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베나레스의 총사에 대한 작가의 덧붙임(1)
[부록]베나레스의 총사에 대한 작가의 덧붙임(1부)
이 글은 소설 ‘베나레스의 총사’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쓰인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궁금해할만한 부분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글입니다.
1. 총사에 대하여
국어사전에 총사(銃士)라는 단어는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 제목을 베나레스의 총사라고 지었을 때, 총을 쏘는 사수가 아닌, 책사 비슷한 의미로 생각한 분들도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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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의 이미지입니다. 사실 본 소설의 총사와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사실 총사라는 단어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three musketeer, 프랑스어로는 Les Trois Mousquetaires)를 번역하면서 생긴 한자어입니다. 검사, 궁사처럼 총을 다루는 전사라는 뜻이겠지요.
그러므로 이 소설에서 이 총사대라는 집단을 표현하기 가장 알맞은 단어는 사실 머스킷티어가 됩니다. 그러나 저는 외래어를 쓰지 않고 총사라고 하였는데 그 이유는 직책명을 길게 쓸 경우 이야기가 끊어져 몰입이 잘 되지 않을 수가 있고, 소설 상 히스파니아라는 국가는 현 세계의 에스파냐와 매우 비슷한 설정으로 히스파니아어라는 에스파냐어와 맥락이 똑같은 언어를 쓰므로, 머스킷티어(musketeer)라기보다는 머스퀴테로(mosquetero)라고 써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는 단어가 너무 낯설고 지나치게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므로 부적절하다 여긴 거지요.
그리하여 작중에는 특별히 빌랜드 총사 즉, 잉글랜드를 모티브로 한 빌랜드라는 나라의 총사는 머스킷티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 단어를 사용하면 읽는 분들로 하여금, 저들은 히스파니아 사람들과는 다르구나 하는 뉘앙스를 풍길 테니까요.
그렇다면 이 총사들이 다루는 머스킷(musket)이라는 무기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풀어 쓰면, 16세기에서 19세기까지 쓰인 활강식 전장총의 총칭입니다. 넓은 의미로 정의하면 화승(match lock)총과 부싯돌격발(wheel lock)총, 수석(flint lock)총, 뇌홍식(pucussion lock) 총까지 해당됩니다. 화승총은 흔히 조총을 생각하시면 되구요. 부싯돌격발은 화승총과 수석총의 사이 총으로, 라이터부싯돌 같은 것이 불길을 일으키며 점화되는 총입니다만 단가가 비싸 곧 수석식에 밀렸습니다. 뇌홍식은 뇌산수은이라는 물질로 총탄을 발사하는 총으로서 19세기 초반에 개발되어 중반까지 널리 쓰였습니다.
실제 역사상 최초의 머스킷총이라고 할 수 있는 무기는 에스파냐에서 개발한 서펜타인 록 건입니다. 서펜타인이란 뱀을 말하는 것인데, 이 발사 장치는 뱀처럼 S자로 구부러진 기계장치에 화승을 넣고 당겨 총을 점화한 것입니다.
당시는 유럽의 모든 군대가 신무기라 할 수 있는 대포의 개발과 배치에 열을 올리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에스파냐는 상대적으로 대포를 개발하고 배치하는데 제한이 되었지요. 그래서 그들은 대포를 대체할 화약무기로 개인화기를 적극 개발했고, 앞선 공업기술로 이러한 머스킷을 대량 배치한 것입니다.
15세기 말 에스파냐의 장군 중 한명인 곤살로 데 코르도바는 이들을 활용하여 육군강국인 프랑스를 무찔렀고, 곧 에스파냐의 보병대는 17세기까지도 유럽에서 불패를 자랑하며 신대륙서부터 30년전쟁까지 맹활약을 펼칩니다.
소설 상 에스파냐의 원안인 히스파니아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물려받아 화약무기를 비롯한 총사들이 가장 발달한 나라라는 설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실제 역사에서 에스파냐는 30년 전쟁에서의 손실과, 인플레로 인한 타격, 신흥강국 영국의 부상 따위로 군사력과 경제력 등 모든 부분에서 쇠퇴합니다. 그리고 19세기가 되어 나폴레옹이 침공했을 때는 형편없는 보병으로 전락하여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역사상에서 만약이 있다고 가정해볼 때, 재미난 상상을 하지 말란 법은 없지요. 저는 신성로마제국이 조기에 해체되고 에스파냐가 교황에게 그 지휘를 인정받아 고대 제국을 계승하는 황제국이 된다면 하는 가정 하에 화약무기 발달로 이룰 진보적인 성향의 전술을 접목하여 가상의 세계관을 구성해보았습니다.
