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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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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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1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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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38)

DUMMY

“자네, 그거 아나? 이사벨 아라고른 또한 자네만큼 감성적이고, 그녀에게도 견딜 수 없는 업보가 있다는 걸.”

“업보라.”

벨린이 약이라도 집어삼킨 듯 쓰게 웃었다. 자코모 다빈치가 흥미진진하게 말을 붙였다.

“나는 마법사이고 과학자이기도 하지만 사실 본 직업은 의사라고 할 수 있지. 의사는 육체적 질환을 다루기도 하지만, 마음을 다룰 수도 있어야 하는 걸세. 물론 이 세상에는 상처를 엉터리로 꿰매고 한심한 과다출혈로 멀쩡한 인간을 숨지게 하는 돌팔이들도 수도 없이 많아. 그와 마찬가지로 육체만 생각한 나머지 머릿속 영혼의 복잡한 작용을 보지 못하는 얼간이들도 많지.”

벨린은 잠자코 듣기만 했다.

“내전이 벌어졌을 때 이사벨은 디에네를 지키지 못했지. 그녀는 이번에도 그런 사태가 벌어질까 두려워하고 있네. 자신의 무능함이 또 한 번 상처를 입힐까봐. 아라고른 황가의 그 젊은 군주에게 어떤 업보가 있는지 이제 짐작이 가나?”

갈색머리 총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란툰 반도의 마법사가 말을 이었다.

“이 싸움에 참여하는 자들에게는 모두 업보가 있네. 심지어 나까지도. 모두와 얽힌 그 인과관계를 나는 느낄 수 있어. 그것을 처음 느꼈을 때는 내가 전쟁터에서 자네를 치료했을 때였지.”

갈색머리 총사가 다빈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치 위협을 받은 사람처럼.

“그때 내가 자네에게서 무엇을 봤는지 궁금하지 않나, 벨린 데 란테?”

벨린이 미간을 찡그렸다. 마법사가 민감한 구석을 찌른 것이 틀림없었다. 그에 대해 자코모 다빈치가 입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묵직한 진동이 느껴지면서 마차가 멈춰 섰다.

벨린 데 란테가 기다렸다는 듯 머스킷총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빈치가 따라서 내렸다.

차가운 밤공기와 바람이 그들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곧 벨린은 대열이 왜 멈추었는지 알 수 있었다.

멀리서 포성이 들렸다. 화약시대에 맞게 개조한 아스티아노의 성곽이 보였다. 과거 시대의 어떤 성곽보다도 낮으면서도 두텁고 총과 대포를 쏠 수 있도록 총안을 뚫어놓은 벽이었다.

길을 따라 굳건한 성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해가 지면 아스티아노 성곽의 수비대원들은 성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벨린과 자코모가 대열의 앞으로 걸어갔다. 앞 대열의 마차에서도 양쪽에 문이 열리면서 두 사람이 내렸다. 한 명은 진홍색 사제복을 입은 제국 추기경이었다. 오른쪽에는 남은 여행 기간 동안 그가 긴 대화를 나눈 대화상대가 서 있었다. 진녹색 총사대 제복차림에 총사대장 휘장을 패용한 이사벨 여제였다.

벨린과 자코모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말에 타고 있던 총사들이 사방을 경계했다. 성곽 위에 총으로 무장한 수비대원들이 그림자만 드리우고 있었다. 그들이 일제히 횃불을 켰다.

이사벨 여제가 성곽을 올려보며 말했다.

“대포 소리가 들리는구나. 누군가 공격을 시작한 거야. 늦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제 뒤에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폐하.”

벨린이 조언했다. 여제는 그의 말대로 벨린의 뒤에 숨어 몸을 움츠렸다. 리베라 추기경이 긴장한 기색을 보이며 앞으로 나섰다. 이윽고,성곽 위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누구냐! 뭐하는 것들이냐!”

추기경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제국 추기경 프란체스코 데 리베라다!”

