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시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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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리운
그림/삽화
최리운
작품등록일 :
2020.08.10 15:02
최근연재일 :
2021.01.08 11:52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4,085
추천수 :
12
글자수 :
712,227

작성
20.08.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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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제7화 끊어지는 인연(3)

DUMMY

#

그간 쌓인 피로가 한 번에 몰려와 태랑은 늦은 오전이 되어서야 눈을 뜨고 일어났다.


“잘 잤다.”


눈을 떠 바로 옆에 차려져 있는 밥상을 보고 피식하고 웃었다.


“가연이는 일어났으려나?”


그는 밥을 먹고 씻고 나갈 채비를 했다.


마당으로 나오니 다른 마당쇠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간밤에 평안하셨습니까?”


“네.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지금 가연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당주 님께서는 지금 저기 뜰에 계십니다.”


태랑은 간다고 인사라도 할 겸 그녀가 있는 뜰로 발걸음을 옮겼다.


뜰에 도착해서 보니 가연은 갓을 쓰고 몇 명의 종들과 함께 채소재배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뒤로 몰래 걸어가 말을 걸었다.


“나 이제 간다.”


“꺄악!”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태랑의 발 쪽으로 엉덩방아를 찧고 쓰러졌다.


“왜 그래?”


“태, 태랑 오라버니....”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맺혔다.


“왜? 지, 지렁이가...., 지렁이가 제 손을....”


“뭐?”

이렇게 보면 영락없이 어린 소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벌레는 싫어하는구나.”


“싫은 게 아니고 무섭습니다.”


“무서우면 안 하면 되잖아?”

“그래도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이곳에 있는 종들이 가연의 모습이 귀엽다며 숨죽이고 웃고 있었다.


태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가연의 눈높이에 맞추고 입을 열었다.


“열심히 하고. 어제는 신세 많았다.”

“가시는 겁니까?”


“어~. 마무리는 지어야지.”

“조, 조심히 가십시오.”


“응.”


태랑이 집을 떠나려는데, 갑자기 그녀가 그의 옷소매를 잡았다.


“어제는 고마웠습니다.”


“어?”


뒤를 돌아서 그녀를 보니 부끄러운지 갓으로 얼굴을 가리듯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태랑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다음에 또 놀러 올게.”


“곧 중추절인데. 그때 도성에서는 못 보겠지요?”


“음~, 아마도?”


“알겠습니다. 그럼 살펴 가세요.”


“다음에 보자.”


“네.”


태랑이 집을 나서는 걸 확인하고 가연은 언제 그랬야는 듯 눈을 날카롭게 하고 정면을 응시했다.


“중추절....”


그녀는 아무도 없는 마당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영아.”


이름을 부르자 ‘영’이라는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이 전제적으로 날카로워서 차갑게 생긴 남성이었다.


그는 가연의 호위무사이고, 그녀가 부르면 언제 어느 때나 나타난다.


“부르셨습니까, 당주 님.”


“지금 나간 분이 누구신지 아느냐?”


“태랑 왕자님 아니십니까?”


“맞아. 때가 되면 내가 믿고 따라야 할 분이지.”


“그렇습니까?”


“응.”


가연은 몸을 돌려 그를 돌아보았다.


“오늘부터 내 명이 있을 때까지 너는 저분의 뒤를 밟도록 하여라.”


“그럼 당주 님의 호위는 누가 합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거라.”


“하오나...”


“네가 언제부터 내 말에 토를 달았지?”


“죄, 죄송합니다.”


가연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저분은 나에게는 매우 소중한 분이시다. 나를 호위하는 것처럼 호위하도록 하거라.”


“예!”


영은 방금 집을 나간 태랑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가연은 갓을 벗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림자가 준 정보를 다시 한번 검토해봐야겠어.”



#

“에휴~....”


치우 대장간에서 나오는 수월은 허전한 손을 쥐었다 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미쳤지.... 그 금이 얼만데.”


미련 갖지 말자고 그녀는 혈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혈천에 도착하니 여느 때처럼 한 명도 빠짐 없이 술을 마시고 마당에 널브러져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중 제일 추한 사람은 당연히 단월이었다.


그는 남산만 한 배를 내놓고 대자로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어제 또 술 마신 거야?”


그에게 다가가 발로 툭툭 치며 물었다.


“으음...., 수월이야?”


“일어나 봐, 오라버니.”


“왜~?”


단월은 귀찮다며 몸을 옆으로 돌렸다.


수월은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이 양반 믿고 전 재산 올인을 해도 되는 거야? 아무리 강해도 이렇게 술만 마셔대는 사람이 투기 대회에서 우승이 가능이나 할까?’


