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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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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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66)

DUMMY

13장 - 살롱의 성전기사단원



다음 날, 오전 아스틴 황궁으로 간 벨린은 황궁 내부에 미연의 인장된 분위기가 흐르고 있음을 알았다. 황궁의 수많은 인물들이 모두 한 가지의 일을 위해 분주히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벨린은 아스틴 본궁 근위사관의 경례를 받고 이사벨을 알현하기 위해 현관 앞에서 기다렸다. 사관은 총사대 소위였다. 깃털달린 삼각모에 검을 찼고, 진녹색의 예장용 제복차림이었다.

그 사관은 벨린에게 마마께서 곧 당도하시기로 하셨으니 기다리라고 말했다.

벨린이 한 동안 대리석 바닥을 배회하는데 총사대 소위가 물었다.

"실례지만, 대위님의 성함이 벨린 데 란테이신지요?"

"무슨 일이지?"

벨린이 사무적으로 물었다. 총사대 소위가 놀라워하며 대꾸했다.

"설마 했는데, 당신이 정말 이사벨 마마의 새 호위총사였군요! 란츠베르크의 영웅 출신으로 단신으로 추기경의 기사단원 여덟명을 헤치우고 제2황녀는 수녀원에서 구출했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허풍쟁이들 말은 듣지 말게."

벨린이 대꾸했다. 하지만 실전경험이 없었던 총사대 소위는 벨린 데 란테가 착용한 검이 단번에 사람 여덟을 헤치웠다고 상상하니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황궁 사람들이 모두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는군."

사관이 간단히 대답했다.

"마마께서 주요 대신들을 소집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주마다 의례있는 일과지요."

"추기경도 참석하겠군."

벨린이 넌저시 말했다. 앳된 총사대 사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당신, 그들과 마저 일전을 치를 셈인가요?"

"마마께서 원하신다면 그럴 수밖에."

그가 농담삼아 말했다. 그때, 이사벨 황녀가 등장했다. 그녀는 은빛의 기품있는 드레스에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왕관을 착용하고 있었다.

가냘픈 손에는 성장을 들었고, 에메랄드 빛 눈동자는 전방을 바라보다, 벨린 데 란테에게 응시했다.

"데 란테."

이사벨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불렀다. 벨린이 은빛 드레스를 입은 황녀를 따라 걸었다. 그녀는 황실의 위엄을 차리고자 완전히 치장한 차림새였다. 복도에 걸린 큰 유화들 사이사이로 걸어가는 그녀의 뒤로 비서직을 수행하는 시종들과 시녀들이 따랐다.

"짐의 솜씨가 어떠냐."

그녀가 다소곳이 물었다.

벨린이 대답했다.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로 만들어주셨으니 그저 황송할 따름입니다."

"한때 그대의 무모했던 야망에 비한다면 새발의 피겠지."

그들은 본궁의 모퉁이를 돌아 궁전의 중심부로 나아갔다. 벨린은 황녀가 가려고 하는 곳을 알지 못했다.

이사벨이 말했다.

"그대는 지금 평민으로써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황제 폐하께서 기거중이신 처소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사벨이 벨린을 보았다. 벨린은 무언가 심각한 기류를 감지했다. 그날은 분위기가 달라도 무척이나 달랐다. 에메랄드빛 눈동자로 벨린을 보는 그녀의 표정은 우울하면서도 심각했다.

이윽고 그들은 황제가 기거중인 처소 앞에 도착했다. 방과 연결되어 있는 복도 주변은 황실의 그 어느 곳보다도 화려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단창을 든 근위총사대원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는 가운데 그들이 입장했다.

편안하게 꾸며진 작은 병실 안에 제국의 대신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공식적으로 아직 현 황제 페란테 2세의 대신들이었다. 로렌초 총사대장서부터 공작 직위를 지닌 해군과 육군의 대원수들은 물론이고, 식민지의 총독들과 문화 예술 분야를 관리하는 황실의 여러 수석 대신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 히스파니아 동방회사의 총사 돈 주스피앙도 보였다.

추기경도 그들 가운데 서 있었다. 그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들이 이사벨의 반지에 일일이 키스를 했다.

