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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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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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1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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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1)

DUMMY

벤은 미소 지었다. 목과 생명을 감싸오는 싸늘한 망자의 살의 위에서도, 그는 분명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먹색 눈동자와 미소는 눈앞의 공허한 망자를 향해있지 않았다. 저 멀리 분수대 곁에서 짜디짠 바닷물을 머금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고도의 애달픈 눈동자, 그리고 그녀의 그림자 속에서 짙은 혀를 내밀고 있는 절망의 잔영.

광장은 물론 성벽 아래 그 누구도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멈춰버린 시간의 중심에 있는 고도조차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곧바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한 가지 확실한 감정이라고는, 벤의 목을 비틀어버리려던 망자의 손이 멈춘 것에 대한 안심뿐이었다.

뒤늦게 볼을 따라 흘러내리는 자신의 눈물을 훔치는 고도.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내려다 본 그녀는 숨을 삼킨다.

손가락을 따라 반짝이고 있는 것은, 맑은 감정을 품은 투명함이 아니라 불길함만을 가득 담고 있는 붉고 반액체의 ‘그것’이었다.


“고.....고도....”


신음 비슷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카논을 돌아본다. 그녀의 적갈색 눈동자는 공포와 당혹감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도는 빠르게 이해했기에, 곧바로 분수대로 달려가 수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다.


“........”


다시 한 방울, 눈물대신 솟아난 붉은 그것이 수면을 때리며 품고 있던 고도의 얼굴을 물들인다.

바닷빛으로 반짝이던 눈동자는 사라져있었다. 대신, 조금의 빛도 반사하지 않는 짙은 붉은색의 홍채와 핏발선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생명을 빨아들이는 불길함이 마치 피눈물처럼 눈가와 볼을 어지럽힌다. 고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침묵에 질식한 광장을 둘러본다.


예상했던 시선, 기대하지 않은 시선이 모두 자신을 향해있다. 광기에 가까웠던 살육을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망자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덩달아 그들의 시선을 따라 자신을 향하고 있는 병사들의 얼굴들.


“미안해.”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벤의 목소리에 고도는 흠칫하며 고개를 돌린다. 어째서 그가 사과를 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었어야할 이성을 제쳐두고, 고도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흉측해진 눈동자를 두 손으로 가리기 바빴다.

“망자의 의지를 지배하는 건 결국 혈마법이었어. 그리고 네가 공화국에서 유일하게 그 마력과 계약을 품고 있잖아. 다만 그가 무엇을 관장하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무엇인지 대충 예상은 되지만 확신할 수가 없어서, 도박을 할 수밖에 없었어. 정말 미안해. 나는-”

눈을 가렸던 손이 천천히 내려갔고, 생명에 반하는 그 눈동자로 고도는 벤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널 이용했어.”


마치 끔찍한 선언이라도 내뱉는 듯이, 벤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져있었다.

그리고 벤의 그런 표정은 고도로서는 처음 접하는 ‘감정’이었다. 인위적인 게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가 지금 말한 모든 내용이 확실하게 자신의 가슴을 파고들고 있었으니까.

지금 붉게 새어나오는 것은 분노일까 절망일까. 아니면 자신을 이용했다고 당당하게 선언하는 이 남자에 대한 회의감일까. 고도는 이 혼란을 정의내리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이어진 행동은, 그녀 스스로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목소리를 품고 있었다.


“......다행이야......”


지난 17년 동안 그녀를 지배하고 있던 이성과 목소리는 그를 욕하고 비난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향해 힘껏 주먹질을 날리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성보다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그대로 내뱉었다. 두 손은 어느새 벤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붉게 물든 얼굴을 그의 가슴에 파묻었다.

그녀는 안심했다. 벤의 목이 망자에 의해 찢겨져나가지 않아서, 그저 안심했을 뿐이었다. 여기선 화를 내야 마땅할 터인데, 어째선지 그녀는 끊임없이 다행이라고 중얼거리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과 함께 벤의 가슴에 기대었다.

물론, 눈물대신 흘러나오는 그것은 벤의 로브에 스며들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구원받은 벤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린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충분히 부드럽게 고도의 바닷빛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그는 이 상황을 계획한 그 순간부터 줄곧 입안에 독을 품고 있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목숨보다도, 잃는다면 더 고통스러운 것이 그에게도 있었다. 그리고 간신히 그것을 잃지 않았다는 생각에 그는 상상 이상으로 고도에게 구원받은 셈이었다.


