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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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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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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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44)

DUMMY

스피놀라가 속으로 되뇌었다.

‘벨린 데 란테의 그 여자 노예?’

그러나 그 놀라운 사실을 스피놀라는 입에 담을 수 없었다.

그 빌랜드 머스킷트리스가 악에 받친 얼굴로 이렇게 내뱉었던 것이다.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마이 로드.”

“이런, 안젤라.”

빌랜드 마법사가 웃음을 터트렸다.

“어디서 애들처럼 싸우다 온 것 같군. 누가 자네처럼 강력한 숙녀를 그렇게 만들었지?”

“벨린 데 란테입니다. 마이 로드.”

안젤라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

“방금 전 그와 이 도시의 시가지에서 일전을 벌였지요. 불행하게도 비겼습니다.”

“지금 벨린 데 란테라고 했나?”

빌랜드인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주안 스피놀라가 끼어들었다.

“그가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지? 그는 이사벨 데 아라고른과 톨레도로 떠났을 텐데?”

안젤라가 스피놀라 중령을 단호한 눈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중 그를 발견했지요.”

“당신이 그를 어떻게 알고?”

스피놀라가 물었다. 그 질문을 안젤라는 형편없다고 느낀 게 틀림없었다. 그녀가 실소를 터트리더니 말했다.

“당신네 제국이 내전에 휩싸였을 때 나는 용병이 되어 그 전투에 참전했습니다. 그리고 벨린 데 란테는 2년 동안 내 사랑의 대상이었지요.”

스피놀라의 표정이 굳었다. 그가 우물쭈물거렸다.

“나는 데 란테와 절친한 사이였어. 그는 한 번도 당신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

머스킷트리스는 요부처럼 냉소를 흘렸다.

“감수성 어린 늑대 소년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이었겠지요. 아무튼 그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게 기적 같은 일입니다. 나는 한때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갔었거든요. 그는 죽고 싶어 발버둥 쳤지요. 복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자신의 나약함을 깨달았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길이 없었으니까요.”

주안 스피놀라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멍하니 섰다. 벨린 데 란테와 지내면서 품은 의문점 가운데 한 가지가 그만 해소되어버렸던 것이다.

안젤라가 몸을 돌렸다. 그녀가 보고했다.

“벨린 데 란테는 2개 중대 정도 되는 이 나라 근위총사대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저처럼 총사 복장을 한 검은머리 여인과, 마법사로 보이는 늙은 노인이 있었지요.”

“맙소사. 이사벨 데 아라고른이야!”

주스티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그녀가 호랑이굴로 돌아왔군. 역시나, 대단한 배짱을 지닌 여인이야.”

“절호의 기회요. 돈 주스티안.”

비어든 박사가 뇌까렸다.

“이사벨 데 아라고른은 당신들의 혁명을 방해할 유일한 인사지 않소? 그녀를 잡는 거요. 덩달아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그 흥미로운 잡종 녀석과 란툰 반도의 마법사를 제거하는 거지요. 유리한 고지만 먼저 점령하고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그들을 잡아 이용할 수 있소.”

비어든 박사가 지팡이를 들고 일어나 말했다.

“하늘이 당신들을 돕는 거요. 그들은 모험을 하더라도 황궁을 되찾으려 하겠지요. 우리를 직접 겨누려고 할 거란 말이요. 우리는 그들이 옴과 동시에 유리한 카드를 쥐고 협박하면 그만이요. 여기 있는 크라우네 데 엠페라도와, 이 황제의 관을 쓸 제물인 디에네 데 아라고른 황녀만 있다면….”

주스티안이 스피놀라를 바라보았다.

“스피놀라 중령. 디에네 황녀를 찾았나?”

스피놀라가 대답했다.

“지금 황궁을 수색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황궁을 빠져나간다는 건 불가능해요. 아마 황궁 내에 존재하는 여러 은신처에 숨어 있을 겁니다. 이 궁전에는 마법의 힘을 이용해 동작하는 은신처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런 곳의 위치는 황족들에게만 대대손손 비밀리에 전수되지요.”

비어든 박사가 말했다.

“탐색이라면 안젤라만큼 적당한 이가 없지. 그녀에게 이 임무를 맡기지요. 시간이 훨씬 절약될 거요.”

