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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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왈라
작품등록일 :
2008.11.30 21:34
최근연재일 :
2008.11.3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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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0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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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마녀의 딸 [지난 이야기] =신비수사관 에필로그=

DUMMY

마법과 관계되는 사람들은 사랑을 모른다. 아니 사랑이 금지되어 있다고 해야할까?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밖에 모르는 외곬수들이다보니 어느새 사람들과 멀어져 있고, 사랑이라는 감정은커녕 유대감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족속들이다.


결국 외롭게 살다가 외롭게 죽어가겠지.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아니 잃은 후에 그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지. 결국 마녀가 되어버린 후 나는 사랑을 할 줄도 사랑을 받을 줄도 몰랐다. 그저 복수에 미친 악마가 되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놈들을 죽이고 죽이고 죽일 뿐이었다.


초록 머리의 마녀, 마술을 부리면서도 사람을 주먹으로 패고 다니는 망나니 년…. 데스폴의 마녀.

십 수년 동안 복수심과 분노에 휘말려 이 도시의 깡패란 깡패는 다 조져버렸다. 도시를 주름잡던 마피아부터 시작해서 무기상, 마약상 심지어 좀도둑과 소매치기까지.

처음 나의 행위에 행정당국은 당황했지만 시민들은 지지해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점차 광기에 미쳐 한치 용서도 없이 정당하지 않은 정의를 행하는 내게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난 결코 반갑지 않은 도시 전설이 되어갔다.


커다란 은빛의 사나이와 초록머리 마녀를 보게 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이야기…


하지만 난 신경쓰지 않았다. 사람들과 유대감을 나눌 생각도 없었고 그저 근성이 비뚤어진 녀석들의 피만 보면 만족감을 느꼈을 뿐이다. 완전히 바른 세상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착한 사람들이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 위험한 세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마녀로 살아왔고, 마녀로 외롭고 쓸쓸하고 고통스럽게 죽어야 했는데…


난 그러지 못했다. 내 팔자에도 없는 분수에 넘치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내가 숨을 거두는 순간 아니 그 이후에도 날 기억하며 날 사랑해 줄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이상으로 날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둔채 숨을 쉬며 하루하루를 이어나가고 있다


너무 울어서 말라버린 눈에서도 가끔 눈물을 찔끔이게 하는 아이, 더 이상 복수의 화신이 되지 않게 날 말려줬던 아이, 그래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마녀의 피붙이.

소피, 소피… 내가 죽을 때까지 되뇌일 그 이름이여



중환자실에서 갈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날짜만 보낸지가 벌써 3 주 째였다. 병명은 악성 뇌종양, 그대로 살다가 죽겠다고 했지만 내게 여러 차례 수술을 권한 것도, 객사할 운명인 내게 병원 입원을 시킨 것도 모두 나의 사랑스러운 딸의 생각이었다. 어떤 순간에도 내가 죽는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려 들지 않고 신이 기적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젠가는 일어나니까 기적이라고 믿는,


날 꼭 닮아서 바보 멍청이인 아이이다


일하러 가야할텐데도 이렇게 병실을 지키고 앉아있는 너무나도 불쌍한 아이. 엄마가 마녀만 아니었더라면, 틀림없이 사랑스러운 아가씨로 자라났을텐데 엄마를 잘못 만난 탓으로 여자가 할만한 일을 못하고 있다. 앞뒤가 바뀐 이상한 이야기지만 죽을 때가 되어서 그런지 부모마음이 되어버렸다.


세상의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 그래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주고 싶었는데 이 아이는 어미보다는 운이 좋아서 사랑을 많이 받을 사람이다. 살을 조금 뺀다면 더더욱…

이 아이의 아버지이자 나를 강간한 변태 류야마 토이치는 못본 사이에 착한 놈이 되어있었다. 살아있다면 꼭 죽이고 싶은 놈이었는데 나처럼 병자가 되어있다는 걸 알게 되니 소피의 아버지로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그 녀석하고 약속을 했던 게 있었지. 과연 내가 잘하는 짓인가 싶긴 하지만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죽고나면 그 것을 가르쳐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허니 잠깐 일어나 줄래?”


