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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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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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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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28)

DUMMY

벨린은 여제에게 눈을 돌렸다. 이사벨은 그녀의 사냥꾼이 허락을 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적의 의표를 찌르기 위해 수도로 회귀하는 이 대담한 결단을 그는 바라고 있었다.

이는 여제에게 있어 중대한 선택이었다. 물론 선택권은 그녀에게 달려 있었다. 포위망을 탈출하여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수도로 돌아가 급습하여 끝장을 볼 것인가.

이사벨은 잠시 머뭇거렸다. 이보다 더한 선택을 이 아름다운 히스파니아 황제의 후예는 지금껏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우유부단했던 적도 결코 없었다.

"짐은 이미 너에게 약속했다."

이사벨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네 복수를 허하겠다고. 그것이 적을 처단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짐은 기꺼이 수도로 돌아갈 것이다. 짐에게도 위기에서 구해야할 하나뿐인 혈육이 있다. 게다가."

이사벨 여제가 총사대장의 휘장을 자신의 가슴에 직접 달았다. 그것은 벨린 데 란테에게 총사대장의 부고 이휘 그녀가 직접 근위병력의 통제를 행사하겠다는 굳건한 결의로 보였다.

여제가 분명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에우로파를 호령하는 제국의 황제로서, 이렇게 도망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지."

이사벨의 가슴에 달린 은빛 휘장이 햇빛에 반짝거렸다. 벨린은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이사벨 여제가 적이 넘어온 들판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어디 그대의 의견을 듣고 싶다. 벨린 데 란테. 수도로 돌아가 적에게 반격할 방법이 있겠느냐. 바다건너 넘어온 불청객들이 반란자들과 함께 우리의 국토를 유린하기 전에."

"그 일이라면, 폐하."

갈색머리 총사가 악마처럼 웃어보였다.

"즐겁게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20장 - 습격.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창문으로 아스티아노 시내를 내다보았다. 맑고 화창한 봄날이었다. 아직 바람은 좀 쌀쌀맞았지만 날씨 하나만큼은 끝내주게 좋았다.

'여제가 호위대를 이끌고 간지 벌써 반나절이 지났군.'

기병대원 복장의 까트린이 하늘을 올려보았다.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이사벨 여제는 톨레도로 향하는 여정 중 반 이상 이동했어야 했다.

'그녀가 무사히 대관식을 치루어야 할 텐데.'

까트린은 자신의 임무를 상기하며 방 안으로 몸을 돌렸다. 아스틴 황궁의 어느 호화로운 침실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의자와 티 테이블, 여성을 위한 화장대와 커튼이 달린 침대까지. 그녀는 허리에 찬 기병도를 쥔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금발머리 소녀가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 있었다.

'오랫동안 힘겨우셨겠지.'

까트린은 이렇게 혼잣말을 하며 의자에 앉았다. 디에네 데 아라고른 황녀의 호위자로써 그녀는 안쓰러움에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다.

황제가 서거한 후로, 황녀는 정신이 반쯤 나간 모양이었다. 궁정생활 이후 그녀가 받고 있던 스트레스가 일순간 폭발한 모양이었다. 때문에 황녀는 종일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울음을 터트리기를 반복하곤 했다. 마치 마음속에 빗장을 건 사람 같았다.

그러므로 까트린은 과거의 우정을 상기하며 그녀를 달래거나 말을 걸 수도 없었고, 그 악순환이 오늘도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제기랄.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순 없어.'

까트린은 머리가 아팠다. 그녀는 디에네 황녀가 잠든 사이 말을 타고 주변을 순찰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황녀가 다시 깨어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린다는 것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답답한 일이었다. 더구나 황녀를 방에 데리고 온 후로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으니 바깥 소식도 좀 알 필요가 있었다.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디에네 황녀가 기거하는 침실 문을 잠그고 응접실에 걸어 둔 후사르 기병의 외투를 걸쳤다. 돌만이라 불리는 한쪽 어깨를 가리는 이 푸른색 외투는 금발에 피부가 하얗고, 벽안인 그녀를 한층 더 위풍있고 차가운 북에우로파 성향의 후사르 기병으로 보이게 했다.

그녀가 황녀를 보필하는 시녀들과 문을 지키는 총사대원을 모아 말했다.

"잠깐 순찰을 갔다 오겠어. 그 동안 어떠한 자도 마마를 알현케 해서는 안 돼."

그들이 복종의 뜻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공식적으로 이사벨 여제의 위임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도 이 기병대 장교를 거역하지 않았다.

까트린은 곧장 궁전 외부에 있는 마구간으로 갔다. 그곳에서 위틀루스종의 암말에 안장을 앉히고, 등자에 발을 디딘 채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궁전을 빠져나가 잠시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가는 도중 낯이 익은 자들을 만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들은 푸른 제복을 차려입은 총사들이었다. 그 중 한 명이 거인이었고 얼굴에 덮수룩한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까트린 데 세비아노가 그 거인을 알아보고 자기도 모르게 말을 멈췄다. 그러나 말을 먼저 건 쪽은 그 거인 총사였다.

"이보쇼, 추기경의 기병 나으리."

거인 총사가 퉁명스레 말했다. 까트린이 당황한 듯 대꾸했다.

"당신의 이름을 알아요. 알레한드로였죠?"

"오렌지공 마우리체호 사건 이후 오랜만이구려, 기병 나으리."

"혹시 내 이름을 기억 못하는 건가요?"

까트린이 인상을 찌푸리며 등자를 밟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녀가 덩치 큰 알레한드로의 뒤로 겻눈질했다.

"누군가 다쳤군요."

그녀는 총사대원들 두명이 부축하는 또 다른 총사와 눈이 마주쳤다. 밀짚 색깔의 머리칼을 지닌 총사였다. 다른 총사들은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그만 모자를 쓰고 있지 않았다. 그는 눈에 초점이 없었고, 온몸 곳곳에 피로 물등 붕대를 매고 있었다.

이윽고 까트린은 그 부상자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그 또한 그녀가 알고 있던 총사였다. 이름이 아마 조안이었을 것이다.

알레한드로가 불만스레 물었다.

"황궁에는 어쩐 일이오?"

"황실이 부여한 임무를 받고 행동하고 있어요. 당신들은요?"

거인 총사가 냉랑하게 대꾸했다.

"우리에게 임무가 있다면, 그건 그저 몸을 피하는 걸 거요. 그럼 이만 실례하지요. 내 동료에게 휴식이 필요해서 말이오."

그가 총사대원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하려고 했다. 아마 궁내의 총사대 본부로 가려는 것일 터였다. 그때, 까트린 데 세비아노의 심금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가 알레한드로를 가로막았다.

"잠깐만요."

까트린이 재빨리 말했다.

"당신은 벨린 데 란테가 어디에 있는지 알겠죠? 그를 어제 마지막으로 봤는데 그 이후에는 한번도..."

"주인님은 전쟁을 치르러 가셨어요."

처음 듣는 여자의 목소리가 까트린의 귓가에 들어왔다. 총사대원들 사이에서 갈색머리 여자가 나타났다. 허리를 감싸는 보디스에 치마를 입은 젊은 여자였다. 선량하고, 예쁘장하며 무언가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풍모. 그녀 또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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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이 얼마 안남았답니다. 한 삼십몇일요? 시간 안가네요.

나가서 이 글을 전체적으로 쭉 훑어봐야겠지요.

리플 많으면 하루종일 싱글벙글하답니다. 부탁드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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