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 기사가 되어 복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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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피온
작품등록일 :
2021.01.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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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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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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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건국제(7)

DUMMY

물증은 없다.


용의 문신이 라인하르트와 일리자. 에드워드의 측근과 플루드리스 기사단 수장이 하고 있다. 연결점은 모르나 묘하게 직감이 수상쩍다고 여기고 있다.


투구에 손을 얹고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모호한 직감뿐. 무엇 하나 떠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흔적을 쫓지도 못해서야 어느 세월에.


“쯧.”


무력함에 구역질이나 혀를 찼다.


“거의 다 왔는데, 꽤 서두르십니다. 하긴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당연하실 겁니다.”

“흐음?”


조슈아의 반응에 물음을 표한다. 어째서 그가 방금처럼 말하나 싶다가 착각했음을 깨닫는다.

물론 정정을 하지는 않는다.


“과연.”


생각에 몰두한 채 그를 따라간 탓일까. 성의 고개를 살짝 들면 보일 거리까지 도달했다.


진실은 이전 수도를 방문하였을 적보다 빠른 길로 조슈아는 요셉을 안내하였다. 중심가 광장에 용의 조각상 근처를 걸쳐 움직인 탓에. 몇 분이 걸리지 않은 느낌은 기분 탓이 아니다.


성안으로 들어가는 과정도 일사천리였다. 낮에 입성하는 경우라면 또 모를까. 두 개의 달이 뜬 지금 무렵에 쉽게 외부인을 들이지 않거늘.


“뭐야, 조슈아냐.”

“뒤에는 누겨? 손님?”


때마침 경비를 서고 있던 왕국 수호기사단 중 일부가 조슈아와 아는 사이인지. 적당히 안부를 묻고 형식적인 검문을 할 뿐. 번거롭게 조사 없이 들여 보내줬다.


조슈아는 통과와 함께 칼리버 안. 중추로 이어지는 통로를 서슴없이 나아갔다.


몇 걸음 후 이사벨과 제외인가.


이를 떠올리니 목걸이처럼 걸어 놓은 저주가 뒤늦게 떠오른다.


분명 윽박지르며 매도하겠군.


살갑다는 이미지와 거리가 먼 이사벨이다. 요셉이 키메라가 되어 검술을 갈고 닦는 칭찬보다 욕이 더 많이 한 이사벨. 기사가 되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동안 칭찬을 할 때도 있으나. 대부분 말할 때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이 항시 있었으니. 저주처럼 대놓고 이사벨이 핀잔거리를 만든 이상 각오해야 할 터.


조슈아가 방문을 두드릴 때까지 요셉의 머릿속은 그러했다.


“조슈아 퍼시벌 입니다.”


늦은 시간이라 실례되니 목소리를 낮게 하였다. 노크할 때 역시 손을 조심스레 움직인다.


“들어오라.”


이사벨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온다.


“흐음.”


요셉은 맡겨진 저주를 꺼내기 위해 갑옷 안으로 몸을 어루만진다.


“냄새는 나지 않는 듯합니다. 그리고 나더라도 두 분 다 이해하시지 않겠습니까?”


조슈아는 문을 열기 전 요셉을 보더니.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음?”

다시금 뭔가 착각한 듯 보인다.


“그렇군. 그게 아니다.”


요셉은 목에서 저주를 빼내며 이번 정정한다.


“뭘 좀 찾느라 그랬다.”

“그랬습니까.”


조슈아는 또 요셉에게서 풍기는 술 냄새를 신경 쓰나 싶었다. 술 냄새를 풍긴 채로 왕족을 뵙는 게 예의는 아니니.


“어찌 되었든 지금은 뵙고 의논이 우선이니.”


예의 일에 대하여 신속하게 대처하여야 하므로 조슈아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렇지.”


요셉도 마찬가지로 뒤를 따랐다.


들어서자 방의 주인인 이사벨만 있지 않았다. 유리엘도 테이블에 동석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셉은 이전에 주의를 받은 경험을 살려 허리부터 숙였다.


“되었다. 지금은 그런 인사치레를 받고 싶어 너를 부른 게 아니니. 본인도 잘 알 터.”


긴장이 감돌았던 요셉과 달리 이사벨은 저주에 대한 언급이 아닌 다른 주제부터 꺼냈다.


“그래서, 에드워드 애송이가 갖고 온 게 무엇이더냐.”

“뜻밖입니다.”


요셉은 저주가 우선이거나. 하다못해 에드워드 대공의 소문부터 말하리라 여겼거늘.


