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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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ark
작품등록일 :
2020.10.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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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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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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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돌 - 제5장 두 개의 지팡이

DUMMY

다음날 아침 해리는 잠에서 깼다. 새벽녘에 일어난 것을 보니 꽤나 기대하고 흥분한 것 같았다.


“좋아.”


그는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갑자기 똑똑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해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의 몸에서 해그리드의 무거운 코트가 툭 떨어졌다. 밤사이 폭풍이 멈추었던지, 오두막에는 어느새 햇빛이 가득했고, 해그리드는 푹 꺼진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부엉이 한 마리가 부리에 신문을 물고 발톱으로 창문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해리는 부리나케 창분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창문으로 가서 곧장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부엉이가 얼른 날아들더니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해그리드의 머리맡에 신문을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마룻바닥 위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해그리드의 코트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해리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부엉이는 신문 값을 받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지만 해그리드는 아무 생각 없이 자고 있었다.


“해그리드!”


해리가 해그리드를 불렀다.


“부엉이가-”

“심부름 값을 주렴.”


해그리드가 소파에서 툴툴거렸다.


“뭐라구요?”

“그 녀석은 신문 배달료를 받겠다는 거야. 주머니들을 뒤져 봐.”


해그리드의 코트에는 온통 주머니들밖에 없는 것 같았다. 열쇠 꾸러미가 나왔고, 총알, 구슬, 박하사탕, 차 봉지까지 나온 뒤에야... 마침내 해리는 이상하게 생긴 동전 한줌을 꺼냈다.


“5크넛을 줘.”


해그리드가 아직 졸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넛이요?”

“청동으로 만든 작은 동전들 말야.”


해리가 작은 청동 동전 다섯 개를 세자, 부엉이는 기다렸다는 듯 조그마한 가죽 주머니가 매달린 다리를 쭉 내밀었고 해리가 그 안에 돈을 집어넣자마자 열린 창문으로 홱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해리는 그제야 마법사들의 동전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해그리드의 주머니에는 황금 갈레온 두 개와, 은 시클 다섯 개, 그리고 한줌의 크넛들이 들어있었다. 황금 갈레온에는 날개를 피고 있는 용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영어로 갈레온 이라고 적혀 있었다. 은 시클은 갈레온 보다는 작았으며, 500원 짜리 만한 크기였다. 그나마 깨끗한 은색이라 가장 동전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은 시클에는 옆을 보고 있는 용이 그러져 있었다. 크넛은 100원 짜리만한 동전이었는데 유일하게 용이 아닌 뿔이 두 개 난 사슴이 세공되어 있었다.


“그건 바이콘이야. 난 왜 크넛에는 용이 없는지 불만이란다.”


동전을 유심히 바라보는 해리에게 해그리드가 툴툴거렸다.


“빨리 떠나는 게 좋겠다, 해리. 오늘은 할 일이 많거든. 런던에 가서 학교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다 사야 해.”


해리는 마법사 동전들을 뒤집어 보고 다시 주머니에 쏟아 넣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는 걸 기억했다.


“해그리드?”

“음?”


해그리드가 큼지막한 부츠를 잡아당겨 신으며 말했다.


“전 돈이 없어요. 그리고 버논 이모부가... 돈을 내지는 않겠다고 한 것 같은데요...”

“그건 걱정 마.”


해그리드가 일어서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네 부모님이 네게 유산을 한 푼도 남겨두시지 않았을 것 같니?”

“유산이요?”

“그러고 보니 먼저 그린고트부터 들러야겠군. 마법사들의 은행 말야. 소시지 하나 먹어. 식었어도 먹을 만해. 그전에 네 생일 케이크를 조금 먹어도 될까?”

“마법사들에게도 은행이 있어요?”

“그린고트 하나뿐이야. 도깨비들이 운영하지.”


해리는 해그리드가 건네준 소시지를 베어 물며 물었다.


“도깨비요?”

“그래. 그러니까 그 은행을 털려고 하는 건 미친 짓이란 말이야. 도깨비들 일에는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 해리. 네가 뭔가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다면, 세상에서 그린고트만큼 안전한 장소는 없어. 호그와트를 빼면 말야. 사실, 난 어쨌든 그린고트에 좀 가봐야 해. 볼일이 있어서 말야.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셨거든. 호그와트 일로.”


해그리드가 으스대며 어깨를 세웠다.


“그 분은 중요한 일은 언제나 날 시키거든. 너를 데려오거나, 그린고트에서 뭘 가져 오거나 뭐 그런 것 말야. 그 분이 날 대단히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야. 다 챙겼니? 그럼, 가자.”


해리는 해그리드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입을 다문 채로 해그리드를 따라 바위 위로 나왔다. 하늘은 이제 티 없이 맑았고 바다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버논 이모부가 빌렸던 배는 폭풍으로 바닥에 물이 가득 고인 채 그 자리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여기에 뭘 타고 오셨어요?”


해리가 해그리드에게 물었다.


“음. 날아왔지.”


해그리드가 말했다.


“날아왔다구요?”

“그래. 하지만 돌아갈 땐 이걸 타고 갈 거야. 너를 찾았으니 마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지.”


배에 자리를 잡자, 해리는 해그리드가 날으는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걸 상상하며 혹시나 시리우스의 오토바이가 근처에 있는지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래도 노를 저어 가는 건 좀 창피한 일인 것 같군.”


해그리드는 해리를 또 한 번 힐끗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일, 저, 조금만 더 속도를 낸다면, 호그와트에는 비밀로 해 줄래?”

“물론이죠.”


해리가 마법을 더 보고 싶어 얼른 대답했다. 해그리드가 그 핑크빛 우산을 다시 쭉 내밀고, 배 옆구리를 두 번 탁탁 치자 배가 갑자기 육지 쪽으로 내달렸다.


“그린고트는 어디에 있나요?”


해리가 물었다.


“오, 우리가 지금 가려는 곳에 있단다. 그린고트에 대해 좀 알고 싶니?”


해그리드가 해리의 표정을 보고 말했다.


“네.”

“음..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마법으로 지키고 있다고 한 대. 그리고 사람들이 그러는데 금고실을 지키는 용들이 있대. 그리고 그린고트까지 찾아가기도 어려워. 그린고트는 런던 지하 수백 킬로미터 되는 곳에 있거든. 지하철 저 밑이지. 뭔가를 간신히 솟ㄴ에 넣었다 해도 빠져 나오려고 하다가 굶어죽고 말거야.”


해리는 해그리드가 ‘예언자 일보’를 읽고 있는 동안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아마 해그리드는 오늘 마법사의 돌은 인계 받을 것이고, 퀴렐은 그것을 훔치려고 하다가 실패할 것이다.


“마법부가 또 일을 망쳐놓았군.”


해그리드가 신문을 넘기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마법부요?”


해리가 물었다.


“아.”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마법부가 잇단다. 마법사들도 지켜야 할 법이나 규정 같은 게 있거든 그걸 관리하고 법을 제정하지. 뭐, 사람들은 덤블도어가 마법부 장관이 되길 바랐지만, 그 분이 호그와트를 떠나려 하지 않아서, 코넬리우스 퍼지 노인지 그 직을 맡으셨지. 아주 실수투성이의 사람이야. 그래서 그는 조언을 구하느라, 아침마다 덤블도어에게 수십 마리의 부엉이들을 보내지.”

