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 기사가 되어 복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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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피온
작품등록일 :
2021.01.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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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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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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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2)

DUMMY

“우리 기사들이 지키는 기사국에 영원한 번영 있으리라!”


라인하르트의 구령에 맞춰 각 기사단 단장들. 왕국 수호기사단도 곁에서 와인이 든 잔을 높이 들었다.


“건배!”

“오오!”


굵직한 목소리로 제각각 호응한다.


직후 왕국 수호기사단 기사들을 필두로 빠르게 퍼진다. 그들은 파티 참여도 중요하지만. 본디 건국제 기간 동안 경비 및 호위도 그들의 몫이기에.


라인하르트를 비롯한 국가 기사단 기사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각각 다른 상대와 사교의 시간을 취한다.


이렇듯 여긴 일반 백성에게 개방된 야외에서 벌어지는 파티와 별개로. 각 귀족을 비롯하여 왕족도 물론이며 에클레시아에서 온 타 국 인사까지 있는. 그야말로 호화로운 파티장이었다.


“쯧, 어차피 여자 따위.”


득의양양하게 코를 벌름대며 여기저기 다른 귀족 여성들에게 기웃거리다가. 전부 퇴짜 맞자 메쉬는 고개를 살짝 낮춘 채 불만을 표한다.


“앨런같이 과묵한 놈이 뭐가 좋다고.”


파티장 한구석을 힐끗 보았다.


메쉬의 시선이 도달하는 곳 중심은 앨런이 있었다.


“뭐냐고 저 잘난 듯한 태도, 아오.”


갑옷 대신 입은 턱시도 깃을 거칠게 풀어 재낀다.


추함을 외면한 채 메쉬는 계속해서 앨런의 험담을 입에 뱉는다.


이를 모르는 앨런은 귀족 여성들 사이에서 따분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서 말이다.


“쳇, 오고 싶지 않았다고. 차라리 밖에서 즐기기라도 할걸. 밖에서만 도도하게 굴지 않는 여자도 많거늘.”


마실 걸 챙기고 밖이 보이는 창가로 향한다.


“두고 보라고 내가 곧 영지도 하사받고 대단한 귀족이 되면. 그때 가서 후회하며 혼자세요, 하면서 와도 안 받아줄 터이니.”


망상에 부풀어 오르지만. 현실은 처량하게 술을 마실 뿐.


“캬야, 좋구만.”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술은 그렇게 늘어갔다. 아무도 단순한 호기심으로라도 다가오는 이도. 출세를 위해 찾아와 비위를 맞추려는 사람조차 없기에. 한없이 메쉬 주변의 술병을 데굴, 데굴 굴러갔다.


필시 사교의 장이기도 한 이상 호기심으로라도 다가오길 마련이거늘. 메쉬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가 없었다. 완전히 파티장 구석에서 화제가 쏠리지 않도록 행동하며 술을 퍼마신 탓인지.


“싫다고, 복귀하기 싫다! 왜 합동 훈련으로 그 고생을 하고 또 복귀냐!”


홀로 술을 들이켜 병을 많이 비워 취기가 올랐다.


“씨발, 짜증나네!”


사석이라면 또 모를까. 여타 귀족들 눈이 멀리라도 있거늘. 그는 교양 따위 잊은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휴가라도 내지 그랬냐.”


누군가 붙임성 좋게 말을 걸어왔다.


“뭐야, 어?”


메쉬는 붉어진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바로 목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린다.


“안주도 같이 먹어라, 같이 안 먹어서 그렇게 금방 취기가 오잖냐.”


가장 먼저 시선에 들어오는 건 고기가 담긴 접시였다. 손을 따라 천천히 올려다보니.


“딜리우스?!”


목소리 톤이 높아진 건 당연하리라. 그리 친분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거늘. 그런 그가 어째서인지 자신에게 안주까지 가져다주니 의아할 만했다.


“뭐냐, 안 먹냐?”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기만 할 뿐. 고기를 먹지 않길래 도리어 이상하게 보는 딜리우스.


“흥, 음식은 죄가 없으니.”


몇 초간 더 딜리우스를 보더니 접시를 거칠게 빼앗아 간다.


“그치?”


사교적으로 행동하는 딜리우스.


“아직 남았지? 나도 좀 따라봐라, 혼자 처마시지 말고.”

“단장님이라고 하면 주마.”


이때까지 가지도 있던 잔을 꿀꺽하고 단번에 들이켰다.


“쪼잔한 새끼. 아직도 그 호칭 따위에 연연하긴.”


피식 비웃는 딜리우스. 그는 그대로 메쉬 곁으로 다가가 술병을 빼앗는다.


“둘 다, 적당히 마셔라.”


