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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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왈라
작품등록일 :
2008.11.30 21:34
최근연재일 :
2008.11.30 21:3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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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0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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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첫번째 이야기 : 드래곤 7

DUMMY

=샌프란시스코 경찰본부, 2 층 취조실, 그린 경감의 경우=


취조실에 리우를 넣어둔지 1 시간이 지났다. 웬만해서 용의자로 들어앉아있으면 불안하기 마련인데 저 녀석은 왜인지 동요가 없는 것같다. 하다못해 지루해서라도 반응을 보일텐데… 아 반응이다. 하품을 하고 있네


취조실에 용의자로 들어가서 저렇게 태연한 경우에는 딱 두가지밖에 없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완벽한 무죄,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믿는 완벽한 착각.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 두가지가 아니라 범행 자백이다.


일단 증거물들을 종합해본다. 마리아 요원의 증언에 의하면 현장에 입에 피를 물고 있는 한명의 괴한이 있었고, 요원은 그 생김새에 대해서 증언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쏜 총탄에 용의자는 맞았지만 탄환이 찌그러진 형태로 봐서는 옷안에 두꺼운 철판을 깔고 있었고, 운 좋게도 섬유 한가닥을 물고 있었다. 그 섬유는 천연마로 차이나 타운 근처에서 리엔꿍후라는 옷을 만드는데 쓰이는 천연염료가 섞여있고, 최근 그 옷을 구입한 사람 중 현장과 관계가 있는 사람은 오직 한명, 리우샤오타오라는 거지. 문제는 관계없는 사람은 오직 100 명이 넘어간다는 거고, 대부분이 관광객이라는 거다. 그래도 현장과 너무 가까워서 어슷하게 찔러봤더니 현장에 남겨진 타액의 DNA와 일치한다니 이 정도면 체포 영장이 나옴직도 하다. 문제는 과연 이 녀석이 범행을 저질렀는가 하는 건데 그 것에 대해서는 나도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이 녀석의 타액에 맹독성 세균이 발견되었다는 것과, 현장에 있던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내 배의 상처를 통해서 억지로 옭아 넣으려면 옭아 넣을 수 있겠지만 그 걸로는 부족하다. 배심원들은 확실한 증거를 원하고 확실한 악당을 원한다.


지금 내 앞의 마리아 요원도 설득하지 못한다면 유죄 판결은 물건너갔다고 봐야겠지.


“그러니까 리우가 왜 여기 있냐고요!”


하여튼 시끄러운 여자다.


“말했잖아. 증거를 확보했으니까 체포하는 건 당연한 거야.”

“생각보다 훨씬 빠르잖아요.”

“언제까지나 미국 경찰이 필요할 땐 없는 존재가 되고 싶진 않았다고. 알았어? 난 이 나라를 사랑하는 이 나라의 공무원이야.”

“외국인들 검거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잖아요. 그 건.”


도대체 이 녀석은 그런 말도 안되는 일반론을 어디에서 주워듣고 오는 건지 뭐라고 반박하기 싫어지게 만든다. 결코 반박하지 못해서 반박을 안하는 게 아니다. 왜인지 사람이 정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 건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야.”

“인종차별하는 건 경감님이세요.”

“난 유대인이라고!”

“………… 정말요?”


유대인 발언을 하자마자 놀라지 말아달라고. 웬만해서는 잘 안 밝히고 다니는 이야기인데 어디가서 떠벌이고 다니지나 않았으면 좋겠군.


“미안해요.”

“사과하니까 더 열받네. 하여튼 자넨 여기 앉아서 내가하는 거 보고나 있어. 언더 스탠?”

“네.”


도대체 사과는 왜 한거야? 내가 유대인이라서 자기가 미안할 건 또 뭐고? 초장부터 아주 분위기 망치는군 취조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내 상태는 그랬다. 무표정하게 상대를 옳아매는 냉철하지만 엄격한 형사가 아닌 감정적이라서 언제 때릴지 모르는 무서운 형사가 되어버렸다.


“자, 혼자 있는 동안 열심히 생각해봤어?”