“또 다른 일들은 무얼 하나요?”

“글쎄, 주요 임무중 하나는 나라 이곳저곳에서 아직도 마녀와 마법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머글들이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이게 더 주요 임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알지 못하게요?”

“그래. 해리,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마법을 알고 싶어 하거든. 그러니까 그저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


해리는 해그리드가 고작 20년이 지나면 머글들이 마법보다 놀라운 여러 가지 기기를 만들고 사용하는걸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잠시 생각했다. 바로 그때 배가 항구 벽에 부드럽게 부딪혔다. 해그리드는 신문을 접었고, 그들은 힘겹게 돌계단 위로 올라가 거리로 나갔다.


그들이 작은 마을을 지나 기차역으로 걸어갈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해그리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해리는 그들을 탓할 수가 없었다. 해그리드는 보통 사람들보다 키가 두 배는 더 컸을 뿐만 아니라,


“저것 봐, 해리? 머글들이 만들어낸 저 물건들 말야, 거참.”


하며 주차 시간 자동 표시기 같은 아주 평범한 것들을 가리키며 계속해서 손가락질을 했던 것이다.


“해그리드.”


해리가 쫓아가느라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해그리드는 용에 관심이 있나요?”


해리의 말에 해그리드가 움찔 놀랐다.


“아까 그린고트에 용이 있다고도 하셨고...”

“아, 그렇지.”


해그리드가 해리의 말에 안심이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랄까,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는 거지.”


해그리드가 덧붙였다.


“난 용을 갖고 싶어.”

“용을 갖고 싶다구요?”

“난 어렸을 때부터 용이 갖고 싶었어. 자, 가자.”


그들이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마침 5분 뒤에 출발하는 런던 행 기차가 있었다. 해그리드는 ‘머글 돈’ 그러니까, 지폐를 거의 사용할 줄 몰랐으므로 해리에게 수표를 주어 기차표를 사게 했다. 물론 기차료를 수표로 샀으므로 역무원들은 그들을 더욱 수상하게 보았다.


기차에 타자 사람들은 그들을 훨씬 더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해그리드는 두 좌석을 차지하고 앉아 밝은 노란색의 서커스 천막 같은 것을 뜨고 있었다.


“편지 갖고 있지, 해리?”


그가 바늘 땀 수를 세며 물었다.


해리는 주머니에서 양피지 봉투를 꺼냈다.


“좋아.”


해그리드가 말했다.


“거기에 네가 필요한 것들의 목록이 다 적혀있어.”


해리는 그 전날 밤에는 미처 읽지 못했던 두 번째 종이를 펼쳐 들었다.


그 쪽지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교복

1학년 학생들이 필요한 것들 :

1. 무늬 없는 긴 망토 세 벌(검정색)

2. 일상용 뾰족한 모자 하나(검정색)

3. 보호 장갑(용 가죽이나 그와 유사한 것)

4. 겨울 망토 하나 (검정색에 은색 단추)

학생들의 모든 옷에는 반드시 이름표를 붙이기 바랍니다.


교과서

모든 학생들은 다음 책을 한 권씩 준비하기 바랍니다 :

<표준 마법서(1학년)>, 미란다 고시오크 지음

<마법의 역사>, 바틸다 백셧 지음

<마법 이론>, 아달버트 와플링 지음

<초보자를 위한 변신술 지침서>, 필리다 스포어 지음

<마법과 마법의 약>, 아르세니우스 지거 지음

<기이한 짐승들과 그것들을 찾을 수 있는 장소>, 뉴트 스캐맨더 지음

<어둠의 힘 : 방어법 지침서>, 쿠웬틴 드림블 지음


다른 용품

요술지팡이 하나

큰 냄비 하나

유리나 크리스탈 약병 하나

망원경 하나

놋쇠 저울 하나

학생들은 또 부엉이나 고양이, 혹은 두꺼비를 가져와도 괜찮습니다.


학부형님들께서는 첫 1년 동안은 학생들에게 개인의 빗자루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이걸 다 살 수 있어요?”

“어디서 살 수 있는지만 알고 있다면.”


해리의 질문에 해그리드가 말했다. 물론 해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해그리드가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도 눈에 들어왔다.


<기이한 짐승들과 그것들을 찾을 수 있는 장소>, 뉴트 스캐맨더 지음


줄을 읽으면서 웃음을 참아야 했기 때문이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스캐맨더의 행적 중 일부를 다룬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라는 영화가 개봉했었기 때문이다.


해그리드는 어디를 가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는 분명 정상적인 방법을 이용해 그곳에 가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는 지하철 개찰구에 몸이 갇히는가 하면, 자리는 너무 비좁고 기차는 너무 느리게 간다며 큰소리로 불평을 해댔었다.


“난 머글들이 마법 없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도무지 모르겠단 말야.”


그가 가게들이 죽 늘어선 북적거리는 도로까지 연결된 망가진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며 이렇게 말했다. 해그리드는 그 큰 몸집으로 어찌나 쉽게 인파를 뚫고 지나가던지 해리는 그저 그의 뒤에 꼭 붙어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들은 서점과 레코드 가게와 햄버거 레스토랑과 극장들을 지나갔지만 요술 지팡이를 파는 곳은 이런 곳에 있을 리 없었다. 이곳은 그저 보통 사람들로 붐비는 평범한 거리에 불과했다.


“바로 이곳이로군.”


해그리드가 발을 멈추며 말했다.


“리키 콜드런. 유명한 곳이지.”


그곳은 아주 작고, 지저분하게 보이는 술집이었다. 해그리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않았다면, 해리는 그 술집이 리키 콜드런 이라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급히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곳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들은 마치 리키 콜드런을 볼 수 없기라도 한 듯 대형 서점이나 그 반대편의 레코드 가게만 훑어보았다. 사실 해리는 자신과 해그리드 만이 그 술집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글 방지 주문 같은 것이 걸려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해그리드가 그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유명한 장소 치고는 그곳은 아주 어두침침하고 지저분했다. 노파 몇 명이 한쪽 구석에 앉아 아주 작은 술잔으로 백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긴 담뱃대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뾰족한 모자를 쓴 자그마한 남자 하나는 대머리에다 꼭 호두처럼 생긴 이빨 빠진 늙은 바텐더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들이 걸어 들어가자 웅성대던 소리가 딱 멈췄다. 모두 해그리드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손을 흔들며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고, 바텐더는 술잔으로 손을 뻗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느 때 마시던 걸로 하겠소, 해그리드?”

“마실 수 없어, 톰. 호그와트 일을 하고 있는 중이거든.”


해그리드가 커다란 손으로 해리의 어깨를 탁 때려 해리의 무릎을 휘청이게 하며 말했다.


“아아.”


톰이 해리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이 애가- 그럼 이 애가-?”


리키 콜드런이 갑자기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런.”


톰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해리 포터... 이렇게 영광스러울 데가.”


그는 허둥지둥 바 뒤편에서 나와, 급히 해리 쪽으로 가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돌아온 것을 환영해요, 포터군. 돌아온 걸 환영해.”