어느덧 앨런까지 충고를 늘어놓는다.


“가서 여자들이나 끼고 놀지 여기는 왜 왔냐.”


비아냥거려보지만, 앨런은 묵묵히 무시한다.


“야! 사람이 말하잖아!”

“내일이면 복귀다.”


앨런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 버렸다.


“저 새끼는 복귀가 아무렇지 않나.”


중얼거리며 앨런의 등을 노려본다.


“그리 싫으면 누누이 말했듯, 휴가라도 내서 쉬지 그랬냐?”

“하아? 기사단장이 어떻게 자리를 비우냐?”

“왜 부 기사단장에게 맡기고 축제 기간을 즐기면 그만 아닌가.”


딜리우스는 가볍게 말하며 자신의 기사단 일을 떠올린다.


“우리 기사단 놈 중에도 몇 명은 일찍 감지 축제를 즐기고 싶은지 휴가를 내었더라.”


예의 거슬리는 놈이 하필 휴가를 신청했으나. 딱히 그놈만이 휴가를 낸 게 아니니. 딜리우스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기로 하였다.


혹 놈이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했다면 그거 나름, 큭.


“큭큭.”


기대에 찬 웃음이 그만 속에서 끝나지 않고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취하기는 네가 더 취한 거 같다만?”


메쉬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묻는다.


“그리고 말이다, 아직 내가 부 기사단장을 임명 안 했다. 그래서 못 쉬어.”


얼마 전까지 메쉬가 속한 기사단은 기사단장이 공석이었다. 그가 공석인 자리를 대신하여 모든 일을 도맡았다. 부 기사단장이면서.


“아차, 그러고 보니 나도 슬슬 부 기사단장을 임명시켜야 하나.”

“뭐? 넌 아직 임시잖아. 나처럼 정식을 붙이고 나서 생각해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잘난 척을 하던 메쉬였으나.


“웁, 윽!”


딜리우스를 향해 삿대질하던 손을 급작스럽게 입으로 옮긴다. 그대로 틀어막더니.


“씹입!”


그는 그대로 연회장 중심으로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작작 처마셔야지.”


혀를 차며 메쉬를 응시하자. 그는 연회장 문을 거칠게 열어 재끼고 나가고 있었다.


“병신 새끼, 술도 약한 주제에 뭘 그리 처마셔.”


딜리우스는 한심하다며 고개를 저였다.


*********


“끄윽, 끄하아······.”


창백한 얼굴로 신음을 몇 번이고 하며 먹은 걸 다 토해낸 메쉬. 그래도 부족한지 아직도 속은 좋지 않다.


“어째서냐.”


이리 약하지 않았다며 중얼거리는 메쉬.


뭘까 싶어 고민하다가 정답이 번뜩 떠오른다.


“희석을 안 했나?”


집에서 마셨던 술은 대부분 물로 희석을 시켰다. 그야 한번 몰락 직전까지 같던 전과가 있으니. 술을 마음껏 마실 정도 여유가 되지 않았다.


“크윽, 당연했나.”


가슴 부근을 부여잡는 메쉬. 그는 당연한 사실을 늦게 알아차린 자신을 한탄한다.


“그래도 쓰읍,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희석하지 않았음을 알자 오히려 더욱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 염원하던 기사단 단장이 되었다고 해도. 아직 영지를 하사받지도 않았고. 부유하지도 않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금 또 희석한 술을 마시거나, 국가 기사단 임무에 매진하여야 한다.


“그럴 수는 없지, 암 그럼.”


잔뜩 뱉어 내놓고도 메쉬는 그만큼 채우겠다며 연회장으로 향하려 했다.


계획은 그대로 다시 돌아가 술을 마시려 했다. 가능하면 여성을 곁에 끼우면 더욱 좋고.


“흐음?”


연회장으로 향하려고 복도를 걷던 중 메쉬. 그가 눈에 동그랗게 되어가며 놀란 것은 다름이 아니라.


“뭐야, 왜 둘이서.”


작게 목소리를 낮추며 벽에 몸을 기댄다.


“.........”


숨을 죽인 채 조용히 지켜본다.


“그렇단 말이지.”

“예. 확인이 끝났다고 합니다. 몇 번의 실험을 거쳐 성공하였다 합니다.”


라인하르트와 에드워드는 무언가 대화를 주고받는다.


뭔데, 뭐가.


메쉬는 둘을 조용히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지켜본다.


“드디어 완성인가.”


흐뭇하게 웃는 에드워드.


“축하드립니다.”

“아니, 아직 축배를 들기는 이르지. 신탁 날 해도 이르다. 조금 묵혀두었다가 이 기쁨을 만끽하자꾸나.”