“고마워.”

더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었으나, 성벽 위에서 들려온 폭음에 그는 생각을 접었다. 대신 다시금 떠오른 고도의 ‘먹색’ 눈동자를 향해, 나직이 속삭인다.

“.......부탁할게.”




=========================




“무슨 일인가, 라로프.”


성벽을 기어오르던 망자들의 행동이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굳어버린다. 그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댄이 혈마법사를 뒤돌아보았지만,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던 라로프의 얼굴은 이미 인간의 것이라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뒤틀려있었다.


“.....어....어째서......., 어째서 ‘그’가 여기에.......”


꺼져가는 생명을 쥐어짜내며 내뱉은 그의 신음에, 댄은 구릿빛 인상을 구기며 마법사에게 다가선다.


“무슨 소린가, ‘그’라니? 왜 망자들이 멈춘 것이냐?”


하지만 마법사는 더 이상 대답하지 못한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붉은 마력이 멈추었고, 동시에 빛을 잃은 눈동자와 함께 영혼이 고갈된 육신이 바닥에 꼬꾸라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기에, 댄은 성벽뿐만 아니라 주위를 까맣게 뒤덮고 있는 망자의 무리를 둘러보았다. 이제 곧 저들에게서 ‘병사’로서의 가치가 사라질 것임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망자들은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서서히 시간이 돌아오는 듯, 그들의 공허한 붉은 빛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댄이 검을 뽑아든 것과, 철이 바닥을 긁는 기괴한 소음이 울려 퍼진 것은 동시였다. 공성추와 마법사들의 포격에도 굳건하게 침묵하고 있던 성문이 스스로 입을 벌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황한 제국의 해병대. 그 정면으로 맞붙어오는 카나반의 군대와,

더욱 맹렬한 기세로 살의를 빛내는 망자의 무리들.

댄이 위치한 지휘부 근처 또한 순식간에 비명이 깃든 소란으로 휩싸인다. 원인과 흐름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달려드는 망자를 베어내는 댄의 검에 망설임은 없었다.


“포위를 풀지 마라! 적들의 수는 많지 않다! 망자들은 기사에게 맡기고 적의 군세에만 집중하라!”


하지만 평탄화된 도시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망자들의 숫자는 결코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성벽을 기어오르던 게걸스러운 무리들은 그대로 제국군의 공성탑으로 목표를 바꾸어 달려들기 시작했고, 외성에 나와 있던 망자들은 성문에서 쏟아지는 카나반군을 제압하기 위한 해병대의 포진을 방해하고 있었다. 남색의 군대는 제국마법사들의 포격이 집중되지 못하는 틈을 놓치지않고 깊숙하게 파고드는 중이었다.


“공성탑의 기동대가 고립되었습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망자들 때문에 제대로 된 진형을 취할 수가 없습니다!”


통신을 받은 부관의 다급한 목소리. 적을 향하고 있어야할 가장 거대한 창이, 갑자기 이쪽을 향해 그 치명적인 이빨을 내보인다. 남은 전력을 모두 잃기 전에 댄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함선으로 퇴각한다. 기사들은 후방에서 적의 추격을 차단하고, 전함에게 적이 다가오면 곧바로 포격을 시작하라고 전문을 보내라.”


“예엣!”


어느새 턱밑까지 밀고 들어온 카나반군과 망자들. 댄은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몸을 돌린다.

하지만 기이한 영력의 파동이 그의 발걸음을 붙든다. 노골적으로 자신을 향하고 있는 그 도발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도 못했는데 갑자기 떠나면 곤란하지, 댄.”


그 곱상한 얼굴을 잊을 리가 없었기에, 댄은 곧바로 미소로 회답한다.


“오랜만이군, 자히르.”


“이렇게 대담하게 치고 들어온 놈이 누군지 낯짝이나 보려고 급하게 내려왔더니, 그게 너였을 줄이야. 이거 뜻밖의 선물인데.”


“술이나 한잔 하고 싶지만, 보다시피 좀 바빠서.”


