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고 천재가 되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0.07.20 10:55
최근연재일 :
2020.09.12 20:0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239,398
추천수 :
6,848
글자수 :
156,058

작성
20.09.08 17:20
조회
6,629
추천
270
글자
12쪽

025. 두 번째 프로젝트 가동.

DUMMY

이 모든 일은 작은 실수에서 시작됐다.


공연 중 건반을 잘못 치는 작디작은 실수. 그럴 수 있는 일이고, 때때로 벌어지는 일이지만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실수였다.

이 작은 실수 덕에 콩쿠르에서 떨어지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게 됐다.


처음엔 짜증이 났다.

바보 같은 실수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원망은 분노가 되고, 이내 그 실수가 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머릿속에 남아있는 실수는 그가 건반 누르는 걸 주저하게 만들었다.


‘할 수 있어. 난 실수하지 않을 수 있어.’


그 실수를 떨쳐내기 위해 더욱 완벽에 집착했다. 끊임없이 피아노를 치고, 연습하고, 실력을 갈고닦았다.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붙였다.


‘실수는 아무것도 아니야.’


자신은 그 실수를 떨쳐냈다고 생각했다. 그저 인생에 한 번쯤 있는 해프닝이라 생각했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하려고 한순간, 머릿속이 한가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실수하면 안 돼. 실수하면 안 돼!’


패닉이었다.

그날 처음으로 피아노 치는 게 무섭다고 생각했다. 작은 실수가 자신을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


‘도망쳤어.’


피아노로부터, 무대로부터 도망쳤다. 그런 자신을 보며 주위에선 잠시 슬럼프가 온 것일 뿐이라며 위로했다.

하지만, 이건 슬럼프 같은 게 아니었다. 떨쳐낼 수 없는 족쇄 같았다.


‘이 생각을 떨칠 수만 있다면.’


실수를 이겨내기 위해 실수에 집착했고, 이제는 실수를 떨쳐내기 위해 다시 실수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늪에 빠진 것만 같았다.

그런 그의 눈에 기숙사에 걸린 홍보물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


어처구니없는 문구고 대부분 코웃음을 치며 홍보물을 구경했지만, 그는 아니었다.

그는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그 사무실을 찾아갔다.


“진짜 무엇이든 도와주는 거야?”


그는 그 질문을 던진 뒤 후회했다. 대체 이게 뭐 하는 건지. 어쩌다 자신이 이 꼴이 났는지 자괴감이 들었다.

한데,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들려왔다.


“물론이죠. 무엇이든 도와드려요.”


묘한 분위기를 뽐내는 학생이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음···.”


이런 반응이 나올 줄 몰랐다.

덕분에 당황해서 그를 쳐다보자, 그 학생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일단, 앉으세요.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지 천천히 들어볼게요.”


그는 마치 홀린 듯 소파에 앉았다. 그가 도와준다고 해서인지, 아니면 이 소파가 정말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소파가 자신을 포근히 안아 주는 것만 같았다. 거기에 그가 건넨 믹스 커피 한잔은 참 달콤하고 씁쓸한 게, 마치 자신을 위로하는 것 같았다.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


시작부터 대박이었다.

손님이 와준 것만으로도 나이스였는데, 방문한 손님은 특별한 손님이었다.


‘절망에서 일어난 천재 피아니스트. 우진.’


그의 천재성도 대단했지만,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건 그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무대 공포증 때문에 오랜 시간 활동하지 않다가 미튜브에 영상을 올리면서 극복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런 호진의 생각대로였다.


“요즘 슬럼프가 와서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못 하고 있어. 이걸 극복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을까?”


우진의 부탁은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의 표정을 보니 딱히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다.

이젠 호진이 놀라게 해줄 차례였다.


“좋아요.”

“뭐?”


단번에 수락하는 호진의 말에 그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효과가 있을지 없을진 모르지만, 한번 같이 극복해 볼까요?”

“진심이야?”


그의 얼굴엔 당혹함과 의아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의 반응은 당연한 일이었다.

슬럼프나 무대 공포증은 뚝딱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도 고치지 못하고 은퇴하는 이들이 있으니까.


“여기서 돌아가셔도 혼자 끙끙 앓으실 텐데, 저희에게 시간을 투자해보시는 건 어때요?”

“그건 그렇지만···.”


막상 부탁해놓고, 이쪽에서 승낙하니 그는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아. 가장 중요한 걸 말씀드리지 않았네요. 저희는 돈을 받지 않아요. 제가 도움을 드리면, 저희에게도 도움을 하나 주시면 돼요.”


호진은 설명을 하나 더 덧붙였다.


“저희가 먼저 도움을 드리고, 그 도움이 효과가 있을 때만 저희에게 도움을 주시면 돼요.”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후불이라고?”


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봐서 손해 보실 건 없을 거 같은데. 어떠세요? 저희의 도움을 받아 보시겠어요?”