1 인 병실의 수납서랍 위에 엎드려 피로에 지쳐 잠들어 있는 소피를 깨워보았지만 역시 피곤하긴 피곤한 모양이다. 딸 아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딸, 좀 일어나봐”


지친 나의 목소리는 그 아이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다. 저리도 피곤할까. 이게 다 나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손을 살짝 들어서 그 아이를 향해 뻗어보았다. 그리고 딱!


“아 따거!”


초록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 사이에 살짝 보이는 하얀 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내 사랑스러운 딸아이는 뒷목을 잡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날 걱정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우씨! 자는데 왜 틱을 쏘고 난리야!”

“니가 안 일어나니까 그렇지.”

“그냥 말로 해도 되잖아!”

“했거든.”

“못들었거든!”


사랑스러운 내 딸아… 네게 남길 말이 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싸워야겠니?


“그래 미안해.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줄래?”

“……. 알았어. 잠깐만. 자는 동안에 전화가 왔네 사무실이잖아. 엄마 미안, 이따가 다녀와서 들을 게. 중요한 일이야.”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내 말부터 들어 볼래?”

“…… 아니, 정말 급한 일이야. 미안 엄마. 갔다 올게.”


내가 사랑하는 딸은 깨우자마자 이 어미를 떠나버리네. 지금 이 순간이 나의 마지막 숨결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좋았을텐데…. 저 아이에게 이 입으로 아버지가 누구인지 말해줄 기회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상관없겠지. 운명에 의해서 저 아이는 아버지를 만나게 될 것이고, 혈통에 의해 저 아이는 나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날 무시한 이유도 도저히 모르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마지막 말을 하고 나면 내가 영영 떠나버릴까봐 이 자리를 피한 것이겠지. 하지만 나도 더 이상은… 견뎌낼 수 없는 걸


병실의 유리문을 넘어서 멀어져가는 딸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지막 한마디를 입밖으로 내었다.


“잘 있거라, 내 딸, 소피….”


과도한 약물 복용으로 완전히 망가져버린 간기능과 신장기능… 덕분에 바이패스로 내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었고, 그 때문에 들어간 돈도 적지 않았다. 난 직업이 마녀였고, 마녀는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직업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내가 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조금이라도 일찍 숨을 거두는 것이었다. 한순간 한순간 살아봐야 죽음밖에 남지 않은 생, 조금이라도 정신이 있을 때 해두는 것이 좋겠지.


역시나 바이패스의 스위치도 침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손이 닿지 않았다. 마지막 유서라도 쓰고 싶지만 그럴 힘도 없다. 어차피 나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어야 하는 사람이다. 아무도 모르게, 내가 존재했다는 것 조차 아무도 몰라야했다. 하지만 내 혈통을 남긴 것만으로도 나의 뜻은 충분히 이 세상에 반영되었다. 그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나를 원망할 딸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그게 안타까울 뿐이다.


또 손가락을 뻗어 바이패스를 향해 내 자그마한 마력을 방출시켰다. 마력으로 물리력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바이패스의 스위치를 끄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 것으로도 충분했다. 그 스위치를 끄는 순간부터 계속 그 이름을 되뇌었다


미안해 소피 미안해 소피 미안해 소피 미안해 소피 미안…





==============


엄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같지만 지금은 그 쪽에 신경을 쓸데가 아니다. 드디어 용의자를 잡았다는 연락에 일단 흥분하였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이번 사건의 범인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물론 얼마나 흉악한 놈인지는 다들 잘 알고 있다. 단 그들의 상식을 벗어난 그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캘리포니아에서부터 시작된 7 건의 아동 유괴 살해 사건, 살해 수법이 너무나도 잔인해서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여겨진데다가 원체 행동 범위가 넓고 기민하여 현장에 단서를 남기지 않아 모두가 당혹해하고 있던 차였다.