수월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술 마시지 말고 운동 좀 하고 자라고 했잖아.”


“아~, 귀찮아~.”


“그러다가 우승 못하면 무슨 망신이야?”


단월은 잔소리를 하는 수월이 귀찮은지 몸을 굴려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하아...., 답답해....”


지금은 대화가 안 통할 걸 알고 우선 자신의 일을 하기로 했다.


수월이 혈천에서 하는 일은 잡다한 심부름과 그들이 밤새 어질러놓은 집 전체를 청소하는 일이었다.


심부름은 쉽지만 집안 청소가 문제였다.


어찌 된 게 말끔하게 청소를 해놓으면 밤새 어떻게 술을 마시면 하룻 밤만에 돼지우리보다 더 더려워졌다.


혈천에서 일할 바에는 차라리 애들 100명의 보모가 났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은 들었다.


그럼에도 오늘도 수월은 묵묵히 소매를 걷고 일을 시작했다.


퇴근을 위해서.


밤이 찾아왔고 수월은 물청소를 끝마치고 아픈 허리를 쭉 폈다.


“아~, 허리야~!”


밤이 찾아오니 혈천부족이 삼삼오오 일어나 밥을 먹기 시작했다.


단월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고기를 뜯으며 가려는 수월을 불렀다.


“수월아?”


“왜?”


“밥이라도 먹고 가지 그러야?”


“나도 그러고 싶은데 애들끼리 있어서 바로 가봐야 돼.”


“한량이는?”


그의 안부를 묻자 수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왜 그래? 둘이 싸웠야?”


한량 아니, 태랑은 어제부로 집을 나갔다.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다.


아침에 아이들에게 태랑이 떠났다는 말을 해주자 이여가 펑펑 울었었다.


“다 언니 때문이야!”


이여의 이 말이 수월의 가슴을 후벼 파는 거 같았다.


단월이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한량이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화해해라.”


“화해...?”


수월이 족발을 씹고 있는 단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몰라 나도!”


다짜고짜 그의 명치를 가격하고 혈천을 빠져나갔다.


“케헥!”


명치를 맞은 단월은 숨이 쉬어지지 않아 납작 엎드려 고통을 호소했다.


대문을 나가는 수월의 옆으로 갓을 깊게 눌러쓴 두 명이 스쳐 지나갔다.


수월의 어깨가 한 사람과 부딪칠뻔했지만 재빠르게 피했다.


다른 한 사람이 멀어져 가는 그녀에게 삿대질을 했다.


“저, 저 천한 년이 감히!”


“됐다. 들어가자.”


“예, 왕자님.”


갓을 깊게 눌러쓴 이는 도혼과 그의 호위무사였다.


두 사람은 밥을 먹고 있는 혈천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를 읽었는지 혈천부족 모두가 그들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찌익.


고기를 뜯고 있는 이가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뭐야, 너희들은?”


노골적으로 두 사람을 위아래로 훑자 호위무사가 나섰다.


“네 이놈! 무뢰 하구나! 이분이 어떤 분이신 줄 알고!”


“되었다.”


“누구면 어쩔 건데?”


“뭐얏!”


검으로 손을 가져가려는 호위무사에게 먹다 남은 닭다리가 날아와 얼굴에 적중했다.


짝!


찰진 소리를 듣고 날아온 곳으로 시선을 주니, 단월이 다른 부위를 뜯어서 입에 가져가고 있었다.


“저기 있구나.”


닭다리를 맞은 호위무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도혼이 단월에게 다가갔다.


다가가는 그의 앞을 혈천부족이 막아섰다.


“그냥 오라고 놔둬.”


단월의 한 마디에 혈천부족은 도끼눈을 한채 길을 열어주었다.


도혼이 단월의 앞에 섰다.


“오랜만이구나.”


“쩝쩝.”


“그러게 오랜만입니다, 도혼 왕자님.”


“그간 잘 지냈느냐?”


“보시다시피?”


단월은 그를 무시하듯 말하며 옆에 놓여 있는 술병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나도 좀 주겠느냐?”


“싫다면?”


무뢰 하기 짝이 없는 그의 언행에 호위무사가 참다못해 검을 뽑아들었다.


“네 이놈!”


“한기야!”


도혼이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단월은 들고 있는 술병을 그의 얼굴로 집어던졌다.


“이까짓 거!”


호위무사는 날아오는 술병을 반으로 잘랐다.


퍽!