해리는 톰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모두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담뱃대를 물고 있던 노파는 불이 꺼진지도 모르는 채 계속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술을 따르던 노인은 술이 잔에 흘러넘치기 직전이 되어서야 술병을 들어 올렸다. 해그리드는 밝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는 여기저기에서 드르륵드르륵 의자들이 마루를 긁어대는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다음 순간, 해리는 어느새 리키 콜드런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있었다.


“도리스 크록포드네, 포터군. 마침내 자네를 만나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군.”

“너무나 자랑스럽네, 포터군. 그저 자랑스러울 뿐이야.”

“언제나 자네와 악수를 하고 싶었지. 가슴이 두근거리는군.”

“반갑네, 포터군. 뭐라 말할 수가 없군. 디글일세, 데달루스 디글.”


맥고나걸 교수가 <마법사의 돌> 초반에 분별없는 사람이라고 했던 데달루스 디글이 악수를 청해왔다. 데달루스 디글은 흥분하여 뾰족한 모자가 옆으로 쓰려지려 하는 것도 모른 채


“어떤 가게에서 인사했던 거 기억하나?”


라고 물었고,


“아! 기억해요. 저에게 인사를 하셨었죠.”


라고 해리가 대답했다.


“기억을 하는구만!”


데달루스 디글이 모두를 둘러보며 외쳤다.


“들었나? 이 애가 날 기억 한다구!”


해리는 다시 계속해서 악수를 했다. 도리스 크록포드는 몇 번이고 다시 왔다.


그리고 마침내, 얼굴이 창백한 한 젊은 남자가 아주 초조한 모습으로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한쪽 눈은 씰룩씰룩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퀴렐이군-


“퀴렐 교수님!”


해그리드가 말했다.


“해리, 퀴렐 고수님은 호그와트에서 널 가르쳐줄 선생님들 중 한 분이셔.”

“포-포-포터.”


퀴렐 고슈는 해리의 손을 덥석 잡으며 더듬더듬 말했다. 순간 불쾌한 생각에 손을 빼려 했지만 퀴렐의 뒤통수에는 아직 볼드모트가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손에 힘을 뺐다.


“자네를 마- 만나다니 이-이렇게 기-기쁠 데가.”

“교수님은 어느 과목을 맡으시나요?”

“어-어-어둠의 마법을 막는 바-방어법이지.”


퀴렐 교수는 그것에 대해 생각조차 하기 싫은 듯 비밀스럽게 말했다.


“그게 피-필요하다는 말은 아-아니겠지, 포-포-포터?”


그는 초조하게 웃었다. 해리는 순간적으로 ‘당신의 뒤통수에 달릴 사람에게 맞서려면 필요하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퀴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준비물은 모두 잘 채-챙겨가야 할걸? 난 흡혈귀에 관한 새 채-책을 좀 차-찾아야 해.”


바로 그 말을 할 때 그의 모습은 더욱 긴장되어 보였다. 하긴, 지금부터 그린고트에 물건을 훔치기 위해 들어가야 한다면 누구나 더욱 긴장될 것이다. 그리고 퀴렐에게 콧방귀를 뀌고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다른 사람들이 또다시 악수를 요청해왔다. 사람들 모두에게서 빠져 나오는 데는 거의 10분이 걸렸다. 마침내 해그리드는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는 사람들 너머로 간신히 이렇게 말했다.


“이제 가야만 해. 살 게 많아. 자, 해리.”


도리스 크룩포드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리와 악수를 했고, 해그리드는 그 술집을 빠져 나와 쓰레기통과 잡초 몇 개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벽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안마당으로 나왔다.


해그리드는 해리를 보고 씩 웃었다.


“내가 말했지? 넌 유명하다고 말야. 퀴렐 교수님조차 너를 만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잖아. 하지만 착각하지는 마, 그분은 원래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시니까.”

“그분은 긴장 할 만 한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해리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러나 해그리드는 해리가 겸손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아니, 그렇긴 하지. 가엾은 분이긴 해. 하지만 대단히 훌륭하신 분이야. 책을 보면서 연구하실 때는 괜찮았는데 직접 경험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셨다가 1년 만에 그만... 사람들이 그러는데 ‘어둠의 숲’에서 흡혈귀들을 만나셨대. 그리고 어떤 심술궂은 마녀와 약간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나 봐. 그 이후론 결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으셨대. 학생들을 무서워하고,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무서워하고 말야. 그런데, 내 우산이 어디에 있지?”


흡혈귀? 마녀? 해리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퀴렐은 분명 1년 만에 볼드모트를 만났으며, 물론 심술궂긴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심각한 문제를 겪었을 것이다. 그 동안 해그리드는 담에 기대어져 있는 쓰레기통 위쪽의 벽돌수를 세고 있었다.


“위로 세 개..., 가로로 두 개...”


그가 중얼거렸다.


“좋았어. 뒤로 물러서, 해리.”


그는 우산 끝으로 담을 세 번 탁탁 두드렸다.


그러자 그가 두드린 벽돌이 흔들흔들하더니 가운데에, 작은 구멍 하나가 나타나 점점 더 넓어졌고 잠시 뒤엔 좀 삐뚤어지긴 했어도 아주 멋진, 그리고 해그리드가 빠져나가기에도 충분히 큰 통로가 생겼다.


“다이애건 앨리에 온 걸 환영해.”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는 여기저기는 관심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해리를 보고 싱글싱글 웃었다. 그들은 그 통로를 지나갔다. 어깨 너머로 흘끗 바라본 해리는 그 통로가 다시 순식간에 오그라들어 딱딱한 벽이 되는 걸 보았다.


태양이 바로 옆 가게 에 쌓아둔 큰 냄비들 위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접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롯해 각종 크기의 청동, 놋쇠, 양은, 은 냄비들이 죽 진열되어 있었다.


“그래, 너도 하나는 있어야 할 거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하지만 먼저 돈을 찾아야 해.”


해리는 눈을 여덟 개 쯤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걸어가며 가게며, 가게 바깥에 놓인 물건들이며, 쇼핑하는 사람들 등 모든 걸 한꺼번에 보려고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렸다. 약국 앞에 서 있던 어떤 살찐 여자는 그들이 지나가자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용의 간이 온스 당 7시클이나 한다구? 미친놈들...”


해리는 순간적으로 ‘원작에서 10시클이 빠진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곧 ‘이이롭스 부엉이 백화점’ 이라는 표지판이 붙은 한 어두컴컴한 상점에서 황갈색 부엉이, 외양간 부엉이, 갈색 부엉이, 눈 부엉이 등 부엉이들이 부엉부엉 우는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들으며 흘려버렸다. 그리고 또 해리 또래의 남자 아이 대 여섯 명이 창문에 코를 바짝 붙이고 빗자루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저것 봐.”


해리는 그들 가운데 한 아이가 하는 말을 들었다.


“가장 빠른 님부스 2000을 새로 들여 놓았네.”


