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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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최근연재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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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2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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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34)

DUMMY

복잡하게 꼬일 뻔한 일이 간단히 해결되었다. 벨린은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끌고 다시금 여관방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카운터를 지나가던 와중에 여관 주인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벨린은 그저 간단히 대답했다.

“기르던 개가 도망쳤거든.”

그러면서 벨린은 자신의 노예를 강제로 끌고 올라갔다. 그녀는 겁에 질린 참이었다. 주인에게 도망친 노예가 어떠한 대접을 받는지, 뻔한 일이었던 것이다.

벨린은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거칠게 방안으로 밀쳐 넣었다. 그녀는 뭐라고 변명을 해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문을 닫은 벨린은 그녀가 반항을 하려고 하기도 전에, 그녀의 너덜너덜한 옷을 단번에 찢어버렸던 것이다.

그 다음은 간단했다. 벨린은 무서움에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를 도망치지 못하도록 포박하기 시작했다. 마치 사냥해가지고 온 산 짐승을 묶는 것처럼, 그는 노예상인에게서 가지고 온 족쇄를 발에 채운 다음, 쇠사슬로 그녀의 양팔과 허리를 꽁꽁 묶었다.

족쇄를 침대 기둥에 묶어둔 탓에, 그녀는 알몸의 치부를 그대로 보이며 앉지도 못하고 그대로 누운 자세가 되고 말았다.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제발.”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벨린은 인상을 찌푸린 채 침대에 앉았다. 알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좀체 표정 변화가 없는 그에게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얼마나 격앙된 반응인지 말이다.

기르는 개가 도망을 친다면 묶어놓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는 도망치지 못하도록 알맞게 길들이는 일이다. 그녀는 벨린이 거액을 들여 산 첫 재산이 아닌가. 재산이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벨린은 침대에 누웠다. 그녀 때문에 금방 깬 낮잠을 다시 청하기 위해서였다.

서러운 것이 겹친 모양인지, 그녀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마치 새가 우는 것처럼 작게 새어나왔지만, 벨린은 태연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새가 우는 소리는 시간이 지나면 차츰 줄어들기 마련이니 말이다.

벨린은 정확히 두 시간 후에 일어났다. 회중시계를 보니 시간은 이미 다섯 시 반이었고,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있었다.

묶인 채로 바닥에 누워 있던 그녀는 울다 지쳐 잠이 든 것처럼 보였다. 뺨을 타고 흘러나온 눈물은 온통 바닥을 적셨고, 얼굴은 고통과 슬픔 때문에 울음이 그친 뒤에도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벨린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아직 내 물건이라고는 할 수 없지.’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아직 벨린을 거부하는 인간적인 습성이 남아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노예에게는 그런 반항적인 습성이 사치가 된다. 그가 그녀를 완전히 소유하려면, 그녀를 가축처럼 만들어야 한다. 습성을 깨 부셔야 하는 것이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줘서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길들여야 한다. 그녀는 비싼 돈을 주고 산 재산이 아닌가. 재산이 제 발로 도망가도록 놔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벨린의 인기척에 그녀가 잠에서 깬 모양이었다. 그녀는 힘겹게 벨린을 올려보며 두려워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벨린은 그것 가지고서는 아무 것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무서워하는 감정만으로는 부족했다.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도록 복종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녀가 신음하듯 말했다.

“요, 용서를….”

“내 말 잘 들어.”

벨린이 침대 기둥에 고정된 그녀의 족쇄를 풀어내며 말했다.

“전 주인이 너를 뭐라고 불렀지?”

“아, 아리엘이요.”

그녀가 작게 대답했다. 벨린이 그녀의 두 발을 속박하던 족쇄를 치우며 말했다.

“좋아, 아리엘. 지금부터 입도 뻥긋해선 안 돼. 소리를 내면 벌을 내릴 거야.”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벨린은 그녀의 상체를 묶은 쇠사슬은 풀어주지 않고 그녀의 몸을 들어 그녀의 상체가 침대 위로 걸 터 올라오게 했다.

잠시 후 무언가 감각을 느낀 아리엘이 갑자기 헉 하고 숨을 멈췄다. 두 눈은 찌릿한 느낌에 깜짝 놀라 커졌고, 입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데 붕어처럼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벨린은 그녀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배려 따위는 전혀 없었다. 마치 짐승이 하는 것처럼, 심지어는 창녀를 대하는 것보다도 더 가혹하게 욕망을 확장해나갔다. 창녀는 아무리 그 직업이 천하다고 해도 인간이었지만, 그녀는 짐승취급을 받아야 마땅한 존재였다. 그런 고로 벨린이 칼을 휘둘러 그녀의 은밀한 몸속에 남기기 시작한 각인은 그녀에게 남아 있는 반항적인 습성을 짓밟기 위한 충격 요법이었다.

“아, 아앗!”

아무런 소리도 내지 말라는 벨린의 말에도 불구하고, 아리엘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참기 힘든 탓이었다. 그녀에게 그것은 쾌락이나 애정 따위는 전혀 없는 난폭한 폭력이었다.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차라리 벨린이 그녀를 무자비하게 구타했다면 아리엘은 그 정도로 충격을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벨린은 자신의 물건에 보기 흉하게 생채기를 내고 싶지 않았고, 그리하여 가장 상처를 적게 입히면서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벌을 내린 것이다. 남성은 아무런 애정 없이 일을 치러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성은 어마어마한 아픔과 후유증이 남기 마련이다.


체벌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녀의 몸이 고통을 동반하는 쾌감에 축 늘어지자, 벨린은 그녀의 깊은 곳에서 발을 뺐고, 침대에 걸터앉아서는 침대 옆 작은 탁자에 놓은 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는 다소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와의 소통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아리엘은 이미 남자와 연분을 나눈 경험이 있는 듯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 상대는 아마 그녀의 전 주인이라던 다니치군의 장교였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도망치려고 했던 것도 그 전 주인의 그리움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벨린은 그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아리엘을 그대로 놔둔 채 코트를 입은 다음 태연히 삼각모를 썼다. 나갈 준비를 하려는 것이다.

아리엘은 하체를 바닥에 늘어뜨린 채 침대 위 상체를 간신히 버티고 앉아 있었다. 숨결은 거칠었고, 두 눈동자와 예쁜 얼굴에 드리워진 표정은 지극히 멍했다.

“소리를 냈으니 쇠사슬은 좀 있다 풀어주지.”

그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벨린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이제부터는 아리엘이 느끼고 있을 분노와 절망의 감정을 천천히 회유시키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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