술병을 반으로 가르자마자 시야가 확보되었지만 단월의 주먹이 그의 얼굴에 꽂혔다.


콰직!


주먹을 얼굴과 함께 바닥에 꽂아버렸다.


동시에 호위무사는 대갈통이 밟은 감자처럼 깨져 즉사했다.


주먹에 묻은 피를 닦으며 도혼을 노려보았다.


“국경지대에서 내 부하 열을 죽인 것보다 싼값이외다, 왕자님.”


도혼은 인정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전에 분명히 말씀 드렸을 텐데요. 다시 보면 죽여버릴지 모른다고요.”


“자네가 투기대회에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왔지.”


“난 또 뭐라고. 그렇게 됐수다.”


“자네.....”


도혼은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 내밀었다.


“이건 뭐요?”


받아서 쓰여있는 글을 읽어보았다.


금 100냥, 소 30마리, 술 10수레 등.


지금 나라에서 받고 있는 모든 혜택들을 2배 이상 올려주는 조건의 계약서였다.


단월은 계약서를 바닥에 버리며 물었다.


“이걸 나한테 내미는 이유가 뭐요?”


“알지 않나?”


“소인은 대가리가 멍청해서 잘 모르겠는데.”


“.....”


도혼은 단월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투기대회에 나가지 말아 주게.”


“푸하하하하하하하! 설마 날 견제하는 거요?”


“그렇다네.”


“싫다면?”


“더 주겠네.”


“더 말해보쇼. 아직 내가 그쪽한테 들어야 할 말이 더 남아있는 거 같은데.”


“난 이 나라의 왕자일세....”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내 부하들 열 명이 죽었지!”


단월의 눈빛이 사냥을 하는 호랑이처럼 변했다.


도혼은 그의 기세에 눌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주먹을 부르르 떨리게 말아 쥐었다.


‘이 멧돼지 새끼만 없으면 투기대회에서의 우승은 나다.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지....’


도혼은 머리를 조아렸다.


“제발 부탁이네.... 나가지 말아 주게나....”


“푸하하하하!”


단월은 박장대소를 터뜨리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를 밟으며 입을 열었다.


“이깟 거는 필요 없고, 지금이라도 내 부하 열 명의 넋이라도 제대로 달래주십시오. 그럼 나가지 않겠습니다.”


“그거면 되겠는가?”


“예!”


도혼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혼은 단월과의 대화를 끝내고 유유히 혈천을 빠져나갔다.


바로 옆에 있는 한삼이라는 남성이 단월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직도 그날을 마음에 담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형님.”


“한삼아....”


“예, 형님?”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단월은 몇 년 전에 도혼과 함께 국경지대를 지키다가 그의 잘못된 명령에 애꿎은 부하 10명을 잃었을 때를 떠올렸다.


도혼도 잘 못된 명령인 것을 인지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왕의 눈에 들기 위해 무리한 작전임을 알면서도 감행했었다.


그 때문에 피해 없이 끝날 수 있는 전투에서 피를 보고 말았다.


피해는 보았지만 그 수가 매우 적어서 도성에서는 도혼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었다.


반면에 단월은 왕의 하사품도 전부 집어던지고 곧장 전장으로 다시 가서 사흘 밤낮을 분노에 몸을 맡기고 적아군 상관하지 않고 살육을 벌였었다.


그때의 단월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피에 굶주린 악귀.


단월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자 땅에 떨어져 있는 종이에 침을 뱉었다.


“퉤, 재수 없는 새끼.”


“근데 형님?”


“왜?”


“사실 저도 투기대회에 참가를 했는데 어떻게 하죠?”


“뭐?!”


단월이 화들짝 놀라 한삼을 바라보았다.


“저도 나가면 안 되나요?”


“야!”


“예, 예?”


단월은 그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잘 했어! 지금 당장은 도혼 저 새끼는 무리지만 내가 제대로 단련만 시키면 저놈을 이길 수 있을 거다!”


이날부터 단월은 술을 끊고 헬창처럼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는데 전심전력을 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연에 있는 혈천부족 전원이 그의 엄청난 강도의 수련을 따른다.


단월은 남산만 한 배를 어루만졌다.


“살까기부터 해야겠네.”



#

태랑은 수월의 집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수월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윽고 수월이 고기를 사들고 집에 도착했다.


“나 왔어.”


아이들과 태랑이 오손도손 앉아있는 모습이 보이자 수월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왜 또 왔어?”


“어제 하고 싶은 말을 못 해서 말이야.”


“하고 싶은 말?”


“어.”


그게 뭐야고 수월은 아이들에게 눈짓으로 집으로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태랑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좀처럼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아~.”