물론 저 남자가 도시를 이렇게 망쳐놓은 장본인을 쉽사리 보내 주리라곤 생각하진 않은 댄이었다. 그의 장검이 숨을 몰아쉬는 자히르를 향해 싸늘한 빛을 뿜었고, 이미 누군가의 피로 더럽혀진 자히르의 글레이브 또한 망설임 없이 댄을 향한다.


“그래, 제국의 술이 그렇게 좋던가?”


명백한 비웃음이 섞인 자히르의 목소리. 댄은 미소를 지운다.


“남쪽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진 않군.”


먼저 도약한 눈빛은 자히르였다.

영력이 담긴 목소리조차 간신히 닿을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오면서, 양손의 글레이브가 치명적인 궤도로 댄의 목과 하반신을 동시에 노리며 바람을 가른다. 하지만 댄의 장검이 반원을 그리며 두 번의 불꽃을 튀겼고, 그 밀려나는 반동을 이용하여 자히르의 종베기가 곧바로 이어졌지만 이번에도 댄의 장검이 먼저였다.

자히르의 공격이 탐색전의 목적을 가진 건 아니었다. 그의 글레이브는 그가 담을 수 있는 최대한의 영력을 품고 있었고, 결코 가볍지 않은 그 ‘흐름’은 분명하게 댄의 급소를 노렸다. 하지만 댄은 그 모두를 상쇄시키며 침착하게 장검을 휘두른다. 무기가 맞부딪칠 때마다 튀어 오르는 불꽃은 단순히 이스누시아산 연철끼리의 마찰이 아니었다. 호각을 이루는 영력과 영력이 그 실체화된 물리력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표면적으로 수세에 몰린 쪽은 댄이었다. 하지만 자히르는 이 상황이 단순히 그의 역량이 자신보다 못하다는 뜻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밀어붙이고는 있지만, 결코 무너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조금이라도 흥분을 하면 그 틈새를 귀신같이 파고드는 댄의 장검이 더욱 위협적이었다.


“도망만 칠건가?”


통하지 않을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히르는 미소와 함께 도발을 날려본다. 역시 대답은 없었다. 결국 자히르는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적의 지휘관을 쫓아 깊숙이 들어온 선택은 나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접근했다가는 적 전함의 사거리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군.”

검을 거두며 댄이 말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변수에 의지하여 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변수?”

자히르 또한 글레이브를 거둔다. 하지만 그의 표정엔 여유가 피어있었다.

“하하, 댄. 이 모든 것이 정말로 단순한 변수라고 생각한다면, 제국은 결코 200년 전처럼 활개를 칠 수 없을 거다. 장미향에 이끌려 조국을 등진 너는 결코 이해할 수 없겠지만. 결국 단순히 패자의 변명 아닌가? 하하핫.”


“흐음, 기대하지.”


파괴된 도시에 미련 따윈 남기지 않고서, 댄은 등을 돌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자히르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결국 큰 상처를 떠안은 건 이쪽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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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깜빡이지 않는 고도의 눈에선 끊임없이 붉은 ‘그것’이 흐르고 있었다. 광장에 남아있는 사람은 그녀와,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벤뿐. 모든 망자와 병사들은 반격을 위해 성문을 뛰쳐나간 뒤였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다른 장소, 다른 목소리와 다른 시선을 보고 있다. 수천, 수만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뒤얽히는 중이었다. 정신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이미 넘은 상태. 눈물과 코에선 ‘그것’이 아닌 분명한 피가 흐른다. 부들거리는 다리는 결국 그녀의 몸을 지탱하지 못한 채 주저앉았고, 이성이 흐려져 간다.

그런 그녀의 손을 붙들어준 것은, 부드러운 벤의 손가락과 목소리.


“수고했어.”


고도는 그대로 그의 가슴을 향해 무너진다. 불길함으로 덮였던 그녀의 눈동자가 바닷빛을 되찾기 시작했고, 창백했던 얼굴에 혈기가 스며든다.


“......망할, 다시는 이러지마.”


힘이 남아있었다면 벤의 죽빵이라도 갈겼을 것이다. 하지만 고도는 이것으로 만족했다.




“검성님, 아르다르와 통신이 복구되었습니다.”