즉 이러한 히스파니아라는 나라를 바탕으로 히스파니아 총사대(영어, 혹은 빌랜드어로하면 spaniadish musketeer brigade. 에스파냐어, 혹은 히스피나어로 하면 hispanől mosquetero brigada) 라고 하는 병과를 만든 것입니다. 이들은 1개의 근위연대와 4개의 야전연대로 구성된 큰 범위의 1개 여단으로 네 명의 대령과 준장 계급의 총사대장이 맡으며 황제가 통솔하는 정예친위보병 겸 근위보병의 역할을 맡는 것입니다.
이들의 모티브는 18세기 유럽에서 활약했던 게릴라 성향의 라이플 경보병과 상상을 발휘하여 만들어 보았습니다. 엄정한 군기보다는 자유분방한 기질에 대열전투보다는 각개전투에 능하고, 요인을 보호하는 등의 만능 특수부대라는 설정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시대의 보병들이 이들과 가장 유사할까요. 뒤마의 삼총사는 17세기의 보병이지만, 이 소설 상의 묘사에서는 18세기의 머스킷 보병을 참조하였습니다. 트라이플이라 불리는 삼각모에 각반과 수장을 차고, 군용 코트와 탄약가방, 플린트락 머스킷총, 사브레, 총검 등을 휴대하고 있습니다. 제복은 푸른색, 혹은 녹색이며 당대의 군인들이 그러했던 대로 긴 머리칼을 묶어서 끝을 리본장식 혹은, 돌 뭉치로 마무리한 차림입니다. 실제 역사에서는 이 머리에 풀을 먹이기도 했습니다만 소설의 분위기를 생각하여 그 정도의 묘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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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구상한 이미지와 가장 근접한 모습입니다. 비록 러시아 군대이긴 하지만요. 전반적인 18세기 초기 군대의 이미지라 할 수 있지요.
2. 대열 전투(line battle)와 마법사의 전쟁 참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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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상에서 군인들은 평야에서 벌어지는 회전의 경우, 대열 전투를 치룹니다.
영화 패트리어트를 아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그 영화를 보시면 멜 깁슨이 민병대를 이끌고 2열로 서서는 영국군의 거의 코앞까지 다가와서 총을 겨누고 일제사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상식적으로 이 장면이 이해가는 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은폐, 엄폐해서 총격전을 벌여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이것 때문에 많은 오해들이 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오해 가운데 하나가 저 시대의 유럽인들이 서로 신사적으로 싸우려고 노력한 나머지 그냥 마주보면서 서로 쏘는 저런 무모한 전법이 횡행했을 거라는 해석입니다.
물론 이 이유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대열전투가 벌어진 데에는 이처럼 격식의 이유보다도 군사적인 이유가 훨씬 많이 작용을 하였습니다.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당시 총은 현대기준에서는 정말 형편없었다.
당시 총은 현대 소총처럼 강선도 없고, 전장식이며, 장전도 분당 3발이 최선인 그런 총이었습니다. 정확도도 형편없었지요. 55미터에서는 그럭저럭 명중되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엉뚱한 데로 날아가고는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총을 가지고 전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만약 적을 효과적으로 쓰러뜨려야 한다면, 총탄을 한방 쏘는 것 보다는 여러 명이 뭉쳐서 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마치 한 사람이 돌멩이를 하나 던지는 것보다, 군중이 돌멩이를 한꺼번에 던지는 게 더 파괴적인 것처럼요.
둘째. 당시의 군대는 여러 면에서 질이 낮았다.
저 당시에 군인들은 최하층계급으로 구성되었고, 사기도 떨어졌으며 질도 형편없었습니다. 그래서 뭉쳐서 싸워서는 통제를 확실히 해야만 했던 거죠. 부사관들이나 장교들은 저 첫번째 이유를 들어 병사들을 확실히 잡으려고 했습니다. 주로, 체벌이 그 수단이 되었지요. 옆에서 전우가 총에 맞아 쓰러져도 꼼짝하지 않고 진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지막지한 구타를 가하고는 했습니다. 프랑스 국민군이나 영국 라이플 연대는 좀 달랐지만. 암튼 그런 이유 때문에 은폐 엄폐는 커녕 각개전투 따위는 꿈도 못꿨어요. 병사들이 제멋대로 움직이다 탈주하기 부지기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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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때려줬다는 거지요. 쩝.
셋째. 약간의 신사적(?)인 이유...
사실 서로 마주보면서 쏘는 게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도 약간은 작용했습니다. 프리드리히 대왕이 유럽을 휩쓸기 전까지는 당시 전투는 선형 기동을 펼치다가 지면 그냥 항복하는 무혈 전투도 많았다고 해요. 그러나 신사적인 이유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비약이 심하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실제 역사와는 다른 게 있지요. 본 소설에서는 보통의 판타지 세계관처럼 마법이라는 것이 등장합니다. 이 소설에서 마법이란, 주문, 기적, 저주처럼 마법적인 수단을 활용하여 물질적인 활동을 하는 총칭으로 정의됩니다. 그러므로 상대를 쓰러트리거나 죽게 만드는 공격마법도(비록 그러한 마법사의 수는 아주 적지만)있습니다. 그들은 라투니스어로 된 주문을 읊조려 적을 불태우거나 충격파를 날리고, 정신을 조종하고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즉 형이상학적인 힘을 현실로 끌어 모아 인명을 살상하는 것이죠.