그곳에는 긴 망토를 파는 상점이며, 망원경과 은으로 만든 이상한 기구를 파는, 해리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상점들이 있었는데, 창가에는 박쥐 지라와 뱀장어 눈알이 가득 담긴 드럼통과, 마법서, 깃펜, 양피지 두루마리, 약병, 달 모양으로 둥글게 만든 공 등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그린고트가 저기 있군.”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들은 다른 작은 상점들 위로 우뚝 솟아있는 새하얀 건물로 다가갔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청동 문 옆에 서서, 진홍색과 황금빛의 단복을 입고 있는 것은-


“그래, 그게 바로 도깨비야.”


하얀 돌계단을 따라 그 도깨비에게 걸어가며 해그리드가 나직이 말했다. 그 도깨비는 해리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작았다. 해리는 그 도깨비가 영리해 보이는 가무잡잡한 얼굴에, 뾰족한 수염을 기르고 있었으며, 손가락과 발가락이 아주 길다는 걸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그 도깨비가 인사를 했다.


그들은 이제 은빛이 나는 두 번째 문 앞에 와 있었다. 문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들어오시오, 낯선 이여. 하지만 명심하시오.

탐욕의 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일하여 얻지 않은 것을 가져가는 이들은,

반드시 그 죄과를 치를게 될 것이오.

그러니 만일 우리의 마룻바닥 밑에서

결코 당신의 것이 아닌 보물을 찾게 된다면,

도둑이여, 경고하노니, 주의하시오.

그곳에서 보물보다 더 귀한 것을 발견하도록.


해리는 그 문구를 들으며, 약 6년 뒤에 어떤 방식으로든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의 금고에서 후풀푸프의 잔을 꺼내 와야 하는 것을 잠시 상기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보물을 훔치려고 하는 건 미친 짓이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은빛 문을 지나가자 도깨비 두 명이 그들에게 인사했고, 그들 앞에는 넓은 대리석 홀이 나왔다. 170명이 넘는 도깨비들이 길다란 카운터 뒤편의 높은 의자에 앉아 무덤의 커다란 받침돌에 서명을 하거나, 놋쇠 저울로 동전들의 무게를 달거나, 확대경을 눈에 끼고 보석들을 감정하고 있었다. 그 홀로 통하는 문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았고, 그보다 더 많은 도개비들이 사람들을 이 문 저 문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해그리드와 해리는 카운터로 향했다.


“안녕하시오.”


해그리드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도깨비에게 말했다.


“우린 해리 포터씨의 금고에서 돈을 좀 꺼내 가려고 왔소.”

“열쇠가 있소, 선생?”

“저기 어딘가에 있을 거요.”


해그리드는 이렇게 말하고는 그 카운터 위에다 주머니에 있는 것들을 다 비우고 케케묵은 강아지 비스킷 한줌을 도깨비의 책 위에 뿌리자 그 도깨비가 코를 씰룩거렸다. 해리는 그들의 오른쪽에 있는 도깨비가 달아 오른 석탄만큼이나 큰 루비 더미의 무게를 다는 걸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찾았다.”


해그리드가 마침내 쬐그마한 황금빛 열쇠 하나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도깨비는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맞는 것 같군요.”

“난 또 덤블도어 교수님의 편지도 가져왔소.”


해그리드가 가슴을 쭉 펴고, 거드름을 피며 말했다.


“그건 713번 금고에 있는 그것에 관한 것이오.”


도깨비는 편지를 주의 깊게 읽었다.


“알겠소.”


그가 편지를 해그리드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사람을 시켜 당신들은 두 금고에 데려다 주도록 하겠소. 그립훅!”


그립훅은 또 다른 도깨비였다. 해그리드는 일단 강아지 비스킷들을 다시 주머니에 쑤셔 넣고, 해리와 함께 그립훅을 따라 그 홀로 통하는 문들 가운데 하나로 향했다.


“미안하구나, 해리. 나는 713번 금고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어. 그러니까 묻지 마렴. 덤블도어 교수가 날 믿고 일을 맡긴 건데 네게 그걸 말하면 난 파면당할 거야.”


해리가 다른 생각에 잠겨있자 해그리드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


해리가 대답했다.


그립훅이 그 사이 그들을 위해 그 문을 열어 주었다. 그들은 활활 타는 횃불로 밝혀진 좁다란 석조 통로에 들어와 있었다. 그 통로는 아래쪽으로 가파르게 경사져 있었는데 바닥에는 철도 자국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립훅이 휙 하고 휘파람을 불자 작은 궤도차가 트랙을 타고 그들이 있는 위쪽으로 올라왔다. 해그리드가 어렵사리 올라탔고, 그들이 오르자마자 궤도차가 출발했다.


처음에 그들은 그저 꼬불꼬불한 미로를 지나갔다. 해리는 굳이 기억하려 하지 않았지만 조금 멀미가 나는 것 같았다. 차가운 맞바람을 맞고 지나는 동안 눈이 시렸지만, 해리는 계속해서 눈을 뜨고 있었다. 한번은, 어떤 통로 끝에서 폭발하는 불빛을 본 것 같아 혹시 용인가 보려고 몸을 비틀었지만 너무 늦고 말았다. 그들은 엄청나게 큰 종유석과 석순이 천장에서 바닥까지 자란 지하의 호수를 지나, 훨씬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그립훅, 그린고트에 정말 용이 있나요?”


해리가 궤도차의 소음 너머로 그립훅에게 소리쳤다.


“그런 소문을... 들었거든요.”


해리가 슬쩍 해그리드를 보며 말했다. 해그리드가 멀미가 나는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슬쩍 그립훅을 쳐다보았다.


“말할 수 없소. 그건 일급 기밀이거든.”


그립훅이 약간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린고트가 얼마나 철저히 보물들을 지키는지 알리기엔 좋은 소문이군.”


궤도차가 마침내 통로 벽에 나 있는 작은 문 옆에 멈춰 서자, 해그리드는 얼른 내려 무릎을 후들거리며 벽에 기대섰다.


그립훅이 문의 자물쇠를 열었을 때 해리는 눈을 가려야 했다. 뿌연 초록빛 연기가 소용돌이치며 흘러나오더니 곧이어 산더미 같이 쌓인 황금 동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은도 잔뜩 늘어서 있었고, 작은 청동 크넛도 한 무더기 있었다.


“다 네 거야.”


해그리드가 미소를 지었다.


해리는 생각보다 많이 놀랐다. 그건 정말로, 정말로 너무 많았던 것이다. 정확한 개수를 세 보진 못하겠지만 어림잡아 갈레온의 개수를 유추해 보았다. 이만큼이 열 개.. 그럼 이정도가 백개... 해리가 예상할 때 최소한 백만 개 이상의 갈레온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즉, 제임스 포터와 릴리 포터는 어마어마한 유산을 해리 포터에게 남긴 것이었다.


해그리드는 해리가 그 일부를 주머니에 담는 걸 도와주었다.


“황금빛 동전은 갈레온이야.”


그가 해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17은 시클이 1갈레온이고 29크넛은 1시클이니까, 그거면 충분해. 좋아, 두 학기 정도 보내는 데는 그거면 충분할 테니, 나머지는 여기에 안전하게 보관해 두도록 하자.”


해그리드는 해리에게 갈레온 마흔 개와, 은 시클 서른 개, 그리고 크넛은 개수도 세지 않고 작게 한줌 정도를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그는 그립훅에게로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713번 금고로 갑시다. 그런데 좀 천천히 갈 수 있을까요?”