캘리포니아, 미시건, 네바다, 콜로라도, 뉴욕, 디트로이트, 텍사스 단 3 주 동안 7개 주에서 7 번의 아동 납치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동부 서부 남부 북부 할 것없는 넓은 범위에서 일어난 별개의 7개의 사건이었지만 동일범의 수법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모든 피해자가 후두부를 절개 당하고 뇌수를 탈취당했기 때문이다. 그야 말로 무뇌아가 되어 죽어버리는 끔찍한 사건이었고, 단시간 동안 주경을 넘어서는 엽기적 살인 사건에 미합중국 전체가 아이들을 함부로 밖에 내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 어느 주에 나타나서 어떻게 사건을 일으키고 어떻게 사라져갈지 아무도 감을 잡지 못하였고, 이런 말도 안되는 범위에 미국의 경찰 시스템은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 수사 공조를 위해서 서류를 넘기는가 하면 바로 엉뚱한 곳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식이었으니 결국 수사권은 FBI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난 FBI 미해결사건 전담 관리 요원 소피 마리아이고, 사실상 정부 관련 음모론을 조작, 봉쇄, 배포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런가 하면 상식적으로 처리하기 힘든 일들을 떠맡아 미해결 사건을 정리하여 문서로 봉인하는 일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그 후자에 해당하는 사건이었다. 대부분의 이런 넓은 범위의 연쇄살인범의 경우에는 스스로 노출 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이상 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나오는 모스트 이블같은 연쇄살인마들의 경우에도 눈에 띄고 싶어서 환장한 놈들이 결국 자기 이름을 공표해 붙들리는 것이 보통이 아니었던가? 관심을 받지 못해 관심받고 싶어서 살해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 정말로 기민한 경우에는 최선을 다해서 막아보긴 하지만 결국 미해결로 살포시 덮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건도 그저 범인이 마음을 고쳐먹고 더 이상 살인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범인도 활동성이 필요 이상으로 넓어지면 경찰과 충돌하기 마련이니 잡히지 않으려면 스스로 조심하는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동일범이 아닌 살인수단을 공유하는 사이코 집단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인터넷을 통해서 모인 사람들이 각각 자기 지역에서 아이들을 살해하고 최초의 목적이 있는 정범의 추적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살인 현장에서 하나의 동일한 지문이 발견된 것이 가장 큰 미스테리였다. 그렇다해서 그 지문이 아피스(AFIS)에 등록이 된 것도 아니었다. 혹시나 해서 이민청의 데이터 베이스도 뒤져봤지만 전혀 나오는 게 없었다. 결국 동일범의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었다.


시신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사실은 피해자들은 전혀 반항을 하지 않았다는 것과 범인은 칼질을 더럽게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다 끝났다. 내가 얻어다 준 지문 샘플과 동일한 지문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주행카드에서 발견되었고, 수사망을 좁혀 결국 신변 인수까지 완료했다는 것이다. 두려운 점은 내가 찾아낸 지문 샘플이 결코 해결이 될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절대로 공판에 증거로 채택될 수 없는 물건이다. 그렇기에 그와 한시라도 빨리 만나야 했다. 괜히 시간을 지체했다가 이 끔찍한 살인마가 기회를 잡는 순간…


그 이상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확실히 위험한 놈이지만 지금까지의 살해 패턴과 마찬가지로 아동만 상대로 살인을 저지르는 미친놈일지 아니면 무차별 살인마일지 아니면 피해자 중 한명만을 목표로 했으나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 계속 살인을 하였는지 알길이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놈은 끔찍한 살인마라는 것이다.


현재 그 놈은 샌프란시스코 경찰 본부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다고 했고, 심문을 위해서 급히 내가 와줬으면 한다고 호출이 왔더랬다. 그래서 병원에서 서둘러 나와 차를 몰고 경찰서를 향했다. 때마침 엄마가 입원한 병원이 캘리포니아 대학 병원이었기에 30 분 내로 경찰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찰서 2 층에 위치한 강력팀에 들어서자 어지러이 서류가 늘어셔 있는 데스크가 수십여 개 늘어서 있고 다들 전화를 받는다거나 서류를 작성하느라 이쪽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안그래도 중요 용의자를 체포한 덕분에 일이 바빠진 모양이었다. 게다가 주경을 허무는 광역 범죄였던 탓에 서류 작업이 많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마리아 요원 왜 이제 오는 건가?”


