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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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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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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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31)

DUMMY

벨라트리스 중령이 멈췄다. 길 한복판이었다. 까트린과 두 사람을 따르던 다른 기병대원들이 일제히 정지했다. 아스틴 황궁과 황궁 앞 정원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벨라트리스가 황궁을 주시했다.

30대 중반의 얼굴에 수염을 기른 그 기병대 중령이 뒤를 돌아 까트린을 보았다. 까트린은 경직된 얼굴로 눈을 맞췄다.

중령이 말했다.

"공격이 임박했다."

"주스피안 데 모리체인가요?"

까트린이 내뱉었다. 중령이 물었다.

"귀관은 그가 무슨 공격을 준비했는지 알고 있나?"

"아니요."

까트린이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벨라트리스가 피식 웃었다.

"근심이 크겠군. 황녀 마마를 모시는 까트린 데 세비아노."

중령이 등자를 밟고 땅에 발을 디뎠다. 다른 이들도 일제히 말에서 내렸다. 황실의 시종들이 기병대원들의 말을 마구간으로 끌었다.

까트린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했다. 역시나, 벨라트리스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그를 만난 것이 천우신조라고 해야할까.

이윽고 중령이 말했다.

"총사들을 멀리해, 까트린. 그들이 모두 황제 폐하를 모시는 충신들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물론 귀관이 잘 아는 벨린 데 란테처럼 여전히 여제에게 충성을 다하는 자들도 있겠지. 하지만 벨린 데 란테는 지금 이곳에 없어. 그리고 공격은 오늘 안에 시작된다."

벨라트리스가 뒤를 돌아 까트린을 흘겨보았다. 진지해진 그의 눈빛에서 까트린은 경고를 받았다. 벨라트리스가 말했다.

"당장 황녀 마마에게로 돌아가, 데 세비아노. 잠시 후 해가 지면 개최될 회의는 그들이 원한 대로 진행될 거야.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이 말이야. 한시라도 빨리 그대의 황녀마마를 피신시켜야 해. 놈들이 황녀를 잡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잘 알지 않겠나?"

“그들이 제 주인을...”

까트린이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황제로 세우려고 하는군요. 중령께서 그들을 막을 수는 없습니까? 우리는 흉갑기병대니까..."

까트린이 일말의 희망을 품고 말했다. 벨라트리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기병은 시가지 전투에서 어쩔 도리가 없다는 걸 잘 알지 않나. 하지만 내게도 계획이 있다. 그들은 우리까지 추기경이 통제했으리라 생각하니까, 헌병군이 나선다면 허를 찔려 당황할 게 틀림없어. 내 계획이 그들을 조금이나마 저지했으면 좋겠군. 하지만 우리에게도 황녀마마를 지킬 힘은 없어. 단지 시간만 끌 수 있을 뿐..."

벨라트리스와 기병들이 앞으로 나아갔다. 까트린은 경직되어 가만히 멈춰 서 있었다.

기병대 중령이 한마디 했다.

"어서 마마를 모시고 도망쳐, 까트린. 폭풍전야 속에서 방황하지 말고."


* * *


‘어디로 도망치란 거야?’

머릿속이 엉망이 된 까트린은 디에네 데 아라고른의 처소로 뛰어가며 속으로 뇌까렸다. 해가 지려고 하고 있었다. 붉은 노을과 함께 긴 그림자가 황궁 건물을 비롯한 모든 사물들에게 달라붙었다. 암흑이 공격의 시작이라는 것을 까트린은 직감했다. 더구나 이제는 황궁을 지키는 총사대도 믿을 수 잆었다.

황궁, 아니 수도를 벗어나야 했다. 주안 스피놀라라는 그 총사대 중령이 눈치채기 전에 더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로 도망치란 말인가?

결국 고민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까트린은 문을 박차고 제2황녀의 처소로 들어갔다. 그녀를 모시는 시종들이 따라 들어와 말했다.

“마마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오른손으로 허리에 찬 기병도의 검자루를 쥔 채 침실로 들어갔다. 침대에 앉아 있는 금발머리의 디에네 황녀가 보였다. 상중인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침울한 표정이었으나 많이 진정된 기미였다. 금발머리칼을 풀어헤친 채 하얀 레이스 잠옷을 입고 있었다. 시녀가 곁에서 그녀의 헝클어진 긴 머리칼을 빗고 있었다.

“데 세비아노. 그대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공황된 푸른 눈동자로 황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까트린은 말문이 막혀 그녀 앞에서 절을 했다.

“마마.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셔야 합니다. 아니, 그 전에...”

제2황녀가 고개를 들어 여 기병대원을 보았다. 디에네 데 아라고른이 대뜸 말했다.

“나는 계속 외톨이로 있었어, 데 세비아노. 주님께서도 나를 버리신지 오래되었지.”

디에네가 쓸쓸히 웃었다. 답답해진 까트린이 성급히 말했다.

“마마, 송구스럽사옵니다만, 시간이 없습니다. 저를 믿으신다면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나셔야 합니다. 곧 고난이 닥칠 겁니다.”

“너와 고난을 함께할 수 있다면 기꺼이 견뎌내겠어. 헌데... 새 여제 폐하 곁에 있는 것보다도 내게 더 큰 재앙이 있다는 거야?”

디에네가 냉소어린 얼굴로 반문했다. 까트린은 다시 한 번 말문이 막혔지만, 이제는 행동을 보이기로 다짐했다.

“어서 일어나세요. 마마. 지금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디에네 데 아라고른이 기병의 말에 따라 침대에서 일어났다. 마음이 급해진 까트린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무작정 처소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디에네 황녀가 흠칫하여 버티고 섰다.

"이 차림으로는 무리야. 옷은 입어야지."

까트린은 냉정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에게 드레스를 입힐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금세 들킬 테니까. 그렇다고 검은 상복을 입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가는 그녀가 도로 슬픔에 잠길 테니까.

까트린은 황녀의 머리칼을 빗어주던 젊은 시녀에게 눈을 돌렸다. 문득 그녀에게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


좀 짧아서 죄송하군요.

다음주부터는 시간이 있을테니까. 좀 많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몸풀이한다 생각하시고. 다음주를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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