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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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ark
작품등록일 :
2020.10.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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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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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돌 - 제2장 사라지지 않는 유리창

DUMMY

더즐리 부부가 잠에서 깨어나 문간에서 조카를 발견한 뒤 거의 10년이 지난 오늘도, 프리벳 도로는 전혀 변한 게 없었다. 태양은 여전히 잘 정돈된 앞마당 위로 떠올라 더즐리 씨네 정문의 4번지라고 쓰인 놋쇠 장식을 비추었고, 햇빛은 더즐리 씨가 부엉이들에 대한 그 불길한 뉴스 보도를 보았던 그날 밥과 거의 똑같은 모습의 거실 안으로 슬그머니 스며들었다. 벽난로 위 선반에 놓여있는 사진들만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보여줄 뿐이었다.


10년 전에는, 커다란 핑크빛 비치볼처럼 생긴 아기가 작은 방울이 달린 가지각색의 모자를 쓰고 있는 사진들이 많았지만 두들리 더즐리는 더 이상 아기가 아니었으며, 이제 그 사진들은 뚱뚱한 금발 소년이 박람회장의 로터리에서 첫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이나, 아버지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어머니에게 안겨 입맞춤을 받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집에 또 다른 아이가 살고 있다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해리 포터는 아직도 그곳에 있었으며, 지금은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깨어나야 했다. 페투니아 이모가 문을 쾅쾅 두드리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 날의 첫 소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어나라! 일어나! 당장!”


해리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무언가도 함께 눈을 떴다. 해리의 고약한 기상과 함께 한때 대한민국에서, 서울 외곽의 한 원룸에서, 그리고 침대위에서 누워 <해리포터 시리즈>를 수없이 읽던 청년의 눈도 함께 떠졌다.


그것도 하필이면 이날, 프리벳가 4번지의 더즐리의 집 안, 계단 밑 벽장에 구겨져서 잠들어있던, 작고 왜소한 그 날의 해리 포터의 몸에서.


정신이 든 청년은 눈을 뜨자마자 주위를 살폈다. 어두컴컴한 벽장 안에서 눈을 뜨니 세상이 흐리멍텅하게 보였다. 해리는 마치 매일같이 해왔던 일인 것처럼 주변을 더듬어 안경을 꼈다. 안경은 동그란 안경 이였으며, 스카치테이프로 여려 겹 이어붙인 흔적이 있었다.


이모가 문을 다시 두드렸다.


“일어나!”


그녀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해리는 그녀가 부엌으로 걸어가는 소리와 프라이팬이 오븐 위에 얹혀 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현재의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내려 애썼다. 원룸 안에서 책을 읽던 자신은 분명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마지막 권에 새로 생긴 페이지를 보고 그 책 안으로 빨려들었다고 생각했다.


“이게 무슨...”


해리가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팔 다리는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 것처럼 가늘기 짝이 없었고, 걸친 옷은 거칠거칠한 느낌과 함께 매우 헐렁한 느낌이 들었다. 해리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쳤다.


곧바로 해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만져졌다.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이마에 손을 데었다. 이마에는 작은 흉터가 나있었다. 천천히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니 가늘게 갈라진 흉터는 마치... ‘번개 모양’ 같았다.


해리가 자신의 흉터를 만지는데 집중 한 사이 이모가 다시 문 밖에 와 있었다.


“일어났냐?”


그녀가 다그쳐 물었다.


“아, 네.”


해리가 대답했다.


“그럼, 어서 나와서 저 베이컨 좀 지켜봐라. 태우지 말고 말이다. 두들리의 생일날이니 모든 게 완벽했으면 좋겠다.”

“진짜 그대로잖아?”


해리가 조그맣게 말했다.


“너 뭐라고 했니?”


이모가 문 저쪽에서 날카롭게 물었다.