이사벨이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안색이 창백한 백발의 노인이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의 옆에서 검은 프록코트를 입은 늙은 의사가 서 있었다. 벨린 데 란테는 그 의사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란츠베르크에서 자신을 살렸던 자코모 다빈치라는 이름의 그 의사였다.

"다빈치 박사."

이사벨이 말했다. 자코모 다빈치가 황녀와 얼굴을 마주했다. 안경을 쓴 의사 겸 마법사가 이사벨에게 가볍게 절을 했다.

"폐하의 상태를 고하라."

이사벨이 말했다. 자코모 다빈치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앞으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 달이라."

이사벨이 입술을 다물었다. 현기증이 이는 것을 간신히 참는 것 같았다. 자코모 다빈치가 설명했다.

"간이 심하게 손상되어 더 이상 심장이 생명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의 치료가 소용이 없습니다. 죽음 앞에서는 어떤 약물도, 어떤 마법도 소용이 없지요."

이사벨은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들도 침묵을 지켰다. 그런 상태가 얼마 동안 지속되는 가운데, 이사벨이 간신히 침묵을 깼다.

"알았다."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그 동안 폐하를 보살피느라 수고했다. 다빈치 박사."

자코모 다빈치가 모자를 벗고 예를 표했다. 이사벨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대신들이 그녀를 따랐다.

그녀가 빠른 속도로 복도를 거닐며 물었다.

"추기경."

"예, 마마."

리베라 추기경이 서둘러 대답했다.

"그대는 오늘 짐에게 할 말이 많을 텐데."

"아닙니다. 마마."

추기경이 당황한 듯 강조했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짐의 명으로 디에네를 이 황궁에 기거토록 하고 있는데도 말이냐."

"마마의 뜻이 확고한데, 어찌 신이 감히..."

"그대의 충정을 알겠다."

이사벨이 멈춰 뒤를 돌아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대신들은 하나 같이 고개를 숙였고, 그들 가운데 그녀와 눈을 마주치는 사람이 없었다.

이사벨이 대신들을 둘러보며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다음 주 내로 삼부회를 소집할 것이다. 현 히스파니아 황실의 법도대로 전국의 모든 귀족 대표와, 평민 대표, 성직자 대표들을 소환하라. 삼부회를 소집하는 기간 동안, 법도대로 히스파니아 교회가 관리하던 사법권을 황실이 임명한 대법관들에게 이양한다. 돈 로베르토 아스콘나스."

이사벨이 어느 젊은 대신을 지목했다. 하얀 가발을 쓴 그 젊은 대신이 대답했다.

"제국의 황위를 승계하는데 법률자문을 구할 수 있는 법관들을 대법관으로 임명케 하라. 그들이라면 짐의 황위계승이 정당한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터. 아무런 부정도 없도록, 그대에게 이 모든 일을 위임한다."

"예, 마마."

로베르토 아스콘나스가 머리를 조아렸다. 어두운 표정의 이사벨이 지친듯이 한 마디 했다.

"이만 모두들 물러가도록 하라. 짐에게 잠시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구나."

대신들이 그녀의 말에 따라 자리를 벗어났다. 벨린 데 란테가 자리를 벗어나는 대신들과 잠시 눈을 마주쳤다. 히스파니아의 추기경과 히스파니아 동방회사의 총수이자 수석 재무대신인 돈 주스피앙이 그를 보고 지나갔지만, 두 사람의 심리가 어떠한지 벨린은 짐작할 수 없었다.

어느덧 자리에는 황녀와 시종들을 포함한 호위총사만 남게 됐다. 이사벨은 손을 저어 시종들과 시녀들에게 각자의 일을 보도록 했다. 마지 못해 그들이 자리를 떠나자, 이사벨과 벨린만 복도 한 가운데 남았다.

이사벨은 무척 우울해보였다. 그녀는 심지어 벨린도 오래 보고 싶지 않는 듯했다.

"오늘은 그 누구도 만나보고 싶지 않구나, 데 란테. 불온서적의 유포 문제에 대해서는..."

"저에게 해결책이 있습니다. 더 이상 그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대만 믿겠다."

벨린이 아디오스 데 콘프리체 하고 황녀에게 절을 했다. 이사벨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벨린 데 란테는 그녀가 복도의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에게 오늘 하루만큼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벨린 데 란테에게는 이와는 별개로 바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이윽고 그는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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