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 기사가 되어 복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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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피온
작품등록일 :
2021.01.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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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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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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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건국제(1)

DUMMY

합동 훈련이라는 이름 아래 기사들이 고생할 무렵.


카리슬 한 저택에서는 무도회가 열리고 있었다.


실상 귀족들이 무도회를 즐기는 일이야 흔하디흔한 일이니.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게 입이 아프겠으나.


최근 소문이 무성한 예의 그 일과 관련된 게 여기서도 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물론 이와 무관한 이도 있었다.


단아한 얼굴을 하며 단번에 흐트러지는 금발. 강직한 의지가 느껴지는 꽉 다문 두툼한 입술. 이마에 있는 큰 흉터를 가진 사내는 술을 훌쩍일 뿐. 소문에 근접하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대단들 하네. 나라를 위해 출정한 기사들이 고생하고 있거늘.”


안드레스는 무도회가 열리는 커다란 홀에 있지 않고. 홀 밖 야외가 보이는 난간에 기대어 무도회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하긴. 나도 동생 새끼만 없다면 걱정하지 않았겠지.”


하도 약해 빠진 동생인지라. 하물며 전해 듣기로는 수인과 전면전이 벌어졌다는 소식도 접한 탓에. 안드레스 오웨인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왕국 수호기사단인 그가 국가 기사단 일을 걱정하는 원인은 다름이 아니었다. 동생인 우버긴 탓이다.


“나처럼 가족을 보낸 사람은 없나.”


요리가 차려진 테이블 주변에서 다들 음식과 술을 곁들인 채 즐겁게 떠들고 있다. 안드레스의 눈에 비친 광경은 귀족 사회에 있으면 흔하디흔하나. 자신과 달리 마음도 여리고 정신도 나약한 동생 탓에 곱게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다들 그들을 걱정하기만 바라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후우.”


또 한숨을 쉰 후. 제 손으로 와인을 한잔 가득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야, 야. 안드레스 너 아까부터 너무 마신다?”


난간에 몸을 기대어 있는 안드레스에게 다가오는 인물은 해리슨 트리스탄. 그와 동기는 아니나 같은 왕국 수호기사단 부대를 이끄는 인물이기에 말을 놓고 지내고 있다.


“후배 주제에 또 말을 놓지? 아무리 같은 단장직이라고 해도 말이다.”

“괜찮지 않나? 여긴 사석이고.”


고기 요리를 담아 온 접시를 내밀며 서글서글 웃을 뿐. 기죽지 않는다.


안드레스도 진심은 아니었다. 후배였던 주제에 같은 부대를 지휘하는 단장이 되자 말을 놓기에. 몇 번 따끔하게 지적했으나.


“존칭 계속 쓰면 위계가 이상해 보이지 않나?”


지금처럼 능글맞게 웃으며 넘어가길래. 더는 포기했다. 무엇보다 험상궂은 자신의 얼굴에 기죽지 않는 게 묘하게 마음이 놓여 버렸다.


특히 근본은 밝고 쾌활한 성격이라. 지금 같은 착잡할 때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안주라도 같이 먹자 그래?”


해리슨이 건네자,


“고맙다 새끼야.”


거칠게 감사를 표했다.


“춤은 안 추는 겨?”


갑자기 화제를 돌리며 어깨를 들썩인다.


해리슨의 말대로 홀에서는 귀족들이 우아하게 댄스를 추고 있다.


“별로 내키지 않는다. 동생 새끼가 하필 합동 훈련에 참여해서 말이지.”

“안드레스 동생은 대단한데? 우리 동생이랑 같은 기사단이었던 거 같은데.”


맞나 하면서 의문형으로 갔다. 그야 오웨인 가문은 형제가 별로 없으나. 트리스탄 가문은 형제가 많다. 여자 형제까지 포함하면 가려내기 어렵다.


“근데 그게 왜? 실력이 있으니까 뽑혀서 참여했고. 가서 활약 중이면 좋은 거 아닌가?”


안드레스가 마시고 있던 와인을 냉큼 갖고 와 잔에 따르는 해리슨.


“그게 말이다. 미덥지가 못하거든.”


홀에서 밤하늘로 시선을 옮기며 말하는 안드레스.


“내가 어릴 때 좀 엄하게 했던 탓인가. 겁이 많고 소심하고 소극적이거든.”


푸념을 늘어놓는데. 어째 진지하게 듣는 느낌이 아니었다. 우와라고 하거나. 어? 그래? 같은 적당한 추임새만 할 뿐. 귀담아듣고 있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왜 왔나?”