결국 심호흡을 한번 하는 바보같은 모습을 살짝 보여주는 것으로 심문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갑이 채워진채로 한시간이나 앉아있었던 이 동양인 꼬마는 차가운 태도를 풀지 않았다.


“생각하고 뭐고 없어요. 변태 아저씨.”

“여긴 경찰서고, 난 경찰이야. 이제 다 밝혀졌는데 아직도 변태 아저씨야?”

“당신이 한 짓으로 고소할 거예요.”

“내가 뭘 어쨌는데?”

“남의 탈의실이나 훔쳐봤잖아요.”

“내가 언제!”

“그러지 않고서 내가 속에 리엔꿍후를 덧입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아실 수 있죠?”

“그 거야 현장에서 나온 탄환에 천연마 소재에 천연염료가…”

“순서가 바뀌었어요. 제가 속에 리엔꿍후를 입고 있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저씨의 잘난 증거물을 통해서 절 잡아올 수 있어요.”


도대체 오늘 하루 종일 이상한 놈들이게 쪼이기만 하는 느낌이다. 날 쪼아대도 되는 건 경찰서장 뿐이라고! 그렇다고 해서 서장이 쪼아댄다고 해서 즐거운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결국 네가 뱉은 침이 현장에 있다는 걸 찾아냈잖나?”

“제가 뱉은 침이라고요? 조작된 증거는 아니고요?”

“증거 감식에 대해서는 우리 수사과와 별도로 나뉘어진 분석반이 하고 있고, 그들의 객관성은 시에서 보증하는 거야. 즉 배심원들은 철썩같이 믿어야한다 이 거지.”

“하지만 하자가 있는 증거물은 어때요? 위법 수집 증거 배제 원칙에 의해 제게 허락 없이 가져간 머리카락 샘플의 경우에는 폭행죄에 해당하는 것이니까 증거능력이 없고, 제가 리엔꿍후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 역시 합리적인 근거를 얻기 전에 조사를 해서 절 용의 선상에 올린 후에 억지로 잡아넣은 거니까 보강 증거가 더 필요하겠네요.”

“그 보강증거가 네 DNA잖나?”

“그 증거는 배제되어야 하지요. 즉 지금 형사님은 하자있는 영장을 들고 오신 겁니다. 그리고 그 것은 고소의 사유가 되겠죠.”


하여튼 Law & Order 때문에 쓸데없이 사람들이 똑똑해져버린 것같다. 같은 이유로 CSI같은 수사시리즈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이 녀석이 하는 이야기는 대충 옳은 이야기다. 신체에 대한 강제를 통해서 얻은 DNA 샘플은 위법이다. 하지만 오염된 증거도 증거능력을 완전히 잃는 것은 아닌 바.


“그럼 지금 네게 DNA 채취를 허락받고 다시 검사할까?”

“그렇다고해서 오염된 증거물을 통해서 수사를 하는 경찰의 이미지를 지울 순 없어요. 그럼 이 건 어떨까요? 제 침에서 나온 세균이 치명적인 세균을 품고 있었다는데. 전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 걸요.”

“그거야 말로 내가 묻고 싶은 이야기인데.”

“제게 물으면 안되죠. 증거를 조작했다는 결정적인 증거인데 말이죠.”


증거를 조작하다니… 생각해보면 전혀 얼토당토않는 증거물이긴 하다.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타액이 아니다. 그런 걸 마리아 요원은 어째서 중요증거로 올린 거지? 설마 날 엿먹이려고?


“대략 요약하면 다음과 같군요. 변태 아저씨, 나 집에 가도 돼요?”

“…… 그런데 말이지. 네가 아무리 법학적으로 우릴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증거로는 네가 현장에 있었다는 게 말이 되거든. 재판에선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내게는 피할 수 없어.”

“왜요? 법으로 안되면 주먹으로 하시게요?”


수갑을 채워놨으니 해봄직하려나?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상대는 중국인이란 말이지 또 무슨 무공을 사용할지 모른다.


“기다리고 있어봐.”


