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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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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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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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0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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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78)

DUMMY

벨린 데 란테가 손을 뻗어 공중에서 장갑을 가로챘다. 까트린이 자신의 오래된 기병도를 뽑았다. 그러자 알레한드로와 조안이 철컥 하는 소리를 내며 머스킷총을 겨눴다. 벨린은 그녀가 하는 짓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까트린의 검에 시선을 집주한 총사들이 그녀에게 한 생각은, 그들의 대장인 벨린 만큼이나 저 여자도 만만찮은 괴짜라는 것이었다. 2~3세기는 되었을 법한 그 날카로운 곡선의 기병도는 물결무늬가 그려진 곡도로 얼마나 관리를 잘했는지 날이 바짝 서 있었다.

"검을 뽑아! 벨린 데 란테!"

까트린 데 세비아노가 단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상대에게 벨린이 조용히 물었다.

"내 편지를 받아보았나, 데 세비아노?"

"용케 내 거처를 알았더군."

"그야 쉽지. 여성 기병대원이면 막사도 혼자 쓸 테니까."

"검을 뽑아 이 멍청아!"

까트린이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벨린은 검을 들고 설치는 그녀가 무척 귀엽다는 반응이었다.

벨린이 검을 뽑지 않고 한 손에 쥔 그녀의 장갑을 내려보았다. 흥미로웠다. 보자마자 결투를 신청하다니. 소문대로 그녀는 결투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그가 비웃듯이 물었다.

"이유가 뭐지, 세뇨리타?"

"네가 한 짓을 네가 몰라?"

까트린이 이죽거렸다. 벨린은 그저 어깨를 으쓱 했다. 그녀가 성토하듯 소리쳤다.

"넌 빌랜드인을 잡으려 한 내 고생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어!"

"대신 너는 내게 생명을 빚졌을 텐데."

벨린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지적했다.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까트린은 지지 않았다. 그녀가 쏘아붙였다.

"디에네 마마를 납치한 대가도 있지!"

벨린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일이 너와 무슨 상관이지?"

"나는 줄곳 마마를 모셨어. 마마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알지 못했돈 사실이 드러나자, 모두들 무언가 감흥받은 얼굴을 했다. 벨린은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계획을 변경할 필요를 느낀 것일까.

그가 말했다.

"편지는 읽었나?"

"그런 거짓말에 속을 줄 알고?"

어디선가 여러 사람들이 발맞추어 행진하는 소리가 났다. 눈치빠른 조안이 까트린을 머스킷총으로 겨눈 채 뒤로 시선을 훔쳤다.

그가 내뱉었다.

"벨린, 누군가 오고 있어. 창과 머스킷총을 든 자들이..."

알레한드로도 뒤를 보았다. 머스킷총과 창으로 무장한 제복입은 자들이 오고 있었다. 복장으로 볼 때 항만구역을 순찰나온 히스파니아 동방회사군이었다.

그들이 이 광경을 보고 있다면 가만 있을리 만무했다.

"동방회사구나!"

알레한드로가 성을 냈다.

"이 망아지 같은 아가씨 같으니! 우리의 계획을 탄로나게 할 셈이야?"

그러나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검을 거두면 신경전에서 지고 마는 거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벨린이 사납게 말했다.

"나와 결투를 하고 싶다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공증인을 세워서 네가 원하는 조건으로 네가 원하는대로 들어주지.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닌 모양이군. 좋은 말 할 때 검을 거두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봉변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누구 맘대로 이래라야!"

까트린이 성을 냈다. 벨린 데 란테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 아가씨 한번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그가 재빨리 허리에 찬 사브레를 뽑았다. 그것은 까트린이 원하던 것이었기에, 그녀는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방회사의 순찰대가 바로 가까이 온 상태에서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어마어마한 함정에 빠진 셈이었다. 그것은 벨린 데 란테가 일부러 큰 소리로 순찰대를 부른 것에서 알 수 있었다.

벨린이 까트린의 검과 자신의 검을 맞물린 채 소리쳤다.