“궤도차는 한 속도로만 움직여요.”


그립훅이 말했다.


그들은 이제 훨씬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고,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엇다. 그들이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모퉁이를 휙 돌자 공기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궤도차가 지하의 좁을 터널을 덜컥거리며 지나갈 때, 해그리드는 토하려는 것을 참으려고 눈을 감고 있었다.


713번 금고에는 열쇠 구멍이 없었다.


“뒤로 물러서시오.”


그립훅이 으스대며 말했다. 그가 길다란 손가락 하나로 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문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그린고트의 도깨비 이외의 누구라도 그렇게 했다간, 문으로 빨려들 어가 안에 갇히고 말 거요.”


그립훅이 말했다.


“그럼 뼈로 발견되겠군요. 순찰 주기가 얼마나 되죠?”


해리가 물었다. 해그리드가 너무 복잡한 어휘에 놀라지 않을까 했으나, 해그리드는 심호흡 중이였다.


“10년에 한 번씩.”


그립훅이 다소 불쾌하게 씩 웃으며 말했다.


해리는 이 1급 금고 안에 정말로 굉장한 것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굳이 궁금한 척 하지 않았다. 슬쩍 보니 해그리드가 더러운 작은 꾸러미 하나를 들어서 코트 속 깊숙이 밀어 넣었다.


“자, 이 지긋지긋한 궤도차를 타고 돌아가자. 그리고 돌아갈 땐 아무 말 하지 마. 신경을 쓰지 않는 게 멀미가 나지 않을 것 같으니까.”


해그리드가 말했다.


제멋대로 난폭하게 달리는 궤도차를 타고 나온 뒤 그들은 그린고트 밖에서 눈부신 햇살에 눈을 깜박이며 서 있었다. 해리는 돈이 가득 든 가방을 갖게 되자 빨리 물건들을 사고 싶었다. 그가 기억할 때 환율이 1갈레온이 5파운드라고 했던 작가의 말을 기억했지만, 물건들을 보면 그것과는 약간 다른 것 같았다.


지나가다 본 상점에서 가장 작은 쓸데없는 사탕이 1크넛이였으며, 중간크기의 아이스크림이 5크넛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토스트나 음료 한병이 1시클이라는 가게도 보았다. 시대를 감안해서 1크넛이 한화로 가정하여 100원이라고 가정하면, 1시클은 약 3000원이고, 1갈레온은 5만원 정도의 가치를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


“우선 교복을 사는 게 좋겠다.”


해그리드가 고개로 ‘말킨 부인의 망토 가게’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해리, 내가 리키 콜드런에 잠깐 가서 한 잔만 하고 와도 괜찮겠지? 그린고트의 고속 궤도차는 언제 타도 끔찍하단 말야.”


해리는 자신도 속이 좋지 않아 맥주 한잔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은 열한 살이라는 걸 상기하며 해그리드를 보내고 혼자서 말킨 부인의 가게로 들어갔다. 말킨 부인은 땅딸막한 마녀였는데, 연한 자줏빛 옷을 입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도 호그와트니?”


해리가 막 말을 꺼내려고 하자 그녀가 말했다.


“여기 많이 있단다. 실은, 또 다른 아이가 지금 막 입어보고 있지.”


그 가게 뒤편에서는 또 다른 마녀가 발판 위에 서 있는 창백하고 갸름한 얼굴을 가진 남자아이의 긴 검정 망토를 핀으로 꽂고 있었다. 당연스럽게도 해리는 그가 말포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말킨 부인은 해리를 그 옆에 있는 발판에 세우고 긴 망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씌워 입히고는 적당한 길이에서 핀을 꽂기 시작했다.


“안녕.”


말포이가 말했다.


“너도 호그와트니?”

“응.”


해리가 말했다.


“우리 아빠는 옆 가게에서 내 책을 사고 계시고 엄마는 길가에서 요술지팡이를 보고 계셔.”


말포이가 말했다. 그는 따분한 목소리로 느릿느릿말하는 편이었다.


“그 다음에 난 엄마 아빠와 함께 경주용 빗자루를 보러 갈 거야. 난 왜 첫해는 자기 빗자루를 가질 수 없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어. 난 아빠를 졸라서 하나를 몰래 사갖고 들어갈 거야.”


해리는 말포이의 말투에서 두들리가 떠올랐다. 말포이도 부모가 응석받이로 키운 게 분명한 말투와, 거드름, 그리고 욕심보가 빤히 보였다.


“넌 빗자루 있니?”


말포이가 계속해서 물었다.


“아니.”


해리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퀴디치는 해 본적 있어?”

“아니.”

“난 해 봤어. 아빠는 내가 만약 우리 기숙사 대표로 뽑히지 않는다면 뭔가 크게 잘못된 거라고 말씀하시지. 나도 같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말야. 그런데 넌 어떤 기숙사에 들어가게 될지 아니?”


해리는 처음으로 당황스러웠다. 계속 미루고 있던 숙제를 들킨 기분이 들었다.


해리는 당연스럽게 그리핀도르를 원했다. 하지만 자신의 성격을 곰곰이 생각 해 보았을 때 자신이 가장 적합한 기숙사는 래번클로였다. 그러나, 론과 헤르미온느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봤을 때 어떻게든 모자를 설득해서 그리핀도르로 들어가야 하는가 문제가 있는 상태였다.


“슬리데린만 아니면 좋겠어.”


잠시 후 해리가 대답했다.


“뭐?”


말포이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우리 가족은 모두 슬리데린에서 생활했어. 나도 거기에 들어갈 거라는 걸 알고 있고. 그런데 너는 슬리데린이 제일 싫다는 거니?”

“음.. 그래.”


말포이가 기가 차다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세상에 나는 후플푸프가 최악이라고 생각했는데, 흥. 너는 분명 후플푸프에 들어갈 거야.”


말포이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저 사람 좀 봐!”


말포이가 갑자기 정문 창문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거기엔 해그리드가 해리를 보고 씩 웃으며 서서 커다란 아이스크림 두 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신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해그리드야.”


해리는 말포이에게 알려주었다.


“사냥터지기로 호그와트에서 일하지.”

“아하.”


말포이가 말했다.


“나도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어. 일종의 덩치 큰 집요정이야. 그렇지?”


해리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말포이가 잽싸게 말을 이었다.


“그래, 맞아. 야만인이라고 들었는데. 학교 운동장에 있는 오두막에 살면서 가끔 술에 잔뜩 취해서 마법을 부리려고 하다가 침대에 불을 질러놓기 일쑤라고 말야.”

“그래도 슬리데린은 아냐.”


해리가 차갑게 말했다.


“그래?”


말포이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왜 너와 함께 있는 거지? 네 엄마와 아빠는 어디에 계셔?”

“그 분들은 돌아가셨어.”


해리가 짧게 말했다. 해리는 말포이가 두들리보다 조금 더 영리하고, 남을 기분 나쁘게 하는데 폭력보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 그렇구나.”


말포이는 미안하다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분들도 우리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셨겠지, 안 그래?”

“그래, 마법사들이셨어.”