수월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도 같이 들어야 할 말이야.”


“그게 뭔데? 짧게 끝내고 꺼져라.”


“수월아.”


“왜?”


태랑은 막상 자신의 진심을 말하려고 하니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빨리 말해라.”


“저기....”


괜히 긴장이 되어서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후우~.”


심호흡을 하고 힘겹게 입을 뗐다.


“나와 함께 떠나자.”


“?!”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수월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들은 혈천이나 영월각이나 내가 알고 있는 곳에 맡겨두고 나랑 이연을 떠나자.”


“미친놈이야?”


“어?”


“저기요, 왕...”


왕자님이라고 하려고 했다가 아이들이 있어서 호칭을 바꿨다.


“그냥 나가세요. 헛소리할 거면 다른데 가서 하시고요.”


“나 진심인데.”


“하! 너랑 내 인연은 끝났어. 그리고 너희들도 날 그렇게 보지 마라.”


수월이 태랑을 진심으로 밀쳐내자 아이들이 안절부절못했다.


“이번만 이 언니 말에 따라.”


이여가 소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태랑 오빠가 좋단 말이야. 언니는 싫어?”


“이여야, 닥쳐.”


수월의 지나친 말에 이여는 상처를 받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여를 시작으로 아이들 모두가 울기 시작했다.


“우에에에엥!”


태랑이 아이들을 달래주며 수월에게 말했다.


“왜 싫은 거야?”


“저기요, 한량 님. 호강에 겨운 생각 그만하시고요. 그만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 주세요.”


“하아....”


“그리고 네가 끊으라고 했던 도박도 다시 할 거야.”


“뭐?”


왜 도박 얘기를 하는 걸까, 수월 자신도 의문이 들었지만 끝까지 말해주기로 했다.


자신은 그와 함께할 여인이 될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걸.


수월이 입을 열었다.


“단월 오라버니가 투기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는.....”


“그만해.”


태랑이 그녀의 말을 끊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내가 싫었구나?”


“당연한 거 아니야? 그냥 넌 복덩이일 뿐이었어. 그게 아니었으면 너 같은 놈이랑 엮일 일도 없었지. 아니, 같이 살 이유도 없었지.”


“수월!”


“왜?!”


“네가 날 그렇게 생각했었다니....”


“당연하지. 우리 인연은 그냥~ 금덩이 정도도 과분한 사이였어.”


그만 됐다고 태랑은 아이들을 떼어내고 조용히 수월의 집을 빠져나갔다.


“내가 뭘 바랐던 거지?”


헛웃음이 나왔다.


수월의 집과 멀어지고 판자촌에서 완전히 벗어나 인적이 드문 곳을 터덜터덜 걷고 있는 그의 앞으로 검은 복면을 쓴 남성들이 나타났다.


“궁에서 왔나?”


“....”


“아니라면 꺼져. 지금 검을 쥐면 누구든지 죽여버리고 싶어질 거 같으니까.”


“하하, 살벌하네.”


“?”


복면을 쓴 남자들 사이로 유화가 복면을 벗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유화?”


“날 따라와. 네가 날 어제부터 찾아다녔던 걸 알고 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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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9화 투기대회(1) 20.08.25 33 0 15쪽
15 제8화 시작되는 중추절 20.08.24 41 0 16쪽
» 제7화 끊어지는 인연(3) 20.08.23 43 0 16쪽
13 제7화 끊어지는 인연(2) 20.08.22 46 0 15쪽
12 제7화 끊어지는 인연(1) 20.08.21 39 0 15쪽
11 제6화 온천 갔다가 피로만 더 쌓이네 20.08.20 43 0 16쪽
10 제5화 중추절 20.08.19 44 0 15쪽
9 제4화 혈천부족(2) 20.08.18 43 0 15쪽
8 제4화 혈천부족(1) 20.08.17 46 0 15쪽
7 제3화 마음이 머물고 싶어해(4) 20.08.16 43 0 15쪽
6 제3화 마음이 머물고 싶어해(3) 20.08.15 53 0 15쪽
5 제3화 마음이 머물고 싶어해(2) 20.08.14 62 0 15쪽
4 제3화 마음이 머물고 싶어해(1) +1 20.08.13 84 1 15쪽
3 제2화 태랑과 기생 유화 사이의 진실 +1 20.08.12 82 1 14쪽
2 제1화 운명을 버리고 떠나기로 했다(2) +2 20.08.11 95 2 15쪽
1 제1화 운명을 버리고 떠나기로 했다(1) +2 20.08.10 24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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