"불온서적을 유포한 빌랜드 첩자가 여기에 있다!"

그 말에 깜짝 놀란 쪽은 까트린이었다.

"뭐, 뭐?"

그녀가 기가 찼는지 흠칫했다. 벨린은 그떄를 놓치지 않았다. 빈틈이 보이자마자 그는 신속히 기고만장하던 여성 기병대원이 피하지 못할 공격을 감행했다. 벨린의 검이 까트린의 가슴을 찌르고 들어왔다. 그 바람에 뒷걸음질친 그녀는 발을 헛디뎠고, 검을 잡은 채로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넘어지면서 상처를 자극받았는지, 까트린이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소리를 냈다. 벨린이 가만히 서서 앉아있는 그녀에게 검을 겨눴다. 까트린은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상황파악을 한 알레한드로와 조안이 히스파니아 동방회사군의 순찰대를 맞이했다.

감색과 붉은색 제복을 입은 병정들이 현장을 둘러싸고 장전된 머스킷총을 겨눴다. 그들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가발을 쓴 젊은 중위가 앞으로 나섰다.

"도와드릴 일이 있습니까? 세뇨르..."

"데 란테 대위요."

벨린이 까트린의 장갑을 품안으로 숨기며 말했다. 동방회사군 장교가 벨린의 총사대 복장을 알아보았다. 벨린이 검을 거두고 검집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가 천연덕스럽게 설명했다.

"불온서적을 유포하는데 일조한 첩자가 항구로 도망친다는 정보를 접수해서 잡으려던 참이었소. 알고 보니 추기경 각하의 기병대원이더군."

"이 거짓말쟁이!"

까트린 데 세비아노가 분노하여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별 수 없었다. 동방회사군 병정들이 사방에서 총검으로 그녀를 겨눈 탓이었다.

벨린이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두루마리 문서였다. 그가 문서를 펼쳐 중위에게 보여주었다.

"이사벨 데 아라고른 섭정 각하의 신임장이오. 빌랜드인 첩자를 잡은 경위를 동방회사군 본부로 가서 해명하고자 합니다."

"기꺼이 돕겠습니다. 데 란테 대위님."

동방회사군 장교가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병정들이 총검을 겨눈 가운데, 한 병사가 검을 든 그녀의 손을 발로 찼다. 그녀가 아얏 하고 손을 놓침과 동시에 포박이 진행되었다. 그녀가 이를 갈며 히스파니아어로 말할 수 있는 욕설이란 욕설은 전부 퍼부었지만 흥분한 그녀의 말솜씨로는 이 상황을 타파할 수단이 전무했다.

순찰대 병사가 그녀의 팔목을 엑스자로 접질러서 손목부터 시작해서 가슴까지 완전히 포박했다. 벨린이 충고했다.

"총상을 입은 자니 포박을 헐렁하게 하는 편이 좋겠군."

동방회사군 병사들의 그의 말을 따랐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시끄럽게 욕설을 퍼붓는 까트린의 입을 막지는 못했으므로, 벨린이 다시 주문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입은 좀 막아주었으면 좋겠어."

"그건 내가 하지, 벨린."

알레한드로가 나섰다. 그가 손수건 두 장을 꺼내서는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야성적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까트린에게 양해의 말을 구하고서는 손수건을 입 안에 집어넣고 남은 손수건 한 장으로 막아 묶어버렸다.

그제야 좀 조용해졌다. 벨린이 그녀에게 조용히 웃어보였다. 까트린이 아무리 씩씩거리며 벨린 데 란테를 노려봤자 소용없었다.

동방회사군 장교가 길을 안내했다. 입은 막았어도 귀까지 막은 것은 아니라서, 벨린이 그녀보고 들으라고 혼잣말을 했지만 물론 그것이 진심은 아니었다.

"요즘은 반역자를 어디서 총살형시킬지 모르겠군. 아니, 광장에서 교수형을 시키던가?"

까트린이 그 소리에 우웁거리면서 몸을 들썩거렸지만, 벨린은 태연했다. 그에게는 그저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시작이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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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비겁하군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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