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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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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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2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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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27)

DUMMY

* * *


'상비군'과 '제국 경제', '교회 행정부'는 그간 100년 동안 히스파니아 제국의 국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이것은 황제 휘하에 놓인 제국 권력의 삼권분립이었다. 그러나 이사벨 여제의 아버지인 페란테 2세가 서거하자마자 이미 이 권력들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제국적 경제를 담당하던 히스파니아 동방회사의 무역 기반들은 이미 여제에게 반기를 든 지 오래였고, 데 리베라 추기경이 이끌던 행정부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그러나 이 두 권력이 히스파니아 황제를 배반한다 해도, '상비군'만은 그렇게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총사대장 겸 남작 호르세 데 카사델라 준장이 살해당하면서 이마저도 위태롭게 되었다. 히스파니아 황제에게 진정한 상비군일 수 있는 부대는 오직 총사대 뿐이었던 것이다. 그 휘하에 놓인 제국 육군성 휘하의 많은 보병 및 기병, 포병연대들, 해군성 휘하의 함대들도 엄연히 말하면 황제 폐하의 군대이겠으나 각 군의 장관, 즉 군대의 원수들이 완전히 여제의 편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제국 총사대는 이제 총사대 집단을 하나로 모을 수장이 없다. 이사벨 여제는 그것을 원통해했고, 비록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자신을 보필해 온 전사한 총사대장 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깊은 슬픔에 잠긴 얼굴로 전사한 남작의 가슴에 달린 은으로 만든 휘장에 묻은 피를 닦았다.

여제의 목소리에는 비통함이 서려 있었다.

"카사델라 남작은 짐이 어릴 때부터 짐을 지켜왔던 충신이다. 그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누군가 그의 뒤를 이어야 할 겁니다."

자코모 다빈치가 조언했다.

"제가 알기로 제국 총사대는 다섯 명의 대령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근위총사연대를 포함한 다섯 연대가 있으니..."

"다른 야전연대는 지금 외국의 전쟁터에서 회귀중입니다. 박사."

벨린 데 란테가 죽은 총사대장의 손을 놓았다. 그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참으려는 것처럼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펠리페 연대, 미구엘 연대는 국경에서 꽤 가까운 곳까지 철수했지만, 내일 안에 이곳까지 당도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들에게 이 위국상황에 대한 전령을 보낼 순 있겠습니다만."

"원칙대로라면 그 대령들 가운데 한 명이 총사대장이 되어야 하겠지. 하지만 그들은 짐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이사벨 데 아라고른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녀는 호르세 데 카사델라가 가슴에 찬 휘장을 때어내어 왼손에 들고 있었다. 여제가 손짓하자 총사대원들이 전사한 총사대장의 시체를 들것에 실어 어디론가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총사대원들이 탄식하고 기도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적이 눈 앞에 있다."

이사벨이 한마디 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 적국의 사주를 받은 그 저주스런 반란군들을 진압하려면 제대로 된 군대와 접선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톨레도 공작이 이끄는 군대와 만나야 해. 서두르지 않는다면 놈들이 우리 숨통을 조이려 들 거야."

"하지만 그건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폐하."

자코모가 냉정히 말했다.

"저들은 이미 우리를 포위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총사대장과 진군했던 총사대원들이 제게 말을 해주었지요. 그들은 평야지대에서 선형대형을 펼쳐 수도를 빙 둘러싸며 이곳까지 압박해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도망친 빌랜드인 기병연대가 적들의 본대에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 들겠지요."

"그대는 대마법사가 아니냐?"

이사벨이 일말의 기대를 걸고 물었다.

"그대가 숨기고 있는 그 능력을 활용한다면 적들의 포위망을 일시적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도..."

"물론 저도 전쟁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폐하."

자코모 다빈치가 안경을 벗어 옷자락으로 닦으며 말했다.

"하지만 평야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회전이 아니라, 적의 병력이 분산되는 시가전과 엄폐물이 있는 공성전이었지요. 지난 50년 동안 에우로파의 마법사는 대규모 회전에 참여한 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마력은 발전한 총탄과 대포알을 막기 역부족이고, 설령 접근하여 한방 먹인다 해도 몰살당할 수 있는 무모한 짓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빌랜드의 마법사들은 다르지요. 그들은 저주받은 '멀린의 후예들'이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답니다. 물론 놈들만 덤벼든다면 모두 죽여버릴 수는 있습니다만... 문제는 성가신 화기들과 기병대지요."

"그럼 방법은 하나겠군요."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벨린이 종합하여 말했다.

"수도로 돌아가는 수밖에요."

"주스티안 데 모리체에게 직접 비수를 겨누겠단 말인가?"

자코모 다빈치가 웃으며 물었다. 여제가 잔뜩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자가 짐의 아우를 농락하기 전에 처치해버려야겠지. 하지만 그 자가 이미 수도를 장악하고 있다면 우리가 지닌 병력만으로는..."

"아닙니다, 폐하."

벨린이 진지한 얼굴로 설명했다.

"주스티안 데 모리체. 그는 영리한 머리로 철저히 계획을 짰지만 너무 영리한 것도 약점이지요. 이런 식으로 함정을 파서 우리와 추기경까지 한꺼번에 제거하려고 했던 겁니다. 우리가 추기경을 처단하면, 기습해버려서 처단하려고 한 거겠죠. 주안 스피놀라 중령이 그 일에 가담했던 것이구요. 하지만 그 자의 계획도 진행되면서 틀어진 게 틀림없어요."

벨린이 삼각모를 똑바로 쓰고 고개를 들어 모두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강점이 있습니다. 놈들은 폐하와 박사를 이간질시켜 마법사의 전력을 약화하려고 했습니다만, 자코모 다빈치 박사는 추방당하지 않았고, 이는 우리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되는 거죠."

"마법사가 싸움에 참여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지만, 간혹 하면 재밌기도 하지."

자코모 다빈치가 농담을 던졌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이사벨이 벨린의 설명에 깊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순간 이사벨과 자코모는 벨린 데 란테가 무언가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제 사심을 이용하여 저를 함정에 빠트리려고 한 점이지요."

"함정이라고?"

이사벨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내뱉었다. 그때 자코모 다빈치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그것 때문이군, 대위."

벨린이 마법사에게 눈빛을 주었다. 그리고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수도로 올겁니다. 기운이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원한이 서린 복수에 내가 감정을 개입하리라 여긴다면 큰 오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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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을 두분이나 써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성실연재가 아닌지라 별로 추천받을 글도 아닌데 참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비평도 왔으면...(어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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