뒤에서 보르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도는 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동시에 간신히 이성을 붙들고 있던 의지를 포기하기로 한다.

정신을 놓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가 느낀 것은 귓가를 스치는 벤의 숨소리와, 부드럽게 자신의 어깨를 감싸오는 그의 손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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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베르달만 신경 쓰면 되겠네.”


지나의 밝은 미소에 로빈은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는 게 이해가 안 돼. 붉은 장미가 뭘 노리고 있는 걸까?”


하늘의 색이 점차 흐려지기 시작한 시간. 근위대숙소로 향하는 작은 샛길에서 로빈과 지나의 맞잡은 손 위로 기분 좋은 바람이 흐른다. 그들의 약지에는 같은 은빛으로 빛나는 반지가 수줍게 온기를 나누고 있었다.

약혼이라는 형태로 그녀를 곁에 둘 수 있으면서도, 그녀는 기사의 직무를 버리지 않아도 된다. 그 사실에서 오는 행복은 베르달에서 풍겨오는 불길함도 잠재울 만큼 로빈의 미소를 돋우고 있었다.


“뭘 그렇게 실실 웃어?”


지나의 말에 로빈은 자신의 입가를 쓰다듬는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바보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맞잡은 지나의 손가락 사이로 깍지를 끼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발그레한 볼에 입을 맞추었다.


“행복하니까 그러지.”


“야아, 누가 보려면 어쩌려고-”


“보면 어때. 이제 공인된 사이잖아?”


부끄러워하는 지나의 얼굴을 향해 반지를 들어 보이는 로빈. 지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마를 쓸어 넘겼지만, 그 아래로 피어난 미소는 그 상황이 결코 싫지만은 않다는 증거였다.


“응?”


둘의 걸음이 동시에 멈춘다. 샛길의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작은 그림자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네다섯 살로 보이는,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하지만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 아래로 떠오른 아이의 얼굴은 잔뜩 울상을 짓고 있었다.


“길을 잃었나? 그런데......”


로빈의 시선을 끌어당긴 것은 아이의 익숙한 차림새였다. 작은 몸집에 맞춘 남색기사단정복이었던 것이다.


“아아, 오늘 근위대에서 기사의 피를 가진 어린아이들을 초대하는 행사가 있었거든. 부모들에겐 설명회를 가지고 아이들한텐 견학의 기회를 주는 거지. 근데 이렇게 어린애들까지 초대할 줄은 몰랐네.”

지나는 천천히 아이에게 다가가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안심시키기 위한 그녀의 전략이 제대로 먹혔는지, 태양 같은 그녀의 눈동자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얘, 길을 잃었니? 엄마는 어디 계셔?”


그녀의 친절한 목소리에 경계심을 가진 듯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아이는 입을 여는 대신, 로빈과 지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 행동이 무슨 의미를 가진 것인지 모르는 로빈과 지나는 서로에게 답을 구하기 위해 얼굴을 마주했지만, 동시에 어깨를 으쓱하고 만다.


“혼자 왔을 리는 없고, 그냥 길을 잃은 거 아냐?”


로빈에 말에, 지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행사장으로 데려다주면 알겠지.”

지나가 일어나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고, 아이는 거리낌 없이 그 손을 맞잡는다. 그 묘한 풍경에 로빈은 미소를 지었다.

“뭘 또 그렇게 웃어?”

지나의 핀잔에 로빈은 결국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아니, 뭔가 5년 뒤의 풍경을 미리 보는 것 같아서.”


“뭐어?”


당황한 지나의 얼굴. 하지만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고는, 결국 그녀도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반대편 손으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고 있는 그녀였다.



“폐하!”


그들이 왔던 방향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근위대정복을 입은 밀라 시즈키치였다.


“아, 대위. 무슨 일이에요?”


거친 숨과 함께 경례를 올리는 밀라를 향해 로빈이 물었다.


“아르바티앙에서 새로운 전문이 도착했습니다. 아마도 총리님이 보내신 것으로......”


로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를 뒤돌아보았다. 그녀는 이미 괜찮다는 듯,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가봐. 난 얘 좀 데려다주고 들어갈게.”

