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연재수 :
177 회
조회수 :
988,734
추천수 :
2,493
글자수 :
702,223

작성
08.01.09 15:10
조회
5,882
추천
14
글자
7쪽

베나레스의 총사(59)

DUMMY

근 1년 만에 모인 세 총사는 허울뿐인 인사는 생략하고 회포부터 풀었다. 질 좋은 와인과 고기 안주들이 즉석에 차려졌다.

음악이나 무희 따위는 없었지만, 분위기는 그들 스스로 아주 잘 만들어냈다. 술잔들이 부딪혔다. 총사들이 웃고 떠들면서 맘껏 소리쳤다.

“벨린 데 란테와 사냥꾼들의 재합을 기념하며 건배!”

그들은 축배를 들면서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벨린 데 란테는 여전히 말은 없었지만, 예전처럼 알레한드로와 조안이 노는 대로 장단을 잘 맞춰줬다. 그는 원레 차분한 이미지로 자리의 전체 분위기를 리드하는 스타일이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을지 모를 알레한드로와 조안도 이제는 그의 그런 습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어색해하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두 총사가 자신의 전쟁담을 털어놓았다.

“우리 아틸 연대는 까살라에서 홀란드로 진군했어. 빌랜드 녀석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 아마 란츠베르크로 증원가기로 되어 있던 빌랜드군을 우리가 홀란드에서 막아 세운 것 같아. 그 코딱지만한 홀란드 땅에 각각 3만 명이 넘는 군대가 싸움을 벌였으니 꽤나 치열하게 싸웠던 셈이지.”

알레한드로는 무용담을 말하는데 열중했지만, 조안은 왠지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이었다. 그가 불안하게 술잔을 들고서는 사방을 훑어 누군가를 찾았다.

알레한드로가 자기 딴으로 무용담을 계속 말했다. 벨린이 와인 잔을 들고 그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서 빌랜드군 마법 연대와 대적했어. 더불어 빌랜드군 총사들까지도.”

“빌랜드군 총사라.”

벨린이 흥미를 보였다. 알레한드로가 말을 이었다.

“빌랜드 언어로 레드코트 머스킷티어(red coat musketeer)라 부르는 놈들이지, 듣기로는 자기네들 국교회를 믿기 시작하면서 베네치안 레드인가 하는 색깔로 붉은 외투를 걸치고 다녔대. 놈들이 전선에 서니까 그야말로 피로 물든 것처럼 섬뜩했지.”

“녀석들도 우리처럼 유격대를 결성하여 저격을 하던가?”

“물론. 그런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할게. 일단 말이지. 녀석들은 머스킷 총을 엄청 빨리 장전해. 뒤에는 마법사들을 잔뜩 숨겨놓고 말이야.”

벨린 데 란테는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흥미진진하다는 뜻이었다. 조안이 이야기에 끼어들지 못하고 무언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렸지만, 알레한드로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신이 빠져 동료를 챙기지 않았다.

“아틸 총사연대는 첫 전투에서 선봉에 섰어, 적 총사대와의 결전에 자존심이 있어서 우리도 대열을 맞춰 전장으로 투입했지. 한 70미터까지 접근하니까 붉은 제복을 입은 빌랜드 총사들이 총을 겨눠 한방 먹이더라고, 그런데 녀석들, 뒤에 있는 무언가를 보호하려고 했는지. 일제사격을 가했으면서 꿈쩍도 하지 않았어. 녀석들의 등 뒤에서는 라투니스어로 된 마법 주문이 마치 단체로 합창을 하듯이 울려 퍼졌고 말이야. 그때 한 방 제대로 먹었지.”

알레한드로가 팔뚝을 걷어서는 불에 데인 듯한 큼지막한 흉터를 보여주었다. 마법에 다친 상처였다.

“놈들이 일종의 불의 원소 마법을 썼나봐. 이곳저곳에서 폭발이 일어나더니만 불길이 치솟고 아군이 산산조각 나더군. 자기네들 총사들 뒤에 숨어서, 그 합창 같은 마법 주문으로 우리 연대를 강타한 거야. 아마 일반 머스킷 보병연대였더라면 단번에 겁에 질려 무너져 내렸겠지만, 우린 무적의 히스파니아 총사잖아. 일단 뒤로 물러나서 전열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전략을 썼어. 강선총의 긴 사정거리로 멀리서 한 놈 한 놈씩 저격해버리기로 했지. 놈들이 어쩔 수 없이 움직이도록.”

아리엘이 새로운 안주감을 들고 나타났다. 그녀가 정중히 고개를 조아리고는 쟁반에 담긴 술병과 안주를 내려놓았다. 무언가를 열심히 찾던 조안이 그녀에게 눈을 돌렸다. 갓 스물을 넘긴 이 앳된 총사의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리엘은 감히 총사들의 얼굴을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고개 숙인 채 자리를 떠났다.

벨린이 나직이 조안을 쳐다보았다.

“무슨 문제 있나, 조안?”

조안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대답했다.

“아냐, 아무 것도. 그래 굉장했어. 빌랜드 마법사들. 나도 그때 다리에 불이 붙어 화상이 입었다구.”

조안이 아무렇지 않은 듯 둘러댔다. 허나 그의 눈길은 여전히 조용히 부엌으로 사라지는 아리엘에게 쏠려 있었다.

눈치 빠른 벨린은 짐작하는 바가 있었지만 다시금 빌랜드 군과의 싸움에 집중했다.