아무래도 이 쯤에서 손을 좀 빌려야겠다. 어떻게 되었든 이 녀석 말대로 증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니까 나보다 말 잘하는 녀석을 시켜서 설득을 하든지 보내든지 해야지


그런 생각으로 취조실을 나와서 마리아 요원을 보았다. 후우, 마음에 드는 녀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믿을만 하지 못하다는 것과는 또 다르다.


“똑똑한 녀석이군. 자네가 들어가서 얼러봐.”

“어르긴 뭘 얼러요? 저 앤 무죄라니까요. 그보다 토마스에 대한 수배는 어떻게 됐어요?”

“알려진 바 없어. 고속도로도, 비행기도, 그 녀석이 이 도시를 나갔다는 증거는 아무데도 없어.”

“신용카드는요?”

“사건 당일 이후부터는 사용한 흔적이 없어.”

“휴대전화는요?”

“마찬가지지. 네 말대로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미리 휴대폰도 바꾸고 돈도 찾아놨겠지.”

“그럼 휴대폰을 바꾸거나 돈을 새로 찾은 흔적은요?”

“전혀 없어.”

“…… 그래서 토마스를 잡을 수 없어서 대신 리우라도 집어넣고 싶으신 건가요?”

“사람을 악덕 경찰로 여기지 말라고, 저 녀석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우리가 챙긴 증거물이 오염되었다는 걸 알고 있더라고. 자네도 일단 경찰이니까 한번 심문해보라고.”


마리아 요원은 잠시 이맛살을 찌푸리며 날 의심하는 눈초리를 하더니 그 표정을 풀자마자 심호흡을 크게 하였다.


“자 그럼 들어갑니다.”

“어여 들어가.”

“정말 들어갑니다.”

“그래 들어가.”

“진짜로 들어갑니다아~”

“너 뭐해?”

“…… 뭐하긴요 마음의 준비하고 있죠.”


이 여자 이상하다. 지금 날 놀리는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이상해진 것같다.


“화장이 그렇게 두꺼운데도 얼굴이 빨개. 땀도 나는 것같고.”

“경감님한테만 말하는 거지만…”

“아마 미첼 요원도 알고, 자넬 데리고 온 워락 경사도 아는 것같은데. 그렇다고해서 수사관으로써의 냉정을 잃지 말아줬으면 하네.”

“…… 뭘 아시는데요?”

“자네가 저 리우라는 청년 좋아하는 거?”

“………… 누가 누굴 좋아한다고 그러세요!”


속마음 들키니까 성내기는 하여튼 여자란 종족은 결혼 생활 20년이 되어도 파악이 안된다. 그래도 일단 들어가니까 난 구경이나 해야지




=소피 마리아의 경우=


“하아… 시작하자.”


살짝 정신이 나가는 것같았지만 막상 리우의 얼굴을 보자 약간 진정이 되어서 그의 맞은 편에 앉았다. 미결과에서 일할 때에는 이렇게 타인을 심문할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살인마 놈과 대화를 하면서 이제 더 이상 버벅거리진 않게 되었다.


“왜 저와 이야기 할 때 다들 한숨을 쉬고 시작하죠?”

“……”


설마 그린 경감도 이 녀석한테 반한 건가? 왜인지 나로써는 감당하기 힘든 세상의 이야기같은 느낌이다.


“허튼 이야기 그만두고, 너… 나랑 만났지?”

“코이에선 항상 뵙지요. 딤섬을 좋아하시죠? 속을 넣은 만토라든지 슈마이도 좋아하시고.”


나에 대해서 그렇게 기억해주니 고맙긴하지만 일단 현장에 있었던 게 이 녀석이라고 하니 그 것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거 말고, 무슨 말하는지 알잖아.”

“무슨 말하는 건데요?”


리우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저 얼굴과 내가 봤던 그 얼굴이 매치가 잘 되지 않는다. 얼굴에 비늘이 돋아나고 눈동자가 세로로 길게 늘어진 악어눈깔이 지금의 저 맑고 선한 눈동자를 품은 깨끗한 피부의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럴수가… 이럴수가 이럴수가…”

“왜 그러세요?”

“리우, 너에게도 어린 시절이란 게 있겠지?”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지요.”