“나를 기다리게 한 게 당연히 모르는 정보여야지. 나를 비롯해 여기 누구나 예측이 가능한 정보를 어찌 우선시하겠느냐. 내 말이 틀렸나?”


도발적인 말투로 따지고 드는 이사벨.


이사벨의 시선을 주고받으며 끄덕이는 요셉.


“유적에서 발견한 유물이지만. 용도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처음부터 그걸 노린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유적 인근에서 들었던 대화를 기억해 내며 자세히 전달한다.


“말해 무얼 하겠냐. 기껏 손에 넣은 볼프에게 위해까지 가해가며 남쪽으로 정했으니.”

“역시였습니까.”


요셉은 명확히 누군가가 뒤에서 일을 꾸미는지 모르나. 어렴풋이 짐작은 했다. 그야 유적에서 딜리우스가 라인하르트와 친근히 나눈 대화를 엿들었으니. 예상을 못 할 수 없으리라.


“건국제 때를 늦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


이사벨은 고운 눈썹을 언짢게 찌푸렸다.


“네게서 빼앗으려 한 책과 연관인 듯한데. 뭔가 짐작이 가는 게 없더냐, 유리엘.”

“동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뿐이라.”


잘은 알 수 없다며 고개를 젓는 유리엘.


실마리도 잡을 수 없음에 최악으로 정체되어간다.


“머리를 굴린다 한들. 단서를 잡기 어려우니, 정답은 암살 저지 이외는 없는 듯합니다.”


목소리를 따라 탁하고 희미한 금속음을 수반하는 원인은 요셉이 살짝 움직인 탓이라.


“옳다, 그렇지.”


이사벨은 다릴 꼬며 웃어 보였다.


“그런데 넌 뭐가 정답인지 아느냐. 조슈아가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거짓이 둘, 진실이 하나이거늘. 그걸 어찌 가려내겠느냐.”


태연한 말투지만. 표정은 미소가 가득하다. 불안감을 전혀 찾을 수 없다.


“후우.”


요셉은 대충 감이 잡혔다.


“이미 아셨습니까?”


수단은 몰라도 이미 본인 나름 정답을 파악한 듯하다.


“정말입니까?”


곁에 있던 조슈아가 놀란 듯 묻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같이 돕는 이에게까지 숨길 필요가 있습니까?”


대체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냐는 뜻이 담긴 가시 돋친 말투가 되었다. 뱉고 나서 요셉은 후회하거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어째서 저만 모르는 겁니까.”


주변을 살피니 유리엘도 아예 눈치를 못 챈 게 아닌 듯 하자. 조슈아가 맥 빠진 목소리를 냈다.


“어찌 네가 요놈보다 많은 정보를 아는 주제에 여태 파악을 못 하였느냐.”


부채로 입을 가린 채 조슈아를 내려다보는 이사벨. 그녀의 시선은 어리석다며 깔보는 느낌이 다분했다.


“대체 어떻게?”


날카로운 이사벨에게서 시선을 회피하는 조슈아. 그는 요셉을 보며 물었다.


“솔직히 반은 감이었다. 이사벨 님 표정이 너무 평온해서 말이지.”


슬쩍 보면 아직도 조슈아에게 잔혹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요셉의 말을 따라 다시금 보는데 다를 게 없자, 조슈아는 어디가 라며 중얼거린다.


“그렇지 않나. 에드워드 쪽 꼬리가 너무나도 짧은지 밟을 수 없거늘. 그런데 이사벨 님께서는 평온하지 않은가. 그래서 그냥 찍었지.”


요셉치고 긴말이 끝나자. 이사벨은 목소리를 살짝 긁어가며 웃는다.


“내가 모르긴 몰라도 도박꾼 하나는 잘 키운 듯하구나.”


이사벨은 그래하고 거듭 입 근처에서 맴돌더니. 질문을 던진다.


“재밌으니 하나 더 네 재주를 보자꾸나. 장소는 셋이다.”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사벨에게 대꾸하듯 끼어들어 답하였다.


“신탁이 내려지는 날일 듯싶습니다.”

“오호라. 나와 같다니까 이유가 더 궁금해지는데?”

“.........”


요셉은 잠시 침묵했다.


용의 문신으로 연관을 지었거늘. 이사벨과 둘이 있는 자리라면 서슴없이 말을 해도 될 터. 아쉽게도 지금 곁에는 조슈아가 맞은 편에는 유리엘이 있다. 둘에게까지 이일을 발설해도 될 듯싶지 않다.


“나 역시 심증일 뿐. 이게 옳다고 확정은 아직 어렵다. 그러니 군말 말고 답해봐라, 요셉.”