안젤라가 복종하는 뜻으로 고개 숙여 절했다. 그녀가 명령을 받고 움직이려던 때였다.

스피놀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렇게 덧붙였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군요. 돈 주스티안. 제가 전에 말했던 로보 카사도르의 일원들이 디에네 황녀를 호위하던 까트린 데 세비아노와 함께 있는 것을 봤다는 자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함께 숨어있는지도 모릅니다. 겁이 난 그 기병이 데 란테의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모양입니다. 데 란테가 데리고 다니던 그 여종까지 같이 있을 수도 있지요.”

안젤라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금 데 란테의 여종이라고 했나요?”

스피놀라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가 끔찍이도 아끼던 여자였지. 그의 본 심정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옆에서 볼 때는 그래보였소. 이제야 나는 그게 이해가더이다. 그는 아무래도, 당신에게 아직까지는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있던 모양이오.”

“그 자의 마음이 어떤지 당신이 어떻게 알지?”

안젤라가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이거 역시 내 생각에 불과하지만.”

스피놀라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데 란테의 여종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아마 부끄러움에 몸을 떨 것 같군.”

* * *

“메디아 비타 인 모오테 스무스.”

금발머리 황녀가 무릎을 꿇고 벽을 보며 기도하고 있었다. 이 작은 비밀의 방에 모인 이들은 그 기도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기도는 라투니스어였다. 라투니스어 기도문은 귀족이나 지식인들 외에는 배우지 않았다.

“쿠엠 쿠에리무스 아디우토렘 니시 테 도미네.”

바닥에 주저앉은 까트린이 기도하는 디에네 황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입에서는 한 시간 째 다양한 기도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신의 기적을 입은 성녀처럼, 방안에 들어온 이후 정신이 나가버린 그녀는 혼이 나간 듯한 얼굴로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오른쪽 몇 발자국 떨어진 화장대 아래에 총사 두 명과 갈색머리 여자 한명이 앉아 있었다. 동료와 동료의 여인을 보호해야할 막중한 책임을 알레한드로, 머리와 가슴에 붕대를 두른 모습으로 지친 듯이 눈을 감은 조안, 또 하나는 벨린 데 란테의 여종이었다. 아리엘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지닌 갈색머리 처녀.

까트린은 방 안에 있는 벽시계를 보았다. 고장 난 시계라는 것은 알았다. 시계바늘은 3시 10분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로서는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까트린은 그것을 미친듯이 알고 싶었다.

밖에서 들려오던 화약무기의 폭음은 이제 사그라져 들리지 않았다. 전투가 끝난 듯했다. 흉갑기병대는 막대한 피해를 입고 후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놈들이 황궁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뜻이 되겠군. 까트린은 기분이 우울해졌다. 돈 벨라트리스는 무사할까. 그 정신 나간 주스티안과 총사대 중령을 막을 수 있는 진압군은 있을까.

“저 세뇨리타.”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까트린은 고개를 돌렸다. 지친 나머지 곯아떨어진 알레한드로 왼쪽에 앉아 있던 아리엘이었다.

황녀가 읊조리는 기도문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녀가 작게 말했다.

“저 분은 무엇 때문에 저렇게 된 거예요?”

“나도 잘 모르겠어.”

까트린이 힘없이 대꾸했다.

“누구는 광신 때문이라고 하고, 누구는 여제 폐하 때문이라고 하지.”

“불쌍한 분이군요. 저만큼이나.”

아리엘이 두 다리를 모아 앉으며 말했다. 그녀는 까트린만큼이나 우울해보였다. 주인과 멀리 떨어진 것이 그녀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까트린은 짐작했다.

“저기….”

까트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얼마 전만 해도 물어볼 수조차 없었던 것이었지만, 이제는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와 벨린 데 란테의 관계가 어땠는지 물어봐도 될까?”

“주인님과의 관계요?”

아리엘이 축축이 젖은 눈동자로 고개를 들었다.

“한때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었죠.”


--------


나는 쓰고 싶은 글을 썼을 뿐이고.

그러다가 배고파서 책도 내고 싶었을 뿐이고.

좋아하던 일로 먹고 살고 싶었을 뿐이고.

그러다 그게 완전 쌩 구라같은 짓인 줄 알았을 뿐이고.


그래도 써야죠 뭐. 쓴다는 게 어딜까요.ㅋㅋ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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