성곽에 서 있던 수비대원들 가운데 몇몇이 누군가를 부르러 가기 위해 사라졌다. 잠시 후, 리본이 달린 삼각모를 쓴 고급 장교가 횃불 아래로 나타났다. 그가 외쳤다.

“각하십니까?”

“그렇다.”

추기경이 대답했다. 삼각모를 쓴 장교가 손짓을 했다. 잠시 후 성문이 열렸다. 해자 사이로 통로가 놓이자 추기경이 초조하게 말했다.

“어서 마차에 타는 게 좋겠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지 않나.”

여제가 지시했다.

“다빈치 박사, 추기경을 감시하라. 나는 데 란테 대위와 함께 하겠다.”

그들이 서둘러 마차에 올랐다. 마차에 오르고 문을 닫자마자 이사벨 여제가 참고 있던 숨을 내뱉었다.

“역겨워.”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원수 같은 자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거래를 하다니. 마음 같아서는 광장에 목을 메달아도 시원치 않을 텐데.”

“그 자는 폐하께 목숨을 바쳐도 할 말이 없습니다.”

벨린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이사벨이 대꾸했다.

“어쩔 수 없지. 대신 그 간신배는 목숨을 제외한 모든 것을 버려야 할 것이다.”

마차가 아스티아노의 성문을 통과했다. 멀리서 포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서쪽과 북쪽에서 울리는 대포 소리였다.

성문을 통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다시 멈췄다. 누군가 다가와서 마차 문을 열었다. 자코모 다빈치였다.

“어서 내리게. 이걸 더 이상 타고 다닐 필요가 없어.”

여제와 총사가 내리자마자 마법사가 뒤쪽을 가리켰다. 추기경에게 아까 전 문을 열라 지시한 헌병군 수비대 장교가 다가와서 경례했다.

“페르난데스 대위입니다, 각하.”

“모든 헌병군 병력은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나? 수비대장 로드리게스 장군은 어디에 있지?”

수비대 대위는 긴장한 나머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추기경이 냉랑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

“대위, 지금 당장 헌병군의 각 지휘관들에게 전갈을 보내야 한다. 그들에게 일말의 주저도 없이 이 자리로 모여야 한다고...”

“하오나, 각하. 지휘관들은 현 위치에 없습니다.”

수비대장이 말했다. 추기경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헌병군 지휘관들은 지금 여제 폐하의 명을 대행하는 총사대장 대행의 전달로 궁전에 갔습니다. 연대장 이상의 지휘관을 포함하여 수비대장인 로드리게스 장군도 그곳에 있습니다.”

추기경이 정색한 듯 주먹을 쥐었다.

“주스티안 데 모리체.”

리베라 추기경이 여제를 돌아보며 숨이 막히는 사람마냥 실토했다.

“그 자의 짓입니다, 폐하. 역시 저를 믿지 않았던 겁니다. 잠재적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 헌병군의 최고 지휘관들을…….”

그때 수비대 대위가 긴박하게 말을 걸었다.

“각하, 송구스럽습니다만 저 포성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지휘관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지만 모두들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무언가 정변이 일어나지는 않았나, 다들 걱정하고 있습니다.”

추기경이 우물쭈물해하고 있는데, 여린 목소리가 대답을 대신하였다.

“적의 외침이다. 대위.”

추기경과 헌병군 대위가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사벨 여제가 가까이 서 있었다. 그녀가 삼각모를 벗어 한 손에 들자 모자챙에 가려져 있던 이목구비가 또렷이 드러났다.

그녀가 벨린 데 란테에게 눈짓했다. 벨린은 마치 사전에 조율한 것처럼 주변에 서 있는 수비대원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사벨 2세 황제 폐하시다, 모두 예를 갖추어라!”


-----------


흥좀 돋궈주시면 더 신명나게 쓸 거 같은데요. 크크.

조회수가 떨어져서 걱정됨.. 전역하면 더 오를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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