그녀의 말에 로빈은 미련 없이 밀라를 따라 되돌아갈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손짓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로빈이었지만, 그 이상한 행동이 무슨 말을 전하려는 지는 알 수 없었기에 지나는 대충 밤에 찾아오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자, 엄마한테 데려다줄게.”


지나는 밝게 웃으며 아이의 손을 이끈다. 이런 샛길까지 헤매다가 들어왔으니, 아이도 지칠 만큼 지쳤을 터. 좀처럼 사람의 왕래가 없는 길이었으니까.





사람의 왕래가 없는 길.





지나는 걸음을 멈춘다.


이 샛길은 본궁에서 숙소로 향하는 최단의 경로는 아니었다. 다만 그 용도가 불확실하고 사람의 왕래가 없었기 때문에 짧게라도 로빈과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주 찾는 길이다.


이런 곳의 중간까지 아이가 홀로 들어왔다?


아니, 그보다,


중앙군의 근위대대표로 편성되어있어야 할 밀라가 어째서 수도에 남아있으며,

어떻게 로빈이 이곳에 있는 사실을 알고 직접 찾아온 것인가?



지나는 자신의 에페를 빼어들고 뒤를 돌아 빠르게 달려 나간다.

불길함이 그녀의 눈과 발을 재촉하고 있었다. 상상하기조차 무서운 일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려하고 있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로, 지나는 모든 영력을 실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로비인!”


그 다급함이 지닌 목소리를 듣고, 로빈은 본능적으로 검을 빼어들었다. 그리고 뒤돌아섰을 때,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손도끼를 들어 올리고 있는 밀라의 소름끼치는 눈동자였다.


“-!”


받아치기는 늦었다. 로빈은 호흡을 삼키며 최대한 몸을 뒤로 젖혔지만, 날카로운 도끼의 날에 가슴이 찢기는 것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다. 짤막한 신음과 함께 샛길 위로 로빈의 피가 흩뿌려졌고, 날카로운 비명이 공기를 찢었다.


“안 돼!”


치명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나의 이성을 날려 보내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그녀의 검은 곧바로 밀라에게 닿을 수가 없었다.

어둑해진 하늘,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다른 그림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샛길 양쪽을 감싸고 있던 회색 벽 너머에서 평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검과 눈동자엔 분명한 살의가 깃들어 있었다.


“비켜어어어!”


광폭한 지나의 영력이 격동한다. 첫 번째로 그녀의 앞을 막아선 그림자는 무기와 함께 두 동강이 나버렸지만, 그녀의 발을 늦추는 것에는 성공한다. 로빈은 지나를 향해 괜찮다고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밀라의 도끼는 그의 입이 열리는 걸 허락하지 않을 셈이었다.


“어째서.....!”


묵직한 도끼를 검으로 받아내며, 로빈이 내뱉을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물론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무표정한 밀라는 재차 치명적인 궤도와 힘으로 로빈을 향해 도끼를 휘두른다.

두 번째 일격은 로빈으로선 온건히 받아내기 역부족이었다. 그대로 벽을 향해 나뒹구는 그의 가슴에서 피가 새어나온다. 그는 영력으로 붙들어놓았던 상처가 벌어졌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로빈은 순간, 자신의 신음으로 승리를 확신하는 밀라의 틈을 노리기로 한다.

쓰러진 자세에서 그대로 밀라의 아래를 어깨로 들이밀며 파고드는 로빈. 마지막 일격을 준비 중이었던 그녀의 오른손을 봉인하는 것엔 성공했지만, 그는 마른 침을 삼켜야했다. 어느새 그녀의 왼손에도 짧은 단검이 나타나 있었다. 가만히 둔다면 저 날카로운 날은 자신의 심장을 노리며 들어올 것이다.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


로빈은 오른손에서 불타는 듯한 통증을 느껴야했다. 단검의 날을 잡은 손바닥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그리고 당황한 밀라의 얼굴을 향해 자신의 이마를 날리는 것에 망설임은 없었다. 우득-하고 코뼈가 내려앉는 기분 좋은 울림을 만끽할 틈도 없이, 등 뒤에서 불길한 영력의 흐름이 다가온다.

그 날카로움을 예상하고 로빈은 있는 힘껏 몸을 틀었다. 아슬아슬하게 그의 허리춤을 찢으며 검이 파고들었고, 로빈은 무릎과 팔꿈치로 그 팔을 으깨어버린다. 부서진 팔의 주인공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다. 고개를 드는 순간, 로빈의 검이 그의 목을 그어버린 탓이었다.