“난 그 학교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안 그러니? 그들은 우리와 다르거든. 우리의 풍습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지. 어떤 사람들이 그 편지를 받을 때 까지 호그와트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해봐. 난 그들이 마법사 가족 속에서 오랫동안 그러한 풍습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너는 성이 뭐니?”


해리가 기분 나쁜 말포이의 주장을 모두 듣고, 마법이 사실은 유전자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 조상을 쫓아 올라가면 요정이 나오며, 실제로 피가 섞인 자들은 마법사라는 사실을 말해줄까 고민을 하는 찰나, 말킨 부인이 말했다.


“다 됐다. 얘야.”


그리고 해리는 굳이 말을 꺼낼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발판에서 펄쩍 뛰어 내렸다.


“그럼, 호그와트에서 보자.”


말포이가 망토를 질질 끌며 차갑게 말했다.


망토가게에서 나온 해리는 해그리드가 사온, 땅콩가루가 박힌 초콜릿 라즈베리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왜 그러니?”


해리의 표정이 굳어있었는지 해그리드가 물었다.


“음... 어떤 아이를 만났어요.”


해리는 자신이 ‘슬리데린’이라는 기숙사 이름과 말포이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빼고 말포이의 말을 전해 주었다.


“넌 머글 가족 출신이 아냐. 만일 그 애가 네가 누군지 알았다면... 그 애의 부모가 마법사라면 그 앤 틀림없이 네 이름을 들으면서 자랐을 거야. 너도 리키 콜드런에 있는 사람들이 널 만났을 때 어떻게 했는지 보았잖아. 어쨌든, 그 애가 뭘 알겠니. 내가 만날 일부 최고의 마법사들은 오랫동안 머글들 틈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었어. 네 엄마를 봐! 그리고 그녀가 어떤 언니를 가졌는지 보라구!”


해그리드가 해리를 달래주었다.


“그리고 퀴디치라는건...”


해그리드가 해리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퀴디치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우리의 스포츠야. 마법사들의 스포츠. 그건 머글 세계에서 축구와 같아. 누구나 퀴디치를 하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하는 건데 공이 네 개 있어. 하지만 경기 규칙을 설명하기는 좀 어려워.”


그 말을 끝으로 해리와 해그리드는 양피지와 깃펜을 사러 가게에 잠깐 들렀다. 해리는 쓸 때마다 색깔이 변하는 잉크병을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가게에서 나왔다.


이후 해리의 교과서들을 사기 위해 ‘플러리시와 블러트’ 라는 서점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큰 가죽으로 장식된 책에서부터 책 표지가 실크로 만들어진 우표 크기만한 책, 이상한 기호들로 가득 찬 책들과, 안에 아무 것도 없는 책들까지 선반들이 온통 책들로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해리는 마법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이 배우고 싶었으므로 이 책 저 책을 모두 사고 싶었지만 해그리드는 교과서만을 사게 해 주었다.


교과서들을 모두 구입하고 나서, 들린 냄비 상점에서 해그리드는 양은 냄비와 약 혼합물의 무게를 다는 멋진 저울과 접을 수 있는 청동 망원경을 사게 해 주었다. 그 뒤 그들은 약재상에 들렀는데 상한 달걀과 썩은 양배추를 합한 것 같은 이상한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겉보기에는 꽤나 흥미로웠다. 마룻바닥에는 끈적끈적한 재료가 담긴 통들이 세워져 있었고, 벽에는 약초며 말린 뿌리며 밝은 분말가루 병들이 죽 세워져 있었다. 또 천장에는 깃털 더미와, 동물들의 송곳니와 발톱들이 뒤섞여 매달려 있었다.



해그리드가 카운터 뒤에 있는 남자에게 해리가 쓸 만한 기본적인 약 성분들이 있는지 묻는 동안, 해리는 하나에 5갈레온 하는 은으로 만들어진 유니콘 뿔과 한 국자에 10크넛 하는 까맣게 반짝이는 조그마한 딱정벌레 눈을 들여다보며 마법 세계에 원심분리나 성분 추출 같은 과학적 매커니즘이 도입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약재상에서 나와서 해그리드는 해리의 목록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이제 요술지팡이만 남았군. 아참, 내가 아직 네게 생일 선물을 주지 않았구나.”

“굳이 주실 필요는-”

“그건 나도 알아. 말해줄까. 난 네게 동물을 사줄 거야. 두꺼비는 아냐. 두꺼비들은 오래 전에 유행이 지났거든. 그리고 난 고양이도 좋아하지 않아. 고양이들만 보면 난 재채기를 하니까 말야. 난 네게 부엉이를 한 마리 사줄 거야. 애들은 모두 부엉이들을 갖고 싶어 하지. 굉장히 쓸모 있거든. 우편물을 보낸다거나 모든 점에서 말야.”


20분쯤 뒤 그들은 어둡고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가득 찬, 보석처럼 밝은 눈들이 깜빡대고 있는 이이롭스 부엉이 백화점 문을 나섰다.


해리의 손에는 이제 눈처럼 새하얀 예쁜 부엉이가 머리를 날개 밑에 묻고 잠들어 있는 커다란 새장이 들려 있었다. 그는 연신 부엉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해그리드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천만에.”


해그리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가 더즐리네 가족에게서 선물을 별로 받은 것 같지 않아서 말야. 이제 올리밴더스에만 가면 되는군. 요술지팡이를 파는 곳은 그곳뿐이거든. 넌 최고의 요술지팡이를 사야 해.”


요술지팡이라... 이것이야말로 해리가 정말로 걱정해 왔던 것 중 하나였다. 왜냐하면 해리는 자신이 반드시 서양호랑나무가시와 불사조의 깃으로 만들어진, 그러니까 퍽스의 꼬리깃이 들어간 지팡이를 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그 지팡이와 적합하지 않다면? 그렇게 되면 트리위저드 시합 이후에 만나는 볼드모트의 주목 지팡이에 의해 살해당할 것이 분명했다.


올리밴더의 가게는 생각보다 비좁고 초라했다. 문에 쓰여진 ‘올리밴더스 : 382 B.C. 이후 좋은 요술지팡이를 만들어온 제작자’ 라는 황금빛 글자들이 벗겨지고 있었다. 먼지투성이의 창가에는 색 바랜 보랏빛 쿠션 위에 요술지팡이가 한 개 놓여 있었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가게 깊숙이 어딘가에 있는 종이 딸랑거렸다. 자그마한 그 가게 안에는 엉성한 의자 하나만 덜렁 놓여 있었다. 해리는 마치 매우 엄격한 도서실에 들어온 것 같은 적막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천장까지 깔끔하게 쌓여있는 수천 개의 가느다란 상자들을 바라보았다. 어떤 이유에선지, 그의 목덜미에 시선이 느껴졌다.


“안녕하시오.”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해리는 소름이 끼쳤다. 해그리드는 그보다 더 놀란 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우두둑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그 약해빠진 의자에 앉아있던 그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던 것이다.


그들 앞에는 어느새 한 노인이 서 있었는데 엷은 빛깔의 둥그런 그의 눈은 어둠 속에서 마치 달처럼 빛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해리가 어색하게 말했다.


