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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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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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2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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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81)

DUMMY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자신의 담력을 믿었다.

그녀는 누군가 눈앞에 총을 들이대더라고 의연할 자신이 있었다. 비록 큰 전쟁에 참여해본 적은 없지만 지방의 여럿 신교도 반란과 치안공백사태에서 실전경험을 쌓은 적도 있었다. 그녀는 범법자를 여럿 죽인 경험도 있어 누구를 죽이는 것도, 죽임을 당하는 것도 무섭지 않았다. 그래서 군사조직이면서 치안업무를 같이 수행하는 교회 기사단의 정식명칭은 카라비나리였는데 그 말은 히스파니아어로 '헌병군'이라는 뜻이었다.


다만 그녀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불명예와 참기 힘든 치욕을 당하는 것일 터이다. 까트린은 지금까지 설마 벨린 데 란테가 처녀인 자신에게 이보다 더 치욕적인 짓을 하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신사도가 있는 총사라면 숙녀에게 이보다 심한 짓을 하겠냐 싶었다. 물론 그녀가 처음부터 무례하게 굴었던 것은 사실이니, 그것이 상대를 잘못 본 뼈아픈 실수이기는 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 빌어먹을 총사녀석에게 양심이 있다면 이쯤에서 풀어주겠지. 그녀는 이 생각으로 위안을 가지고 밧줄을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꿈틀거렸다. 허나 곧 그녀가 벨린 데 란테를 잘못 생각해도 한참을 잘못 생각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벨린 데 란테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여태껏 중위와 웃으며 수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그는 한 손에 까트린의 기병도를 들고 어깨에는 머스킷총을 맨 채 의자를 끌어앉았다. 허리까지 기른 머리칼을 리본으로 묶어 늘여뜨린 저 잘 생긴 총사가 까트린과 마주보도록 의자를 기울이더니, 손을 움직여 그녀의 재갈을 풀었다. 마치 무슨 일을 저지를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생각하는 게 있으니 두고보라는 태도였다.


다시금 말할 자유를 얻은 까트린이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그녀가 벨린을 똑바로 노려봤다.

"어디 한번 고문이라도 해보시지! 아무리 그래도 너 따위에게 지지는 않아!"

"누가 뭐랬나?"

벨린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그저 이제부터 네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오나 궁금해서. 더구나 숨이 찰 것 같기도 하더군."

"뭐야?"

그때였다. 만취한 동방회사 병사 여럿이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그녀의 양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까트린이 잔득 긴장해서는 그 술냄새 가득 풍기는 동방회사 병사들의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충혈된 눈이 정상이라 할 수 없는 몰골이었다. 그럼에도 힘은 왜 그렇게 센지, 육박전이라면 자신있다고 자랑하던 그녀가 힘을 못쓸 정도였다.

까트린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거 놔! 어, 어어!"

그 사내들이 포박당한 여 기병대원을 번쩍 들어서는 벨린이 의자에 앉아 눈이겨보고 있던 원형 테이블에 팽개쳤다. 그녀가 테이블에 부딧치며 신음을 토했다.

벨린이 의자에 앉은 채 나지막이 물었다.

"까트린 데 세비아노."

술취한 동방회사군 순찰대원들이 테이블에 누운 그녀를 둘러쌌다. 순간 그의 속셈을 눈치 챈 까트린이 벨린에게 고개를 돌리며 분노에 떨었다.

"이, 이놈..."

벨린이 태연히 말했다.

"네가 처녀라고 들었어."

"뭔, 뭔 소리 하는 거야!" 까트린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다 병사들이 그녀를 몸으로 짖누르는 바람에 머리만 흔들어댔다.

"그야 뭐, 뻔하지."

그의 목소리에 지극히 태연함이 묻어났다. 그녀를 몸으로 포위한 병사들 곁으로, 중위가 나타났다. 순간 까트린은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에 술집의 다른 손님들이 흥미롭다는 듯 그들을 둘러싸는 순간, 중위가 벨린의 차가운 한마디에 몸을 움직였다.

"범해."

그 단어를 듣는 순간, 까트린은 저 자가 설마하던 짓을 하리라는 것을 다시 상기했다. 그녀의 머릿 속에 든 것이 모두 하얗게 지워졌다.

그녀가 소리쳤다.

"이, 이건 너무해! 싫어! 이런 자리에서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데!"