알레한드로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루이스 데 아리스테미스 원수가 우리의 공격에 힘을 실어주었지. 포병대를 동원하여 빌랜드 총사대의 중앙을 공략했거든. 적이 무슨 전법을 쓰는 지 안 거지. 놈들은 걸어다니는 이동 포대나 다름없는 마법사들을 이용하여 막강한 화력으로 우리를 제압하려는 거였어. 빌랜드군의 전략을 눈치 챈 우리는 미리 요격하기로 작정한 거고. 바로 그때 자네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봤지.”

알레한드로가 와인을 들이켰다. 이야기에 집중하던 벨린이 눈을 깜빡였다.

“우린 그때 히스파니아군 포병대의 앞까지 물러나 있었는데, 적을 향해 포격을 날리던 포병들이 차례차례 쓰러진 거야. 모두들 놀랐지. 우리는 원거리에서 누군가 저격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아닌 게 아니라 정말이었어. 어떤 놈이 이백미터나 떨어진 근처 숲의 나무 위에 앉아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 조안과 내가 재빨리 접근하여 실체를 봤지. 녀석은…,”

알레한드로가 쥐어짜듯 분명히 말했다.

“여자였어."

벨린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무표정하던 그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그래 맞아. 여인이 틀림없었다고. 놈들 특유의 붉은색 제복차림에 깃털달린 삼각모를 쓰고 있었지. 잘은 못 봤지만 긴 머리칼을 휘날리고 있었지. 그렇게 날렵한 실루엣은 여자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었거든.”

“그래서 어떻게 됐지?”

벨린이 물었다. 알레한드로가 간단히 대답했다.

“놓쳤어. 우리한테 발각난 대로 재빨리 도망쳐버렸거든. 나는 자네처럼 사격실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총격을 가해봤지만 허사였지. 훗날 가톨릭 연합군들 사이에서 이런 소문이 들리기는 했어. 홀란드 전투 때 빌랜드군 사이에 레드코트 머스킷트리스(musketress)가 있었다고 말이야.”

알레한드로가 잠시 쉬었다 이야기를 계속하려고 했지만, 벨린이 막았다. 그는 빌랜드어로 여자 총사를 뜻하는 머스킷트리스라는 단어를 듣고 나니 무언가 감흥이 생긴 듯 싶었다. 여하튼 알레한드로가 보기에 그는 더 이상 전쟁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기색이 분명했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난 것 같군. 잠시 내가 자네들에게 제안 하나 하지.”

벨린이 두 총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들의 사냥실력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전장이 있네.”


-------------------


짧긴 했지만 암시가 많았어요. 빌랜드가 히스파니아의 큰 적이 될 것이라는 암시와.. 머스킷트리스라는 단어... 더구나 조안의 이상한 행동까지.


좀 있으면 부대 복귀군요. 많이 쓰지 못한 게 아쉬워요. ㅜ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베나레스의총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7 베나레스의 총사(85) +23 08.04.05 4,665 11 11쪽
86 베나레스의 총사(84) +28 08.04.04 4,406 14 7쪽
85 베나레스의 총사(83) +19 08.03.29 4,780 14 10쪽
84 베나레스의 총사(82) +23 08.03.23 4,996 14 10쪽
83 베나레스의 총사(81) +30 08.03.21 4,618 14 8쪽
82 베나레스의 총사(80) +28 08.03.16 4,677 14 10쪽
81 베나레스의 총사(79) +21 08.03.13 4,588 14 7쪽
80 베나레스의 총사(78) +28 08.03.09 4,578 14 8쪽
79 베나레스의 총사(77) +21 08.03.05 4,900 14 12쪽
78 베나레스의 총사(76) +20 08.03.03 4,734 15 8쪽
77 베나레스의 총사(75) +28 08.03.01 5,188 17 10쪽
76 베나레스의 총사(74) +35 08.02.24 4,920 16 8쪽
75 베나레스의 총사(73) +24 08.02.17 5,039 14 7쪽
74 베나레스의 총사(72) +29 08.02.15 5,021 14 9쪽
73 베나레스의 총사(71) +33 08.02.08 5,657 12 9쪽
72 베나레스의 총사(70) +22 08.02.06 5,094 15 7쪽
71 베나레스의 총사(69) +14 08.02.02 5,252 14 10쪽
70 베나레스의 총사(68) +19 08.01.29 5,244 16 11쪽
69 베나레스의 총사(67) +23 08.01.27 5,209 14 8쪽
68 베나레스의 총사(66) +21 08.01.26 5,202 14 8쪽
67 베나레스의 총사(65) +20 08.01.24 5,399 13 13쪽
66 베나레스의 총사(64) +32 08.01.21 5,488 13 7쪽
65 베나레스의 총사(63) +26 08.01.19 5,553 16 9쪽
64 베나레스의 총사(62) +23 08.01.17 5,586 13 11쪽
63 베나레스의 총사(61) +22 08.01.14 5,680 14 7쪽
62 베나레스의 총사(60) +24 08.01.12 5,724 13 10쪽
» 베나레스의 총사(59) +22 08.01.09 5,883 14 7쪽
60 베나레스의 총사(58) +24 08.01.07 5,986 13 9쪽
59 베나레스의 총사(57) +27 08.01.05 6,527 13 11쪽
58 베나레스의 총사(56) +33 07.12.30 6,214 13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