“..... 때문에 말이지.”


즉답이 나오는 데 하필. 악사들이 경쾌한 곡을 연주하는 게 그게 클라이맥스였는지, 너무 커 못 들었다.


“뭐라고? 다시 말해봐.”


안드레스는 잔을 내려놓고 다가가 재차 말해보라고 했다.


“우와 무섭네. 새삼 보니.”


그야 그랬다. 워낙 험상궂은 얼굴이거늘. 가까이 다가와 미간을 찡그린 채 말하니 겁이 안 날 수 없다.


“뭐, 농담은 그렇다 치고.”


그래도 실제로 겁을 먹거나 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선배인 그에게 말을 놓지도 않았다.


“예의 그 일. 안드레스도 들었을 거 아니야. 어떠려나 해서.”


항시 웃던 해리슨이 미소를 감춘 채 말했다.


때마침 들리던 곡의 템포가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예의 그 일?”

“흐음?”


모른 척인가 싶었는데.


“뭐야 그게.”


안드레스는 딱 잘라 말했다.


“설마 아직 못 들었어? 예의 그 소식.”


처음은 시치미를 떼기라도 하나. 혹은 주변의 눈치를 보며 경계하나. 둘 중 하나라고 여겼거늘.


안드레스의 힘이 들어간 눈동자를 보니 둘 다 아닌듯하다. 정말로 알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의외다? 안드레스 너에게 아직 그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니.”

“그니까 뭐.”


목소리가 다소 걸걸해지자 해리슨은 다시 얼굴에 미소를 장착했다.


“소문 정도는 들었을 거 아니야. 그거야, 그거.”

“답답하게 진짜, 그러니까 대체 뭐······!!!”


말을 하다가 눈치를 챘다.


“그게 진짜였냐.”


짐작이 가는 게 정말인지 확인했다. 해리슨은 조용히 긍정했다.


“진짜인지, 아까도 결국 내게도 왔더라.”

“.........”


아직 들고 있던 잔을 손에서 놓는다.


“넌 어쩌기로 했는데.”

“알지 않나? 답은.”


안드레스와 달리 잔을 아직 쥐고 있던 해리슨. 그는 조용히 와인 잔을 돌리더니 입으로 옮겼다.


“그렇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드레스는 말없이 답한 그의 진위를 눈치챘다.


“곧 적인가.”

“후후, 뭘 그렇게 정색하고 그래? 뭐 하면 네가 가문을 바꾸면 되지 않나?”


그도 그랬다. 해리슨도 그렇지만 안드레스 역시 가문의 장남이다. 별문제가 없다면 가문을 이끌 인물들이다. 다시 말해 본인이 가문의 파벌을 정해도 문제는 없다는 뜻이라.


지금까지는 이른바 순수혈통 파라고도 불리는 로아 왕의 정당성. 이를 중요시하며 에드워드 대공의 실질적 장악을 배척하는 일을 손을 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있을 수 없네.”


딱딱하게 말투를 고쳐가며 거절했다.


“오오.”


잔을 난관에 올려놓으며 감탄하는 해리슨. 이윽고 손뼉까지 치는 그였다.


“역시 오웨인 가문 장남인가. 하긴 우리는 신생이라서 말이야. 예전부터 왕가를 돕던 정통 있는 가문이 아니라.”


조롱하듯 말했으나. 안드레스는 불쾌하지 않았다.


“그러니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지?”


나름의 권유였다.


“이미 아버지가 정한 이상 내가 뭘 어쩌겠어. 알잖아? 우리 가문이 따르는 이가 누군지.”


밤하늘을 보며 잠시 눈을 깜박거렸다.


사실 오웨인 가문처럼 먼 예전부터 귀족 작위를 받고 초대 기사왕을 도운 가문이든. 자신이 속한 가문처럼 국가 기사단 단장직을 맡아 영지와 작위를 하사받은 가문이든. 어느 쪽이든 크게 상관없다.


가문을 이끄는 이가 정하면 무조건 따르는 게 귀족 사회 암묵적 법칙이다.


이를 알기에 해리슨은 아까 같은 발언을 했던 셈이다. 자신은 절대 하지 않을 일을 권유했다. 물론 안드레스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실도 알고서.


“그래. 잘 알지.”


고개를 끄덕인 안드레스는 질문을 던졌다.


“그럼 너희 가문이 따르는 대공이 정말 움직이나? 이번 건국제 때.”