“로빈!”


다시 한 번 지나의 목소리가 로빈의 정신을 바로잡아준다. 박차기만으론 밀라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던 것일까. 그녀의 묵직한 도끼가 어느새 자신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고, 로빈은 어쩔 수 없이 검으로 그 충격을 모두 받아낸다.

역시나 엄청난 괴력이었다. 로빈은 꺾이는 자신의 무릎을 막을 수 없었다. 무너진 자세에 밀라의 발차기가 이어서 들어왔고, 정강이뼈가 박살나는 걸 피하기 위해 로빈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그 판단이 잘못됐음을 깨달아야했다. 충격으로 놓친 검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일격을 위해 밀라는 도끼를 들어올린다. 이제 그것을 막을 어떠한 수단도 로빈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빗방울과 함께 자신의 피가 흩뿌려질 것을 예상했지만, 샛길이 머금은 피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


밀라는 천천히,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회색 에페의 날을 내려다본다. 생명과 힘을 끌어당기는 영력이 그 날에 담겨있었다. 검붉은 피를 뿜어내며, 근위기사는 그대로 무릎을 꿇는다. 뒤로 나타난 지나의 눈동자가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둘은 동시에 같은 표정으로 같은 말을 내뱉으며 끌어안는다. 지나는 허둥지둥 로빈의 가슴에 파인 상처를 살펴보았지만, 곧바로 안심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녀 또한 온몸을 피와 빗방울로 뒤덮고 있었으나 그 피의 주인은 그녀가 아니라 샛길에 나뒹굴고 있는 다섯 구의 시체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밀라 선배가 왜.......”


직접 심장을 찔러놓고도, 지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쓰러진 밀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은 로빈도 마찬가지였다.


“모르겠어. 저번에 야노르의 일로 조사했을 땐 그녀의 신상정보에 문제는 없었을 텐데.......”


혼돈의 중심에서 로빈은 천천히 지나로부터 몸을 떼어놓았다. 그의 눈에 작은 그림자가 들어온 것이다.

샛길의 중심에서 만났던 그 아이였다. 아이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참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울음조차도 잊은 그 얼굴엔 핏기가 가셔있었다.


“지나, 아이를.”


로빈은 벽에 기대어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고, 지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를 향해 다가간다. 앞으로 기사의 길을 걸어갈 아이이긴 하지만, 벌써부터 이런 풍경을 보여줄 수는 없다. 아이가 둘을 떼어놓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로빈은 그제야 눈치 챌 수 있었다. 어쩌면, 그녀의 부모는 이미 이번 일을 꾸민 자들에게 살해당했을 수도 있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스친 그 순간,


로빈은 그 아이의 앞에 펼쳐질 그 처참한 미래보다도, 더욱 섬뜩한 기운이 등을 스치고 지나감을 느낀다. 그것이 미세한 영력의 흐름이라는 걸 깨닫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신도, 그리고 지나도.

밀라의 집착과 생명력을 얕보고 있었던 것이다.


로빈의 검붉은 시선이 어느새 몸을 일으킨 밀라와,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단검을 향한다. 놓쳐버린 자신의 검은 아직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밀라의 손에 집중된 그 살의와, 자신의 목숨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재빠른 손짓과 함께, 마지막 목적을 담은 단검이 빗속을 가로지른다.


하지만 밀라의 의지는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남아있는 영력의 미련만으론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충분한 위협을 품고 있기는 했지만, 로빈은 그 단검이 그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이미 그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만,

그 빗나간 살의는 아이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다급하게 입을 여는 로빈.


“위험-!”



그의 목소리는 이어지지 못한다.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지막 ‘악의’가 아이의 얼굴에 박히는 일은 없었다.


“괜찮니......?”


아이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채, 미소 짓고 있는 지나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태양처럼 따스한 그 얼굴은 빗줄기가 굵어지는 와중에도 아이에게 온기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아이는 그 온기를 그대로 받아내기 위해 지나의 품에 안기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의 복부를 관통하여 빛나고 있는,

불길한 단검의 날이 아이의 발걸음을 막고 있었다.