그가 호진의 설득에 고개를 끄덕인 순간.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련의 업이 생성되었습니다.]

[시련은 성장의 밑바탕. 시련을 극복하면 성장하게 됩니다.]

[시련 극복 시 시련의 업 효과를 일부 받을 수 있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업 하나가 한 단계 성장합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간단했다.


‘성공하면 보유하고 있는 업 중 하나가 한 단계 성장한다는 거지?’


이러면 일할 맛 나지.


"저희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니. 내일 수업 끝나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


다음날. 승마장.

재벌가 아이들이 소란스러웠다.


“저거 뭐야?”

“요번에 말 새로 산 거 누구야? 뭔데 관리팀까지 불렀어?”

“이거 누가 가져온 말이야?”


고고하게 서 있는 검은 말 한 마리가 모두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때 한 학생이 소리쳤다.


“세상에 저거 토리타스 아니야?”

“토리타스? 어!? 그 토리타스!?”


승마에 관심 있는 아이들이 하나둘 놀라기 시작하더니. 웅성거림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잠깐만. 그 말 소유자가 그분 아니야?”

“나도 그렇다고 들었어.”

“저 말이 왜 여기 있어!?”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던 아이들이 주춤주춤 물러났다. 저 말의 주인과는 얽혀봐야 좋을 게 없었다.

그 사이로 호진이 들어왔다.

케어팀 중 한 명이 호진을 보자마자 곧장 달려왔다.


“윤호진 학생 되십니까?”

“예. 제가 윤호진인데···. 누구세요?”

“후원자이신 어르신께서 보내셨습니다. 어르신께서 전언을 남기셨습니다. 승마하면 한다고 말을 해야지. 왜 말도 없이 했냐고 화내셨습니다.”


후원자로 등록된 건 괴팍한 할아버지셨다. 어떤 표정으로 화를 내셨을지 눈에 훤했다.

호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제가 전화 한번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말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그가 앞장을 서자, 재벌가 아이들이 휘둥그레 한 눈으로 호진을 바라봤다. 자신들이 무시하고 깔봤던 녀석이, 명마 중의 명마를 가져온 것이다.


“들었어? 후원자래.”

“미친. 수석인 건 알고 있었는데.”

“어쩐지 쟤 후원자 누가 됐다는 소식은 안 들리더니.”


녀석들이 뭐라고 떠들든 호진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았다.

고고하게 서 있는 흑마. 그 흑마에게 호진의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마치 예술작품 같은 모습에 호진은 홀린 듯 천천히 다가가 조심스럽게 녀석을 쓰다듬었다.


“안녕?”


인사를 던지며 그와 동시에 손을 통해 교감했다. 교감을 통해 상상도 못 한 의지가 흘러들어왔다.

마음에 들어. 나만 믿어.

박사도 똑똑하다고 특별하다 생각했는데.


[29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이 녀석과 비교하면 어림도 없었다.

카르마를 할아버지 만큼 주는 말이었다.

그만큼 특별한 말이란 뜻이었다.


“이름이 뭔가요?”

“토리타스입니다.”

“그래요? 멋진 이름이네요.”


호진에 담담한 반응에 관리팀의 표정이 혼란스럽게 변했다.

토리타스는 능력만큼이나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까다로운 녀석을 만족시키고 만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숙련자라고 볼 수 있었다.

한데, 숙련자가 토리타스의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


“승마는 경력이 얼마나 되십니까?”

“저요? 어제 처음 해봤어요. 재미있던데요?”

“대단하시군요.”


그는 나지막이 감탄을 터트렸지만, 호진이 그의 마음을 알 리 없었다. 그저 놀랐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타봐도 될까요?”

“그럼요. 타시라고 데려온 아이입니다.”

“잠깐만요. 선생님. 타도될까요?”


멀리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선생님이 대답했다.


“타도 좋아요. 다른 분들도 어제처럼 자율 승마하시면 되겠습니다.”


그의 말에도 아이들은 승마하러 가지 않았다. 모두 호진이에게 시선이 꽂혀 있었다.

호진은 어제 배운 대로 말에 올라탄 뒤.


“잘 부탁해.”

“히히잉!”


호진은 녀석과 하나가 되었다.


‘대단해.’


재벌가 자제들이 도대체 왜 비싼 말을 타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박사와 함께할 때 교감은 일방적이었다. 박사의 마음을 읽고, 호진이 움직였다.


‘녀석이 내 마음을 읽는 것만 같아.’


호진의 작은 움직임에도 녀석은 반응했다. 마치 교감이 상호작용되는 것처럼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았다.


‘자유로워.’


호진은 자유를 느꼈다.

한편,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놀라지도 못했다.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그런 그들이 대화하기 시작한 건, 조금 시간이 지난 후였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승마술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재벌가 자제들이었다.


“미쳤다. 말 하나 변했다고···.”

“자세 봐. 완전 깔끔해.”

“이게 이틀 배운 녀석이라고?”

“하. 뭐야 쟤.”


