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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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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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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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36, 겸 전역 공지)

DUMMY

135화의 안젤라와 관련된 뒷부분이 살짝 바뀌었습니다. 내용이 바뀐 것은 아니고, 쓰다보니 제가 의도한 게 잘못되서... 멘트를 좀 수정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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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 노스트윈드는 히스파니아 동방회사의 항구에 앉아 있었다. 이곳은 히스파니아 동방회사가 황제에게 칙허권을 얻어 독자적인 치외법권을 행사하는 항구였다.

항구 앞바다는 어두웠고 하늘에는 찬란한 별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히스파니아 해군요새 격파에 나선 프리킷 범선 HMS멀린호가 등불을 환히 밝히며 항구로 접안하고 있었다.

얼마 전, 홀란드 상선 오렌지공 마우리체호로 위장한 평저선 HMS 세실 호가 이 앞바다에서 가라앉았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알기에 그 공격은 히스파니아 해군이 가한 것이었고, 그러므로 오늘은 그 복수를 한 날이었다.

이름만 회사일뿐, 히스파니아 동방회사는 황제의 칙허를 받은 이후 군대나 다름없는 조직을 편성했다. 히스파니아 동방회사군은 전 세계의 식민지 및 동방 교역국과의 무역에서 상단을 호위하고 식민지를 확장했다. 이는 빌랜드가 주도해서 세운 브리타나 동방회사의 방침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빌랜드는 동방의 식민지에서 강세를 보였고, 히스파니아는 여전히 그들의 서쪽 신대륙 식민지인 누에보 히스파니아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 달랐다.

즉 히스파니아 동방회사는 빌랜드에게 있어 강적 가운데 하나였다. 그럼에도 그들이 빌랜드의 도움으로 군주를 바꿀 혁명을 일으킨다는 것이, 안젤라 노스트윈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그녀의 빌랜드 총사 부대원들은 브라운 베스 머스킷총을 어깨에 메고 쉬고 있었다. 붉은 제복을 입은 그들은 '레드코트'들이라 불렀으며, 빌랜드 각지의 여러 연대에서 차출한 정예 대원들만 모은 것이었다.

빌랜드인은 그들의 소속을 '마법 사단'이라 불렀다. 빌랜드의 위대한 국왕 폐하이신 찰스 3세의 윤허로 만들어진 이 역사적인 부대는 '철기군'과 더불어 빌랜드의 명예 혁명에서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마법 부대를 만든 것에서 유래했다. 이 부대의 사령관은 박사 칭호를 받는 위대한 대마법사들이 맡았다. 초기 사령관은 논리법과 '파워워드'의 대가 프란시스 베이컨이었으며, 그는 결국 의회파에 의해 체포되 처형당했지만 그 후임 사령관인 캐임블리지의 올리버가 의회파 독재자 크롬웰을 처형함으로써 복수했다. 마법사단의 사령관들 출신은 대부분 옥스퍼드, 캐임브리지 대학의 마법 박사들이었는데, 그래서 공식 호칭이 장군이나, 사령관이 아닌 '박사'라 불리는 것이었다. 그들은 흑마법과, 원소마법, 성마법으로 분류되는 호신용 마법을 전쟁에 유용한 전쟁도구로 발전시킴으로써 그 전 시대의 원시적인 마법전쟁을, 화약 전쟁시대에도 유용하게 쓰이도록 탈바꿈했다. 그들의 전략은 발전한 화약무기 군제를 따라가면서도 그 전력에 마법의 공격적인 파괴력을 합치는 것이었다. 이른바 '마법총사'라 불리우는 안젤라의 레드코트 중대는 그렇게 탄생한 것이었다.

안젤라 노스트윈트는 동방회사의 히스파니아인들을 기다리며 자신의 브라운 베스 머스킷총을 살펴보았다. 이 플린트락 머스킷총은 활강식 소총으로 총강 내부에 강선이 없었다. 빌랜드의 공업력은 아직 강선이 파인 소총을 대규모로 생산할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다. 히스파니아에서 처음 개발된 강선파인 소총은 이제 겨우 그 기술력을 다니치 연맹의 소국에서 따라할 수준이었다.

이 총을 '브라운 베스'라 부르는 이유를 차갑고 도도한 인상의 안젤라는 잘 알고 있었다. 사내들은 옛날부터 무기를 자신의 부인과 같이 다루라고 배워왔다. 그러니 총에 여자의 애칭을 부치는 것도 그리 나쁠 것은 없었다.

'베스'처럼 흔한 여자의 별칭도 없었다. 심지어 히스파니아에도 '베스'라는 이름의 여자 별칭이 있었다.

그것을 처음으로 지적했던 이가 있었다. 그녀의 기억속에는 '바인 베스'라는 이름의 히스파니아식 강선총을 들고 다니던 갈색머리 소년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소년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했다. '란테'의 벨린.

안젤라는 그를 기억했다. 또한 그와 벌였던 좋았던 기억들과 비극처럼 마무리된 관계도 기억했다. 허나 그가 이 싸움에 개입할 리는 없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큰 우연일 터였다. 그저 그와 관련된 히스파니아에서의 기억이 안젤라의 아픈 구석을 찌를 뿐이었다.