“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갑자기 해리의 머릿속에 지난 10년간의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오래된 기억은 희미했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선명하게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아주 어렸을 때 두들리가 해리의 음식을 빼앗아 갔던 사소한 것부터, 툭하면 꼬집고 때리려고 한 것, 그의 친구-라기 보다는 부하에 가까운-피어스 폴키스와 학교에서 괴롭혀온 것에 그들에게서 도망친 일들까지 머리가 아플 정도로 기억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두들리의 생일은 언제나 잊을 수 없는 것 같았다. 두들리가 가장 탐욕스러운 때였고, 선물이 실망스러우면 곧바로 해리를 괴롭히려고 해왔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해리는 매년 서른 개가 넘는 선물을 받는 두들리의 생일 선물 중 어느 하나도 손에 닿을 수조차 없었다.


해리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와 양말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침대 밑에서 양말을 찾아내고, 역겨운 표정으로 한쪽 양말에서 거미를 떼어낸 뒤 신었다. 소설 속에서의 해리가 거미에 익숙하다는 기억은 나지만 생리적으로 거미가 꺼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옷을 고쳐 입고 복도를 지나 부엌으로 내려갔다. 식탁 위에는 두들리의 생일 선물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두들리는 두 번째 텔레비전과 경주용 자전거는 물론이고 그가 갖고 싶어 했던 새 컴퓨터도 받은 것 같았다.


해리는 두들리가 받은 물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때-1991년의 여름-의 물가와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가지기 위한 가격을 유추해보려 애썼지만, 꽤 많은 돈이 들 것이다 외에는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해리의 기억에 따르면 두들리는 경주용 자전거를 가지고 싶어 할 이유가 없었다. 두들리는 아주아주 뚱보인데다가 운동-물론 누군가에게, 특히 해리에게 주먹질하는 것과 관계 있는 게 아니라면-을 몹시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두들리가 가장 두들겨 패기 좋아하는 대상은 해리였지만 그는 해리를 놓치기 일쑤였다.


해리는 마법사였기 때문에, 자기가 알지도 못한 채 몸이 매우 날렵하게끔 마법을 부렸던 것이다.


물론 해리는 어두운 벽장 안에서 박해를 받으며 최소한의 영양만을 제공해 주었으므로 또래들에 비해 작고 연약했다. 심지어 그가 입는 옷은 두들리가 입던 낡은 옷을 물려주었으므로 그보다 덩치가 네 배는 거대한 두들리의 옷이 흘러내려 훨씬 더 작고 말라보였다.


해리는 갸름한 얼굴과, 가느다란 팔다리, 그리고 까만 머리카락에 연한 초록빛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소설에서와 마찬가지로 스카치테이프로 여러 겹 이어붙인 동그란 안경을 끼고 있었다.


해리는 언젠가 자신의 이마에 있는 번개모양의 흉터에 대해 페투니아 이모에게 물어보았는데,


“네 부모가 죽은 자동차 사고에서다.” 라고 그녀는 말했었다.


“그리고 아무 것도 묻지 마라.”


묻지 마라- 그건 더즐리 가족과의 조용한 삶을 위한 첫 번째 규칙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해리는 달랐다. 그는 왜 자신의 이마에 흉터가 났으며, 그 흉터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고, 어떤 영향 때문에 고통을 받거나 정보를 얻을 것이며, 그리고 이 흉터로 인해 해리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는지 까지 모든 것이 머리에 들어 있었다.


버논 이모부가 부엌에 들어 왔을 때 해리는 베이컨을 뒤집고 있었다. 해리는 지금의 해리-그러니까, 이 작고 마른 소년의 몸-에 들어오기 전에 혼자 살며 여러 요리를 해온 경험이 있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로 주방에서 일한 적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베이컨을 구우면서 달걀을 함께 부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머리 좀 빗어라!”


버논 이모부가 아침 인사인 셈으로 크게 호통 치며 말했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버논 이모부는 신문 너머로 해리에게 머리를 깎으라고 소리 쳐대곤 한 것 같았다. 해리는 같은 반의 아이들 보다 머리를 훨씬 더 자주 깎았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 왜냐하면 해리가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머리가 빠르게 자라났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빠르게 머리는 언제나 뒤엉켜 자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두들리가 그의 엄마와 함께 부엌에 들어 왔을 때 해리는 자신이 만든 스크램블에그와 베이컨을 나눠 담을 수 있었다. 먹음직스럽게 나눠 담긴 접시를 테이블에 옮기는 동안 두들리를 살펴보았다. 기억으로도 생생히 느꼈지만 애석하게도 두들리는 확실한 소아비만이었다.