그런 사이에서 내게 다가 오며 한마디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 숱이 많이 빠진 머리에 그 머리 색과 똑같은 노란 콧수염을 기른 단단해 보이는 인상의 중년 남성이었고, 내 기억이 맞다면 그는 그린이라는 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직위는 경감. 즉 강력팀 팀장이다.


“아. 그린 경감님. 죄송해요. 병원에서 잠시 잠들어서….”

“…… 어머니는 잘 있으신가?”

“의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곧 나을 거예요.”


새빨간 거짓말을 그렇게 태연하게 하는 나 자신이 너무 놀랍다. 어머니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는 한편, 내가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도 나 자신을 알고 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내가 하는 말을 믿고 있다. 뇌종양 말기라고 하더라도 요즘 의술이 좋아져서 웬만하면 다 고친다는 개뻥


“어쨌든 취조실에 수갑을 채운 채 대기 시켜놨으니까 심문해보도록해. 생각같아서는 내가 들어가서 반 조져놓고 싶었지만 네가 접촉하지 말라고 해서 참고 있었다고.”

“잘 하셨어요. 일단 제가 알아야할 것들은 뭔가요?”


취조실로 걸어가면서 그린 경감에게 내가 알아야할 스키마를 물어보았다. 적어도 연령, 인종, 성별, 주위 환경 정도는 알아야 취조하는데에 유리할 것같아서였지만 경감은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가서 직접봐. 우리가 말해줄만한 건 없고, 우리가 아는 사실은 그를 보게 되면 자네도 금방 알게 될 거야.”

“그런 대답이 어딨어요. 그냥 말해줘봐요. 나도 준비를 해야하니까.”

“아시아인이야. 연령대는 도저히 감이 오지 않지만 이삼십대인 것같고, 뭐든지 관찰하고 간파하려들고 있어.”

“간파하려 든다고요?”

“머리가 비상하다는 거지.”


머리가 비상한 이상심리의 살인마라… 서번트 신드롬일 가능성도 배제 못하겠다. 일종의 천재병. 머리에 들은 게 많으면 많아질 수록 이 세상이 원리 원칙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한편 그 것을 인정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의 가장 완벽한 잣대에 세상이 끼워맞춰지지 않는 순간 선택의 폭은 좁다. 자신이 바뀌거나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거나. 하지만 천재들은 대부분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한다. 자신이 틀릴 리가 없으니까. 그 결과 반사회적인 범죄자가 되는 경우도 있으며, 그 것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냥 획까닥 미쳐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인이라는 쪽도 마음에 걸린다. 외국인이라니… 아시아인들이 머리 좋은 건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런 미친 짓거리를 하진 않는다. 대신 다른 미친짓거리를 하지만.


“자, 그럼 한번 들여다볼텐가?”


취조실의 옆문을 연 그린 경감은 내게 먼저 들어갈 것을 권했다. 안쪽은 어두운 암실로 두꺼운 유리를 통해 취조실 안쪽이 보이게 되어있었고, 안에서 형사들이 취조하는 동안 이곳에서는 검사나 노련한 수사관 혹은 심리학 전문가들이 범인의 반응을 살피곤 하였다.


그 안으로 들어서자 약간은 정서가 불안한 듯 손가락의 깍지를 끼고 엄지손가락을 위아래로 부딪히며 계속 주위의 눈치를 살피는 아시아인이 보였다. 뭔가 불안해하고 있는 눈치였고, 자폐적 성향이 보이기도 했다. 조금 달래주면 입을 열것같은 스타일이었지만 결코 두뇌 게임을 해서는 안되는 상대처럼 보이기도 했다. 상대는 천재적인 살인마다. 게다가 위험한 놈이다.