너무 뛰어나면 질투조차 하지 못하는 법이다. 재벌가 아이들의 목소리는 허탈함이 가득했다.

호진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재벌가 아이들에게 허탈한 감정을 선사했다.


“최현오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하루 만에 저만큼 가르치시다니요.”


케어팀 또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 공을 최현오에게 돌렸다.

문제는, 최현오는 입까지 벌리고 놀라고 있다는 점이었다.


“최현오님?”

“세상에! 저게 가르친다고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는 그 말을 남기고, 호진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호진 학생! 다리랑 팔! 밸런스 신경 쓰고!”


그가 그렇게 뛰어가고.


“······.”


케어팀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


환한 방안. 할아버지 다섯 분이 옹기종기 모여계셨다.


“이 영감탱이들아 모이면 꼭 내 집으로 모이는데 이거 왜 그러는 거여! 저번엔 커튼을 치고 난리를 치더니만······.”

“박가 넌 조용히혀.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얼른 와서 앉어.”


괴팍한 할아버지는 평소와는 다른 표정이었다. 괴팍한 표정 대신 흐뭇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저, 저 영감탱이. 아주 누가 보면 지가 주인이여. 주인.”


다방 할아버지는 툴툴거리면서 슬그머니 옆에 앉았다. 이럴 수밖에 없었다. 오늘 모인 건, 호진이 전화 때문이었다.


“빨리해. 다들 바쁜 사람들이여.”

“바쁘기는 백수 영감탱이들이. 그래서 안들을 꺼여?”

“흠흠. 그건 아니지.”


호진이 이야기를 빼먹을 수는 없었다.


“거 스승이라고 거들먹거리더니, 진짜 도움 되는 게 누구여. 스승보다 후원자가 좋다 이 말이야.”

“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흠! 말 잘 받았고, 잘 지낸다고 연락 왔지.”


그 말을 들은 패셔니스트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그건 우리도 알고 있어. 잘 받았겠지. 잘 지내겠지.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이 영감탱이가.”

“허허.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무대 공포증 걸린 친구를 도와줄 생각이라 한동안 바쁠 것 같다고 했는데 이것도 당연한거여?”

“오. 무대 공포증?”


정장 할아버지가 관심을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괴팍한 할아버지의 말을 곰곰이 듣던 정장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우리 호진이가 필요한 게 많겠네.”


말 잘 받았다고 한 감사 전화였는데, 그 전화에 다른 할아버지가 움직였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고 천재가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 +38 20.09.13 3,687 0 -
29 029. 함께. +21 20.09.12 4,891 220 12쪽
28 028. 무대 공포증(3) +29 20.09.11 5,364 231 12쪽
27 027. 무대 공포증 (2) +14 20.09.10 5,940 219 12쪽
26 026. 무대 공포증 (1) +14 20.09.09 6,268 232 12쪽
» 025. 두 번째 프로젝트 가동. +36 20.09.08 6,630 270 12쪽
24 024. 두번째 프로젝트. +22 20.09.07 7,016 270 13쪽
23 023. 교감 (3) +28 20.09.06 7,205 285 14쪽
22 022. 교감 (2) +16 20.09.05 7,309 246 13쪽
21 021. 교감 (1) +20 20.09.04 7,428 250 12쪽
20 020. 수강 신청. +23 20.09.03 7,721 255 12쪽
19 019. 입학식. +14 20.09.02 7,779 252 12쪽
18 018. 시험이 끝나고. +16 20.09.01 7,855 241 11쪽
17 017. 입학 시험. +24 20.08.31 7,896 267 11쪽
16 016. 제자는 스승을 따라간다. +12 20.08.30 7,957 226 12쪽
15 015. 제주도로 떠납니다. +14 20.08.29 7,982 224 11쪽
14 014. 졸업식 +14 20.08.28 8,009 246 12쪽
13 013. 간파의 업(2) +11 20.08.27 8,007 225 12쪽
12 012. 간파의 업(1) +18 20.08.26 8,179 237 12쪽
11 011. 정장 할아버지. +13 20.08.25 8,460 229 11쪽
10 010. ‘소울’의 업? (2) +13 20.08.24 8,296 234 12쪽
9 009. ‘소울’의 업? (1) +13 20.08.23 8,788 222 12쪽
8 008. 커피가 맛있다. +8 20.08.23 8,987 219 12쪽
7 007. 味 다방 종업원(3) +9 20.08.22 9,089 234 12쪽
6 006. 味 다방 종업원(2) +10 20.08.21 9,283 216 12쪽
5 005. 味 다방 종업원(1) +7 20.08.20 9,758 213 12쪽
4 004. 인사(2) +11 20.08.19 10,111 234 12쪽
3 003. 인사(1) +5 20.08.18 10,918 223 12쪽
2 002. 카르마. +10 20.08.18 11,797 207 12쪽
1 001. 남을 위해 살았다. +20 20.08.18 14,285 22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