두들리의 몸집은 버논 이모부만큼이나 커 보였는데, 그들은 그 사실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몸집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아직 어렸기 때문에 핑크빛이 감도는 피부의 얼굴에, 목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작고 연한 푸른색 눈에, 복슬복슬한 금발 머리를 늘어뜨린 남자 아이였다.


해리는 실제 나이라면 자신의 조카뻘 되는 아이를 보며 두들리가 살을 뺀다면 제법 괜찮은 외모의 아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너.”

“네?”


그릇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해리에게 버논 이모부가 말을 걸었다.


“뭐냐 이건.”

“저... 스크램블 에그 인데요.”

“나도 알아! 그런데 왜 네가 이런 걸 할 수 있느냐는 거다.”


버논 이모부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그의 포크에는 완벽하게 반숙으로 익은 부드러운 스크램블에그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


해리는 마땅한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상급자-여기선 버논 이모부-를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걸 군 생활을 통해 뼈저리게 느껴왔으므로 그럴싸한 변명을 지어낼 수 있었다.


“이모가 하시는 걸 본적이 있어요. 우연히 잘 된 것 같네요.”


버논 이모부가 입을 씰룩거리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포크로 먹은 스크램블에그가 꽤나 맛이 있었는지 적당히 호통을 칠 내용을 찾지 못하고 다시 신문을 폈다. 두들리는 그 동안 선물 개수를 세고 있었다. 그리고 급속하게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서른 여섯 개네.”


그가 엄마와 아빠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작년보다 두 개가 적어.”

“얘야, 마지 아줌마의 선물을 세지 않았잖니, 봐라. 그건 엄마와 아빠가 준 이 커다란 선물 밑에 있단다.”

“하지만 그래도 서른 일곱 개야.” 두들리는 화를 참지 못해 얼굴이 시뻘게지며 이렇게 말했다.


해리는 두들리의 모습을 보며 더즐리 부부의 육아가 얼마나 끔찍하고, 무지하게 이루어지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해리는 아이는 없었지만 선배나 사촌들의 아이들을 몇 번 본적이 있으므로 아이들에게 해야 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참는 법과 베푸는 법 등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가엾은 두들리는 더즐리 부부의 그릇되고 무지한 사랑 때문에 잘못 커온 것이다.


페투니아 이모는 그 위험한 낌새를 알아챘는지, 얼른 이렇게 말했다.


“오늘 외출하면 선물을 두 개 더 사줄게. 그러면 어떻겠니, 얘야? 선물 두 개 더. 그러면 됐지?”


두들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계산이 힘든 것 같았다. 마침내 그가 천천히 말했다.


“그럼 서른... 서른...”

“서른 아홉 개란다, 얘야.”


페투니아 이모가 말했다.


“맞아.”


두들리는 털썩 주저앉아 가장 가까운 선물 꾸러미를 잡았다.


“그럼 됐어.”


잠시 뒤 전화가 걸려왔고 페투니아 이모가 전화를 받으러 간 동안 해리는 버논 이모부를 쳐다보았다. 그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이라면 가장 많이 읽었고, 상권 한권을 통째로 외운 적이 있을 정도로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건 뭔가 이상했다. 분명 버논 이모부는 두들리를 칭찬하면서 돈을 따질 줄 안다고 말해야 했다. 버논 이모부는 경주용 자전거와, 무비 카메라와, 원격 조종 비행기와, 열여섯 가지 새로운 컴퓨터 게임과 비디오카메라를 푸는 걸 지켜봐야 했지만 해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뭐냐.”

“음... 아뇨. 좋은 선물을 고르신 이모부의 안목이 놀라워서요.”


해리가 되는대로 주워 담았지만 그 대답은 썩이나 버논 이모부의 맘에 들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버논 이모부의 반듯한 콧수염이 파르르 떨리며 입 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페투니아 이모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화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두들리는 포장지를 찢고 금 손목시계를 꺼내고 있었다.


“큰일 났어요, 버논.”


그녀가 말했다.


“피그 부인의 다리가 부러졌대요. 그래서 저 애를 데려갈 수가 없대요.”