“들어가 볼게요. 수갑은 단단히 채웠죠?”

“불안하면 나도 같이 들어가지.”

“아니요. 대신 이 쪽에서도 녹음기를 틀어주세요.”

“취조실에도 녹음기는 있잖은가?”

“만약을 대비해서요.”


그러자 그린 경감은 문을 열고 나를 내보내면서 주위에 지나가는 경찰 하나를 붙들고 녹음기를 하나 넘겨달라고 부탁하였다. 나는 나대로 취조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취조실 안에 들어서자 약간 긴장한 마음으로 그 아시아 인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리고 취조실의 녹음기를 끄고 처음 한마디를 그에게 건넸다.


“당신 마술사죠?”


내가 처음부터 그렇게 찌르고 나오자 불안감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아시아인은 시익 웃더니 의자에 바르게 앉고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요즘은 FBI도 머리를 색칠하나보지?”

“내가 속한 부서는 이런 쪽으로 자유로우니까요. 당신이 있던 현장마다 이 게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어요.”


주머니에서 지퍼백에 담긴 자그마한 플라스틱 장난감을 꺼냈다. 내가 이 놈의 지문을 채취한 물건이기도 했고, 일종의 부적이기도 했다.


“그게 뭔데?”

“마력이 약한 마술사들은 자신이 한 일을 은폐하기 위해서 아티팩트의 도움을 받곤 하죠. 은폐의 고리 아닌가요?”

“그걸 알고 있으니 그 쪽은 마녀겠군. 얼굴에 분칠하고 머리를 초록으로 색칠할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말이야.”

“우리 어머니의 이름이 이린지스 마리아 입니다.”

“아! 그 초록 머리 마녀 말이지. 그 여자에게 빚이 있긴 했지 어디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

“어머닌 병원에서 투병 중이세요. 오늘 내일 하시죠.”

“그렇단 말이지.”


이 살인마 새끼, 왜 이렇게 압박감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불안해서 부들부들 떨던 녀석이 내가 마술사냐고 묻는 동시에 태도가 돌변하는 것이 일종의 다중 인격이라든지 전환 성격 장애가 아닌가 싶었다.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 해줄 수 있어요?”

“그 전에 내게 마술사냐고 물었던 것부터 돌아가보지.”

“?”

“마술사가 서로 만나면 말이야. 할일이라고는 두가지 밖에 없어.”

“그게 뭐죠?”

“섹스 오 데스”

“…… 그게 무슨 소리죠?”

“친구가 되든지 적이 되든지. 어떻게 할 거야?”


지금 날 모욕하려는 모양인데 이럴 때일 수록 쿨하게 나가 줘야한다.


“당신 지금 수갑을 차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저지른 죄는 범정 최고형을 받을 수도 있고요. 아마도 독극물 주사를 맞게 되겠죠.”

“하지만 이 걸 알아둬야지. 난 부당하게 체포되었고, 내가 그랬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게다가 지금의 나는 용의자이긴 하지만 합당한 용의자도 아닌데다가 당신들은 영장없이 날 체포했어. 오히려 이 쪽에서 역고소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

“그럼 혐의를 부정하시겠다?”

“재미있는 거 가르쳐 줄까? 미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 OJ 심슨의 예를 들어줄까? 배심원단이 흑인이니까 무죄고 백인이니까 배상책임 판결이 나왔더랬지? 경찰이나 FBI가 어떤 증거물을 내놓을지 몰라도 나는 결정적으로 그들의 입에서 ‘무죄’라는 단어가 나오게 할 수 있어.”

“알리바이라도 있나보죠?”

“아니 더 근본적인 게 있지.”


그러더니 그는 수갑이 채인 손을 내게 보이더니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보였다.


“당신은 무죄입니다.”


왜인지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그 말을 입밖으로 내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한 후에 정신을 차려보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말은 그 것이 아니었다.


“이제 알겠어?”

“도대체 당신은….”

“난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마술사야.”

“…… 그렇다면 당신이…”


이 사람이… 엔도… 마사키?


“그리고 네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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