“그렇겠지. 어릴 적에 잠자리에 들 때면 엄마가 머리맡에서 이쁜 꿈을 꾸라고 이야기를 해주시고는 했지.”

“그래요? 무슨 이야기를 해주셨나요?”

“이 세상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신비의 세계가 있어서 그 세상에서는 우리가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했지. 마치 동화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세계가 있다고.”

“말 그대로 동화속 세계겠네요.”

“동화처럼 아름답진 않았어. 대부분 괴물이 나타나서 공주님이 물리친다는 이야기니까.”

“공주님이요?”

“응, 우리 엄마는 좀 특이했거든. 그런 괴물들 중 무서운 부류는 인간으로 변신해서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아무도 없을 때 정체를 드러내는 놈들이었어.”

“…………”


긴장하는 기운이 느껴진다. 이런 건 아니길 바라고 있었는데…


“서로 너무 똑같으니까 접근하기 편했고, 그래서 믿음을 얻기 쉬웠겠지, 잘생긴 외모라든지, 편안한 이웃이라든지. 하지만 처음에 원하는 것을 눈 앞에 두는 순간에는 휙휙.”


휙휙을 하면서 손짓을 하자 리우는 약간 놀랐는지 몸을 움찔거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말도 안되는 소리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면서 얘가 지금 뭐하는 거야? 하는 경멸의 눈치를 보내줬을 법한 소리다.


“아하하… 그거 마치 제가 그런 괴물이라는 소리처럼 들리는데요.”

“그렇게 말한 적은 없어. 그렇게 믿고 싶지도 않고… 그런데 말이야. 엄마가 해준 말 중에 아주 핵심이 있었어.”

“그게 뭐죠?”

“인간으로 변신한 이종족들은 말이지… 자기가 너무나도 바란 완벽한 모습을 떠 올려서 인간으로 변신하기 때문에 각각의 특징은 생김새에 반영이 되지만 세세한 디테일한 부분의 흠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죠?”

“몸에 점이 하나도 없으면 그 사람은 귀신이라는 거야. 마치 너처럼.”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가리키자 리우는 당황한 듯 식은 땀을 … 흘리지 않았다. 눈빛은 역력히 당황했는데 땀한방울 흘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 아이가 땀을 흘리는 것을 본적도 없다. 정말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래도 이 녀석의 정체를 알 것같다.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연극은 그만두시지, 미스터 드래곤.”

“………….”

“녹음기는 켜지도 않았어. 그리고 지금 여기 너와 나 단 둘이 있으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 해도 돼.”

“…….”

“못 믿는 눈치인가본데. 네 존재를 미리부터 알아챈 사람이 있어. 그 덕분에 내가 널 의심하게 된거고. 무엇보다 네 한쪽 팔꿈치만 탁자 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 걸리기도 했지만 말이야.”


저 팔꿈치를 내리게 된다면 지난 번 내게 총에 맞은 부위에 팔꿈치가 닫게 되니 아프겠지. 아무리 총탄을 튕겨냈다고 하더라도 총알은 아픈 거다.


“전 아무런 할 말이 없습니다.”

“네가 거기에 있지 않았다는 걸 부정해봐.”

“이미 아까 형사님에게 다 말했어요.”

“불법 수집 증거 배제같은 거 말고, 저래뵈도 배테랑이고 자기 감을 믿는 사람이야. 그리고 훌륭하게 맞아 떨어졌어. 넌 거기에 있었어. 그 증거로 지금 네 침을 연구소에 갖다 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해.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세균성 타액이지만 넌 인간이 아니니까 상관없어.”


나 자신에게도 잔혹한 대사다. ‘넌 인간이 아니다.’ 젠장. 처음 엔도 마사키가 했던 말이 떠 오른다.


‘넌 마술사의 피를 이어받고 있으니 결코 평범한 사랑을 할 순 없어. 상태는 상태를 끌어당기고 변태는 변태를 끌어당기기 마련이니까. 네가 끌렸다는 건 그 녀석이 결코 제대로 된 녀석이 아니라는 뜻이지.’