그녀가 고개로 해리 쪽을 가리켰다.


두들리는 화가 나서 입이 쩍 벌어졌지만 해리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피그 부인이라면 분명 이 시점에서는 알지 못했겠지만 스큅이며, 덤블도어의 명령으로 해리를 감시하던 사람 중에 하나가 분명했다.


피그 부인은 매년 두들리의 생일날이 되면 더즐리 부부가 두들리와 그의 친구 하나를 데리고 놀이 공원이나 햄버거 집이나 극장에 간 사이 해리를 맡아줬었다. 해리는 내심 그 집이 싫었던 것으로 보이며 곳곳에서 양배추 냄새가 났고, 그녀는 매번 자신이 길렀던 고양이들의 사진을 보게 했었다.


“이제 어떡하지?”


페투니아 이모는 마치 해리가 이 일을 계획하기라도 한 듯 그를 무섭게 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 해리는 피그 부인의 다리가 부러진 건 애석하게 생각했지만, 그가 덤블도어의 명령을 듣는 다는걸 알고 있었으므로 도대체 무슨 이유로 다리가 부러진 건지 궁금했다. 고양이에 걸려서 넘어졌다는 것을 믿기에는 너무 많은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도 안 될 것 같아요, 버논. 마지는 저 애를 싫어하잖아요?”


페투니아 이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버논 이모부에게 말했다. 사실 이 대화도 버논 이모부가 먼저 꺼내야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버논 이모부는 조용히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그 당신 친구- 이본느? 그 친구에게 맡기는 건 어떨까?”

“마조르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어요.”


짧은 침묵을 깨고 버논 이모부가 말했지만 페투니아 이모가 날카롭게 받아쳤다.


“저 애를 동물원에 데려가야 할까 봐요.”


천천히 생각하던 페투니아 이모가 말했다.


“...그리고 저 애는 차에 두죠 뭐...”

“그 차는 새 차야. 저 애를 차 안에 혼자 놔둘 순 없어...”


그때 두들리가 큰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정말로 울고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울면서 말하면, 엄마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주는 끔찍한 육아를 하고 있었으므로 우는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얘야, 울지 마라. 엄마가 해리 때문에 네 생일을 망치게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녀가 그에게로 급히 팔을 뻗으며 큰소리로 말했다.


“난... 저 녀석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두들리가 가짜로 훌쩍거리며 간간이 이렇게 말했다.


“저 녀석은 늘 모든 걸 마- 망쳐놓는단 말야!”


그는 엄마의 양팔 사이 틈새로 해리에게 심술궂게 씩 웃어 보였다. 해리는 이미 어른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걸로 약이 오르지 않았으므로 그냥 무덤덤하게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바로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어쩜 좋아, 큰일 났어요. 그들이 왔어요!”


페투니아 이모가 몹시 흥분해서 말했다. 그리고 잠시 뒤, 두들리의 단짝 친구인 피어스 폴키스가 그의 엄마와 함께 걸어 들어왔다. 피어스는 얼굴이 꼭 생쥐처럼 생긴 비쩍 마른 아이였다. 그는 보통 두들리가 아이들을 때리는 동안 그들의 팔을 등 뒤로 붙잡고 있는 역할을 하는 아이였다. 두들리는 금방 우는 척 하던걸 멈췄다.


해리의 기억에 따르면, 두들리와 피어스 모두 잘못된 가정교육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괴롭히는데 심취해 있었으므로 곧바로 페투니아 이모와 피어스의 어머니의 대화를 살짝 엿들었다. 그녀들은 마치 자신들이 매우 우아한 귀부인이나 되는 것처럼 인사를 주고받고, 서로의 아들을 한 번씩 칭찬 한 뒤–물론 피어스의 어머니는 두들리가 흡사 살찐 미니피그 같다는 이야기로 칭찬할 수는 없었지만- 헤어지게 되었다.


30분쯤 뒤, 해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더즐리네 차 뒤에 피어스와 두들리와 함께 앉아 동물원으로 가고 있었다. 물론 해리 포터는 처음이었지만, 대한민국에 살던 시절에는 지겹도록 가봤던 곳이기 때문에 별 흥미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출발 직전, 버논 이모부는 해리를 한쪽 옆으로 데려갔다.