이사벨의 눈동자는 요셉을 주시한다.


“합동 훈련 때 라인하르트와 일리자가 친분이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거짓이다. 둘이 그리 친근함을 보이는 현장을 마주한 기억은 없다. 용 문신에 대한 언급은 선급하기에 급조한 거짓이다.


“그게 어째서 신탁 날 암살이 벌어지리라 예상할 수 있었지?”


눈을 가늘게 뜨며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왕국 수호기사단을 이용할 듯 정보를 흘려놓고. 실상은 플루드리스 기사단을 중 누군가를 이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밌는 의견이구나.”


이사벨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틀릴 겁니다.”


잠자코 있던 유리엘이 끼어들었다.


“플루스리스 기사단은 신탁을 대신 듣는 교황님을 지키느라 바쁘니. 당신 추측대로 움직일 틈이 없겠지요.”

“그렇다. 그러니 네 추측은 아쉽게도 실현성이 낮겠지.”


동의하듯 이사벨이 목소리를 내었다.


“그렇다면 이사벨 님은 무슨 근거로 신탁을 받는 날이라고 단언하셨습니까.”


어색한 존칭을 써가며 질문했다.


“네 옆에 있는 조슈아가 물고 온 정보. 엄밀히 말해서는 각각 장소를 불었다는 왕국 수호기사단을 통해서 유추했지.”

“예?”


멍한 소리를 낸 사람은 조슈아다.


“우둔하기는. 아직도 눈치를 못 챘느냐.”


비꼼을 섞은 목소리를 내며 이사벨은 부채를 부쳤다.


“빈센트 가, 트리스탄 가는 축하 연설.”


여기까지는 요셉은 물론이며 조슈아도 알지 못하였다.


“가헤리스 가문과 오웨인 가문에게는 행진 때.”


이때 요셉 옆에서 조슈아는 그렇다며 중얼거렸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시지 않아도.”


뒤늦게 입을 벌리며 눈치챘다고 말하는 조슈아였다.


“쯧, 이리 다 떠먹여 줘야 알다니. 아직 한참이구나.”


혀를 차며 탄식하는 이사벨.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제 알 듯합니다.”

“그래, 뭐더냐. 옆에 모르는 요셉을 위해서 말해보아라.”


이사벨의 말을 들으며 예사롭지 않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야 요셉은 아직도 귀족 가문 파벌 구도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였다.


“빈센트 가, 트리스탄 가처럼 이사벨님을 따르다가 최근 대공 쪽에 붙은.”


이때 잠시 이사벨의 미간이 구겨졌다. 물론 아주 잠깐 말이다.


“그들은 대공에게 신용이 낮아, 언제 다시 파벌을 갈아탈지 모른다고 여겨 연설 때. 이른바 제일 가능성이 낮은 장소.”


어째서 연설이 가능성이 제일 낮은 장소인가는 묻지 않는다. 귀담아들으면서 머릿속에 그려보았기 때문에. 곧 이해할 수 있으리. 완전히 성 밖으로 나서지 않을 터이니. 이보다는 행진이 누가 봐도 암살 가능성이 크고 편하리라.


“가헤리스 가문과 오웨인 가문에게는 행진 때. 이들은 대공을 따르지 않는 가문. 즉 우리 편이니 거짓 정보를 흘려 이를 믿게 만든다.”


“즉 어느 쪽도 거짓이니 발설되지 않은 폐하의 외출 장소. 신탁을 받는 날이 되는 겁니까.”


요셉은 이해했다며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래. 이를 물어 온 놈이 바로 파악을 못 했다니.”


이사벨은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눈빛을 조슈아에게 흘린다.


사실 이는 조슈아만이 아닌 누구라도 파악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에드워드에 대한 오랜 대립 관계를 만들어 온 이사벨이기에. 그에게 품은 불신과 함께 자신에게 진짜 정보를 흘리지 않으리란 확신. 이를 가져야만 가능하리라.


“사실 저도 잘 몰랐죠. 오히려 연설 때를 노리나 싶었으니.”


유리엘은 한 손으로 얼굴을 받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아직 네가 에드워드와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거다.”


이사벨은 부채를 접어 유리엘에게 가리킨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요셉은 상황을 파악하던 중 떠오른 게 있어 한 가지 입에 담는다.


“왕국 수호기사단 중 대부분이 그를 돕는 겁니까?”

“아니다.”


단번의 부정에 말이 들려오자. 요셉은 머릿속에서 맴돌던 이의 이름을 담는다.


“오스틴 벨라리온. 그는 어쩌기로 한 겁니까?”


작가의말

읽어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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