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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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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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3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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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21)

DUMMY

벨린 데 란테가 고개를 들어 이사벨을 올려보았다. 항상 품위있게 머리칼을 틀어모으던 그녀가 머리칼을 풀어헤친 채로 앉아 있었다. 마치 갓 목욕을 끝내고 머리칼을 말리려는 여인처럼 보였다.

이사벨이 몸을 앞으로 숙이는 바람에, 다시금 벨린과 무릎이 맞닿았다. 그녀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짐은 지금 드레스를 입거나, 한시간 동안 공들여 화장을 하지도 않았다. 톨레도로 향하는 이 여정만큼은 여제가 되지 않아야겠다고 작정했단 말이다."

벨린 데 란테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간절히 원하는 상대 앞에서 그가 할 수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일리있는 말이군요, 폐하." 벨린이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폐하께서 철부지처럼 느껴지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짐이 이러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게냐?" 이사벨이 다소 실망한 듯이 물었다.

그러나 그녀의 유혹은 엄연히 말해 성공한 것이었다. 벨린이 예의 그 사악함과 장난스러움이 반쯤 섞인 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키스를 하려는 척 몸을 앞으로 숙였다. 이사벨은 그를 맞이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바로 함정이었다. 벨린은 재빨리 젊은 여제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 바람에 이사벨은 갑자기 좌석에서 박차고 튀어나온 것처럼 깜짝 놀랐다.

"아얏!"

그녀는 스스로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벨린 데 란테의 무릎 위로 올라타고 말았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그 방도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녀가 결코 벨린에 비해 작은 체구도 아니었기에 두 남녀가 느낀 자극 또한 엄청났다.

벨린이 이사벨의 젖가슴에 얼굴이 파뭍혀 그녀를 올려보며 웃었다. 그녀가 분한 듯이 내뱉었다.

"그럼 그렇지. 또 함정을 판 거였어!"

"어쩌면 저와 마마의 목숨이 오늘 밤을 끝으로 끝날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럼 만족시켜라. 너는 이 방면의 전문가가..."

그 자리에서 벨린은 다시금 키스를 했다. 이번에는 서로의 밀착된 몸을 느끼면서 서서히 손맛을 되찾듯이 애무해나갈 수 있었다. 두 남녀는 서로의 옷의 틈을 파고들어 더듬어나갈 수 있었지만 곧 한계를 느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서로가 서로의 제복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키스한 상태에서 그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었다. 이미 서로의 몸이 달아올라 땀으로 젖기 시작한 데다, 이미 잔뜩 달아올라 얼굴이 붉게 상기된 여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코트와 셔츠를 벗겨내렸다. 창가로 세어들어오는 창백한 달빛이 두 남녀의 나신에 젖어들었다. 이 좁은 장소에서 상대를 배려하기에는 상체가 알몸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했다. 이 좁은 장소에서는 하체까지 완전히 벗을 수 없었다.

이제는 가벼운 조작이 필요했다. 두 남녀가 몸을 섞을 수 있는 아주 간단하지만 고통어린 접근을 그가 시작했다.

"잠깐, 벨린."

이사벨이 눈물을 글썽이며 벨린을 바라보았다. 그가 잠깐 행동을 멈추자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한마디 했다.

"부탁이야, 꼭 안아 줘."

벨린은 이사벨이 원하는대로 했다. 이윽고 그녀는 약한 몸부림에도 신음을 참지 않았다. 어차피 신음 따위는 말발굽소리와 덜커덩거리는 소리 때문에 새어나지 않은 데다 그녀가 더 이상 참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짧은 순간의 쾌락이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그녀는 마음껏 즐겼다. 스스로가 허용한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밤이 깊었지만 마차는 쉴틈없이 어둠 속을 헤치며 달려나갔다. 이사벨 여제는 벨린의 품안에 기대어 누웠다. 그녀의 얼굴은 아직도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땀이 흐르고 있었으며 산발이 된 머리칼을 도로 묶지도 않았다. 그 느낌을 계속 간직하고 싶은 듯했다.

"옛 연인이라." 이사벨이 자그맣게 말했다.

"너에게도 연인이라 불린 여인이 있었던 거로군. 너처럼 아름답게 삐뚫어진 사내가 말이야."

"내전을 기억하십니까, 폐하?"

벨린이 허무한 표정의 얼굴로 말했다. 이사벨이 기억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그때 짐은 열일곱살이었어. 병이 든 아바마마는 추기경에게 휘둘렸고, 추기경은 황실을 보호하겠노라 선포했지. 신교도들이 여러 도시를 점령할 동안 황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짐의 아우인 디에네는 그때 추기경의 보호하에 들어갔지."

이사벨은 갑자기 기분이 우울해진 모양이었다. 그것이 그만 정사 후의 허무와 겹쳐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게 했다.

"디에네와 같이 대관식을 하고 싶었지만, 데려오지 않은데는 안전 이상의 다른 이유도 있다. 그 아이는 내전 이후로 짐과 거리가 멀어진데다 우리는 서로를 결코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저는 총사가 되기 위해 상경하려던 차였습니다." 벨린이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죠. 전쟁지역을 거슬러야 했으니까요. 거기서 온갖것들을 보았고, 그래서 총사가 되는 것을 미룰 수밖에 없었지요."

이사벨이 놀라워했다.

"네 과거에 대해 나름대로 조사해봤지만 아무 것도 알아낼 수 없었어. 그런데 그것을 지금 고백하겠다는 것이냐?"

"전 그것을 숨긴 적이 없습니다. 다만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을 뿐이죠."

구리빛 상체를 알몸으로 드러낸 벨린이 갈색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는 신교도 반란자들에 맞서 트에비르의 엔리케 경이 이끄는 다국적 여단에 지원했습니다. 신교도에 맞서 싸우려는 온갖 다국적 용병들이 모인 잡탕 부대였죠. 우리는 트에비르에서 톨레도 외곽까지 행군하며 최후의 공방전 시기까지 3년간 싸웠습니다."

이사벨은 총사대 대위의 말을 홀린듯이 듣고 있었다.

"3년 간 아주 많은 것을 경험했지요. 도시들은 지옥으로 변했고, 시골은 연옥처럼 타락해버렸죠. 이웃들은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서로의 가족과 자식들을 교수대에 메달아버리더군요. 납으로 만든 지붕기와를 모조리 녹여 총알로 만들고, 마을 사람 전체가 각 진영에 입대하여 연대를 만드는 것도 드문 광경이었습니다."

벨린이 말을 멈추고 이사벨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때 폐하께서는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하고 물어보는 듯했다.

"짐은..."

이사벨은 우물쭈물 말을 흐렸다. 그리 떳떳하지 못한 과거이기에 말문을 열지 못하는 것이리라. 벨린이 작게 킥킥거렸다. 그리고는 재밌다는 투로 말했다.

"그 시절에 제 첫사랑을 만났다고 말한다면, 폐하께서는 필시 질투하시겠군요."

"질... 질투 따윈 하지 않아. 짐은 그저..."

"질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폐하."

벨린이 정면을 바라보고 악마처럼 웃으며 말했다.

"그녀와 저는 이제 원수지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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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야기가 슬슬 나오죠? 암튼 간에... 댓글이 많아서 참 고마웠어요.ㅜㅜ 이번화도 많았으면.. 그리고 좀 더 많이봐줬으면.ㅜㅜ

이번 화도 야하긴 야하다면, 자세한 묘사를 할 순 없어요. 그러다 야설 되거든요... 야설 쓸 생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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