“너 이 녀석.”


그가 커다란 보랏빛 얼굴을 해리의 얼굴 앞으로 바짝 갖다 대며 말했다.


“네가 오늘 내 비위를 조금 맞춰주었다고 해서 이상한 짓을 해도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만약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했다간, 크리스마스 날까지 저 벽장 속에 처박아둘 테니 말야!”

“어.. 네. 하지 않을게요.”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버논 이모부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하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사실 버논 이모부가 맞았다는 게 슬픈 일이었다. 동물원에서 유리창은 없어질 것이고, 보아뱀은 탈출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난생 처음으로 파셀통그(뱀의 말)을 할 것이다.


물론 그는 그런 사실을 버논 이모부에게 말해서 벽장에 갇힌 채로 이만 하루를 마치고 싶은 멍청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해리는 이번 대화에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는데, 버논 이모부가 ‘비위를 조금 맞춰주었다’ 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해리의 기억을 살펴보면 해리의 모든 행동은 버논 이모부가 ‘비위를 맞추었다’라고 생각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혹시 버논 이모부가 간혹 툴툴거리며 말했던 스크램블 에그를 완벽하게 만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며, 아니면 선물에 대해서 안목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점은 지금의 해리는 자신이 기억하는 이야기와 약간은 다른 방향으로 더즐리 부부와 엮이고 있었던 점이었다.


기억에 따르면 이전에도 이발소에서 깎지 않은 것처럼 하고 온 머리를 페투니아 이모가 부엌가위로 바싹 깎아놓았을 때나 두들리의 지긋지긋한 낡은 스웨터를 입히려 했을 때, 두들리 패거리가 자신을 두드려 패려고 했을 때에도 자신도 생각지 못한 마법을 사용해 그 위기를 탈출해 왔었다. 그랬기 때문에 버논 이모부는 물론이고 더즐리 가족은 어느 누구도 해리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버논 이모부는 운전하는 동안 페투니아 이모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는 모든 것들에 대해 불평하는 걸 좋아했다. 직장사람들, 해리, 협의회, 해리, 은행, 해리 등등이 버논 이모부가 가장 자주 불평하는 대상들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오토바이들이 문제였다.


“...미친놈들처럼 요란스런 소리를 내고 다닌단 말야. 불량배들 같으니라구.”


오토바이 한 대가 그들을 앞질러 가자 그가 이렇게 내뱉었다.


물론 원래라면 오토바이 꿈을 꾼 해리가 그 사실을 이야기 했어야 하겠지만, 해리를 입을 다물었다. 대신 해리의 대부인 시리우스 블랙과 도망친 피터 페티그루, 그리고 그 오토바이를 빌렸던 해그리드와 그 사실이 뇌리에 남아 꿈으로 본 해리에 대해서 생각할 충분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도착한 날은 매우 화창한 토요일이었고 동물원은 많은 가족들로 붐볐다. 더즐리 부부는 입구에서 두들리와 피어스에게만 커다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사주고는 해리를 서둘러 들어가게 하려다가 미소를 짓고 있던 아이스크림 차의 아가씨가 해리에게 무엇을 먹겠냐고 묻자 마지못해 작은 초코바 하나를 사주었다.


조금 구형이긴 했지만 오랜만에 와보는 동물원에서 초코바를 씹으며 동물들을 구경하는 건 썩 나쁘지 않았었다. 그리고 슬슬 점심시간쯤이 되자 두들리와 피어스가 동물에게 싫증을 내기 시작했으므로, 그들이 해리를 때리려고 왔을 때 마법력이 발휘되지 않도록 약간 떨어져서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동물원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두들리가 자신이 시킨 게 크지 않다고 투정을 부리자, 버논 이모부가 그에게 또 다른 걸 사주었으므로 해리는 그가 처음에 시켰던 주니어-점보-스테이크 세트를 먹어야 했다. 음식은 맛있는 편이였으며 버논 이모부와 두들리가 좋아하는 탄력 있는 스테이크를 두들리에게 절반이상을 양보했지만, 그래도 몇 점 먹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특히나 나쁘지 않았다.


