기 시작했다.


“말 싫어.”


커다란 동물을 싫어하는 지 료타는 승마를 포기했고, 의외의 과목을 선택했다.


“프로그래밍 할게.”

“오오! 같이 하시는 겁니까?”


세오와 함께 프로그래밍을 선택했다. 세오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프로그래밍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료타님. 저희가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려고 하는데, 검수 한번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호진이랑 같이?”

“예. 호진이가 기획자고 제가 프로그래머입니다. 아니지. 이참에 합류하시겠습니까?”


어처구니없게도 세오가 료타를 영입했다.


“해도 돼?”

“윤선생님! 료타님은 프로그래밍 계의 보배입니다! 차원이 다른 시각! 필요합니다!”


덕분에 호진은 그저 허락하기만 하면 됐다.


“료타가 함께 해주면 나야 좋지. 재밌게 해보자. 료타.”

“응!”

“이렇게 즐거운 일이 있을 땐 축배를 들어야죠! 료타님. 호진이가 탄 커피 드셔보셨습니까?”

“커피?”


료타까지 영입해줬는데, 커피야 얼마든지 타줄 수 있었다.

물론, 료타의 나이를 생각해서.


“코코아도 있는데 이건 어때?”


커피는 코코아로 대체되었다.


***


어제 셋이 모여서 수업을 모두 정했지만, 수강 신청기간은 총 3일이었다. 덕분에 이틀이란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호진은 이른 아침부터 밖에 나와 있었다.


‘시험해 봐야지.’


며칠 전에 떠오른 새로운 ‘업’이 있었다. 호진이 새벽부터 나온 이유는 그걸 시험해보기 위해서였다.


‘어디 보자. 카르마가 얼마나 있지?’


호진은 제일먼저 카르마를 확인했다 최근 빠르게 카르마가 오르면서 하루하루 그 양이 달라졌다.


[보유 카르마: 1832]


1832. 지금까지 모았던 카르마를 다 합쳐도 요 며칠 재벌고에서 얻은 카르마보다 적었다.


‘꽤 비싸서 가능할까 싶었는데, 다행히 카르마는 충분하네.’


호진은 손을 움직여서 구매하려는 업을 터치했다. 간파를 배운 뒤,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법이 변하면서 나타난 업이었다.

앞으로 빚을 갚기 전까지 7개밖에 배우지 못하지만, 그 가치가 충분했다.


[교감]

[접촉한 대상과 교감할 수 있습니다.]

(추가 강화시)

[더 깊은 교감이 가능합니다.]


설명만 보면 이게 뭐하는 ‘업’인가 싶지만, 호진이 보기엔 이건 배워두면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는 업이었다.


‘업으로 기술 같은 걸 배우는 건 낭비야. 더 포괄적인 걸 배워야 돼.’


포괄적일수록 더 많은 응용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업을 배우면서 얻은 깨달음이었다.


[개화에 1500 카르마가 필요합니다.]

[교감을 개화하시려면 다시 한번 터치해 주세요.]


‘1500짜리.’


아까워 할 필요 없었다. 호진은 과감하게 교감을 다시 터치했다.


[교감의 업이 개화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카르마는 332였지만, 걱정할 필요 없었다. 이 교감으로 더 많은 카르마를 모으면 될 일이었다.


‘바로 시험해보자.’


일단, 이 교감을 시험해보는 게 먼저였다. 호진은 산책로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산책로의 끝자락은 울창한 나무들과 그곳에 사는 새들의 지저귐 소리로 가득했다.


‘여기가 맞는 거 같은데···.’


회귀 전 호진이 들었던 이야기중 하나였다. 이른 새벽 산책로 끝에는 새들이 가득하다. 그곳에서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호진은 손바닥 위에 새가 먹을 만한 것들을 올려두고, 잠시 기다렸다.

잠시 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새들이 호진의 손에 앉에 손바닥에 있는 것들을 먹기 시작했다.


‘귀엽다.’


그런 작은 새들의 모습에 감탄을 터트리자, 호진의 손 위에 있는 새에게 그 감정이 전해졌다.


이게 바로 교감이었다.


새들은 호진의 손 위에서 먹이를 먹고, 어깨 위로 날아와 옷에 자신의 머리를 부볐다.


‘아······.’


새들의 감정또한 호진에게 전해졌다. 배부름, 따듯함, 졸림 등등 투박하지만 작고 예쁜 감정들이.

따듯한 아침 햇살이 나무들 사이로 들어와 호진이를 비췄고, 새들은 그런 호진의 주위를 날아다녔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


찰칵. 찰칵.

한 아이가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대포같은 카메라는 먼 곳에서 호진의 모습을 잡고 있었다.


‘굉장해!’


호진은 자신이 찍히고 있는 줄 전혀 알지 못했지만.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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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80 2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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