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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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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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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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39)

DUMMY

“적의 외침이다. 대위.”

추기경과 헌병군 대위가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사벨 여제가 가까이 서 있었다. 그녀가 삼각모를 벗어 한 손에 들자 모자챙에 가려져 있던 이목구비가 또렷이 드러났다.

그녀가 벨린 데 란테에게 눈짓했다. 벨린은 마치 사전에 조율한 것처럼 주변에 서 있는 수비대원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사벨 2세 황제 폐하시다, 모두 예를 갖추어라!”

이사벨 데 아라고른 여제가 팔짱을 낀 채 섰다. 그녀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선 성벽 수비병들에게 도전적인 눈빛을 뿌렸다. 여제의 시선에서 역대 황제의 피를 물려받은 군주의 자태가 아니라면 재연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묻어났다.

데 리베라 추기경이 마치 항복을 하는 것처럼, 반쪽 무릎을 꿇고 여제에게 절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헌병군들이 일제히 추기경을 따라 경의를 표했다. 추기경이 드디어 새 여제의 권위에 승복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태도에 담긴 진실성은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었다.

이사벨 여제가 살짝 손을 들었다. 추기경이 여제에게 다가섰다. 모두의 시선이 총사대 제복 차림을 한 이사벨 여제에게 쏠리는 가운데 그녀가 말했다.

“불순한 무리들이 짐의 권위에 도전하여 이 도시를 침공하였노라. 그들은 짐이 톨레도로 떠난 사이 역모를 벌이려고 했지.”

헌병군들이 술렁였다. 누군가 외쳤다.

“아스티아노에 반란이 일어났단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이사벨이 간단히 대답하고서는 추기경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헌병군은 아스티아노에 2개 연대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성 세바스찬 흉갑기병대와 제12헌병군 연대가 있나이다.”

“주스티안이 그 부대의 지휘관들을 전부 구금하여, 그들이 방관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게냐?”

추기경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여제가 냉랑하게 내뱉었다.

“그대가 수습할 일이다. 추기경. 그대의 명예를 걸고 그대가 직접 헌병군을 재정비하여 그 반란군들을 이 도시에서 몰아내라. 그것이 그대가 반란혐의에 대한 목숨과 대대로 이어질 불명예를 씻는 길이 될 것이다.”

“포 임페라도 데 글로리아.”

리베라 추기경이 떨면서 대답했다. 그가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몸을 돌려서는 헌병군들에게 다가갔다. 붉은 사제복을 입은 추기경은 장교들을 호출했고 그들에게 큰 목소리로 일련의 지시를 내렸으며 장교들은 전령을 호출했고, 장교들의 호령소리에 헌병군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사벨 여제는 머리를 쓸어내렸다. 그녀를 끝까지 호위하던 2개 중대 규모의 총사대원들이 주변에 서 있었다. 벨린 데 란테가 말했다.

“추기경이 또 다시 배신을 할 리는 없을 겁니다. 그는 이미 폐하께 목숨을 빚진 거나 다름없습니다.”

“저 자는 자신의 죄를 저런 식으로 씻어야해. 그가 피를 흘리지 않는 한 짐은 저 늙은이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이사벨이 포성이 들려오는 아스티아노의 밤하늘을 올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포성이 더욱 가까이 들리고 있어. 선제 폐하께서 내전을 벌였을 때도 이 도시는 포화를 빗겨갔는데. 대체 어디서 누가 대포를 쏘고 있는 거지?”

그 무렵이었다. 포성을 제외하면 어둠 속의 침묵 상태나 다름없는 도시 근교에서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말을 탄 누군가 어둠 속에서 아스티아노의 남쪽 관문을 향해 전속력으로 튀어나왔다. 총사대원들이 재빨리 튀어나와 이사벨 여제를 사방으로 둘러쌌다. 만약을 위한 대비였다.

벨린 데 란테가 어둠속에서 튀어나온 기수를 바라보았다. 기병이었다. 투구에 전투용 흉갑을 차려입은 기병대 제복을 입은 흉갑 기병대원이었다.

그 기병은 몸을 완전히 아래로 숙인 채 비틀거리다 총사들의 바로 앞까지 와서 낙마했다. 벨린 데 란테와 자코모 다빈치가 그에게 뛰어갔다.

다빈치가 그 기병을 똑바로 뉘었다. 그 기병의 옆구리에서 시커먼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미 많은 피가 흘러나와 그 기병의 몸을 흠뻑 적셨다.

다빈치가 소리쳤다.

“아직 의식이 있군! 어이, 정신 차려! 여기서 혼이 나가면 자네를 위해 해줄 일이 없어!”

다빈치가 기병의 부상부위를 압박했다. 그의 손이 한 순간에 피로 흠뻑 젖었다. 벨린 데 란테가 기병의 얼굴을 살폈다. 전형적인 과다출혈의 증상이었다. 안색은 창백했고, 몸을 부들부들 떨렸다. 힘겹게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리 오래 견디지는 못할 것이라고 벨린 데 란테는 확신했다.

허나 그가 죽기 전에 벨린은 확인할 것이 있었다.

부상당한 기병이 지껄였다.

“흉갑기병대는 방관하지 않았다. 나는 다른 헌병군들에게 전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어... 역모가 일어났다고... 우리는 궁전에서 패퇴했지만...”

“혹시 디에네 황녀에 대해 아는 바 있나?”