점심을 먹은 뒤 그들은 파충류 전시관으로 향했다. 해리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화장실에서 있다가 나가려 했지만, 돌아온 페투니아 이모의 대답은 “화장실에서 이상한 수작을 부리려 하지 마라.” 였다.


결국 서늘하고 어두운 안으로 들어가, 조명들이 달린 유리창 안의 온갖 종류의 도마뱀과 뱀들이 느릿느릿 기어 다니거나 나무와 돌 위로 주르르 미끄러지듯 올라가는 것을 구경해야 했다. 두들리와 피어스는 독이 있는 커다란 코브라와 사람도 짓뭉개버릴 정도로 굵은 비단 뱀을 보러가고 싶어 했다. 그리고 결국 두들리는 그곳에서 가장 커다란 뱀을 금방 찾아냈다. 그 뱀은 버논 이모부의 차를 두 번은 감아서 고철로 만들어 버릴 만큼 컸다. 해리는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파셀통그는 한번 겪어보고 싶었으므로 반쯤은 호기심에, 나머지 반 쯤은 체념 한 채로 그 옆으로 걸어갔다.


두들리는 유리창에 코를 바짝 대고 서서, 똬리를 틀고 잠들어 있는 그 번쩍거리는 갈색 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움직이게 해봐.”


두들리가 아빠에게 징징대며 졸랐다. 버논 이모부가 유리창을 두드렸지만, 뱀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해봐.”


두들리가 졸라댔다. 버논 이모부가 유리창을 손가락 마디로 세게 쳤지만, 뱀은 여전히 잠만 자고 있었다.


“시시해.”


두들리는 이렇게 투덜대더니 급히 저쪽으로 걸어갔다. 시간이 약간 지난 후 해리는 그곳으로 가서 그 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그 뱀이 지루해서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뱀이 갑자기 구슬 같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눈이 해리 키 정도의 높이가 될 때까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뱀이 윙크를 했다.


해리는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들리와 피어스가 생각보다 조금 더 멀리 간 것을 확인하고 다시 뱀을 보았다. 뱀에게 윙크를 했다.


뱀은 고개를 버논 이모부와 두들리가 사라진 쪽으로 홱 돌린 뒤 눈을 천장으로 치켜떴다. 그리고는 해리에게 아주 분명하게 “언제나 저런 녀석이 있단 말야.” 라고 말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역시.”


해리가 작게 말했다. 집중해서 들으니 해리의 입에서는 말이 아니라 작은 쉿쉿 거리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성가시긴 하지?”


다시 한 번 해리가 파셀통그로 말했다. 그러자 뱀이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브라질에 가본적은 없지?”


뱀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널 돕고 싶지만 너는 아마 그 우리에서 나오면 다시 잡히거나 살해 될 거야.”


뱀이 잠시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짓더니 우울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남은 하루 잘 보내.”


해리가 역시 쉿쉿 거리는 소리로 작별 인사를 건네고 유리에서 떨어졌다. 보아뱀이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때 해리 뒤에서 그들 둘 모두를 소스라치게 하는 귀청이 터질 듯한 외침 소리가 들렸다.


“두들리! 더즐리 씨! 이리 와서 이 뱀이 하고 있는 짓 좀 보세요! 아마 믿지 못할 거예요!”


두들리가 뒤뚱거리며 그들에게로 걸어왔다.


“넌 저리 비켜.” 두들리가 해리의 가슴팍을 퍽 치며 말했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해리는 살짝 피해서 맞는 척 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별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해리는 그 뱀이 사살되기 원하지 않았으므로, 뱀이 풀려나길 원하지 않았고 유리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두들리와 피어스가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대자 뱀이 몹시 실망한 표정으로 다시 잠에 빠져 버렸던 것이다.


실망한 두들리와 피어스는 해리를 쳐다보며 괴롭히려 했지만 해리가 열심히 딴청을 피우는 것으로 둘은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돌아가는 차 안에서 피어스가 말을 꺼냈다.


“해리가 그 뱀에게 말을 걸고 있었어요. 안 그래, 해리?”


버논 이모부는 피어스가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리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그는 화가 잔뜩 났는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당장... 벽장에 가서... 처박혀 있어... 밥은 없다.”