벨린은 여전히 그 장면을 목도만 하고 있었다. 중위가 밧줄에 묶인 그녀의 상체에서 기병대 제복을 강제로 벗겨내었다. 그녀의 쇄골과 왼쪽 어깨의 붕대를 감은 부분과 샹들리에 불빛 때문에 주홍빛으로 빛나는 젖가슴이 찬찬히 드러났다.

까트린이 울고불고 하고 있엇음에도, 데 란테는 그제야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의 뒤로 생각보다 벨린이 저지르는 비도덕적인 짓을 태연히 바라보고 있는 알레한드로와 조안이 나타났다.

벨린이 작게 내뱉었다.


"악마처럼 행동하는 것도 재미는 있지만, 솔직히 구역질 나."


알레한드로가 물었다.


"전쟁터에서 별 장면을 다봤으니 솔직히 놀랍지 않아. 헌데 이 정도로 하고 싶을 정도로 저 여자를 굴복시키고 싶은 거야?"


"내게 다 생각이 있어. 알레한드로."


반면 조안은 저 장면이 적응이 안된다는 듯 헛구역질을 했다.


그 와중에 까트린이 황급히 소리쳤다.


"이건 아냐! 나는 세비아노 가문의 대를 이을 몸이야! 몸을 이렇게 더럽혀서는!"

벨린은 더러운 짓이 자행되려는 현장 앞까지 걸어갔다. 까트린이 겁에 질린 눈으로 벨린 데 란테를 보며 울고 있었다. 설령, 총을 겨누고 쏜다고 협박했다 해도 그녀에게 저 정도의 반응을 얻지는 못했을 터였다. 그녀가 두려웠던 것은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외강내유적인 성격이 깨질 만큼 씻지못할 모욕을 당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다 네가 자초한 거야, 까트린."


벨린이 탁자에 누워 짓눌린 그녀의 얼굴로 머리를 숙였다. 이제 그녀는 발버둥칠 기력도 없어졌다. 옷은 필요한 부분만 벗겨졌고 치부도 충분히 드러났다. 광기에 젖어 벌거벗은 동방회사군 중위가 무섭게 덤벼들려던 찰나였다.

마지막 순간,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걸 깨달은 까트린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외쳤다.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 내가 졌어! 그러니 제발! 여기서만큼은 제발!"

"그럼 맹세하시지. 앞으로 나를 상관으로 모시겠다고."

벨린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렇게 강직해보였던 까트린 데 세비아노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가 좀 더 굴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벨린 데 란테는 몇 초 동안 사태를 방관했다.

그녀가 헐떡이며 소리쳤다.

"알겠어! 네가 원하는대로 할게!"

"뭐라고 했지, 카발리스?"

술이 아닌 무언가에 현혹된 동방회사군 병사들이 야유를 터트렸다. 중위가 그녀의 양 다리를 자기 어깨까지 들어올렸다. 까트린이 완강히 저항했지만 병사들이 거드는 바람에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남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것도 테이블 위에서 순결을 잃으려는 것도 치욕인데, 몸이 활처럼 휘어지기까지 하자, 다급함을 느낀 까트린이 다시 외쳤다.

"맹, 맹세합니다. 저는 당신을 제 상관으로..."

그와 동시에 벨린이 중위를 바라보았다. 순간 자신의 것을 밀어넣으려던 중위가 젊은 총사가 눈을 마주쳤다. 벨린이 탄약가방에서 재빨리 탄약통을 꺼내었다. 마치 향수를 뿌리는 것처럼, 그가 탄약통의 뚜껑을 열고 살짝 흔들어 미세하게 고운 화약 먼지를 공중에 흩날렸다. 그 화약먼지는 놀랍게도 보랏빛이었고, 그 미세한 보랏빛 먼지가 공중에 반짝이며 퍼지는 순간, 벨린 데 란테가 권총의 수석식 격발장치를 뒤로 후퇴장전했다. 그리고는 라투니스어로 된 묘한 문구와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

"엘리멘티오(elimentio)

겁간당할 위기에 처한 까트린이 마지막으로 본 모습은 그 권총의 부싯돌 격발장치에서 된 불꽃이 공기중의 보랏빛 먼지와 결합되어 순식간에 퍼지는 생전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


제가 여기서 정도를 넘으면 야설이 될 테고, 아예 이런 식으로 쓰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 뭐 마지막 장면에 마법을 부리는 거냐는 소리가 있겠는데.. 뭐 뭔치킨스런 그런 쪽은 아니니 염려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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