아이는 그 순간, 자신의 얼굴을 감쌌던 따스한 온기가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액체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빗방울이 그 온기에 섞여 아이의 입술로 흘러들었고,

그 온기에선 씁쓸한 철의 맛이 났다.


철의 비가 내리고 있구나-라고


아이는 생각했다.


작가의말


어느덧 100화를 맞이했습니다.

의도했던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1부라고 생각했던  10막이 딱 100화로 잘려버렸네요 :)

철저한 자기만족으로 시작한 글이었지만

과분한 관심과 사랑에 즐겁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중간부터는 한 분이라도 제 글에 가치를 느껴주시는 분들을 위해

자기만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되도록 많은 목소리를 받아보기로 했습니다만, 결론적으론 독자분들의 한마디가 제일 큰 힘이 됐습니다.


처음으로 추천을 해주신 백화난무님, 그리고 아논님.

비평해주신 관영록님, 나카브님 패스트님까지

분에 넘치는 도움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조만간 같이 연재할 사이드 스토리에도 많은 관심과 쓴소리 부탁드립니다



///////////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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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의 굴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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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4) +8 15.04.06 941 26 25쪽
142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3) +4 15.04.01 943 27 20쪽
141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2) +6 15.03.27 978 28 19쪽
140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 +8 15.03.22 1,163 30 22쪽
139 (막간) 내가 너희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은- +4 15.03.18 1,075 25 24쪽
138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3) +10 15.03.13 1,038 28 21쪽
137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2) +8 15.03.09 1,203 26 19쪽
136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1) +10 15.03.04 976 27 21쪽
135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0) +4 15.02.27 1,328 38 19쪽
134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9) +9 15.02.22 1,173 29 20쪽
133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8) +7 15.02.18 1,327 29 20쪽
132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7) +6 15.02.13 1,274 28 19쪽
131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6) +6 15.02.09 1,207 31 19쪽
130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5) +8 15.02.06 1,374 35 19쪽
129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4) +6 15.02.03 1,308 31 19쪽
128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3) +12 15.01.31 1,308 33 20쪽
127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2) +15 15.01.30 1,510 40 17쪽
126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 +9 15.01.29 1,349 28 19쪽
125 (막간) 지나가야할 시간 +14 15.01.28 1,185 32 12쪽
124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2) +8 15.01.27 1,371 35 21쪽
123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1) +10 15.01.26 1,292 31 18쪽
122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0) +8 15.01.24 1,395 30 20쪽
121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9) +8 15.01.23 1,316 34 20쪽
120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8) +12 15.01.22 1,498 41 15쪽
119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7) +6 15.01.21 1,343 28 18쪽
118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6) +7 15.01.20 1,326 33 20쪽
117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5) +4 15.01.19 1,331 30 20쪽
116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4) +10 15.01.17 1,453 27 18쪽
115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3) +13 15.01.16 1,448 40 18쪽
114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2) +13 15.01.15 1,548 43 17쪽
113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 +6 15.01.14 1,384 29 19쪽
112 (막간) 따스한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15.01.13 1,422 28 13쪽
111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0) +11 15.01.12 1,390 39 24쪽
110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6 15.01.10 1,262 31 20쪽
109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8) +6 15.01.07 1,303 36 19쪽
108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7) +8 15.01.05 1,464 33 24쪽
107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6) +9 15.01.02 1,581 38 18쪽
106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5) +10 14.12.31 1,338 39 21쪽
105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4) +9 14.12.29 1,193 39 18쪽
104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3) +2 14.12.26 1,234 39 17쪽
103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2) +7 14.12.24 1,302 45 17쪽
102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 +4 14.12.22 1,448 32 16쪽
101 (막간) 피지 못한 목소리는 달길 따라 조각배 태워 보내고 +3 14.12.20 1,522 41 15쪽
»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1) +10 14.12.18 1,465 39 25쪽
99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0) +6 14.12.16 1,543 45 21쪽
98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9) +6 14.12.14 1,325 43 18쪽
97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8) +6 14.12.12 1,474 40 20쪽
96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7) +4 14.12.09 1,435 44 17쪽
95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6) +3 14.12.07 1,509 50 16쪽
94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5) 14.12.05 1,635 4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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