그 목소리가 떠 오르면서 가슴을 후벼판다. 내가 이 녀석에게 호감을 느낀 것도 다 내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간단하다. 난 중국인들의 얼굴을 구분도 못한다. 그런데 이 녀석에게 호감을 느낄 이유라고는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것만큼이나 찾기 힘들다. 인정해야겠다. 이 녀석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서 좋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그의 말을 따른다면 이 녀석과 나의 관계는 데스 오 섹스의 관계이다.


‘섹스인 쪽이 좋기야 하겠지만….’


타액 샘플이라도 받을 것같은 분위기에 리우는 살짝 안절부절함이 느껴지다가 다시 천천히 냉정을 찾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팔꿈치도 탁자에서 내리고 허리도 곧게 펴고 내게 입을 열었다.


“변호사를 불러 주세요.”

“그래도 되겠어? 변호사를 부르는 것은 자백이나 다름없고, 넌 자백할 수도 없어. 누가 네가 드래곤이라는 걸 믿어주고 널 도와주겠어?”

“전 드래곤이 아니예요. 그리고 전 그 현장에 없었어요.”

“그런데 변호사는 왜 불러?”

“하도 말도 안되는 헛소리로다가 사람을 옭아매니까 그렇죠! 내 몸에 점이 없어서 날 의심한다고요? 잘나게 태어난 게 무슨 죄인가요?”

“범죄를 저지르고 인정하지 않는 게 죄겠지.”

“…… 변호사 불러줘요.”


완전히 삐져버린 모양인데. 하지만 이젠 나도 눈이 살짝 트였다. 이 녀석은 어떻게든 법망을 빠져나갈 것이다. 마치 엔도 마사키가 그랬던 것처럼


“사실 이번에 네가 범인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어.”

“그 건 또 무슨 소립니까?”

“난 범인을 알고 있어. 넌 거기에 괜히 휘말린 것에 불과하지.”

“이번엔 또 무슨 소리가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에요?”


갑작스런 방향 전환에 드래곤 청년은 또 머리 굴리기 위해 눈동자가 굴러간다. 내 눈은 피할 수 없다.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을 조사하던 차에 누가 죽였는지, 어떻게 죽였는지 알아냈어. 정확한 것은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확실해, 네가 죽인 건 아니야.”

“그런데 형사님은 왜 절 이렇게 붙들고 계신 거에요?”

“네가 그 현장에 있었다는 건 확실하니까! 그 걸 숨기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조금 더 다그쳐볼까 생각했는데 취조실의 문이 살짝 열렸다. 그리고 그린 경감이 얼굴만 살짝 내 놓고 내게 손짓을 하였다.


“잠시만 있어봐 금방 갔다 올게”


그렇게 리우를 놓고 취조실을 빠져나와 크게 한숨을 내쉬고 그린 경감을 바라보자 그의 얼굴 색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왜요?”

“DNA 검사 결과 나왔어.”

“그 건 한참 전에 나왔잖아요.”

“저 녀석 말고. 그 현장에 있던 혈흔 말이야.”

“네, 누구 건지 알아냈어요?”

“자네가 찾는 범인 말이야.”

“토마스요? 왜요? 혹시 설마 토마스의 혈흔이라고요?”

“완전한 DNA 샘플을 찾을 수 없어서 집을 조사했더니 욕조 배수구에서 운 좋게 머리카락 샘플을 발견했어. 두 사람의 샘플이 나왔고 하나는 리처드의 것이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혈흔의 DNA와 일치해. 아마도….”

“토마스….”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조금 더 쉽게 풀린다. 내가 토마스를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쫓았고, 경감님이 리우를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쫓았다면 이 한가지 결론이라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그럼 결국 이 건…”

“두 건의 살인사건이었다는 거지. 하나는 토마스가 저지른… 또 하나는…”

“리우가 저지른 토마스 노튼 살인 사건….”


이제야 보인다.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두 건의 별개의 사건이라면 둘을 굳이 묶지 않더라도 풀릴 수 있다. 문제는…


“어째서… 리우가 토마스를 살해했을까요?”


그의 동기를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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