HMS 멀린 호가 돛을 내리고서는 항구에 완전히 접안했다. 접안문이 열리더니 빌랜드 깃발을 든 선원들과 함께 마법 사단 사령관 리처드 비어든 박사가 망토를 휘날리며 내렸다.

안젤라와 레드코트들이 그를 알아보고 절을 했다.

그녀가 보고했다.

"중대원 전원 무사합니다."

빌랜드산 프록코트를 입은 비어든 박사는 하늘을 올려보았다. 빌랜드 마법사들이 특징이 있다면, 시간이 날 때마다 별자리로 운명을 점쳐보는 것이다.

"나는 기억한다."

비어든 박사가 지팡으로 땅을 짚은 채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얼마 전, 이 아스티아노 앞바다에서 우리의 동지였던 윌리엄이 복귀를 하지 못하고 죽고 말았지. 누군가 그의 배에 불을 질렀고, 그의 두 제자를 죽였으며, 그 마저 죽여버렸다. 아주 강력한 마법의 힘이 그를 지옥으로 보냈다. 삼가 그의 영혼에 안식이 있기를."

"그 자가 마법사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하셨지요."

안젤라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매번 차가운 것에 특별한 감정이 개입된 것은 아니었다. 안젤라의 이성은 늘 겨울철의 땅바닥처럼 메말라 있었다.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다. 정신을 조종하는 흑마법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었고, 마음 속의 큰 상처를 지니고 다니기 때문이란 소문도 있었다.

비어든 박사가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그 자에게 벤데타(vendeta, 피의 복수)를 실행해야 한다."

"그 마법사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가톨릭 교도일 테고 히스파니아인이겠지요. 성마법을 부린 것인가요?"

"아니."

안경을 쓴 비어든 박사가 고개를 저었다.

"윌리엄은 원소마법 때문에 죽었어. 그것도 고전적인 동에우로파의 강력한 라투니스어 파워워드에 당한 거지."

"그럼 그는 히스파니아인이 아니겠군요. 용병일까요?"

"아니, 그는 히스파니아인이다."

안젤라는 감정에 제동은 건 듯이 대꾸하지 않았다. 음모를 꾸미는 사람처럼 비어든 박사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마법사가 아니라,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히스파니아 머스퀴트로스(총사)야. 이미 그 자의 이름도 파악되었다."

안젤라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이상하게 느낀 올리버가 상관을 힐끔 바라보았다.

"벨린 데 란테."

비어든 박사가 히스파니아식으로 우아하게 혀를 굴렸다. 그리고는 품안에서 종이를 한장 꺼내 읽어내렸다.

"제국 섭정 이사벨 데 아라고른 황녀의 사냥꾼. 30년 전쟁에서 히스파니아가 승리하는데 기여한 숨겨진 총사, 인간을 저격하는 사냥꾼, 여러 여자와 재미를 보고 다니는 난봉꾼에, 최근에는 빌랜드 마법사를 죽인 살인자를 타이틀이 하나 더 붙은 것이다. 그 자와 우리의 억센 운명에 저주 있기를."

안젤라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삼각모 밑으로 나온 갈색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리는 가운데, 미간이 경직되어 있었다.

비어든 박사가 말했다.

"베이컨 경께서는 말씀하셨다. 계속 발 밑에 채이는 돌이 있거든, 그 돌을 가만히 놔두어서는 안 된다고. 히스파니아의 내정에 간섭할 수 있는 이 기회가 우리에게는 천우신조이다. 그 자가 앞으로 우리 조국의 강한 적이 되기 전에 죽여야 할 것이다."

비어든 박사가 안젤라에게 충고했다.

"순수마법사보다도 안젤라 그대의 레드코트들이 이 일에 적합할 것이다. 그 자에게도 같은 총사의 손에 죽는 배려를 해줘야겠지."

안젤라가 침묵을 깼다.

"그 자의 인상착의는 파악되었습니까?"

비어든 박사가 웃으면서 읽던 종이를 주었다. 안젤라는 그 종이를 제복 코트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화제를 돌리려는 목적이 분명하게 한마디 했다.

"히스파니아인들은 저희를 아스틴의 황제가 사는 황궁으로 데려가려고 합니다."

"그것은 내가 바라던 일이다."

비어든 박사가 대답했다.

"주스티안 데 모리체라고, 이 역모를 꾸민 부르조아가 우리와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내심 여제의 충성스런 측근들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라 우리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사가 지팡이를 옆구리에 끼고 앞으로 나섰다.

"자, 그럼 이만 출발하지, 제군들. 국왕 폐하를 위해."

국왕폐하를 위해 하고 레드코트들이 총을 들어올린 채 복창했다. 안젤라는 여전히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비어든 박사가 앞으로 사라지자, 올리버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젤라,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그러자 안젤라가 소리없이 웃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노려보면서. 그녀가 작게 말했다.

"그 자가 살아 있는 모양이야, 올리버. 제법이군, 내게 복수를 하려고 악착같이 살아남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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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한 공지를 하려고 합니다. 드디어 전역했답니다. 낄낄... 714일동안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부터 봇물 터지듯이 이야기를 전개해보지요.


전역을 계기로 독자들이 좀 더 많이 모인다면 그보다 좋은 일도 없을 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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