“예. 와인도 숙성되어야 제맛인 법이니 말입니다.”


걸음을 옮기면서도 두 사람은 계속해서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대로 가면 어디더라.


메쉬는 가는 방향을 살핀다.


“예배당.”


왕국 수호기사단보다 덜 할 뿐이지. 메쉬도 자주 들락날락하여 구조는 대강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왜.”


의문을 표하는 메쉬.


“어쩌면.”


다음 계획을 의논하러 가는지도 모르겠다.


로아 왕 암살. 그 차후의 계획을 말이다.


메쉬도 최근 사교계의 퍼진 소문을 들은 바가 있으며. 진위까지 알고 있다. 그야 유리엘 공주 때 일 이후로 에드워드 대공에게 충성을 바친 몸이라.


“하지만.”


그 이상은 모른다. 어째서인지 정보가 잘 내려오지 않는다.


“그래.”


기왕 이리된 거 뒤쫓아서 엿듣는 거다. 그래서 다음은 어떤 일을 계획 중인지 알아내서. 미리 도움을 드리는 거다.


그리된다면 필시 더욱 자신에 대한 신임은 두터워지고. 곁에서 보필하라고 앨런이 아닌 자신을 택하실 터. 그렇다면 자신은 더욱 출세할 수 있음이 틀림없다.


메쉬가 어리석어서인지. 취기 때문인지는 모르나. 의식의 흐름은 매우 단순하게 흘러갔다. 결코, 한사코 일이 잘 풀리 수 없거늘.


“좋아.”


결심하여 그는 뒤를 바짝 쫓는다.


“어?”


팅! 팅!


바짝 쫓아 예배당으로 들어서려 하자. 어째 예배당과 어울리지 않는 소음이 들린다.


뭘까 싶으면서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자.


“으윽.”


둘의 뒤를 쫓아 안으로 들어서자 화끈한 열기가 화악 덮쳤다.


“예배당인 이상 이리 더울 요소가 없거늘.”


갑자기 느껴지는 뜨거운 기온에 눈살을 찌푸리는 메쉬. 그는 목소리를 낮춘 채 원인을 찾는다.


“뭐지?”


이윽고 메쉬가 처음 발견한 건 유적에서 발견해서 옮긴 유물. 물론 이를 모르지 않으니 물음을 표한 게 아니라. 그가 고개를 갸웃거린 원인은 뒤에 놓인 수상하게 생긴 냄비들. 수 없이 늘어놓고서 뭔가 열심히 끓이고 있다.


“웬 드워프?”


예배당과 어울리지 않는 드워프들이 몇이나 이리저리 오가면서 바삐 움직인다. 쇠를 두드릴 때 받침으로 쓰이는 게 몇이나 늘어서 있다.


“마석?”


그리고 한 구석에는 엄청난 양의 마석이 쌓여있었다.


“대체 뭘.”


중얼거리며 구석구석을 살핀다. 탁 트인 공간에 에드워드와 라인하르트까지 발견했다.


그때였다.


“너무 많은 걸 알아 버렸네.”


싸늘함이 몸 안으로 파고드는 감각과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다름 아닌 바로 뒤에서.

황급히 목을 돌려 확인하려 했으나.


이뤄지지 않는다.


“!?”


몸은 굳은 채 앞을 바라만 본다. 누군가 목덜미를 꽉 움켜쥐고 고정 탓인지 돌아가지 않는다.


“아윽. 컥!?”


입을 뻥긋거리며 눈을 크게 뜬다.


“어, 윽, 아아?”


힘이 쭈욱 빠져드는 기분이 든다. 목소리도 어째서인지 명확히 완성되지 않음에 놀라는 한편.


“키야, 엿들어서는 안 되는 걸 듣고야 말았네. 메쉬 기사단장님?”


드디어 똑바로 불러주는 목소리에 기뻐해야 하거늘. 메쉬는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의 가슴을 보았다.


어, 어째서?


물음을 표하며 머리를 굴려 보려 하나.


“아, 아?”


온몸에 힘이 빠져나갈 뿐.


풀썩.


메쉬는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피로 추정되는 액체를 멍하니 바라본다.


“크윽, 그러니까 설치고 다니면 쓰나.”


딜리우스는 메쉬에게서 뽑은 검을 응시한다. 칼날에는 선명하게 핏줄기가 서려 있다.


“음? 두 분은 신경 쓰지 마시길. 그냥 쥐새끼 하나가 엿듣길래 죽였을 뿐입니다.”


딜리우스는 자신에게 머무는 둘의 시선을 느끼자. 검을 흔들며 쾌활하게 웃어 보인다.


“참 재밌는 인재군.”


에드워드가 가장 먼저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유물을 응시한다.


작가의말

읽어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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