라고 말하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자 페투니아 이모는 얼른 달려가 그에게 커다란 브랜디를 갖다 주었다.


한참동안이나 어두운 벽장 속에 누워 있게 된 해리는 시계가 필요하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금 몇 시인지 혹은 더즐리 부부가 잠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잠들었다면 부엌으로 몰래 숨어들어가 몇 가지 먹을 걸 가져가다 먹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해리는 그리고 이 기회에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분명 대한민국의 한 원룸에서 책을 읽다가 책 속으로 들어온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 이름은.... 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해왔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분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지만, 이름만큼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어서 앞으로의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의 머릿속은 차분하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앞으로 어마어마한 시련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법사의 돌을 구하는 것부터, 비밀의 방에서 지니를 구해야 했고, 디멘터로부터 시리우스를 구해야 했으며, 트리위저드 시합에 나가야 했고, 마법부에서 죽음을 먹는 자들과 싸워야 했으며, 덤블도어의 죽음을 목격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호크룩스를 제거해서 볼드모트를 죽여야 했다.


해리가 머릿속을 다시 한 번 재조합해 나가기 시작했다.


“마법사의 돌은 어차피 꺼낼 수 없어.”


해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마법사의 돌은 진짜 해리 포터가 가지 않았어도 퀴렐은 꺼낼 수 없었고, 곧 도착할 덤블도어에게 사살 당했을 것이다.


“리들의 일기장...”


호크룩스 중 하나였던 리들의 일기장을 떠올렸다. 분명 지금의 해리라면 내년에 루시우스 말포이가 지니 위즐리에게 슬쩍 집어넣은 리들의 일기장을 빼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어떻게 호크룩스를 파괴한단 말인가. 실제로 대부분의 호크룩스들은 바실리스크의 독과 그걸 흡수한 그리핀도르의 칼로 파괴가 되었다.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리핀도르에 들어갈 수 없을 거야.


분명히 나는 머리가 비상하다는 소리를 들었으며, 아이큐 테스트에서 160이 나올 정도로 수재였다. 그러나 내 인생을 되돌려 봤을 때 내가 용기 있는 선택을 했는가는... 다른 문제였다.


그리핀도르에 들어가는건 둘째 치더라도... 그리핀도르의 칼을 뽑을 수 있을까.


그리고 퀴디치.


진짜 해리 포터는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수색꾼이였다. 그러나 그는 운동신경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결투에서도 살아남아야 했다.


슬그머니 트릴로니가 했던 예언이 떠올랐다.


‘그들은 다른 한쪽이 살아 있는 한은 어느 쪽도 살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손에 죽으리라...’


그리고 해리는 자신이 그 어느 한쪽에 올라선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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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마법사의 돌 - 제12장 거울 속 두 명의 해리 +3 20.10.15 874 14 42쪽
12 마법사의 돌 - 제11장 렁스키 페인트 +2 20.10.14 625 17 27쪽
11 마법사의 돌 - 제10장 할로윈 +2 20.10.13 666 15 31쪽
10 마법사의 돌 - 제9장 빗자루와 알로호모라 +1 20.10.13 726 16 50쪽
9 마법사의 돌 - 제8장 마법의 약 선생님과 나머지 공부 +2 20.10.12 750 15 31쪽
8 마법사의 돌 - 제7장 이상한 마법의 분류 모자 +2 20.10.12 864 13 32쪽
7 마법사의 돌 - 제6장 위즐리와 그레인저와 롱바텀 +4 20.10.11 889 17 46쪽
6 마법사의 돌 - 제5장 두 개의 지팡이 +3 20.10.10 988 13 52쪽
5 마법사의 돌 - 제4장 사냥터지기 해그리드 +8 20.10.10 981 15 28쪽
4 마법사의 돌 - 제3장 관심없는 이상한 편지들 +4 20.10.09 1,070 19 30쪽
» 마법사의 돌 - 제2장 사라지지 않는 유리창 +4 20.10.09 1,414 21 27쪽
2 마법사의 돌 - 제1장 살아남은 아이 +6 20.10.09 1,494 17 1쪽
1 시작 - 제0장 나 +6 20.10.09 2,086 2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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