“오, 그래.”


올리밴더 씨가 말했다.


“그래, 그래, 자넬 곧 만나니라 생각했지. 해리 포터.”


그건 질문이 아니었다.


“엄마 눈을 닮았구나. 네 엄마가 첫 번째 요술지팡이를 사러 이곳에 온 게 바로 어제 같은데. 버드나무로 만들어져서 휙 하고 소리 나는 길이가 10과 4분의1 인치인 지팡이였지. 마법에 쓰기에는 아주 좋은 지팡이였다.”


올리밴더 씨가 해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섰다. 해리는 릴리 포터의 ‘첫 번째’ 요술 지팡이라면, 두 번째 지팡이도 있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하지만 네 아버지는 마호가니 지팡이를 가장 좋아했지. 11인치짜리였단다. 잘 휘었지. 힘이 약간 더 세서 변신하는 데는 최고였단다. 글쎄, 뭐랄까 네 아버진 그것을 가장 좋아하셨다. 그건 물론 마법사를 스스로 선택하는 지팡이였단다.”


올리밴더 씨는 해리와 코가 거의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해리는 그의 눈에 자신의 흉터가 비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올리밴더 씨는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해리의 이마에 난 번개 모양의 흉터를 만졌다. 해리는 손을 탁 쳐내고 싶은 생각을 참아야만 했다.


“바로 내가 판 지팡이가 그렇게 한 것이란다. 미안하구나.”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13과 1/2인치. 주목으로 만들어진 거지. 강력한 아주 강력한 요술지팡인데, 잘못된 손에 넘어갔어... 그 요술지팡이가 세상에 나와 어떤 짓을 하리라는 걸 내가 알았더라면...”


그는 고개를 젓더니 해그리드를 발견했다.


“루베우스! 루베우스 해그리드!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갑네... 오크, 16인치, 약간 휘게, 맞지?”

“그렇습니다. 맞아요.”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것도 좋은 지팡이였지. 그런데 자네가 쫓겨날 때 그들이 그걸 반으로 똑 부러뜨렸지 아마?”


올리밴더씨가 갑자기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네. 그들이 그랬어요, 맞아요.”


해그리드는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말했다.


“하지만 전 아직도 그 조각들을 갖고 있어요.”


그가 밝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것들을 사용하진 않나?”


올리밴더 씨가 날카롭게 물었다.


“아, 아뇨.”


해그리드가 얼른 대답했다. 해리는 그 지팡이가 그가 꽉 잡고 있는 핑크빛 우산 속에 들어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흠.”


올리밴더 씨가 해그리드를 날카로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럼, 자, 포터 군. 어디 좀 보지.”


그는 주머니에서 은빛 점들이 표시되어 있는 길다란 줄자를 꺼냈다.


“어느 쪽에 지팡이를 쥘 거지?”

“오른손이요.”


해리가 말했다.


“팔을 쭉 뻗어봐. 그렇지.”


그는 해리의 어깨에서부터 손가락까지의 길이를 잰 뒤, 손목에서부터 팔꿈치까지, 어깨에서 마룻바닥까지, 무릎에서 겨드랑이까지 그리고 머리 둘레를 쟀다. 그는 길이를 재면서 이렇게 말했다.


“올리밴더 지팡이 중심엔 모두 강력한 마법의 물질이 들어 있네, 포터 군. 우리 지팡이엔 유니콘 털과, 불사조 꼬리 깃털이 사용되고, 용의 심금이 담겨 있다네. 올리밴더 요술지팡이는 똑같은 게 하나도 없네. 유니콘이나, 용이나, 불사조 같은 것이 서로 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지. 그리고 우리 지팡이는 다른 마법사가 만든 지팡이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지.”


해리는 불현 듯 자신의 콧구멍들 사이의 크기를 재고 있는 줄자가 혼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올리밴더씨는 선반 주위를 날아다니며 상자들을 내리고 있었다.


“그만 하면 됐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줄자가 마룻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러면, 포터군. 이걸 한번 써보지. 너도밤나무와 용의 심금이야. 9인치고, 멋지고 유연하지. 그냥 한번 가져가서 휘둘러보게.”


해리는 지팡이를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평범했던 것이다. 영화에서 본 지팡이는 온갖 장식이 있었지만, 실제로 자신이 지금 보는 요술 지팡이는 그냥 나무로 만들어진 적당한 길이의 막대기였다. 손잡이 부분이 약간 잡기 좋게 세공되어 있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는 두들리의 스멜팅 막대가 잠깐 생각났다. 그리고 해리가 그 지팡이를 가져가 약간 휘둘러보려고 하자마자 올리밴더 씨가 그걸 그의 손에서 홱 채갔다.


“단풍나무와 불사조 깃털. 7인치. 탄력이 아주 좋지. 자 해보게.”


해리는 휘둘러보려고 했지만, 그가 그 지팡이를 거의 들어 올리지도 못하게 올리밴더 씨가 얼른 가져갔다.


“아니, 아니. 여기, 흑단과 유니콘 털에, 8과 2분의 1인치, 잘 휘지 자, 한번 해봐.”


해리는 몇 번이고 계속 시도했다. 해리는 올리밴더 씨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 알고 있었다. 지팡이가 해리를 선택할 때까지 계속하려는 것이었다. 한 번씩 휘둘러본 지팡이들이 그 약해빠진 의자 위에 점점 더 높이 쌓일 때마다, 선반에서 더 많은 지팡이들을 꺼내올 때마다 올리밴더 씨는 더 행복해 하는 것 같았다.


“정말 재밌는 손님이야, 안 그런가? 그럼 이런 건 어떨까? 우리 가게에도 딱 하나 남아있는 딱총나무 라네. 이 녀석들은 주인을 정말 까다롭게 고르거든. 딱총나무와 불사조의 깃, 12와 2분의 1인치고, 잘 휘어지며 탄성이 좋지.”


해리가 올리밴더 씨가 내민 지팡이를 집어 들자 어깨에서부터 손끝까지 강렬한 전기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해리가 지팡이를 내려 긋자 지팡이 끝에서 작은 번개 줄기가 보라색, 노란색, 붉은색으로 변하며 튀어나왔다.


“와우!”


올리밴더 씨는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고, 해그리드도 웃으며 해리를 격려했다.


하지만 해리는 알고 있었다. 트리위저드 시합 끝에 볼드모트를 만나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같은 심을지니, 퍽스의 꼬리깃털을 지닌 지팡이가 아니면 살해당한다는 사실을. 그때까지 단련하고 수행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확실한 방법은 아니었다. 살아남으려면 진짜 ‘해리 포터’의 지팡이가 필요했다.


“저... 올리밴더 씨?”

“응? 지팡이에 문제가 있니?”


해리의 질문에 올리밴더 씨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어... 음... 지팡이가 뭔가 무겁고 둔한 느낌이 들어요.”

“아하!”


올리밴더 씨가 대답했다.


“딱총나무로 만든 지팡이는 약간 버거운 느낌을 주기도 한단다. 게다가 종종 주인을 까다롭게 선택하거든. 다른 나무보다 더 특별하지. 딱총나무는 요술지팡이가 되기에 너무 힘든 소재기도 하지만, 그 주인을 찾기가 힘들어서 거의 만들지 않는단다. 딱총나무 지팡이는 자신의 주인이 최고가 아닌 걸 견딜 수 없어하기 때문이란다.”