벨린이 그를 내려 보며 물었다. 기병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데 세비아노 대위가. 그녀를 호위하고 있다고 했어.. 어디 갔는지는 알 길이 없지.. 전투 도중 사라졌으니까...”

“사라졌다고?”

흉갑기병의 눈동자는 절망이 가득 차 있었다. 그가 피투성이 손으로 갈색머리 총사대원의 손을 잡았다.

“우린 할 만큼 했어. 이젠 너희 보병들 차례야. 행운을 빌지.”

기병의 고개가 허물어졌다. 다빈치가 그의 맥박을 쟀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일어났다. 똑같은 일이 연거푸 일어난 것이었다. 의사로서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기회를 안 주는군. 이 몹쓸 것들이.”

화가 난 늙은 마법사가 투덜거렸다. 여제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흥분한 기색을 애써 숨기며 결연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짐은 이제 총사대를 이끌고 황궁으로 가려고 한다. 그들이 역대 황제 폐하들의 사직을 망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또한, 짐의 아우도...”

벨린이 일어났다. 냉랑한 얼굴이었다. 그가 어깨에 메고 있던 머스킷총을 꺼내어 장약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가시죠. 폐하께서 바라시는 전장을 향해.”

* * *

바로 그 시간. 항구를 통해 상륙한 빌랜드 총사들은 서쪽 관문을 지나 아스틴 광장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시가지까지 진출해 있었다. 빌랜드군은 동방회사의 안내대로 제국의 금융 중심지인 산 마르틴가를 지나 그곳에 약간의 수비병을 배치하고 황궁으로 진출할 예정이었다.

머스킷총을 어깨에 맨 안젤라 노스트윈드는 히스파니아 중앙은행을 올려보았다. 이곳은 히스파니아 제국의 돈줄과 연관된 곳으로, 그들이 이곳을 불태워버린다면 당분간 제국은 회생이 불가능한 모라토리움 사태에 직면하고 말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 보존된 은괴가 엄청나다는 소리를 들은 바 있었다. 지난 몇 십 년 간 히스파니아가 신대륙에서 채굴하여 에우로파로 유통시킨 은이 전부 이곳에 있다는 풍문이었다.

이 재산들은 동방회사군이 각별히 보호하고 있었다. 히스파니아 동방회사 본사와, 중앙은행 앞에는 창을 든 기병대가 배치되어 있었고, 황동으로 주조한 5파운드포도 방열되어 있었다. 그 대포들의 포신은 시가지로 향해 있었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포도탄을 가득 채웠을 게 분명했다.

올리버가 그 대포들을 둘러보며 농담삼아 말했다.

“도둑질은 나쁜 거다 이거로군요. 어서 다른 곳으로 가야되겠어요.”

안젤라가 품 안에서 지도를 꺼내어 펼쳐 보였다.

“우리는 아스틴 황궁과 연결되는 큰 시가지를 지나 광장으로 들어갈 거야. 그곳에서 군악대가 빌랜드 군가를 연주한다면, 이곳 스페냐드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겠지.”

“아직까지 우리와 대적하려는 자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들의 혁명이 성공한 걸까요?”

“천만에.”

안젤라가 지도를 거두고 광장쪽을 주시했다. 수많은 다층 건물들이 숲처럼 세워져 있었다. 만약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평야지대에 펼쳐지는 회전보다도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지금 바로 광장으로 나아가야 해. 만약 적들이 기습한다면, 광장처럼 시야가 넓게 펼쳐진 곳이 유리해. 시가지는 우리에게 적당하지 않은 곳이고 만약 전투가 벌어진다면 큰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

올리버가 챙을 잡아 경례했다. 그가 검을 뽑아 들고 부사관들에게 뛰어갔다. 드럼 주자가 다시 드럼을 두드렸다. 행군을 알리는 신호였다. 붉은 제복을 입은 총사들이 정렬했다.

안젤라가 말에 오르려던 때였다. 그녀가 별안간 멈췄다.

안젤라가 자리에 서서 시가지들로 가려진 동쪽을 눈 이겨 보았다. 검을 뽑아든 올리버와 부사관들이 다가섰다. 그녀는 눈을 감았고, 팔을 펼친 채 주먹을 쥐었다. 검은 아지랑이가 몸에서 발산되어 근처에 서 있던 레드코트들이 차가움을 느꼈다.

신참 레드코트들이 얼음처럼 파고드는 그 냉기에 뒤로 물러섰다.

“걱정 마. 두려워 할 것 없어. 베스가 무언가를 발견한 모양이야.”

올리버가 그들을 진정시켰다. 안젤라가 부리는 흑마법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는 그밖에 없었다. 아마 안젤라가 무언가 낌새를 눈치 채고 탐색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는 원리는 잘 모르지만 사방에 있는 모든 것을 천리안처럼 탐색하는 주문이라고 했다.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마법사도 그녀의 마력을 느낄 정도로 안젤라의 힘은 강력하다고 들었다.

검은 아지랑이를 발산하는 와중에 안젤라가 눈을 떴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녀는 마법을 부리는 중 눈을 뜨지 않았다. 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마력에 의해 붉게 달아오른 눈동자로 앞을 노려보았고 곧 이어 호전적으로 내뱉는 것이었다.

그것도 빌랜드어로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욕을 말이다.

“블러디 헬.”


---


블러디 헬이라. 이건 제가 외치고 싶은 욕이지요. 요즘... 이 글을 탈고하고 있는데 머릿속이 좀 꼬여서 작업 효율이 10%도 안 되는 막장 생활중입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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