확인 차 묻는 거였다. 합동 훈련이 정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떠돌던 소문. 칼리버를 시작해서 카리슬에서 적지 않게 퍼진 소문의 진위를.


“뭘 물어. 지금까지 대화 맥락을 보면 새삼 확인하는 게 너무나도 신중하지 않아?”


난감하다며 어깨를 으쓱이는 해리슨.


“그렇지.”


혀를 차며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이거는 혹시나 해서 묻는다만.”


기대하지는 않는다. 특별히 우정 같은 게 있을 사이도 아니니. 단지 같은 왕국 수호기사단 소속으로 오래 얼굴을 텄으니. 그게 통하나 싶기도 했다.


“일정이나 계획. 참여 인원 등 알려 줄 수 있나?”

“미쳤어? 그럴 리 없잖아. 농담도 재미없게 하네.”


해리슨이 즉답을 내놓자.


“하하, 그렇지?”


있을 수 없는 대답은 역시 돌아오지 않자. 안드레스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때마침 예쁜 드레스를 입은 여성 두 명이 접근해왔다.


“어머, 두 분은 춤 안 추시나요?”

“맞아요, 우리랑 한 곡 어떠신가요?”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여성이 먼저 춤을 제안하는 게 필시 안드레스와 해리슨의 정체를 알고 다가온 게 분명하다. 아마 어느 가문의 여식일 터.


“여성분의 부탁을 거절할 리가 있겠습니까.”


해리슨은 그녀들 중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에게 다가갔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싸며,


“가실까요?”


느끼한 목소리를 내었다.


“난 너무 마셔서 실례 하겠소.”


안드레스는 목소리를 깔며 다급히 걸음을 옮겼다.


“이봐, 어디가!”


의외로 여성 중 한 명이 아닌 해리슨이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안드레스의 넓은 등이 도망치듯 보였던 탓이 아닌. 기왕 이리된 거 즐기자고 붙잡는 거였다.

그렇다.


해리슨은 긴장한 듯 보였으나. 긴장보다는 약간의 흥분감이었다. 지금까지 보란 듯이 대립만 이뤄지고 있었거늘.


더는 그렇지 않고 변화가 일어난다. 그도 다름이 아니라 자신이 따르는 이로 인해서.


“취하지 않을 수 없는 밤이지. 그쵸, 아리따운 여성분?”


해리슨은 여성의 허리를 더욱 끌어당기며 말했다.


한 편 쫓기는 사람처럼 서둘러 홀을 나서는 안드레스.


“동생 새끼 걱정이나 할 때가 아니었군.”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그였다.


그야 그랬다. 동생이 걱정은 되나. 그보다 앞서 소문이 정말이라면 이를 가장 우선시하는 게 옳았다.


소문의 정체가 다름이 아닌, 에드워드 대공의 역모였으니. 이게 진실이라고 확증을 방금 들은 이상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퍼시벌 가문과 벨라리온. 그리고 가헤리스 정도부터인가.”


우선 가장 의견이 같을 법한 가문 이름을 중얼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홀은 사람이 북적였으나. 1층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했다. 홀에서 교류하며 인맥을 쌓거나. 남녀 간 정을 쌓는 게 무도회며. 본질적인 일을 이루려면 홀에 머물러야 했으니.


그러니 계단을 내려가는 안드레스 이외에 누군가 있으면 시선을 아니 끌 수 없었다.


아래에서 한 여성이 다가오자 눈길이 안 닿을 수 없기에. 그만 슬쩍 향했는데.


“왕국 수호기사단 1부대 단장직을 맡으신 안드레스 오웨인 님, 맞으시죠?”


귀족치고는 다소 검소한 복장의 모자를 눌러 쓴 여성은 태연하게 안드레스에게 말을 걸었다. 그도 꼭 안드레스를 알고 있었다는 듯이.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저를 아시는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물었다.


“예. 찾고 있었습니다.”

“나를 말이오?”


어째서지 싶다가 불현듯 아까 해리슨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속으로 설마 싶었다.


“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십니까?”


짐작될 뿐. 무슨 근거도 없이 확신의 발언을 입 밖으로 뱉을 수 없기에 모른 척을 하였다.


“예. 당신과 한 번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었습니다.”


우아하게 허리를 굽힌 여성은 모자를 벗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루이사라고 합니다.”

“!!”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밝힌 그녀 때문에 안드레스는 놀랐다.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 키우고 말았다.


“저를 아시는 모양이시네요. 영광입니다.”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보조개를 만드는 루이사.


모를 리가 없다.


작가의말

읽어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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