올리밴더 씨가 잠시 쉬고 다시 말했다.


“너는 최고의 마법사가 될 거라고 지팡이가 선택 한 거란다!”

“그렇지만...”

“흠.. 그렇다면...”


올리밴더 씨가 고민 끝에 다른 지팡이를 가져왔다.


“네가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특이한 지팡이인건 마찬가지지만. 서양호랑가시나무와 불사조 깃털에, 11인치. 그리고 나긋나긋하고 유연한 것이란다.”


해리는 약간 겁을 먹은 채 그 지팡이를 가져갔다. 다행이도 지팡이를 집자 그의 손가락에서부터 따듯한 열기가 온몸을 감싸는 게 느껴졌다. 그가 그 지팡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가 먼지투성이의 공기를 가르며 휙 휘두르자, 그 끝에선 화려한 폭죽 같은 불꽃이 쏟아져 내렸다. 불꽃은 점차 모여서 작은 불사조 모양이 되더니 가게를 한 바퀴 돌고 사라져 버렸다.


“퍼...”


해리는 하마터면 퍽스라고 말할 뻔 했지만, 넋이 나간 듯이 쳐다보는 올리밴더 씨와 해그리드의 모습 때문에 입을 닫았다.


“이.. 이정도로 마법력이 뛰어난 경우는 처음이구나. 포터군, 아까도 말했지만 자네는 최고의 마법사가 될 거야!”


올리밴더 씨가 뒤늦게 박수를 쳐주고 지팡이를 해리에게서 받아 상자에 집어넣어 갈색 포장지로 사며 연신


“이상해... 이상해...”


라고 중얼거렸다.


“어...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올리밴더 씨는 창백한 눈길로 해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해리는 지팡이의 비밀에 대해서 올리밴더 씨가 말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사실을 해그리드가 우선 들어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내가 판 지팡이들을 모두 기억하네, 포터군. 하나 하나 다. 자네 지팡이처럼 불사조의 꼬리 깃털이 있는 지팡이가 꼭 하나 더 있었다네. 이 지팡이가 자네에게 가게 된다는 게 정말로 이상해. 왜냐하면 그 형제 지팡이가 바로 자네에게 그 흉터를 냈거든.”


해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 13과 2분의 1인치. 주목.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지 정말로 이상해. 기억하나, 지팡이가 마법사를 선택한다는 걸 말야... 내가 볼 때 자네는 정말로 최고의 마법사가 되어 굉장한 일들을 할 것 같네. 사실 나는 딱총나무로 만든 지팡이도 자네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지팡이의 반응은... 그리고 포터군... 무엇보다도, 이름을 불러서는 안될 그 사람은 굉장한 일들을 했네, 끔찍한 일들이었지, 그래, 하지만 굉장했어.”


해리는 빨리 이 순간이 끝나길 기다렸다. 올리밴더 씨가 볼드모트와 관련된 이 지팡이 때문에 다시 딱총나무 지팡이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할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해리는 지팡이 값으로 황금 갈레온 열두 개를 냈고, 올리밴더 씨는 그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해리와 해그리드가 다시 벽을 뚫고, 다이애건 앨리의 텅 빈 리키 콜드런으로 향했을 때 하늘에는 늦은 오후의 태양이 낮게 걸려 있었다.


해리는 길을 걸어 내려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하철에 온갖 우스꽝스런 모양의 짐 꾸러미들을 들고 탄 그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지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해리의 무릎에 놓인 새장에서는 새하얀 부엉이가 잠을 자고 있었다. 또 한 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패딩턴 역으로 나왔다. 해리는 해그리드가 어깨를 탁 쳤을 때에야 비로소 고민을 멈추고 주변을 바라볼 수 있었다.


“기차가 떠나기 전에 뭐 좀 먹을 시간이 있겠군.”


그가 말했다.


해그리드는 해리를 햄버거 가게로 데려가 플라스틱 의자에 앉혔다.


“괜찮니, 해리? 말이 없구나.”


해그리드가 물었다.


해리는 설명을 해야 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그만두기로 하였다. 해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과, 그리고 자신을 선택한 또 하나의 딱총나무 지팡이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죽음의 성물인 덤블도어가 가진 딱총나무 지팡이는 세스트랄의 털이 들어간 특별한 지팡이로, 최강의 지팡이였다. 그리고 맹세컨대 자신이 읽은 정보 중에서는 딱총나무로 만든 또 다른 지팡이가 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지금껏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그리드가 탁자 앞으로 몸을 숙였다. 그는 제멋대로 난 수염과 눈썹 너머로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학교가 걱정이구나. 걱정 마, 해리. 넌 금방 배우게 될 거야. 호그와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야. 너는 잘 할 거야. 그저 침착하기만 하면 돼. 어렵다는 건 알아. 넌 최고의 마법사가 될 거야. 아까 지팡이를 보렴. 물론 그렇게 되기란 언제나 힘들지. 하지만 넌 호그와트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게 될 거란다. 나도 그랬거든. 사실 지금도 그렇고 말야.”


해그리드는 해리가 더즐리 가족에게로 돌아갈 기차를 타는 걸 도와준 뒤, 그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주었다.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표야.”


그가 말했다.


“9월 1일, 킹스 크로스 역이야. 모든 건 표에 다 써 있어. 더즐리네 가족과 어떤 문제든 있으면, 부엉이로 내게 편지를 보내. 부엉이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테니... 그럼 또 보자, 해리.”


기차가 역을 빠져나갔다. 해리는 해그리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보려고 했지만, 눈 깜박할 사이에 해그리드는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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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마법사의 돌 - 제12장 거울 속 두 명의 해리 +3 20.10.15 873 14 42쪽
12 마법사의 돌 - 제11장 렁스키 페인트 +2 20.10.14 625 17 27쪽
11 마법사의 돌 - 제10장 할로윈 +2 20.10.13 666 15 31쪽
10 마법사의 돌 - 제9장 빗자루와 알로호모라 +1 20.10.13 726 16 50쪽
9 마법사의 돌 - 제8장 마법의 약 선생님과 나머지 공부 +2 20.10.12 750 15 31쪽
8 마법사의 돌 - 제7장 이상한 마법의 분류 모자 +2 20.10.12 864 13 32쪽
7 마법사의 돌 - 제6장 위즐리와 그레인저와 롱바텀 +4 20.10.11 889 17 46쪽
» 마법사의 돌 - 제5장 두 개의 지팡이 +3 20.10.10 987 13 52쪽
5 마법사의 돌 - 제4장 사냥터지기 해그리드 +8 20.10.10 981 15 28쪽
4 마법사의 돌 - 제3장 관심없는 이상한 편지들 +4 20.10.09 1,070 19 30쪽
3 마법사의 돌 - 제2장 사라지지 않는 유리창 +4 20.10.09 1,413 21 27쪽
2 마법사의 돌 - 제1장 살아남은 아이 +6 20.10.09 1,494 17 1쪽
1 시작 - 제0장 나 +6 20.10.09 2,086 2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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