하지만 본 소설 상의 대규모 전투에서 마법으로 적군을 죽이는 종군 마법사 따위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옛날에 조아라에서 연재를 했을 때, 이것을 가지고 욕하던 분이 한 분 있었습니다.
리플을 그대로 옮겨적어 보지요.
마법 설정 좀 봅시다. 대충 봐서 잘 모르겠는데 초반 진짜 엉성하기 그지 없는 호위 마차 습격 씬 빼면 못 본 거 같아서 말이죠. 아니 왜 전투를......... 아니 그 ....... 아아아아 짜증 개 짜증. 아 나 왜...... 마법.... 먼치킨 마법!!!!.... // 판타지 마법 전투에 대해 연구하고 전략을 짜는 연구가로써 이런 구시대 전투를 보고 있노라면 짜증이 치솟습니다. 마법은 뒀다 죽 끓여 먹습니까? 발달한 총과 마법. 이란 단어는 본 거 같은뒈 정작 그 발달했다는 마법은 도무지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구만유. 마법은 습격할 때만 사용되는 건가요? 아님 생각날 때만? 아 왜 마법 사용씬이 안 보여 대체???? 전쟁에 사용되면 그 활용성이 무궁무진한 마법이 왜 안 보이냐고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차라리 마법을 빼든가......... 아니 전쟁에 쓰면 그 활용성이 무궁무진한데 왜 마법을 안 써어어어어어어어!!!! 그런 의미에서 개연성 0 점.
자, 개연성 0점이라 하시기 전에,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전, 검과 기사가 등장하던 시대에는 마법이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데 사용됐을 정도인데 말입니다.
저는 이러한 세계관을 구성한 후, 화약무기의 발전이 과연 마법이라는 것을 전쟁에 등장시킬 것인가 하는 의문을 하였습니다. 자, 사람을 죽이는 데는 총탄 한방, 대포 한방이면 충분합니다. 그런 것은 돈과 인력만 있다면 충분히 양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법은? 귀중한 인재를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자, 만약 당신이 어느 나라의 절대군주라고 해봅시다.
이 세계의 마법은 충분히 수련되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먼치킨의 수준이 아닙니다. 마법을 통한 살상은 그것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고, 그 사람이 최소한 몇 년을 공부해야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 사람은 과학자이자, 철학자이기도 하며 발명가입니다. 죽으면 그 나라의 큰 손실이지요. 하지만 총과 대포는 무기만 있으면 되며, 숙련된 사수를 양성하는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대체할 인력도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이 시대에 이르러 화약무기는 마법과 동등한 위력을 자랑하게 됩니다. 그 이전 시대에는 기존의 무기보다 월등히 앞섰지만 말입니다.
결국 정규전에서 마법사가 등장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 마법사들이 화약을 개량하고 발명가로서 신무기를 만드는 일은 있어도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손을 때게 되었다 이 말입니다.
소설 상 강력한 대마법사인 자코모 다빈치도 이 점을 지적하여, 평야에서 적군을 뚫고 가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지적합니다.
3. 종교와 역사상 배경에 대하여
본 소설에서 에우로파인이 믿는 종교의 명칭은 ‘기독정교’입니다. 히스파니아어로는 크리스티아교지요. 물론 현실상의 기독교는 아닙니다. 그 세계의 ‘기독교’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구교 즉 가톨릭도, 그대로 명칭을 쓰고 있으며, 프로테스탄트도 마찬가지로 쓰이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명칭을 고스란히 옮겨 지은 이유는 독자들이 글을 읽으면서 좀 더 현실감 있고, 역사적 사실 같다는 느낌을 주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국가명이나 대륙명 같이 지리적인 명칭은 고스란히 옮겨 쓰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종교는 그런 면에서 자유로울 것 같았지요. 도리어 이름을 바꾼다면 이상해보여서 그렇게 둔 것입니다.
때로는 이렇게 실제 역사와 비슷한 명칭이 나오는 게 상상력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야, 제가 쓰는 글을 독자가 이해하지 못할 경우를 우려하여 그런 것일 뿐 때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답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계속 나아가는 게 가장 현명한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본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좀 복합적입니다. 종교와 관련된 전쟁과 내전이 나오고, 동방회사라는 단체가 무역선을 조직하여 대양을 누빕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16세기 배경이다. 중세배경이다. 대항해시대 배경이라 하는데... 그것은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없는 겁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배경은 바로 제국주의 시대라고 하는 것입니다. 절대왕정과 상비군과 우울한 권력암투가 있는 시대! 이것이 가장 올바른 정의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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